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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32화 (132/202)

132화 요즘도 그 친구들 만나요?

태원공략 공략 1부 사무실.

신광공략과 함께 블랙 헌터들을 소탕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윤철 사장은 강주혁에게 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인피면구 때문에 희생되었던 여섯 명은 모두 웨이브 데이 때 실종되었던 프리랜서 헌터들이었다.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공략회사에 블랙 헌터들이 숨어 있지 말라는 보장은 없었다.

‘실력은 부장급인데 나이는 아니었지.’

강주혁은 블랙 헌터들이 나이에 비해서 실력이 출중했다는 걸 떠올렸다. 피라미드에서 만났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대형공략회사 부장의 평균 나이보다 훨씬 어렸다.

그리고 하나 같이 공식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디서 사람들을 긁어모은 거지?’

블랙 헌터들에게 각성자를 단시간에 강해지게 만드는 수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려면 일단은 각성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결을 택할 정도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그런 사람을 키워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대우만 잘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조직에서 받는 대우로 따지면 이 사무실에 있는 헌터들도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회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하면 전부 퇴사를 해버릴 것이다.

‘세뇌를 시켰을 수도 있겠군.’

조직을 위해 생명을 버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라면 분명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세뇌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약물 같은 것의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그렇게 사람을 모으려면 대상자들이 반드시 사회의 아웃사이더여야 한다. 그래야지만 실종되어도 이슈가 안 된다.

‘아웃사이더라.’

강주혁의 시선이 윤정석에게 향했다.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보고서를 쓰는 중이었다.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어댔지만, 지금은 고분고분해졌다.

세상에 길들여지긴 했지만, 윤정석은 여전히 강주혁이 생각하는 아웃사이더의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었다.

“정석 씨.”

“네, 팀장님.”

윤정석이 고개를 들었다.

“커피?”

강주혁은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네. 좋죠.”

윤정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일 있으면 연락 좀 해줘요.”

“네. 다녀오세요.”

강주혁은 윤정석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커피를 뽑기 위해 자판기 쪽으로 갔다.

“팀장님 이건 제가 사겠습니다.”

“됐어요. 내가 마시자고 한 건데.”

“아닙니다. 매번 얻어먹기만 하는데요. 이런 거라도 제가 사야죠.”

“그래요. 그럼.”

강주혁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커피를 받아든 강주혁은 윤정석을 난간 쪽으로 데리고 갔다.

“회사 다니는 건 좀 어때요?”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요즘에는 별롭니다.”

윤정석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신입사원의 입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답변이라 웃고 말았다. 이렇게 눈치도 안 보고 돌직구를 던지는 걸 보면 참으로 윤정석다웠다.

“별로인 이유가 뭘까요?”

“회사가 재밌는 이유는 팀장님이 계시기 때문인데 요즘 팀에 별로 신경을 안 쓰시는 것 같아서요.”

“제가 있어서 재밌다고요?”

강주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언젠가 팀장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다니니까요. 던전에 들어갈 때도 팀장님 하시는 거 보고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근데 팀장님이 안 계시니까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 같네요.”

윤정석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았다.

대현공략에 지원도 나가고, 합동 공략 때도 꽤 오래 팀을 떠나 있었다. 최근에는 임원들과 블랙 헌터 토벌 작전을 다녀오기도 했다.

회사에 있을 때도 팀원들이랑 함께 할 시간이 없었다. 툭하면 사장실에 불려가야 했으니까. 이윤철은 딱히 일이 없는데도 불러서 같이 차를 마시곤 했다.

그런 식으로 부르는 사람은 이윤철뿐만이 아니었다. 이윤철이 안 부를 때는 유덕현이나 임재경이 불러댔다.

두 사람 모두 이윤철처럼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강주혁의 의견을 듣는 걸 무척 좋아했다. 몇 번 그렇게 하다 보니 그냥 심심할 때도 불러댔다.

강주혁이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허진 대리랑 주선우 사원도 불만이 많습니다.”

“……그, 그래요?”

“팀장님이 높으신 분들하고만 다니고 우리한테는 신경도 안 쓴다고 말이 많습니다.”

윤정석이 무슨 한이라도 맺힌 사람처럼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려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강주혁은 민망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이윤철, 임재경, 유덕현, 세 사람과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직원들은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강주혁을 보곤 했지만, 팀원들은 자기네 팀장을 빼앗겼다는 기분을 받았나 보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뭐요?”

