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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52화 (152/202)

152화 어쨌든 그놈들부터 쓸어버려야겠군

수십 명의 복면인이 땅속에서 솟구쳤다. 헌터들은 당황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헌터들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을 때 한 사람만은 발아래를 보고 있었다.

“전부 뛰어요!”

이상한 낌새를 느낀 강주혁이 외쳤다.

몇몇 헌터들은 곧바로 제자리에서 점프했지만 몇몇은 반응이 느렸다.

챙! 캉!

뛰어오른 헌터들은 공중에 떠 있는 블랙 헌터들과 합을 나누었다.

콰쾅!

땅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흙이 뒤집어지면서 땅에서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땅에 묻어놓은 룬 폭탄들이 일제히 터진 것이다.

“으아아악!”

미처 점프를 하지 못한 헌터들은 폭발에 휩쓸리거나 갑자기 허물어진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귀화초 잎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이 붙은 잎들은 정말로 불에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척!

폭발을 피했던 헌터들과 블랙 헌터들이 동시에 난장판이 된 땅에 착지했다. 지반이 상당히 불안정해서 발이 푹푹 꺼졌다.

챙! 캉!

그들은 곧장 난전을 벌였다. 머릿수도 블랙 헌터가 세 배는 많았고 평균 실력도 블랙 헌터 쪽이 나은 것 같았다.

‘덫이군.’

헌터들의 목표는 토벌이 아니라 조사였다.

인피면구를 만드는 곳을 공격했을 때처럼 적들이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면 진즉 임원들이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근거가 없었기에 임원이 아니라 평사원들만 동원되었다. 각 공략부에서 에이스로 꼽히는 자들이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전투력도 임원에 미치지 못했다.

‘어디서 정보가 샌 거지?’

블랙 헌터들은 한태성이 입을 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오늘 조사팀이 여기로 온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은 이놈들부터 처리한다.’

강주혁은 블랙 헌터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면서 닥치는 대로 적을 베어나갔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들 부장 정도의 실력자는 되는 것 같았다.

서걱!

“크악!”

하지만 강주혁을 상대로는 한 합도 버티지 못했다.

펑!

“억!”

게다가 멸마검에는 강주혁도 알지 못하던 효과가 있었다. 날에 스치기만 해도 블랙 헌터들의 살점이 터져버린 것이다.

강주혁의 공격을 빗맞아서 목숨을 건질 뻔했던 블랙 헌터도 이어지는 폭발로 인해 상처 부위가 터져나가면서 절명하고 말았다.

캉! 쩌적!

“으악!”

심지어 공격을 방어했는데도 뒤에 있던 살이 찢겨져 나가면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로 마(魔)를 멸하는 검이었군.’

아마도 장철준은 악마종 몬스터를 사냥할 때 쓰라고 만들어준 것 같은데 비슷한 기운을 가진 블랙 헌터들에게도 그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강주혁은 부장급의 실력자들을 고블린마냥 학살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동료들이었다.

푹!

“끄억!”

협공을 당한 관리국 헌터가 피를 뿜으면서 쓰러졌다.

나름 실력 있는 자들이었으나 자기들과 비슷한 수준의 강자들이 세 배나 많으니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서걱!

“컥!”

“죽어! 이 새끼들아!”

나머지 헌터들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블랙 헌터들을 압도하고 있는 사람은 강당에서 강주혁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던 젊은 헌터한 사람뿐이었다.

쉬익! 캉!

“큭!”

하지만 그 헌터마저도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을 막다가 비틀거렸다.

정체불명의 고수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저격을 하고 있었다.

“후퇴! 후퇴하라!”

운 좋게 살아남은 최도준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하지만 이 탁 트인 평야에서 달아나봤자 전장만 달라질 뿐이다. 땅도 좀 전의 폭발로 엉망이 되어서 달리기도 어려웠다.

‘한번 해보자.’

강주혁은 권대호와의 특훈을 통해 발전시킨 기술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콰르르.

강주혁은 오랜만에 주작삼편검을 전개했다. 검을 따라 세 줄기의 화염이 솟구쳤다.

“신마존(新魔尊)이시다!”

“마존이시여! 검을 거두소서!”

“우리는 당신의 종복입니다!”

