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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63화 (163/202)

163화 시험이요?

"한준공략 지역을요?"

태원공략이 한준공략이 담당하던 지역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에 강주혁이 물었다.

"그래. 물론, 다 준다는 건 아니고 일부분만 떼어주는 거지."

유덕현 부장이 답했다.

강주혁은 겉으로는 놀라는 척을 했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몇 년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상황이 회귀 전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의외네요. 정부가 그걸 허락했다는 게."

정부는 특정 공략회사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광야에 있는 회사들이 서로 비등비등한 힘을 가지고 서로 견제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한 대형공략회사가 문제를 일으켜서 광야에서 퇴출당하면 광야의 외부에 있는 중견 공략회사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헌터 관리국이 일을 똑바로 못했으니 할 말이 없는 거지."

광야에서 나올 공략회사와 광야에 들어갈 공략회사를 평가해야 할 헌터 관리국이 비리에 연루되어서 해체될 상황에 처했다.

지금 상황에서 헌터 관리국이 광야에 들어갈 업체를 평가한다고 해도 아무도 그 결과를 믿지 않을 것이다.

"광야에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큰 녀석들도 전부 연루되었어. 당연히 자격 박탈이지. 남는 건 후순위인 녀석들뿐인데 문제는 그놈들이 광야에 들어올 만한 체급이 안 된다는 거야."

사실, 공략회사 입장에서는 광야에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박이다.

일단, 광야에 있는 지역을 관리하려면 뛰어난 헌터의 수가 많아야 하는데 그런 인력을 갖추는 건 중견 공략회사 입장에도 쉽지 않다.

이 문제는 광야와 광야 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게이트의 차이로 인해 생긴다. 한반도에는 무수히 많은 게이트가 있고, 지금도 생기고 있지만 그것들을 다 합해도 광야의 반의반도 미치지 못한다.

광야 외의 지역들을 담당하고 있는 공략회사들은 담당하는 던전의 규모 탓에 태생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들어오더라도 운영이 어렵겠군요."

광야에 들어가고자 하는 회사들은 출혈을 감수해가면서 헌터의 수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지만 헌터 관리국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정부담이 심해서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한준처럼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모그룹이 있지 않은 이상 어렵다. 광야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는 수도 없이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지금 광야에 들어올 만한 회사들은 전부 비리 때문에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 외의 회사들은 헌터의 수가 모자란다. 광야에 들어오더라도 광활한 담당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 체급이 안 맞아서 들어오더라도 고생 좀 할 거야. 조금 있으면 웨이브 데이니까 들어오자마자 쫓겨날 수도 있고."

웨이브 데이는 공략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이벤트다. 회사의 총력을 동원해도 피해 없이 넘기는 게 어려우니까. 그리고 피해 규모가 너무 커지면 광야에서 쫓겨난다.

태원공략 같이 기반이 탄탄한 회사들도 힘들어하는 일을 광야에 대한 적응도 덜 끝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가 별 탈 없이 넘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역을 나눠주겠다는 거군요."

"웨이브 데이를 잘 넘기려면 싫어도 우리 같은 베테랑들한테 맡길 수밖에 없지."

"어떤 식으로 분할 한 건지는 알려졌습니까?"

"웨이브 데이를 넘기는 게 최우선 과제니까 미개척 지역 쪽을 나눠줄 것 같더라."

몬스터 웨이브는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미개척 지역부터 시작된다. 웨이브 데이 때 가장 위험한 지역을 기존의 대형 공략회사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부려먹으려고 하는군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 중에 알짜배기도 있거든."

"알짜배기요?"

"마석 매장지가 있는 지역이 하나 있거든. 네가 발견한 곳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매장량이 풍부한 곳이야. 한준의 밥줄 중 하나였지."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거길 먹는 쪽은 웨이브 데이 때 고생 좀 하더라도 남는 장사지."

"누가 차지하는지 결정이 되었습니까?"