“팀장님 개인 실적을 빼면 우리 팀이 1부 3팀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1부 2팀이 실적으로 압도적인 1등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대현공략과의 합동 공략 결과로 강주혁이 받은 인센티브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걸 제외하고 순수하게 팀별 실적으로 따지면 1부 2팀은 3팀에게 뒤지고 있었다.

강주혁은 이러나저러나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팀원들은 은근히 이 점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의외군요. 신입사원이 팀 실적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게.”

대개 신입사원은 자기 살길이 바빠서 팀 전체의 실적 따위는 신경 쓰지 못한다. 실적이 낮아서 팀장한테 단체로 깨지는 경우를 빼면. 하지만 1부 2팀은 그럴 일이 없었다.

“저는 최고의 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강주혁은 윤정석의 포부가 기특했다. 그리고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알려준 것도 고마웠다.

김재후 부사장은 강주혁이 리더십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혼자서만 잘나서는 결코 회사를 이끌 수가 없다. 진정한 지도자가 되려면 스스로도 잘나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잘나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최근에 이 부분이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미안합니다. 최근에 팀에 신경을 많이 못 썼네요. 내려가서 공 대리랑 선우 씨한테 사과를 해야겠군요.”

강주혁이 대뜸 사과를 해버리자 오히려 윤정석이 어색해했다.

“공 대리는 어때요?”

“공 대리요?”

“제가 없는 동안 임시 팀장이었잖아요.”

윤정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강주혁은 공허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아서 자신이 없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강주혁에게 최대한 디테일하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리더로서는 어때요?”

윤정석은 볼을 붉히면서 난감해했다.

강주혁 앞에서는 완전히 굴복해 납작 엎드렸지만 윤정석은 여전히 다른 상사들을 우습게 여겼다. 그 중에는 딱 봐도 기가 약해보이는 공허진도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그래도 잠잠했지만 던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허진의 결정에 토를 달았다고 했다.

“좋은 분이죠.”

“이제 인정하는 겁니까?”

“다 알고 계시면서 물어보시는 거죠?”

강주혁은 빙그레 웃었다.

공허진이 윤정석의 반항기에 대해서 토로했을 때 강주혁은 그를 길들이는 방법은 실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밖에 없다고 조언했었다.

공허진은 윤정석을 훈련장으로 데리고 가서 대련을 했다. 강주혁만큼 압도적인 실력자는 아니지만 그녀도 엄연히 대형공략회사의 대리였다.

그리고 레전드 1부 3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나이에 비해서 실전경험이 아주 풍부했다. 베테랑 파이터인 유덕현 부장에게 요즘도 특훈을 받고 있었고.

덕분에 공허진은 전매특허인 치유스킬도 쓰지도 않고 순전히 몽둥이질(?)만으로 윤정석을 제압해버렸다. 그 날 이후로 윤정석은 던전에서도 순한 양이 되었다.

“처음에는 팀장님이 이 회사 팀장의 평균인 줄 알았습니다. 몇 주 정도 지나고 제가 속았다는 걸 알았죠.”

“아무도 정석 씨를 안 속였습니다.”

“……그건 그렇죠. 어쨌든 모두가 팀장님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공허진 대리가 만만해 보였나요?”

“팀장님이 비하면…… 그랬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더군요. 이런 대형 공략회사는 꼰대랑 샌님들이나 다니는 곳이라고 여겼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윤정석은 특유의 치기와 패기 때문에 실수하기는 하지만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았고 고치는 것도 빨랐다.

“공 대리의 철퇴가 매서웠나 보군요.”

“잘 피해 다니다가 한 번 스치기만 했는데 별이 보이더군요. 머리가 깨져서 공허진 대리가 치유해 주지 않았으면 팀장님을 다시 못 뵐 뻔했습니다.”

“조심해요. 예전에 다른 부서 과장 두들겨 패서 징계 먹은 적도 있어요.”

“네? 진짜요? 공 대리는 완전히…….”

“순둥순둥하죠. 그런 사람이 뚜껑 열리면 진짜 무서워요. 그러니 알아서 사려요.”

넌더리를 내는 윤정석을 보면서 강주혁은 킬킬거렸다.

“정석 씨.”

“네?”

“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구석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지금도 잘 찾아보면 정석 씨보다 약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앞으로 더 많이 생기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 모두 자기만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영웅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죠.”

윤정석은 이상한 표정으로 강주혁을 쳐다봤다.

