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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41화 (141/202)

141화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궁의 중심부는 다른 곳과는 달리 탁 트인 홀이었다. 미노타우로스 같은 중대형 몬스터들과 싸우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S급에 육박하는 몬스터들이 수십 마리나 있으니 그런 장점조차 무색해졌다.

게다가 보스인 미노타우로스 왕이 풍기는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왕이 함성을 내지르자 강주혁을 보고 달아나기만 하던 열댓 마리의 미노타우로스들도 전의를 되찾고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망했다.”

“상황이 안 좋은데요.”

일대일로 간신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떼거지로 덤벼들자 일행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어떡하죠?”

리더인 신유정도 적절한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관록이 있는 유한길도 마찬가지였다.

“보셔서 알겠지만, 저놈들은 은근히 겁이 많습니다.”

강주혁이 말했다.

“그래서요?”

“보스만 잡으면 다시 달아날 겁니다.”

“보스를 잡아요?”

“따라오지 말고 그냥 여기서 버티세요. 안 팀장님, 후방 지원 부탁드립니다.”

“네?”

강주혁은 화들짝 놀래는 안다정을 남겨놓고는 혼자 앞으로 튀어나갔다.

“강 팀장님!”

신유정은 소리를 질렀으나 강주혁은 멈추지 않았다.

우우우!

일행을 향해 몰려드는 미노타우로스들이 강주혁을 노리고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가 정수리에 닿기 직전, 강주혁은 준비해뒀던 기술을 사용했다.

‘백호맹돌격.’

강주혁의 신형은 순간적으로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쾅!

도끼는 강주혁이 서 있던 자리를 찍자 불꽃이 번쩍이면서 부서진 돌들이 솟구쳤다.

도끼의 뒤에서 다시 튀어나온 강주혁은 가장 앞에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정강이를 몸으로 들이박았다.

방패 없이 사용해서 공격력은 강하지 못했지만 상대를 넘어뜨리기에는 충분했다.

쿠어어!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다리가 부러졌는지 정강이를 잡고 울부짖었다.

쓰러진 건 한 마리가 아니었다. 강주혁이 달려가는 경로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들은 모두 몸이 뒤집어지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쿵!

우어!

뒤따르던 미노타우로스는 앞에서 쓰러진 동료에 걸려서 넘어졌다. 기세 좋게 돌진해 오던 미노타우로스 무리는 자기들끼리 엉키면서 난장판을 만들어냈다.

강주혁은 그들을 돌파한 후 곧장 왕에게 돌진해왔다. 왕을 호위하던 미노타우로스들이 강주혁을 막아섰다.

일행을 공격하려던 미노타우로스들 중 일부도 진로를 틀어서 강주혁을 노렸다.

퍽!

꾸어어!

강주혁 앞을 막아서던 미노타우로스가 자신의 눈을 잡고 쓰러졌다. 안다정이 쏜 화살이 눈에 꽂힌 것이다.

덕분에 강주혁은 호위병을 상대하지 않고 왕에게 이를 수 있었다.

우우우우!

미노타우로스 왕이 격노를 터뜨리면서 도끼를 휘둘렀다.

막기에는 지나치게 강하고 피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른 공격. 미궁 안에서 싸웠던 부하들이 휘두른 도끼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휙!

도끼날이 닫기 직전, 강주혁은 귀멸축공보를 이용해 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했기에 내공 소모는 크지 않았다.

미노타우로스 왕의 품으로 파고들어 간 강주혁은 대검을 휘둘러 복부를 가격했다. 그리고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오랫동안 봉인하다시피 한 궁극의 기술을 사용했다.

‘무극검.’

대검의 칼날이 복부를 감싸고 있는 갑주에 닿았다. 미노타우로스 왕은 검이 갑주를 뚫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갑주는 두껍고 튼튼해 보였다.

칼날이 갑주의 표면에 닿는 지점, 바로 그곳에 강주혁이 가진 모든 내공이 모두 모였다.

쾅!

하나의 지점에 모여든 엄청난 양의 내공이 동시에 폭발을 일으켰다.

푸아악!

미노타우로스 왕의 몸이 한순간에 터져나갔다.

바로 앞에 있던 강주혁은 또 한 번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말았다. 이번에는 피할 수도 없었다. 피가 사방으로 비산했으니까.

캉!

왕이 들고 있던 도끼가 바닥에 떨어졌다.

