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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43화 (143/202)

143화 모두 무사합니다

펄럭!

서큐버스 여왕이 날개를 활짝 펴면서 날아올랐다. 체구는 일반 서큐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날개는 훨씬 더 컸다.

안 그래도 어둑어둑하던 대전에 날개의 그림자로 인해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캬아!

절그럭. 절그럭.

여왕이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내자 레드 아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팀장님이 서큐버스를 맡아주세요.”

“알겠어요.”

강주혁이 명령을 내렸다.

그가 기억하기에 서큐버스 여왕은 보스 몬스터치고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레드 아머들을 빼고 본다면 오히려 데몬과 싸우기 직전에 만났던 서큐버스가 더 까다로웠다.

지금 서큐버스 여왕은 서큐버스를 진짜 위협적인 몬스터로 만들어주는 매혹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큐버스가 매혹을 써서 완전한 노예로 만들 수 있는 개체는 그 수가 한정적이다. 그 개체가 강할수록 수는 더 줄어든다. 노예화에 필요한 정신력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규칙은 서큐버스 여왕에게도 해당이 된다. 여왕은 대형 공략회사의 최정예 헌터를 열 명 넘게 노예로 부리고 있다.

그래서 일행에게 매혹을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안 되는 것이다. 이 말은 그만큼 레드 아머들이 위협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팡!

안다정이 내공이 실린 화살을 서큐버스 여왕에게 날렸다.

펑!

크악!

화살에 맞은 여왕이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거렸다. 화살이 꽂히지는 않았지만 폭발하면서 피해를 입힌 것이다.

서큐버스가 가진 기동성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레드 아머에 대한 정신지배에 정신이 팔려서 움직임이 느려진 것 같았다.

크아아아!

안다정이 서큐버스 여왕을 견제하는 동안 강주혁과 신유정은 레드 아머들과의 교전에 들어갔다.

붕!

강주혁의 대검이 선두에 선 레드 아머의 머리를 노렸다.

캉!

목을 벨 것처럼 횡으로 검을 휘두르다가 머리에 닿는 순간, 손목을 틀어서 검을 종으로 들어 올렸다.

검에 걸린 투구가 벗겨졌다. 예상대로 퀭한 눈의 헌터가 얼굴을 드러냈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헌터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그런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레드 아머에게 둘러싸인 신유정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대검으로 상대의 투구를 벗기고 기절만 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대검보다 다루기 쉬운 단검으로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캉!

“저리 좀 가요!”

신유정은 강주혁이 말한 대로 레드 아머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으나 본인이 안 죽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버티기만 하세요.”

최정예 헌터들이라고 해서 모두 고수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중에서도 신유정보다 강한 헌터는 몇 명 안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머릿수와 정신지배를 받으면서 강화된 힘이 있었다. 그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건 그녀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캉!

“크억!”

하지만 신유정이 몇몇 레드 아머를 묶어놓은 덕분에 강주혁은 나머지 레드 아머들을 무력화시키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안 팀장님! 조심!”

강주혁은 레드 아머들과 싸우면서도 여왕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걸 잊지 않았다.

쏴아아아!

서큐버스 여왕이 붉은 마력탄을 쏘아댔다.

목표는 당연히 자신을 직접 타격하는 안다정이었다.

안다정은 강주혁이 미리 경고해 준 덕분에 제때 옆으로 몸을 날릴 수 있었다.

콰쾅!

마력탄이 떨어진 곳에서 바닥이 파헤쳐졌다.

슉! 슉! 슉!

마력탄을 피해낸 안다정이 연달아 화살을 날렸다.

펑!

“크악!

그중 하나가 서큐버스 여왕에게 적중했다.

여왕은 레드 아머들을 움직여 후방에서 자신을 저격하는 안다정을 노렸으나 강주혁과 신유정을 뚫지 못했다.

펄럭!

정신지배와 마력탄만으로는 전투를 풀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서큐버스 여왕이 갑자기 신유정에게로 날아갔다.

꺄아아!

레드 아머와 싸우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신유정을 덮쳐 날개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

“신 부장님!”

강주혁은 신유정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레드 아머들은 몸을 던져가며 강주혁을 저지했다.

‘젠장!’