강주혁이 기술을 전개하자 갑자기 블랙 헌터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잔머리를…….’

관리국 헌터들이 있는 상황에서 저런 얘기를 하면 강주혁이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증거라고는 블랙 헌터들의 말뿐이지만 최도준은 그런 걸로 트집을 잡고도 남을 인간이다. 블랙 헌터들도 그걸 노리고 저러는 것이다.

“닥쳐라! 이 쓰레기들아! 언제 봤다고 아는 척이야!”

강주혁은 화염 채찍을 휘둘러 블랙 헌터들을 불태웠다.

“으아아악!”

“마존께서 다치시면 안 된다!”

“교주님의 명령이다! 공격하지 마라!”

어차피 막지도 못하면서 블랙 헌터들은 강주혁을 일부러 공격하지 않는 척을 했다. 불에 타 죽으면서도 그러는 게 참으로 용했다.

“헌터들을 죽여라!”

“관리국 놈들을 척살해라!”

블랙 헌터들은 의도적으로 강주혁과 거리를 벌리면서 다른 헌터들을 공격했다.

강주혁은 그들에게 화염 채찍을 휘둘렀다.

콰르르!

원래는 전방을 불바다로 만드는 광역 공격 기술. 당연히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내공과 끝없는 수련으로 강주혁은 화염 줄기 하나하나를 아주 미세한 수준으로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으아악!”

그래서 엉겨 붙어서 난전을 벌이고 있는 무리에서 블랙 헌터들만 골라서 타격할 수 있었다.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 덕분에 헌터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콰르르!

블랙 헌터들의 의도적인 무시로 인해 날뛸 수 있게 된 강주혁은 뱀의 혓바닥처럼 넘실거리는 불로 적들을 일방적으로 소각해갔다.

“후퇴하라!”

블랙 헌터들 중 절반 정도 숯덩이가 되자 남아 있는 자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강주혁은 가까이에 있는 자들만 처리한 후 기술을 거두었다. 보이지 않는 저격수도 공격을 중단한 것 같았다.

“공격해! 안 죽이고 뭐 하는 거야!”

최도준이 강주혁에게 고함을 질렀다.

강주혁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급한 문제가 있었다.

“부상자를 돌보는 게 우선입니다.”

“너 이 새끼 블랙 헌터지! 한 놈이라도 생포해야할 거 아니야!”

강주혁은 어이가 없었다.

후퇴도 못 하고 몰살당할 처지에 있는 걸 구해줬더니 저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뒈지고 싶으면 계속 지껄여 봐라.”

강주혁은 살기를 드러내면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관리국의 젊은 고수가 강주혁을 막아섰다.

“부장님께서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강주혁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김 주무관?”

“부장님도 그만하시죠.”

김 주무관이 한마디 하자 최도준도 머쓱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으으으.”

곳곳에서 부상자들이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강주혁은 서둘러 부상자들에게 달려갔다.

* * *

강주혁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부상을 입은 사람이 여섯 명이나 되었다.

S급 힐러가 없었던 터라 현장에서 상처를 완전히 낫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일행은 부상자의 치료를 위해 작전을 중단하고 복귀했다.

다른 공략팀의 상황은 더 나빴다.

은성공략 쪽 지역에 투입된 팀에서는 다섯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한준공략 쪽 헌터들은 전멸했다. 미개척 지역도 아니고, 엄연히 공략회사가 관리하는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헌터 업계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언론도 이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국 전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주혁은 참고인 신분으로 헌터 관리국에 불려가야 했다. 취조실에는 예상대로 최도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 부장 자리는 꽤 한가한 모양입니다. 일선에서 싸우기도 하고, 이렇게 직접 조사도 하시고요. 우리 공략부 부장님은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리시는데.”

강주혁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빈정거렸다.

“왜 불려온 건지는 알죠?”

“블랙 헌터 놈들이 교전 중에 보였던 반응 때문인 것 같은데 난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당신 인생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최도준은 한껏 무게를 잡으면서 말했다. 강주혁은 그 모습이 가소로워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블랙 헌터에 대해서 아는 건 전부 불어요.”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입니다. 대답을 하든 말든 그건 내 자유예요. 그리고 뭘 아는 게 있어야 불든가 하죠.”

“블랙 헌터들이 당신을 새로운 마존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게 설명할 셈이오?”

