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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22화 (122/202)

122화 기술을 썼거든요

“저기로 들어가면 될 거 같은데요.”

강주혁은 피라미드 하단부에 있는 입구를 가리켰다.

“그런 것 같네요.”

박종민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강주혁이 하는 일에 딴지를 걸었던 탓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만약 강주혁이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않고 중간에 멈춰버렸다면 마석 매장지를 구경조차 못 하고 사막에서 허송세월했을 것이다.

“가시죠.”

강주혁은 앞장서서 걷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지평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세요?”

강주혁의 시선이 사막을 빠르게 훑었다.

‘뭐지?’

대지는 눈을 찌를 것 같은 열기에 뒤덮여있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사막의 끝에서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신기루?’

신기루는 대상을 굴절시켜서 보이게 만드는 현상이지 있지도 않은 대상을 만들어내는 환상이 아니다.

분명 사막에 무언가가 있었다.

‘눈치를 못 챈 건가?’

강주혁은 대현공략이 자신을 잡기 위해서 투입한 살수 세 사람을 살폈다.

회사 생활이 잘 풀리면 임원이 되었을 나이의 세 사람. 그 고강한 경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이 세 사람은 명백히 강주혁보다 아래다.

‘추가 병력인가?’

대현공략이 강주혁을 잡기 위해서 헌터들을 추가로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남은 가능성은 딱 하나뿐.

‘부랑자들이군.’

공략회사에서 방치하다시피 하는 공략 불가 지역이라면 광야로 숨어든 부랑자들이 머무르기에 딱 좋은 지역이다.

그들이 강주혁 일행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인지도 몰랐다.

‘뭐 상관없겠지.’

이 혹독한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들이라면 분명 보통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신을 노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두 배가 된다 하더라도 강주혁의 입장에서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었다.

“헛것을 본 모양입니다. 들어갑시다.”

강주혁은 일행을 이끌고 피라미드로 다가갔다.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괴물의 아가리처럼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장 대리님, 선두에 서서 함정이 있나 봐줘요.”

“네. 팀장님.”

강주혁은 장하민을 앞세운 채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 내부는 일방통행이었다. 한참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를 따라 설치된 횃불들이 보였다. 내부는 냉기가 감돌 정도로 서늘했다.

일행은 전투태세를 갖춘 상태로 통로의 끝까지 나아갔다. 통로의 끝에서는 널따란 공간이 펼쳐졌다.

“관?”

드넓은 홀 안에는 수백 개의 석관이 놓여 있었다. 사람이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은 크기였다.

“딱 봐도 안에 언데드 몬스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열어볼까?”

김재현이 강주혁 쪽을 쳐다봤다.

“한번 확인해 보죠.”

강주혁이 허락하자 김재현은 자신의 창대로 석관의 뚜껑을 슬쩍 밀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었는데요?”

석관의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확인을 해보니 다른 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관이 아닌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형태가 너무 비슷한데.”

“일단은 계속 둘러보죠.”

강주혁은 석관의 주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었으나 말을 아꼈다. 일행은 홀의 정중앙까지 나아갔다.

홀의 한복판에는 피라미드를 솟구치게 한 세숫대야 석판과 똑같이 생긴 석판이 있었다.

“이번에도 물?”

“그렇겠죠?”

일행은 지난번처럼 석판에 물을 부어 넣었다.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일행 중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철컹!

그렇게 30분 정도 물을 부어 넣자 신호가 왔다.

“어?”

“내려간다!”

바닥이 갑자기 아래로 푹 꺼졌다.

철컹! 철컹!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승강기 같은데요?”

“다시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겠지?”

일행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쿵!

바닥은 거의 100m쯤 내려간 후에야 멈춰 섰다.

지상에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큰 홀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횃불의 개수는 오히려 적어서 더 어두침침했다.

벽을 따라 인간의 형상을 한 석상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게 보였다. 형상은 사람인데 크기는 3m가 넘었다.

한 손에는 미늘창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두툼한 흉갑을 입고 있는 모습이 꼭 전사를 형상화한 것 같았다.

“바로 밑에 이 정도 공간이 있으면 피라미드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데.”

“일단, 한번 가보죠.”

일행은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홀의 끝에는 쇠창살이 처진 입구가 하나 있었다.

“팀장님!”

장하민이 외쳤다.

