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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34화 (134/202)

134화 존경하는 팀원 여러분

“종수 형을요? 왜요?”

김종수를 감시해달라는 강주혁의 부탁에 윤정석은 당연하게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 회사에서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일이요?”

“제가 합동 공략 때 블랙 헌터들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게 물리쳤지만 꽤 위험한 상황을 겪었죠.”

“블랙헌터가 요즘도 있나요? 다 없어진 거 아니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것처럼 윤정석에게도 블랙헌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번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항상 여기저기에 암약하고 있었죠. 아마 우리 회사 내에도 한두 명 정도 숨어있을 겁니다.”

“저는 전부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저도 한때는 그랬는데 직접 만나 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전쟁을 직접 겪어보신 분들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시고요.”

“그것 때문에 종수 형을 감시해달라고 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제 생각에 김종수 씨가 블랙 헌터랑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블랙 헌터를 추종할 뿐이잖아요. 종수 형도 뭘 알고 그러는 건 아닐 겁니다.”

“아니요. 김종수는 꽤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정석 씨는 종수 씨 별호인 경산마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나요?”

“재야의 은둔 고수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종수 씨가 역대 최강의 헌터였다는 얘기는 안 하던가요?”

“했죠.”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뭐를요?”

“그렇게 강한 헌터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요. 우리 회장님은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경산마존이 그렇게 강하다면 당연히 그 정도로 유명해야 하죠.”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저는 그냥 도시 전설 같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친구들도 그렇고요.”

윤정석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답했다.

“경산마존이 이름값에 비해 아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록을 말살했기 때문입니다.”

“네?”

윤정석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만큼 위험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은 50명도 안 될 겁니다.”

“팀장님은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강주혁은 잠시 생각했다.

굳이 윤정석에게까지 출신성분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높으신 분들이 알려주셨죠. 그분들 중에는 경산마존이랑 싸워본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강했나요?”

“역대 최강이란 평은 맞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최근에 블랙 헌터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활동이요?”

“저를 습격한 블랙 헌터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때 제가 한 명을 생포해서 심문했는데 광야에 근거지 몇 개를 만들어놨다고 하더군요. 최근에 임원들이랑 들어갔던 공략도 몬스터가 아니라 블랙 헌터들을 토벌하러 들어간 거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유덕현 부장님 정도 되는 실력자가 수십 명씩 몰려다니더군요. 평균적인 공략팀은 교전 즉시 몰살당할 겁니다. 이제 광야에서 걱정해야 할 건 몬스터들뿐만이 아닙니다.”

“심각하긴 하네요.”

“아마 조만간 공론화가 될 겁니다. 제가 궁금한 건 블랙 헌터들이 어디서 그렇게 많이 생겼냐는 겁니다. 예전에 내전을 일으켰던 사람들은 전부 죽거나 감옥에 있습니다. 어디선가 인원을 공급받고 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수를 불리기 어렵죠.”

“그래서 저희 그룹을 의심하신 겁니까? 팀장님도 아시겠지만 다들 풋내기들이잖아요. 일종의 동호회 같은 거라고요.”

“제가 싸운 블랙 헌터들은 전부 나이에 비해 젊었습니다. 제 생각에 그들에게 실력을 단기간에 올려 줄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있다면 젊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부장급 실력자로 만들 수 있겠죠. 강해질 수만 있다면 부작용 같은 건 따지지 않는 게 블랙 헌터들의 특징이니까요.”

윤정석은 강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제일 의심스러운 사람이 팀장님입니다.”

“저도 제가 할 소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강주혁은 피식 웃어 보였다. 윤정석도 마주 웃었으나 몹시 씁쓸한 웃음이었다.

“팀장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연봉 1억 이상 주는 회사 다니면서 그런 범죄 집단에 가담할 인간은 없겠죠. 하지만 우리 같은 낙오자들이라면 혹할 수도 있겠네요.”

강주혁은 윤정석이 ‘우리’가 태원공략이 아니라 그룹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석 씨는 낙오자가 아닙니다.”

“저는 운 좋게 여기에 들어왔지만 동생들은 냉정하게 말해서 낙오자가 맞죠. 지금이야 어리니까 잘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나이를 먹어도 자기가 변변찮은 공략회사에도 못 들어가는 패배자라는 걸 알게 되겠죠.”