이종정 차장의 경우, 상대를 죽이기보다는 자신의 신변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눈앞의 레드 아머들은 달랐다. 그들은 강주혁의 대검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서큐버스 여왕이 일행의 목적이 레드 아머의 척살이 아니라 구조라는 것을 알고 그런 식으로 행동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죽이고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헌터들의 목숨이 걸려있었기에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가앙…… 주우…… 혀억.”

서큐버스 여왕이 펼쳤던 날개를 접자 눈이 풀려버린 신유정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강주혁이 레드 아머에게 발이 묶인 동안 신유정은 서큐버스 여왕에게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것이다.

‘일이 꼬이네.’

그동안 강주혁은 세 사람을 기절시켰다.

서큐버스 여왕은 그 세 명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는 대신 그렇게 해서 생긴 여력으로 신유정을 지배한 것이다.

“안 팀장님.”

“네.”

“서큐버스를 한 방에 보낼 수 있을까요?”

레드 아머를 하나씩 해방시킨 후 서큐버스 여왕을 공격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여유가 생기면 여왕이 다른 사람에게 매혹을 걸 테니까.

“가능해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제가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간에 서큐버스 여왕만 노리세요.”

“알겠어요.”

강주혁은 레드 아머와 신유정에게 덤벼들었다. 서큐버스 여왕은 다시금 날아올라서 거리를 벌렸다.

강주혁은 열 명의 적에게 둘러싸였다.

붕! 퍽!

끄억!

정교한 공격으로 상대를 기절시키기 어려운 상황. 강주혁은 검면으로 적을 쳐내는 데 집중했다.

파지직!

신유정이 전격에 휩싸인 검을 들고 덤벼들었다. 눈에는 살기가 등등했다.

챙! 캉!

강주혁은 신유정을 두 수 아래의 상대로 생각했는데 막상 싸워보니까 가지고 놀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차라리 잘 됐군.’

등 뒤에서 강렬한 마력이 느껴졌다. 안다정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큐버스 여왕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파지직!

강주혁은 자신을 공격하는 레드 아머와 신유정을 무시한 채 검에 뇌기를 모아 서큐버스 여왕에게 청룡연뇌격을 날렸다.

크악!

안다정에게 마력탄을 날리려고 하던 서큐버스 여왕은 갑자기 닥쳐온 번개를 맞고는 비틀거렸다.

하지만 예상대로 완전히 날개를 꺾지는 못했다.

서걱!

신유정이 그 틈을 노리고 강주혁의 허벅지를 베었다.

“윽!”

공격을 예상하고 있던 강주혁은 미리 예상되는 피격 부위에 내공을 집중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공격을 받아냈다. 내공이 부족하던 시절, 김태현과 대련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최선의 방법은 백호금강갑을 사용해 피해를 없애는 것이지만 내공이 부족했다. 무극검의 사용 후 미노타우로스 왕에게 흡수했던 내공은 청룡연뇌격을 사용하면서 거의 다 소진해버렸다. 남아있는 내공으로 공격을 버티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강주혁은 일부러 큰 피해를 입은 척하면서 비틀거렸다. 레드 아머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방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캉!

“윽!”

강주혁은 틈을 보이되 완전히 무너질 정도는 아닌, 그 미묘한 경계에서 위태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철저히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

서큐버스 여왕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안다정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버티고 있는 강주혁.

안다정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서큐버스의 공격을 피해왔다. 어쩌면 지금 뜸을 들이고 있는 것도 함정일지 모른다. 반면에 강주혁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게다가 강주혁은 지금까지 서큐버스 여왕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준 건 아니지만 레드 아머를 야금야금 무력화시켜왔으니까. 만약 강주혁까지 매혹으로 사로잡는다면 안다정은 자연스레 무너질 것이다.

펄럭!

강주혁의 예상대로 서큐버스 여왕이 갑자기 날개를 접으면서 급강하했다. 그리고 강주혁을 덮쳤다.

푹!

서큐버스가 날개에 달린 발톱으로 강주혁의 어깨를 찍었다. 통증에도 불구하고 강주혁은 씩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서큐버스의 목을 틀어쥐었다.

“지금이에요!”

펑!

강주혁의 외침과 동시에 뒤쪽에서 엄청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화살을 매개로 뿜어져 나온 내공의 격류가 황금빛 용의 형상으로 변해 강주혁 바로 위로 지나갔다.

끼야아악!

황금빛 용이 빙글빙글 돌면서 서큐버스 여왕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강주혁은 재빨리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뺐지만 손에 경미한 화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서큐버스의 육신이 산산이 찢겨져 나갔다. 용이 완전히 지나간 자리에는 그녀의 잔해만이 남아 있었다.