"아직. 심사해서 그걸 결정해야 하는 놈들이 그 모양이 되어 버려서 방법이 좀 바뀌었어. 회사별로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시험을 보는 쪽으로."

"시험이요?"

"리스폰 주기가 아주 짧은 지역을 하나 선정해서 리스폰 될 때마다 한 회사씩 투입하는 거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공략을 끝내는 회사에게 매장지가 있는 지역을 포상으로 주는 거지. 일종의 타임어택이야."

이것도 회귀 전과 같았다.

"누가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신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매출이 회사의 순위를 결정하는 공식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게 회사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담당하는 지역에 높은 동급의 몬스터가 없거나 마석의 매장량 자체가 적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석을 가져오는 헌터들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 지역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마석의 양이 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 지역에서 공략하는 걸로 경쟁한다면 순수하게 헌터들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맞아. 진검승부지."

유덕현이 씩 웃어 보였다.

"우리 회사에서 누가 들어가는지 결정이 되었나요?"

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강주혁이 이끌어 낸 압도적인 매출로 왕좌에 오른 태원공략은 그 자리에 있을 만한 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러니 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강주혁은 이미 실력만큼은 전무를 능가한다는 걸 증명했다. 유덕현이 이 얘기를 하는 걸로 봐서 강주혁이 투입되는 건 확정일 것이다.

"사장님은 레전드 1부 3팀으로 가기를 원하신다."

"저랑 안 팀장이랑 공 대리요?"

"나는 왜 빼냐?"

"부장님은…… 부장님이시잖아요."

"인마, 나도 아직 현역이야. 한동안 1팀 녀석들 내가 데리고 다닌 거 몰라?"

"알죠. 제가 언제 부장님 실력을 의심했습니까. 워낙 바쁘시니까 그렇죠."

"바쁜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근데 다른 회사는 임원을 투입하지 않을까요?"

"임원은 제외야. 경쟁 기간 동안 인사이동도 금지고. 임원을 평사원으로 강등시켜서 투입시키는 꼼수는 안 된다는 거야. 아마 부장들로 팀을 꾸려서 내보내는 회사도 있을걸."

"임원을 배제시키는 이유라도 있나요?"

"임원들은 정기공략에 안 들어가잖아. 그냥 전력 외로 보는 거지."

"그렇군요."

유덕현은 은근히 회사를 대표해서 나서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더니 부장이 된 후로는 오히려 나서는 걸 즐기게 된 것 같았다.

"조만간 일정이 잡힐 거다. 팀 일정 미리 좀 빼놔. 허진이도 준비시키고."

"네. 부장님."

* * *

"안 할 거야?"

블랙 헌터 고태우가 윤정석에게 말했다. 그가 내뿜는 살기가 윤정석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윤정석은 입안이 바싹 마르는 걸 느꼈다.

"대장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김종수는 고태우에게 다시 한번 싹싹 빌었다. 고태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윤정석은 김종수를 죽이지 않고 달아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저들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문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잡혀서 죽임을 당할 것이다.

‘팀장님 때문에 죽게 생겼습니다.’

윤정석은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킨 강주혁을 잠시 원망했다. 하지만 동시에 강주혁의 선견지명에 놀라기도 했다.

서울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곳에 이런 미친놈들이 숨어있다는 건 결코 웃어넘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정황상 여기에 있는 사람은 전체 조직의 말단이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엄청난 고수들이다. 미친놈들이기도 하고.

강주혁이 경고하고 우려한 대로 이런 놈들이 떼거지로 있다면 윤정석이 아는 세상이 완전히 무너질지도 몰랐다.

‘알 게 뭐야. 젠장.’

윤정석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세상을 위해서 헌신하는 그런 영웅이 아니었다. 그가 이 일을 하겠다고 한 건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강주혁이 약속한 미래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수년간 호형호제하면서 지낸 김종수를 죽일 수는 없었다.

"좋다. 종수 너한테도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마."

윤정석이 망설이자 고태우가 태도를 바꿨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김종수는 바닥에 머리를 찧으면서 목청껏 외쳤다.