“제단이군요.”

쇠창살 너머의 방에는 우리가 찾던 제단이 있었다. 앞선 제단들과 마찬가지로 다음 제단으로 나아갈 힘을 품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저 주변의 어딘가에는 마석 매장지로 이어지는 길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들어가죠?”

“한번 부숴볼까?”

“쇠창살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져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잠깐.”

강주혁의 말에 일행이 행동을 멈췄다. 그들은 천천히 뒤로 돌아봤다.

앞으로 싸우게 될 적의 정체를 알고 있던 강주혁조차 살짝 놀라고 말았다.

“뭐, 뭐야?”

벽에 붙어 있던 석상들이 전부 홀 중앙으로 나와서 일행을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석상들이 그렇게 하는 동안 일행 중 어느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마력의 움직임도 알아낼 수 있는 상급 헌터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척!

석상들이 일제히 일행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청동의 날이 예기로 번뜩였다. 석상의 눈이 사악한 적광을 흘렸다.

쿵! 쿵! 쿵!

석상들이 일행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구 팀장님, 박 팀장님, 정 대리님은 후방에서 지원 부탁드려요. 나머지 분들은 간격 유지 신경 쓰면서 싸워주시고요. 벽을 등지고 싸워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난전이 시작되면 얼마나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붕!

맨 앞줄의 석상이 일행을 향해 창을 던지는 것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실력 좀 볼까?’

평소 같으면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을 강주혁이지만 이번에는 힘을 좀 빼고 물러나 있기로 했다.

이 전투 후에 있을 진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 힘을 비축하는 동시에 살수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샌드 레이스라는 예상 밖의 적을 만나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게 그들의 진짜 실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최석도가 워해머를 들고 적들에게 돌격했다.

후방에 보호를 받아야 할 힐러와 마법사가 있는데도 마치 돌격대 선봉장이라도 된 것처럼 적을 향해 달려나갔다.

쾅!

“윽!”

하지만 적에게 닿기도 전에 날아온 창을 피하느라 옆으로 몸을 날려야 했다.

쾅!

그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석도의 민첩성은 공격을 피할 정도는 되었으나 그 후에 생기는 빈틈을 노릴 만한 수준은 안 되었다.

‘저놈은 신경 쓸 필요가 없겠군.’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으니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구자연은 뒤에서 치유와 보호막 스킬만 써주고 있어서 전투력을 파악할 수 없었다.

어차피 강주혁은 살수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상황에 따라서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으니 크게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휙!

장하민은 자신이 낄 만한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뒤에서 내공을 실은 단검만 열심히 던지고 있었다.

공격력 자체는 미비했지만, 적들의 흐름을 끊어서 전방에서 싸우는 아군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장하민의 속내는 강주혁에게도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구자연이 신대승 라인이고 최석도가 자신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하민은 김재후나 신대승하고 어떤 접점도 없을뿐더러 자신과 꽤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머지 사람들에게 강주혁에게 칼을 들이댔을 때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촤아악!

새하얗고 날카로운 얼음의 창이 적을 향해 쏘아졌다.

쾅!

아이스 스피어가 석상의 가슴팍을 관통한 후 뒤에 있는 석상의 가슴에 박혔다. 두 개의 석상이 동시에 쓰러졌다.

설귀라는 별호를 지닌 할아버지처럼 박종민 역시 냉기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마법사였다.

박종민이 마법을 준비하면서 생기는 빈틈을 막아주는 건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김재현이었다.

캉! 키이익!

석상이 내지른 거대한 창이 김재현의 방패의 표면을 긁으면서 빗겨나갔다. 방패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콰지직!

뇌기를 머금은 김재현의 창이 석상의 정강이를 부수었다.

펑!

곧이어 날아든 얼음의 창이 석상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한 사람이 공격과 방어를 펼치는 것처럼 호흡이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박종민, 김재현 콤비보다 더 뛰어난 건 곽도운, 이성일, 김한수 세 사람이었다.

세 사람은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석상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면서 적들을 분쇄해갔다.

곽도운은 도끼를, 이성일은 언월도를, 김한수는 손목에 끼운 갈퀴를 사용했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무기였지만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마치 한 자루의 검으로 만들어낸 것처럼 보였다.

‘원래부터 한 팀이었군.’