“어떤 사람이 부장님을 쓰레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걸 부장님이 설명해야 합니까?”

“뭐?”

“같은 논리입니다. 그놈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든 간에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고요. 그놈들이 할아버지 때문에 나를 무슨 우두머리로 추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일절 관심 없습니다. 이미 이 바닥에서 수백억을 벌어들이면서 떵떵거리고 있는데 미쳤다고 그놈들이랑 어울립니까?”

“당신 조부는 그렇게 했죠.”

“할아버지가 그렇게 했다고 저도 그렇게 한다고요?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연좌제를 적용합니까?”

“당신이 조부의 검술을 계승했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습니까?”

“할아버지가 악명을 떨쳤던 그 검술이 아니라 그 후에 창안한 검술을 쓰고 있는 겁니다. 할아버지가 예전에 쓰던 검술은 나도 제대로 쓸 줄 모릅니다.”

경산마존은 무극검을 남발했지만 강주혁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백 번 양보해서 그놈들이랑 내가 한통속이라고 칩시다. 미쳤다고 거기서 그렇게 아는 척을 합니까? 그놈들이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강주혁 씨가 한번 말해 봐요. 이유가 뭐일 것 같습니까?”

최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려 보였다.

‘이 새끼는 진짜 안 되겠군.’

최도준이 보낸 암시의 뜻을 알게 된 강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저 인간은 강주혁이 블랙 헌터의 두령이 될 건지 말 건지는 상관이 없었다. 목적은 다른 곳에 있으니까.

강주혁은 태원공략의 핵심 인력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주혁을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최도준은 논리도 증거도 없이 강주혁을 계속해서 귀찮게 하면서 태원공략에게 뭔가를 뜯어낼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강주혁 개인에게 뜯어내거나.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인간이니까.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리신 모양입니다.”

강주혁이 던전에서 뇌물 수수에 대한 암시를 했는데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 보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것 같았다.

아니면 스스로 점검을 해보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서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건지도 몰랐다. 회귀 전에도 거의 10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까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최도준은 암시만 해놓고서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겁니다.”

헌터 관리국이 제공해 줄 수 있는 특혜에 혹해서 몰래 돈을 갖다 바치는 공략회사들도 많다. 하지만 태원공략은 아니었다.

신태원은 이런 쪽으로는 꽤 깨끗한 사람이었다. 청렴한 사람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정권의 개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어서 그렇다.

태원공략뿐만이 아니라 신광공략이나 대현공략 같은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헌터 관리국에 협력하되 그들이 자신들보다 위에 있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헌터 관리국도 그런 콧대 높은 공략회사들은 조심했다.

실제로 최도준과 더러운 거래를 했던 공략회사들은 죄다 대형공략회사들 중에서도 급이 떨어지는 곳들이었다.

“두고 보면 알겠죠.”

“더 이상 할 말이 없군요. 다음부터는 이딴 일로 부르지 마십시오.”

강주혁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복잡하네.’

관리국 건물에서 나와 회사로 돌아가면서 강주혁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헌터 관리국이 정말로 블랙 헌터를 타도할 의지가 있다면 신대성이 블랙 헌터들과 내통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대성과 헌터 관리국의 관계가 정확하게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신대성이 강 씨 집안에 저지른 일을 헌터 관리국이 알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정부의 정보력이라면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했으니까. 하지만 그랬다면 신대성이 묵인의 대가로 정부에게 뭔가를 지불했어야한다.

하지만 태원공략에게서 뭔가를 뜯어내고 싶어 하는 최도준을 보면 지금까지 태원공략 쪽 사람들과 거래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최도준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지.’

최도준이 헌터 관리국의 실세가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신대성이 강 씨 집안을 망하게 한 건 그보다 오래전 일이다.

어쩌면 최도준은 겉보기와는 달리 헌터 관리국의 극비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놈들부터 쓸어버려야겠군.’

블랙 헌터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낙인이 찍혀 있는 강주혁은 계속해서 귀찮은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강주혁이 직접 나서서 블랙 헌터들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방해만 되는 최도준도 처리하기로 했다. 몇 년 있으면 알아서 몰락할 인간이지만 그동안 끼칠 해악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날려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회귀 전의 기억을 이용한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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