"저놈을 죽여라."

고태우가 윤정석을 가리켰다.

"……네?"

"둘 중 한 놈만 거둬주마. 나머지 한 놈은 뱃속에 시멘트를 채워서 바다에 처넣고."

윤정석과 김종수가 서로를 쳐다봤다. 김종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르릉.

윤정석은 망설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수는 거리낌 없이 검을 뽑았다.

김종수의 눈빛은 살기와 생에 대한 갈망으로 혼탁해져 있었다. 윤정석에 대한 죄책감이나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종수 형."

"미안하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김종수가 윤정석에게 검을 겨누었다. 살기 어린 표정에서는 미안함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윤정석은 슬퍼졌다. 자신은 김종수를 죽이지 않고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고민했는데 김종수는 미련 없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팀장님 말이 맞았다.’

강주혁이 김종수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할 때마다 모욕을 당한 것처럼 기분이 나빴던 윤정석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강주혁이 사람을 제대로 본 거였다. 윤정석은 그것도 모르고 이런 양아치를 형님으로 모신 거고.

탁!

윤정석은 아직 검을 뽑지도 않았는데도 김종수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

캉!

윤정석은 재빨리 검을 뽑아 김종수의 검을 막아냈다. 팔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젠장, 진심이잖아.’

온갖 생각과 고민들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던 윤정석의 머리가 빠르게 식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어떻게 하면 김종수를 죽이지 않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윤정석은 어떻게 하면 김종수를 죽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챙! 캉!

김종수가 맹공을 퍼부었다. 윤정석은 막기에 급급했다.

윤정석은 김종수를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강주혁에게 처참하게 패하기는 했지만 김종수는 언제나 그룹의 최강자였다. 그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했다.

‘이제는 아니지.’

예전 같았으면 지레 겁을 먹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검을 맞대는 순간, 확실히 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윤정석은 강주혁과의 특훈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바닷가에서 싸웠을 때에는 강주혁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소극적으로 싸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드러낼 때였다.

"으아아아!"

김종수가 내공이 실린 검격을 연달아 날렸다. 윤정석은 침착하게 공격을 방어했다.

‘정석 씨는 규칙을 만들지 않는 게 정석 씨의 규칙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틀렸습니다.’

윤정석은 강주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정석 씨는 의식적으로 규칙을 없애려고 하지만 무의식에는 규칙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정석 씨 공격을 계속 보고 있으면 그게 보여요. 정석 씨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택하는 검로들이 있거든요. 몸이 편해 하는 동작들이죠.’

강주혁은 윤정석에게 자기만의 체계를 만들 것을 권했다.

‘변칙적인 공격이 강해지는 건 규칙이 전제될 때입니다. 우선, 정석 씨만의 규칙을 만드세요.’

윤정석은 강주혁의 말대로 자신의 검술을 체계화하기 힘썼다. 그 노력의 결과가 지금 드러났다.

"역시 그 팀장 놈에게 배웠구나!"

윤정석이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걸 눈치챈 김종수가 역정을 냈다. 윤정석은 대꾸 없이 비소만 흘렸다.

"그런다고 너랑 나의 격차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거 참, 말 더럽게 많네."

윤정석의 촘촘한 방어를 뚫지 못한 김종수는 더 강한 공격을 날렸고 그만큼 동작도 커졌다.

"쳇!"

서서히 방어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척을 했다.

"으아아아!"

김종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정석적인 방어 자세로 김종수의 공격을 막기만 하던 윤정석은 갑자기 방어를 풀었다.

서걱!

윤정석은 김종수에게 팔을 내주었다. 왼팔의 아랫부분이 완전히 잘려 나갔다.

하지만 그 대신, 윤정석은 김종수의 몸에 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이, 이 새끼가……."

김종수가 한 움큼의 피와 신음을 토해냈다. 윤정석의 검이 김종수의 복부를 관통했다.

"형이 날 여기로 데려온 거야."

윤정석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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