각기 다른 공략팀에서 차출된 팀장 행세를 하고 있었으나 움직임을 보면 한두 번 함께 싸운 사이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콰직!

강주혁도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적들을 하나씩 베어 나갔다.

이번에는 백호검을 주력으로 쓸 생각이었기에 방패도 함께 사용했다.

검과 방패 모두 기성품 중에서는 최상이지만 아티팩트는 아니었다.

중간에 위험한 순간들도 생기고 부상자들도 생겨났지만 구자연이 적절하게 지원을 해줘서 안전하게 넘길 수 있었다.

“구 팀장님!”

“네!”

“턴 언데드 준비해 주세요!”

석상들의 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강주혁이 명령했다.

“……알겠어요.”

구자연은 갸우뚱하면서도 턴 언데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뒈져라!”

공중으로 높이 날아온 곽도운이 석상의 머리를 도끼로 찍었다.

퍼걱!

머리통이 박살이 나면서 마지막 석상이 침묵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끼에에에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목소리가 부서진 돌무더기에서 뿜어져 나왔다.

쏴아아!

석상의 잔해로부터 반투명한 유령들이 일제히 튀어나더니 일행을 향해 날아들었다.

“지금이에요!”

강주혁이 구자연에게 명령했다. 그녀의 손에 맺혀있던 빛의 구체가 찬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일순간, 새하얀 빛이 홀 전체를 뒤덮었다.

크아아아악!

악령은 허망하리만치 쉽게 소멸해 버렸다.

위력을 보니 영력이 공허진과 비등한 수준인 것 같았다. 공허진만큼은 아니지만, 나이에 비해서는 확실히 높은 수준이었다.

“강 팀장님.”

등 뒤에서 구자연이 말을 걸었다.

“네?”

“어떻게 알았어요?”

“감입니다.”

“감이요?”

“위층에 있는 관들이 비어 있었잖아요.”

“아.”

“석상들이 갑자기 움직인 것도 이상했고요. 관의 주인들이 석상에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자연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강주혁의 추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끝난…… 거겠죠?”

박종민이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섬뜩한 살기가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조심해!”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은 강주혁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면서 몸을 날렸다.

쾅!

승강기 쪽의 어둠 속에서 날아온 투창은 자신을 막아서는 강주혁의 방패를 단숨에 꿰뚫고 그의 가슴께에 꽂혔다.

“큭!”

강주혁은 그대로 날아가 바로 뒤에 있던 구자연을 덮쳤다. 애초에 투창의 타깃이 그녀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포개진 채로 함께 벽에 처박혔다. 두 사람을 벽에 꽂아버린 투창의 끝이 바르르 떨렸다.

“괘, 괜찮아요?”

구자연이 물었다.

등과 뒤통수가 얼얼했지만, 강주혁이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해 준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다. 투창은 강주혁의 가슴팍에 박혔지만 그를 뚫지는 못했다.

“괜찮습니다.”

강주혁은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창을 가슴에서 뽑아냈다.

“어, 어떻게?”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투창에 직격으로 맞았는데도 몸에서 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옷이 찢어진 부분을 통해 드러난 피부가 영롱한 백금색의 빛을 흘리고 있었다.

“기술을 썼거든요.”

강주혁은 상처 부위를 툭툭 털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일행은 엄청난 공격을 당하고도 멀쩡해 보이는 강주혁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신무극검 3형 1식.

백호금강갑(白虎金剛鉀).

투창을 향해 몸을 던지는 순간, 강주혁이 사용했던 기술이었다.

백호검은 사신무극검을 구성하는 네 개의 검술 중 가장 방어적인 검술이다.

그 첫 번째 초식 역시 공격 기술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방어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방어 기술이다.

제한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시간 동안만큼은 일반적인 금강불괴를 아득히 뛰어넘는 무적의 방어력을 보여준다.

“비싼 건데 못 쓰게 되었군요.”

강주혁은 투창을 맞으면서 두 덩어리로 쪼개어져 버린 방패를 보면서 말했다.

드르륵.

그때, 강주혁에게 꽂혀 있다가 바닥에 내던져진 투창이 뒤로 밀려나더니 날아온 방향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척!

승강기 쪽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투창을 낚아챘다.

저벅! 저벅!

그것이 일행을 향해 걸어왔다.

“어쩐지 보스가 안 보인다더니.”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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