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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61화 (161/202)

161화 한동안 좀 시끄러워지겠군요

강남 게이트 단지에 있는 한 고급 레스토랑.

강주혁은 미리 잡아놓은 룸에서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최도준이 웃음이 만면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강주혁은 일어나서 최도준을 맞이했다.

"앉으시죠."

"고맙습니다."

강주혁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줘서 그런지 최도준은 꽤 공손해졌다.

"이번에도 한 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강 팀장님 명성이 헌터 관리국까지 들려오더군요."

자리에 앉은 최도준은 물은 한 모금 마시더니 공치사를 늘어놓았다.

"과찬이십니다."

강주혁은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십니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청을 드렸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시기에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하셨을까요?"

강주혁은 답지 않게 사근거리는 최도준을 보면서 토악질을 하고 싶어졌다.

"블랙 헌터로부터 나라를 지키시느라 노고가 많으신데, 제가 연륜이 짧아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안 그러시더니 생각이 바뀌셨나 봅니다."

최도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비볐다. 탐욕이 두 눈에 진하게 묻어났다.

"저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생각보다 깊더군요. 그 오해를 씻고 싶습니다."

"저도 강 팀장님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죠."

최도준의 웃음에 승리감이 가득했다.

강주혁이 이렇게 숙이고 들어온 것이 좋아서 못 견딜 지경인 것 같았다.

"부장님은 관리국의 요직에 계시는 분이니까 제 억울함을 풀어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라면 사람을 제대로 찾은 게 맞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약소하나마 준비한 게 있습니다."

강주혁은 미리 준비한 상자를 테이블로 올렸다.

"뭡니까, 이건?"

"보여드리죠."

강주혁은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정신지배의 목걸이가 있습니다.

"목걸이?"

최도준이 눈을 빛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아티팩트였으니까.

"이번 공략에서 발견된 물건들 중 가장 값이 나가는 것이죠. 아마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헌터를 한 차원 높여주거나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아티팩트는 수백억에 거래되기도 한다.

최도준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목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아직 안 됩니다. 부장님."

강주혁은 최도준의 손목을 잡았다.

"왜요?"

최도준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준비 없이 손을 대면 위험해집니다."

"뭐요? 이거 저주 걸린 물건 아닙니까?"

한껏 풀어져 있던 최도준의 얼굴에 짙은 의심이 묻어났다.

"지금 나 엿 먹이려는 거요?"

최도준의 눈이 부릅떴다. 강주혁은 깜짝 놀란 척을 하면서 손을 저었다.

"그럴 리가요. 믿어 주십시오. 주인을 양도하는 의식을 거쳐야 해서 그렇습니다."

"그런 건 또 처음 듣는군."

기분이 언짢아져서 그런지 최도준의 말이 짧아졌다.

"정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는 목걸이기에 그런 거요?"

"부장님을 대형 공략회사의 사장급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런 걸 나한테 넘긴다고?"

"이번 공략에서 확실히 알았습니다. 제가 사장이 될 만한 실력을 갖추더라도 부장님의 도움 없이는 미래가 없을 것 같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한준공략 헌터들이 저를 무슨 괴물처럼 보더군요."

강주혁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였지만.

"직접 착용해 보시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금방 의식을 진행해서 부장님께 드리겠습니다. 직접 착용해 보시면 제 말이 진짜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강주혁은 서두르는 척을 하면서 목걸이를 꺼내서 집어 들었다.

"여기를 잠깐만 봐주시겠습니까?"

강주혁은 중앙의 보석을 가리켰다. 최도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주혁이 시키는 대로 했다.

"엑시움 라 키르베."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온 섬뜩한 기운이 최도준의 눈으로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최도준이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시선은 강주혁을 향해있는데 눈동자는 깊은 어둠 속을 응시하는 것처럼 부릅뜬 상태였다.

허접한 각성자답게 목걸이의 힘에 쉽게 굴복해버린 것이다.

"휴대폰 좀 꺼내 보시죠."

최도준이 주머니에서 자신의 폰을 꺼냈다.

"의외로 허술하시네."

나중에 약점을 잡을 생각으로 녹음이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잠금장치 해제해."

최도준은 완전히 꼭두각시가 되어서 강주혁이 시키는 대로 했다.

"이리 내놔."

최도준이 강주혁에게 자기 폰을 넘겼다. 강주혁은 폰에 저장된 메시지들을 봤다.

"쓰레기 같은 놈."

가장 먼저 눈이 띈 건 내연녀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였다. 자그마치 열 명이나 되었다. 최도준의 그저 그런 외모로 보건대, 돈이나 권력을 이용해 만든 관계인 것 같았다.

"돈 뜯어낸 놈들이랑 주고받은 메시지는 어떤 거야?"

계속해서 내려 봐도 찾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서 다시 최도준에게 폰을 맡겼다.

"이것들입니다."

최도준은 몇몇 채팅창들을 가리켰다. 강주혁은 다시 폰을 받아서 그가 가리키는 채팅창들을 살펴보았다.

"한준공략 쪽인가?"

"네."

한준공략의 임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약속을 잡은 메시지들 몇 개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건 없었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서 전부 두루뭉술하게 말한 것이다.

"공략회사 협박해서 돈 뜯어먹은 증거들, 전부 가지고 있지?"

"전부는 아닙니다."

최도준은 답했다. 목소리에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아서 꼭 기계가 말하는 것 같았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마련해."