강주혁은 회사에서 보낸 몇 달이 윤정석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걸 알았다.

좋게 말하면 철이 들었고 안 좋게 말하면 때가 타버린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강해지게 해줄 테니까 조직에 들어오라고 하면 솔깃해할 겁니다.”

“그렇죠.”

윤정석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윤정석은 운을 뗐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강주혁은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했다.

“편하게 말해요.”

“그룹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 형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몇 년 동안 꽤 친하게 지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죠. 연락도 안 되고요. 그런 사람이 꽤 됐어요. 저는 그냥 먹고살기 힘들어져서 잠수를 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팀장님 말씀 들어보니까 좀 찝찝하긴 하네요.”

“종수 씨는 뭐래요?”

“자기도 모르겠대요.”

“정석 씨는 종수 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윤정석은 대답하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것과는 별개로 김종수에 대해서 많이 아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저랑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 제가 아는 건 딱 그 정도입니다.”

“이상하지 않아요? 종수 씨가 정석 씨보다 강하다면 대형공략회사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잖아요. 왜 그렇게 안 하는 걸까요?”

“그냥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그러면 다행이고요. 하지만 종수 씨는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을 알고 있어요. 심지어 겁도 없이 그 사람 행세를 하고 다니죠.”

“종수 형이 정말로 블랙 헌터일까요?”

“관계는 있겠지만 깊이 발을 담그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블랙 헌터라 하더라도 말단 중의 말단일 것이다. 강주혁을 알아보지도 못했으니까.

어쩌면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블랙헌터들을 돕고 있는지도 모른다.

“팀장님.”

“네?”

“팀장님은 저를 믿으세요?”

윤정석은 복잡한 얼굴로 물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팀장님과 함께 한 시간은 불과 몇 달이지만 종수 형이랑은 함께 한 건 7년이나 됩니다.”

강주혁의 말대로 김종수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강주혁은 회귀 전의 윤정석을 잘 알고 있었다. 거의 이십 년을 함께 한 사이니까. 그는 태원공략에 들어온 이후 1년도 안 되어서 그룹과의 관계를 청산했었다. 그리고는 전형적인 직장인 헌터가 되었다.

윤정석은 아웃사이더로 출발했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그런 기질이 남아 있었지만 블랙 헌터는 아니었다. 지금은 경계선에 서 있지만 결국엔 이쪽으로 넘어올 사람이다.

게다가 윤정석은 다른 헌터들처럼 강함을 추구한다. 그가 그룹에 몸담았던 것도 결국, 김종수의 강함 때문이다.

그런 김종수가 강주혁에게 손도 못 대보고 깨졌다. 윤정석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안 봐도 뻔했다.

“정석 씨에게 믿음을 얻으려면 저부터 믿어야죠. 신뢰라는 게 그렇습니다. 속기 싫어서 의심만 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죠.”

강주혁의 말에 윤정석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제 검술의 배경이 궁금하시다는 건 거짓말이었잖아요. 신뢰를 보여주겠다면서 거짓말을 하십니까?”

이번에는 강주혁이 난감해할 차례였다.

“궁금했던 건 사실입니다. 겸사겸사 간 거죠.”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씩 웃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얼굴을 고친 윤정석이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그룹 활동을 계속 열심히 해줘요. 저 때문에 어수선해진 분위기도 좀 잡아주고요. 그리고 저랑 회사를 욕해요.”

“……네.”

강주혁은 윤정석의 표정을 보고 그의 생각을 읽어냈다.

“지금까지도 많이 했나 보군요.”

“아, 아닙니다.”

“잘 됐군요. 계속 그렇게 해줘요.”

“진짜 아니라니까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하세요. 너무 티 나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종수 씨가 특별한 얘기를 하면 저한테 알려줘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팀장님.”

“네.”

“개인적인 부탁이라고 하셨잖아요.”

“네. 그랬죠.”

“팀장님은 저한테 뭘 해주실 수 있나요?”

“소정의 수고비, 체계적인 검술 교육.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요.”

윤정석은 강주혁을 위해서 프락치(?)가 되기로 했다.

* * *

공략 1부 사무실.

“큼큼.”