전투의 소란이 사라지고 정적만이 감돌았다. 일행을 공격하던 미노타우로스들이 모든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왕이 있던 자리에는 왕이 없었다. 그의 육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약간의 살점과 갑주를 구성하던 쇳조각 몇 개만이 남겨져 있을 뿐. 왕이 디디고 선 자리에 넓고 깊은 피 웅덩이가 생겨났다.

우우?

미노타우로스들은 겁이 많다.

자기보다 약하거나 대등한 상대에게는 엄청난 투지를 보여주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목격하면 겁을 집어먹는다.

그리고 그들은 무시무시한 자신들의 왕이 단 일격에 피와 살점으로 해체되어 버리는 것을 목격했다. 강주혁이 굳이 리스크가 큰 무극검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우우우!

미노타우로스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행들이 들어왔던 통로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격하지 말고 옆으로 빠져요!”

강주혁이 큰소리로 외쳤다.

일행은 그가 시키는 대로 입구를 막지 않고 옆으로 빠졌다. 예상대로 미노타우로스들은 일행을 지나쳐 미궁 속으로 달아났다.

“괜찮아요?”

일행은 서둘러 강주혁에게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강주혁은 제단에서 받은 물의 힘을 이용해 머리와 얼굴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우리도 도와줄게요.”

일행도 물의 힘을 사용해서 강주혁의 샤워를 도왔다.

“고마워요. 훨씬 낫네요.”

피를 좀 씻어낸 강주혁은 바람을 이용해 물기를 말렸다.

“강 팀장님은 정말이지…….”

김정현은 강주혁의 무위를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거기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어요? 저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져서…….”

신유정은 리더로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걸 자책했다.

“헌터 생활 25년 동안 강 팀장님 같은 헌터는 처음 봤습니다.”

관록 있는 베테랑인 유한길도 강주혁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때 그 기술이죠?”

하지만 강주혁을 가장 잘 아는 안다정만큼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네.”

강주혁은 부정하지 않았다.

“너무 위험한 전략이었어요.”

안다정 역시 무극검이 내공을 모두 소진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늘 그렇죠.”

“그래도요. 만약 미노타우로스들이 도망가지 않았다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안다정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강주혁에게 핀잔을 줬다.

만약 부하들이 왕의 복수를 위해서 오히려 더 투지를 불태웠다면? 내공이 소진된 상태로 S급 몬스터에게 둘러싸여 있던 강주혁은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노타우로스의 습성상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알아요. 그냥 강 팀장님이 매사에 모든 걸 다 떠맡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래요. 우리도 강 팀장님만큼 판단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지만, 기본적으로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어요. 때로는 좀 힘들어도 위험을 분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강주혁은 안다정이 자신을 걱정해서 잔소리를 한다는 걸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합니다.”

“아, 아니에요. 강 팀장님이 사과할 일이 아닌데…… 미안해요. 괜한 소리를 해서.”

강주혁이 사과를 하자 안다정이 오히려 당혹스러워했다.

쿵!

그때,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떨려왔다.

“뭐죠?”

“미노타우로스 발자국 소리는 아닙니다.”

일행은 주변을 둘러봤다.

쿵! 쿵!

계속해서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주혁은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벽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잘 보세요.”

일행은 강주혁의 말대로 주변을 둘러봤다.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벽들이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쿠르릉.

일행이 들어왔던 통로도 바닥에서 솟아오른 벽으로 인해 막혀버렸다.

“뭐, 뭐죠?”

“부비트랩 같군요.”

“이게 그거죠? 벽 사이에 끼어서 죽는…….”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렇게 되겠죠.”

지금 일행이 있는, 미노타우로스 왕이 머물렀던 이곳은 위에서 봤을 때 정사각형이다.

그런데 지금 통로가 있는 면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저 벽이 끝까지 움직이면 일행은 두 벽 사이에 껴서 몸이 터져나갈 것이다.

“통로를 찾아보죠.”

일행은 흩어져서 탐색을 시작했다. 강주혁은 미노타우로스 왕이 서 있던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들 여기 좀 보세요.”

일행이 강주혁 주위로 모였다.

돌바닥의 한복판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었다. 안에는 모래가 가득했다. 주변부에는 룬 문자가 동그랗게 적혀 있었다.

“룬 문자?”

“길을 찾은 자는 답을 안다. 답을 쓰면 열릴 것이다.”

“수수께끼군요.”

“길을 찾은 자? 무슨 뜻일까요?”