푹!

강주혁은 어깨에 박혀 있던 발톱을 뽑아내어서 바닥에 버렸다. 몸뚱이가 소멸하면서 남겨진 날개는 꼭 부러진 우산처럼 보였다.

서큐버스 여왕이 소멸하자 레드 아머도 신유정도 움직임을 완전히 멈춰버렸다.

“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신유정이었다.

“강 팀장님? 안 팀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끝났어요.”

“진짜요? 아악!”

신유정이 인상을 쓰면서 머리를 움켜잡았다. 정신지배의 후유증으로 두통이 생긴 것이다.

쿵!

거의 10년 가까이 잡혀 있었던 레드 아머들의 상태가 더 심했다.

그들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전부 주저앉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들이 입고 있던 갑옷의 색깔도 점차 옅어지면서 원래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멋진 기술이었습니다. 누구한테 배우신 거예요? 족보가 있는 기술 같은데.”

강주혁은 안다정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면서 물었다.

“엄마에게 배웠어요.”

안다정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면서 답했다. 좀 전의 기술에 전력을 쏟아부은 것인지 무척 지쳐 보였다.

“네? 어머님은 헌터가 아니시지 않나요?”

“아, 농담이에요.”

당황한 안다정이 손을 저으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거 있으면 진즉 좀 쓰지 그러셨어요.”

“봐서 알겠지만 고정된 대상이 아니면 맞추기 어려워요. 강 팀장님이 아니었으면 내공만 날렸을 거예요. 어깨 상처는 어때요?”

“깊지 않아요. 견딜 만합니다.”

강주혁은 치유 물약을 이용해 늦기 전에 어깨와 손의 상처를 치유했다.

“부장님은 좀 괜찮아요?”

안다정이 신유정에게 물었다.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아요. 혹시 저 서큐버스에게 당한 건가요?”

“네. 서큐버스에게 정신지배를 당하셨어요.”

“못 볼 꼴을 보였군요. 면목 없어요.”

“서큐버스랑 싸우면 자주 있는 일이잖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으, 으음…….”

그때, 헌터들 중 한 명이 정신을 차렸다. 강주혁이 그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강주혁은 헌터의 투구를 벗겼다.

“당신들은 구조팀인가요?”

초췌한 얼굴의 헌터가 강주혁에게 물었다. 눈을 뜨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네.”

“동료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모두 무사합니다.”

10년 전에 무사 귀환한 사람이 유한길을 포함한 세 명이었다. 여기에 열두 명이 있으니 전원이 살아남았다.

물론, 열두 명에게는 기억도 없이 10년의 세월이 지나가 버렸지만.

“부장님! 팀장님!”

그때, 통로 쪽에서 김정현과 유한길이 이정종 차장을 부축하면서 걸어왔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던 김정현은 멀쩡한 상태로 걷고 있었다. 이정종 차장의 솜씨인 것 같았다.

“김 팀장님!”

신유정이 달려가서 김정현에게 와락 안겼다.

“다들 미안합니다. 방심하고 말았네요.”

김정현이 씩 웃으면서 답했다. 강주혁과 안다정도 그의 생환을 축하했다.

“한 대리!”

“부, 부장님!”

유한길이 정신을 차린 헌터를 발견했다.

“이 차장님은 제가 대신 부축하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강주혁은 유한길을 대신해서 이정종을 부축했다.

“고맙습니다.”

유한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정신을 차린 헌터에게 달려갔다. 강주혁은 그를 대신해서 이정종을 부축했다.

“유 부장님 아, 이제 팀장님이라고 했죠. 유 팀장님께 얘기 전부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정종이 강주혁에게 물었다.

“감사는 여기 계시는 안 팀장님께 하시면 됩니다. 서큐버스 여왕을 잡은 분입니다.”

강주혁은 공을 안다정에게 넘겼다.

“이 차장님을 살린 건 강 팀장님이죠. 강 팀장님이 아니었다면 헌터인 줄도 모르고 공격했을 거예요.”

안다정은 오히려 공을 강주혁에 넘겼다.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정종은 그저 감격스러워했다.

강주혁은 이정종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겪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다.

‘다행이군.’

강주혁은 그저 회귀 전보다 몇 년 일찍 이들을 구출해냈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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