공식적인 기록은 안 남겨도 개인적인 기록은 남겼을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았으니 관리 차원에서라도 기록이 필요하다.

"언제 누구한테서 얼마를 받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해준 건지도 정리하고.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안 썼다면 어디에 있는지도 기록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한 묶음으로 모아 봐."

"알겠습니다."

"자료 다 모으면 나한테 연락해. 네놈 폰말고 다른 사람 폰으로."

"네."

똑똑똑.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웨이터가 음식을 준비해줬다.

웨이터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강주혁이 최도준에게 말했다.

"저기 가서 대가리 박아."

강주혁이 방 한구석을 가리켰다.

"네."

최도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룸 한구석으로 가서 원산폭격을 했다.

강주혁은 혼자서 느긋하게 2인분을 먹었다.

* * *

일주일 후.

태원공략 구내식당.

강주혁은 오전 공략을 끝낸 후 팀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

진동을 느낀 건지 주선우가 폰을 꺼냈다.

"팀장님!"

"왜 그래요?"

"지금 완전히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요?"

그때, 텔레비전이 있는 쪽이 어수선해졌다. 일행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질문 있습니까?"

화면에는 멍한 얼굴의 최도준이 보였다.

앞에는 여러 개의 마이크가 있었다.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지고 있는 걸로 봐서 기자 회견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장소가 헌터 관리국 인근의 고급 호텔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이며 발표를 하는 사람이 헌터 관리국의 관리부장이라는 내용이 자막으로 나왔다.

생중계라는 말도 덧붙여졌다.

"지금 하신 얘기를 전부 사실로 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심정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까?"

기자들이 동시에 질문을 쏟아내는 바람에 진행이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졌다.

"무슨 일 있나 보군요."

강주혁이 무심한 듯 말했다.

"저도 방금 친구한테 들었는데요. 저 사람이 방금 자기가 저지른 비리를 모두 자백했다고 합니다."

"비리요?"

"여러 공략회사로부터 백억 넘게 받아왔다고 하더군요."

"예? 진짜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밥과 반찬을 흡입하고 있던 공허진이 고개를 들었다.

뭘 먹을 때만큼은 웬만해서는 다른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녀였지만 백억이라는 액수가 주는 강렬함은 너무 컸던 것이다.

"많이도 해 먹었군요."

강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주선우와 공허진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헌터 관리국이 몇몇 공략회사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뒤를 봐준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저렇게 공개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주혁도 회귀 전에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헌터 관리국이 그 정도로 썩어있는 집단일 줄 몰랐다.

"그렇죠. 근데 더 황당한 건 그걸 자기 입으로 전부 털어놓았답니다."

"저기서요?"

"네. 지금도 계속해서 속보가 뜨고 있어요."

"착한 사람이네요."

강주혁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꿈속에서 저승사자라도 본 걸까요?"

"협박을 당해서 저러는 게 아닐까요?"

주선우와 공허진이 심각한 얼굴로 각자의 추측을 늘어놓았다.

슬쩍 둘러보니 식당 안의 모든 사람이 기자 회견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 황당해하고 있었다.그만큼 폭로의 방식과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최도준이 서류 묶음 하나를 들어 보였다.

"이건 제가 그동안 공략회사들로부터 받은 돈을 기록한 장부입니다. 돈을 준 사람들, 액수, 그 돈을 받은 대가로 제가 처리해 준 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 있습니다. 그 돈을 어디다 썼는지도 전부 적었습니다. 그리고 헌터관리국 직원들 중 저처럼 공략회사랑 뒷거래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자료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최도준은 충격을 받아 얼어있는 기자들에게 준비해 온 유인물을 하나씩 건넸다.

"우리도 줘요!"

"우리도요!"

"밀지 마요!"

기자들이 최도준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받기 위해서 아우성쳤다. 장내는 또 한 번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료를 못 받으신 분들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자료는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려놨으니 언제든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주요포탈에서 제 이름으로 검색해 보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최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당장 중단시켜!"

그때, 헌터 관리국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회견장에 난입했다. 최도준의 폭로를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것 같았다.

"최 부장!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놓으십시오!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최도준은 자신을 잡으러 온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회견 중에 이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말 끝날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둬요!"

기자들은 난입한 헌터 관리국 직원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회견을 취소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은 전부 날조된 것입니다."

풍채가 곰처럼 거대한 남자가 단상 앞에 서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관리국장님이시죠? 지금 사태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최도준 관리부장은 오랫동안 정신 질환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했던 얘기는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상황이 정리가 되는대로 해명 자료를 공표하겠습니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을 관리부장에 앉혔다는 건가요?"

"헌터 관리국의 권한으로 지금 받은 자료는 모두 압수하겠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헌터 관리국 직원들이 기자들을 에워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헌터 관리국의 행동은 이미 쏟아진 물을 담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상황이 생중계로 전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여러분! 제가 만든 자료를 검찰과 경찰에 한 부씩 제출했습니다! 여러분은 진실을 알게 될 겁니다."

최도준은 헌터 관리국 직원들에게 끌려가면서 외쳤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최도준이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뭐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뉴스를 본 건지 코미디 영화를 본 건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다.

"허, 참, 별일이 다 있네."

"진짜 미친 건가?"

"헌터 관리국 놈들 완전 끝장났네."

화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 중 황당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한동안 좀 시끄러워지겠군요."

딱 한 사람 빼고는.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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