“칼 좀 못 쓴다고 우습게 보는 대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해 봐요. 저는 공허진 대리에게서 그걸 찾았고, 덕분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죠. 저에게도 공 대리에게도요.”

“명심하겠습니다.”

“정석 씨에게서도 정석 씨만의 장점을 찾고 싶군요.”

“검 잘 쓰잖아요. 엄청난 장점이죠. 팀장님 옆에 있어서 빛이 바랬을 뿐이지 저 같은 신입사원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강주혁은 금세 기고만장해지는 윤정석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 그렇다고 칩시다. 나도 정석 씨의 검술이 좀 궁금하기는 해요.”

강주혁은 윤정석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일단은 본심을 감췄다.

“제 검술이요?”

“네. 어디서 배운 겁니까?”

“스스로 터득했죠.”

“길거리 싸움 하면서?”

“네. 치고받고 싸우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니까 뭔가 저만의 방식이 생기더군요.”

“요즘도 그 친구들 만나요?”

“그룹 친구들이요?”

“네. 예전에 술 마시면서 얘기했었잖아요.”

윤정석은 술이 좀 들어가면 길거리에서 쌓은 자신의 업적을 늘어놓은 버릇이 있었다. 회귀 전에도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라서 강주혁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요즘도 주말마다 만납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정석 씨의 검술이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요.”

“오오, 드디어 제 검술을 쓸 만하다고 인정하시는 겁니까?”

강주혁이 자신의 검술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자 윤정석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본 없는 잡기술이라고 하실 때는 언제고…….”

사실, 강주혁은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윤정석이 제대로 된 검술을 배웠다면 더 강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목적이 있었기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실용성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명한 헌터에게 사사 받은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를 나온 것도 아닌데 그 정도 수준의 검술이 나왔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그건 제가 천재라서…… 팀장님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군요.”

“정석 씨 재능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주변 환경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친구들도 저랑 싸우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었거든요. 서로가 서로에게 제자이자 스승인 셈이죠.”

“검술애호가로서 궁금하군요. 혹시 그 친구들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윤정석의 얼굴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표정이 드러났다.

“물론이죠. 안 그래도 친구들이 팀장님을 궁금해했거든요.”

“저를요?”

“네. 회사에 우리 또래의 엄청난 고수가 있다고 했더니 아무도 안 믿었거든요.”

“정석 씨, 허풍이 지나쳐서 그랬겠죠.”

“에이, 팀장님도. 딱 팩트만 얘기해줬습니다.”

“어쨌든 그 친구들 만날 일 있으면 나도 한번 불러줘요. 주말에 상사 만나는 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럴 리가요. 이번 주말에 당장 만나러 가시죠.”

윤정석은 평소보다 훨씬 들떠 보였다.

* * *

토요일.

강주혁은 윤정석의 연락을 받고 저녁 늦게 강서구 쪽의 한강둔치로 갔다.

한강에 조성된 공원과 공원 사이에 있어서 밤이 되면 인적이 상당히 드물어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기는 곳이었다.

“여깁니다! 팀장님!”

강주혁을 발견한 윤정석이 손을 흔들었다.

‘폭주족?’

윤정석 뒤로 수십여 대의 오토바이가 동그랗게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잘 좀 해봐!”

“파고들었어야지!”

그 한복판에서 두 사람이 칼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다들 손에 맥주병이나 담배를 들고 있었다.

옷차림이나 얼굴을 보니 대부분 20대인 것 같았다. 그보다 어려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강주혁이 다가가니 몇 명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뭐야, 저 꼰대는?”

다들 라이더 재킷이나 후드 티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강주혁 혼자 셔츠에 코트차림이었다.

나름 편하게 입고 온 것인데도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보니 눈에 띄었다.

“정석이 형 친군가?”

다들 쑥덕거리기만 했지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어, 왔구나.”

그 때, 무리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이 강주혁을 발견했다.

강주혁 또래에 키가 크고 어깨가 딱 벌어진 호남형의 남자였다.

풍기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강주혁은 한 눈에 그가 윤정석이 종종 언급하던 그룹의 리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팀장님, 이쪽은 종수 형이에요. 종수 형, 내가 전에 말한 우리 팀장님.”

“반갑습니다. 강주혁입니다.”

강주혁은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리더가 강주혁의 손을 잡았다.

“반갑습니다. 경산마존 김종수예요.”

“네?”

강주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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