일행은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강주혁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 이 수수께끼를 푼 장본인이었으니까.

강주혁은 일행의 추리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우리가 미궁에서 길을 찾았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미노타우로스 녀석들을 쫓아온 거지만 어쨌든 미궁을 무사히 돌파하긴 했죠.”

“그럼 우리가 답을 안다는 얘기잖아요.”

“……그렇죠?”

“답이 뭘까요?”

“소?”

미노타우로스를 뜻하는 룬 문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근접한 단어는 소밖에 없었다.

“에이, 설마.”

“오답을 쓴다고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도 없으니 한번 해볼까요?”

“근데 어디다 써요?”

“모래판?”

“한번 써 봐요.”

김정현이 손가락으로 모래에다가 소를 뜻하는 룬 문자를 썼다.

“그렇게 하는 거 맞아요?”

신유정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모래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글자가 사라졌다.

“된 건가?”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순간에도 벽은 계속해서 일행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다 쓰는 건 맞지만 정답은 아닌 것 같군요.”

일행은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지만, 답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미궁은 어때요?”

안다정이 말했다.

“미궁이요?”

“미궁과 미로를 뜻하는 룬 문자가 있어요.”

“한번 해봐요.”

안다정도 시도를 해봤으나 이번에도 모래판은 붉은빛을 뿜으면서 글자를 지워버렸다.

“용암은 어떻습니까? 미궁 바깥이 전부 용암이니까.”

유한길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답이었다.

“불은 어떨까요?”

신유정도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 외에도 화산, 마석, 뜨거움, 빨강을 뜻하는 단어를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

“어떡하죠?”

“거의 다 왔는데…….”

“미치겠네.”

일행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서 아등바등하는 사이, 벽은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벽 사이에 끼어서 으깨져 버릴 것이다.

“강 팀장님은 뭐 하는 거예요?”

신유정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강주혁은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혼자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도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보세요.”

강주혁이 자신이 완성한 지도를 보여주었다. 미노타우로스와 조우하기 전까지 그린 부분에다가 미노타우로스를 추격하면서 이곳까지 온 경로를 더했다.

“그건 또 언제 기억한 거예요?”

강주혁은 미노타우로스를 추격하는 동안 지나쳐온 갈림길을 전부 외워서 미궁의 대략적인 지도를 완성해놓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우리가 걸어온 경로를 보세요.”

지도에는 미궁의 입구에서 중심부까지 오는 길이 표시되어있었다.

“……꼭 룬 문자 같네요.”

안다정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에 이르는 경로는 룬 문자의 획을 연상시켰다.

“길을 찾은 자는 정답을 안다. 그리고 이 문자는 쾌락을 뜻하죠.”

“쾌락? 조금 뜬금없는 것 같은데요.”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시간 없습니다! 거의 다 왔어요!”

“어서 한번 써 봐요.”

강주혁은 모래판 위에다가 쾌락을 뜻하는 룬 문자를 썼다. 이번에는 모래판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솟구쳤다.

철컹!

모래판 바로 뒤에 있는 바닥이 열리면서 계단이 나타났다. 벽은 계속해서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강 팀장님은 천재예요.”

일행은 강주혁을 쳐다봤다.

“이거 제가 풀었다고 꼭 보고서에 써주세요. 어서 갑시다.”

강주혁은 무덤덤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갔다. 일행은 그를 따라서 계단 아래로 들어갔다.

쿠구구!

일행이 계단 아래로 내려오는 즉시, 움직이는 벽에 의해 통로가 막혀버렸다.

“아슬아슬했네요.”

“돌아가는 길이…….”

“다른 곳에 출구가 있을 겁니다. 저게 다시 밀려날 수도 있고요.”

강주혁은 불안해하는 일행을 안심시켰다.

“일단은 내려가 볼까요?”

“그러죠.”

“뭐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세요.”

일행은 경계태세를 취한 채로 계단을 끝까지 내려갔다. 어두침침한 통로가 나타났다.

강주혁의 기억에 따르면, 이 계단은 보스가 있는 방으로 이어져 있다.

일행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푹!

“어?”

섬뜩한 느낌이 강주혁의 뒤통수를 훑고 지나갔다. 강주혁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일행의 후미에 있던 김정현이 멈춰 서 있었다.

“왜 그래요?”

“조, 조심…….”

김정현이 아래를 보면서 말했다.

“김 팀장님!”

그의 배에서 길쭉한 창이 튀어나와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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