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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60화 (160/202)

160화 태원공략의 강주혁 팀장입니다

강주혁은 김주호를 죽였다는 말에 놀란 일행에게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했다.

"다크 엘프들을 시켜서 저를 구타했습니다. 정보를 얻어낼 요량으로 일단 맞기는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저를 죽이려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랬군요."

"완전히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어쨌든 그 사람을 죽인 다음부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사장이 제 말을 따르더군요. 제 말을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제 명령은 모두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특이한 케이스군요. 최면 마법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시전자가 죽으면 취소될 텐데……."

자신이 가진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김명섭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어쩌면 마법이 잘못되어서 김주호가 아니라 인간의 말을 따른다는 식으로 입력된 것인지도 모르죠."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주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얘기는 이 정도로 하죠.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습니다. 선우 씨 웨이포인트 만드는 방법 다 공부했죠?"

강주혁은 이번 공략이 잡히자마자 주선우를 지원팀에 보내 웨이포인트 건설 방법을 배워오게 했다.

주선우는 특유의 성실성 덕분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인 지식은 습득할 수 있었다.

"네. 팀장님."

"지금부터 이 피라미드에 웨이포인트를 건설할 겁니다. 다크 엘프들이 숲 밖으로 나가기 전에 바깥의 헌터들에게 위험을 알려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시작하죠."

제단과 마석 매장지는 피라미드 지하에서 발견되었다. 규모를 따지면 마을 전체가 마석 매장지 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행은 마석 더미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마석 조각들을 수집했다. 주선우는 그 조각들을 이용해 웨이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다음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밀림을 빠져나온 일행은 곧장 한준공략의 톨게이트를 찾아가 상황을 보고했다.

한준공략에 비상이 걸렸다. 자기네들 지역으로 수백의 다크 엘프들이 몰려온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공략회사는 없었다. 공략을 진행하던 헌터들과 예비 헌터까지 총동원한 한준공략은 숲 밖에 포위망을 형성했다.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수백의 다크 엘프들이 숲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크 엘프들은 어두운 숲속에서나 위협적인 몬스터였다. 탁 트인 평지에서 준비된 헌터들과 맞닥뜨린 다크 엘프들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했다.

강주혁은 자기들 몫이 적다는 이유로 공략을 날로 먹으려고 하던 한준공략에게도 일거리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사람도 강주혁이었다. 그는 혼자서 거의 50에 달하는 다크 엘프를 죽임으로써 함께 싸운 한준공략의 헌터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다크 엘프들과의 전투가 끝난 후 강주혁은 함께 했던 한준공략의 헌터들과 인사를 나눴다.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김명섭은 강주혁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처음에는 이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강 팀장님이 계시니까 이렇게 달라지는군요."

김명섭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별말씀을요."

"강 팀장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쯤 던전 보아의 배 속에 있었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팀장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강주혁도 김명섭에게 고개를 숙였다. 예의상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강주혁은 진심으로 한준공략의 헌터들을 존경했다. 상대적인 능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기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공략 내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왔다.

원해서 들어가는 공략이 아닌데다가 위험하고 짜증스러운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한준공략의 어느 누구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태원의 헌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위기의 순간에는 목숨을 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강 팀장님에 대한 소문이 좀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까 오히려 축소된 것 같군요."

이창옥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팀장님께서 잘 도와주셔서 해낸 거죠."

강주혁은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나 다른 유명한 헌터에 비하면 실력이 많이 모자랐으나 이들이 가진 정신이나 마음은 충분히 영웅적이었다.

"우리 뒤풀이 하는 거죠?"

류은정이 눈을 반짝였다.

"물론이죠. 하지만 일단은 좀 쉬어야겠네요.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죠."

"저희 회사를 위해서 이렇게 힘써주셨는데 저희가 한 턱 쏘겠습니다."

이창옥이 대표로 말했다.

"기대하겠습니다."

강주혁은 웃으면서 그들과 헤어졌다.

* * *

"어서 와!"

"무사 귀환 축하해요!"

태원공략으로 돌아오자 사무실에 있던 동료들이 1부 2팀을 환영했다.

"주혁아!"

유덕현 부장이 부장실을 문을 열어젖히면서 튀어나왔다.

"다녀왔습니다."

"다들 다친 곳은 없지? 괜찮아?"

"네. 다 괜찮습니다."

"애썼다."

유덕현이 강주혁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부장님, 이번 주에 회식하는 거죠?"

다른 팀 직원이 물었다.

"당연하지. 1부 2팀 푹 쉬고 복귀하면 한잔해야지."

"푹 쉬라고 해놓고서 복귀하자마자 술을 먹일 생각을 하십니까?"

"시끄러. 이놈아. 제일 말술인 놈이 엄살은."

유덕현이 강주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이번 공략은 어땠어요?"

"얘기 좀 해줘요."

"한준공략에서 무슨 전쟁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진짜예요?"

사무실 사람들은 1부 2팀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강주혁은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분위기상 마지못해 축하를 해주면서도 경계하고 시샘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좀 옅어졌다.

속마음을 열어보면 시기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걸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사람은 없었다.

‘많이 달라졌네.’

확실히 임재경이 부장으로 있을 때하고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서로 견제하고 으르렁대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경쟁을 하더라도 서로 존중해 주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유덕현이 실적을 빌미로 팀장들을 계속해서 쪼는 스타일이 아닌데다가 2팀과 3팀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덕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강주혁은 며칠 동안 비어있던 1부 2팀의 자리를 힐끗했다.