부장실을 다녀온 강주혁이 마른기침을 했다. 팀원들이 불길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존경하는 팀원 여러분.”

강주혁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안 돼요.”

공허진은 강주혁이 말하기도 전에 끊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왜 그래요? 끝까지 들어봐요.”

“또 혼자 다른 일 하러 가신다는 거겠죠.”

그렇다. 강주혁은 다음 마석 매장지를 찾으러 가야 했다.

신광공략에서 블랙 헌터의 근거지를 알려준 대가로 두 개의 공략 불가 지역에 대한 합동공략을 제안한 것이다.

두 개 모두 제단과 마석 매장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그중 하나는 순서상 대현공략 관할지역에 있는 제단 다음이다.

전체 프로젝트의 입안자이자 거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강주혁은 당연히 이번 공략에 참여하게 되었다.

신광공략 측이 고집을 부려서 총책임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핵심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회사의 노예입니다. 위에서 시키면 해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강주혁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팀장님, 우리 팀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주선우가 물었다.

“뭔데요?”

“특공대입니다.”

“특공대요?”

“엄밀히 말하면 <공허의 특공대>입니다.”

윤정석이 덧붙였다.

“아, 정석 씨, 하지 마요.”

공허진이 진저리를 쳤다. 그 모습을 본 강주혁이 물었다.

“혹시 그 공허가 공허진의 공허인가요?”

“네. 임시팀장이니까요. 게다가 팀장님이 없어서 공허해진 팀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하죠.”

“…….”

“특공대인 이유는 다른 팀 평균 인원수의 절반으로 공략을 해내기 때문입니다.”

윤정석은 청개구리처럼 하지 말라는 데도 계속했다.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이 가진 저력이라면 충분히 해낼 줄 알았습니다. 팀장으로서 정말 뿌듯하군요.”

원래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할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자꾸 놀리게 되었다.

“가세요.”

특공대장 공허진이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께 작은 위안이 될 소식을 하나 알려드리죠. 이번에는 저만 가는 게 아닙니다.”

“네?”

“뭔데요?”

팀원들이 눈을 반짝였다.

강주혁과 함께 공략에 나가면 수십억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었다. 다른 직원들에게 강주혁은 <인간 로또>로 통했다.

하지만 강주혁은 팀원들의 기대를 저버려야 했다.

“이번 합동공략에는 1부 3팀의 안다정 팀장님도 함께 하시게 되었습니다. 팀장이 없어서 공허한 팀은 우리 팀만이 아닙니다.”

“…….”

“…….”

“…….”

세 사람은 살기를 내뿜었다.

“나요?”

옆 파트의 안다정이 고개를 들었다.

“네. 팀장님.”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요?”

안다정이 커다란 눈을 껌뻑거리면서 물었다.

“부장님이 저보고 전달하라고 하셨어요.”

“갑자기 저는 왜?”

“신광공략 측에서 공유해 준 정보에 따르면, 원거리 공격을 하는 몬스터들이 많답니다. 비행 몬스터도 있고요. 게다가 지형이 용암이라서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뛰어난 장거리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안다정을 데리고 가달라는 사람은 강주혁이었다. 태원공략에서 임원들을 제외하면 최고의 원거리 공격수가 그녀니까.

“잘 됐네요. 팀장님이 가셔서 실적 좀 땡겨 오면 우리가 2팀 앞지를 수 있겠는데요.”

1부 3팀 넘버 2인 이정인 과장이 말했다.

“말이야 쉽죠. 강 팀장님이 있는데 그게 되겠어요? 지난번 합동 공략에서도 기여도가 95퍼센트나 된다고 하던데.”

안다정은 최대한 심드렁하게 말했으나 입꼬리가 자꾸 씰룩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쪽입니다.”

그 때, 직원의 안내를 받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합동공략 사전미팅을 위해서 태원공략을 찾은 신광공략의 헌터들이었다.

“이야, 여기는 그대로네요.”

그들 중 강주혁 또래의 한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어, 안 대리님?”

그 남자가 안다정에게 아는 척을 했다.

“오랜만입니다. 아직 태원에 계셨네요.”

남자는 안다정을 보면서 노골적으로 이죽거렸다. 그를 바라보는 안다정의 표정이 돌처럼 딱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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