‘잘하고 있으려나?’

윤정석의 자리에는 여전히 그의 짐이 남겨져 있었다.

* * *

황해 해안가.

두 남자가 노을을 배경으로 서로 검을 겨누고 있었다.

주변의 땅이 군데군데 움푹 파여 있었다. 치열한 대련의 결과물이었다.

"많이 늘었네."

김종수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멀었지."

윤정석이 마주 웃었다.

"너 좀 변한 것 같다."

"뭐가?"

"예전 같으면 ‘봤지? 내가 이 정도야’ 하면서 엄청 깐죽거렸을 텐데 너무 고분고분하잖아."

"……술이나 마시자."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두 사람은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걸터앉아서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소주를 마셨다.

"회사에서 뭘 좀 배우긴 한 모양이네."

"배우긴 뭘 배워. 꼰대랑 샌님밖에 없는데."

"그 괴물 같은 팀장한테 과외받고 그랬잖아."

"일할 때 부려 먹으려고 가르쳐 준 거지. 트집 잡으면서 잔소리만 했지, 알짜배기는 하나도 안 알려줬지."

"그런 것치고는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단 말이야."

김종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윤정석을 힐끗거렸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윤정석은 시치미를 뗐다.

"예전에는 막무가내로 휘두른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뭔가 체계가 잡혀있지. 네 성격상 그런 걸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윤정석은 오만상을 썼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지. 걱정 마.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거니까."

"그 잔소리 덕분에 실력이 는 거야."

"그러면 뭐해? 정작 중요한 일에는 빼놓고 가는데."

"위험해서 그랬겠지."

"나보다 못하는 마법사도 데려갔는데? 망할, 혼자만 잘났지."

윤정석은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김종수는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파는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석양을 바라봤다.

"학벌 가지고 엄청 따지더라."

"뭐? 학벌?"

"그 마법사 좀 괜찮은 아카데미 나왔거든."

"팀장은 아니라면서. 그 양반도 지방 쪽 아카데미 출신 아니야?"

"그러니까 웃긴 거지.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신경을 쓰더라고. 우리 회사에서도 학교 중심으로 파벌 만드는 새끼들이 있거든. 그놈들한테 잘 보이려고 엄청 굽실대더라. 내가 그 실력이면 그런 새끼들 거들떠보지도 않을 텐데. 배알도 없지."

윤정석은 강주혁에 대한 악평을 쏟아냈지만, 김종수가 그가 우리 회사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했다.

"그래도 돈 많이 주는 거 좋지 않냐?"

"형은 때려치우라고 할 때는 언제고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윤정석이 따졌다.

"그냥 미련이 있나 해서. 네 실력이면 다른 회사도 들어갈 수 있잖아. 태원공략 다니다가 나왔다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

"1년 못 채우면 경력 인정도 안 해준대."

"그래?"

"그리고 들어가면 뭐 해? 또 학벌 구리다고 차별이나 당할 건데."

"하긴 그건 그렇지."

"형은 생각 없어?"

"나도 너처럼 될 거 같아서 싫다."

윤정석은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석양을 바라보면서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정석아."

"왜?"

"세상 참 엿 같지 않냐?"

"엿 같지."

"너 말이야. 만약 이 세상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그걸 말이라고 해. 할 수만 있다면 이딴 세상 당장 뒤엎어야지. 솔직히 강 팀장이 유별난 놈이라서 그렇지 다른 놈들은 그저 그래. 내 장담하건대, 형이 들어가면 과장까지 씹어 먹을걸."

김종수는 열변을 토하는 윤정석을 찬찬히 뜯어봤다.

"근데 그러면 뭐 해. 아카데미 좋은 곳 못 나왔다고 아예 뽑아주지도 않을 텐데. 간신히 들어가도 나처럼 차별당할 테고. 돈을 잘 벌려면 아카데미를 잘 나와야 하는데 이름값 있는 아카데미에 들어가려면 돈이 있어야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지. 이러니까 실력도 안 되는 놈들이 학벌만 믿고 까부는 거야."

"정석아."

"왜?"

"내가 세상을 뒤엎을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좀 알고 있거든."

"뭐?"

윤정석은 황당한 표정으로 김종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번 만나볼래?"

* * *

한준공략은 자신들이 다크 엘프들을 처리했으니 계산을 새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태원공략은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끝난 일이라고 못 박았다.

더 나아가 합동공략에 투입된 구성원의 실력을 문제 삼자 한준도 더 이상 뭐라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대신 마치 자기네들이 공략 불가 지역을 정복한 것처럼 언론에 공표했다. 실제적인 위협은 다크 엘프가 아니라 숲에 가깝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지었으니 큰소리를 칠만도 했다.

태원공략도 그렇게 하는 것까지는 따지지 않았다. 어차피 알맹이는 태원공략이 모두 가져갔으니까.

공략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강주혁은 50억의 인센티브와 목걸이를 챙길 수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한준공략은 목걸이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저 마력을 조금 올려주는 목걸이로만 알았다. 그래서 군말 없이 강주혁에게 목걸이를 내주었다.

목걸이를 손에 넣은 강주혁은 곧바로 헌터 관리국에 연락을 취했다.

"태원공략의 강주혁 팀장입니다. 관리부장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

응징의 시간이 왔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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