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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16화 (116/202)

116화 저 혼자 그놈을 처리하겠습니다

대현공략 공략부 회의실.

“그 친구 말이야. 어떻게 생겼을까?”

TF팀의 박종민 팀장이 중얼거렸다. 그는 대현그룹 회장인 박종근의 손자이자 대현공략 사장인 박종권의 아들이었다.

장자 승계의 원칙에 따라 대현공략의 사장을 거쳐 대현그룹의 회장이 될 사람이었다.

“꽤 잘 생겼다고 하던데.”

박종민의 오른팔 노릇을 하는 김재현 과장이 답했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기에 회사에서도 말을 편하게 했다.

김재현은 그룹의 황태자인 박종민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했다. 박종민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전무를 패 죽일 정도면 키도 막 2m 50㎝가 넘고 팔뚝도 통나무만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헤라클레스를 기대하는 거야?”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니까 그렇지. 그렇게 생겨 먹었으면 좀 믿을 만할 텐데.”

“분명 부풀려진 이야기일 거야.”

“그렇겠지.”

“그 친구 덕분에 우리 임무는 더 위험해졌네. 시간도 빼앗기고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명색이 TF팀인데 별일을 다 하네. 젠장.”

박종민과 김재현은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태원공략의 강주혁 팀장과 함께 보스를 잡아라. 강주혁이 최대기량을 뽑아낼 수 있도록 상황을 조성해라. 강주혁이 싸우는 모습을 낱낱이 보고해라.

사장도 아니고 회장이 직접 내린 명령이다. 박종민도 거역할 수 없었으나 불만은 많았다.

TF팀은 이미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으니까. TF팀은 뜬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일에 동원될 만큼 한가한 팀이 아니었다.

똑똑똑.

그때, 회의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박종민이 답하자 직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태원공략의 강주혁 팀장이 왔습니다.”

“왜 밖에 세워놓고 그래요. 어서 모셔요.”

“네. 팀장님.”

직원은 다시 문밖으로 나갔다.

“이쪽입니다.”

잠시 후, 훤칠한 키에 배우처럼 잘생긴 남자가 들어왔다. TF팀의 여직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

‘뭐야, 완전 멀쩡하잖아.’

온몸에 흉터가 있고 눈에서는 흉흉한 살기를 내뿜는, 싸움에 미친 아수라를 기대했던 박종민은 살짝 실망하고 말았다.

정말로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면 소문을 믿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업직이 어울릴 것 같은 깔끔한 인상의 미남자가 나타나니 소문이 더욱 미심쩍어졌다.

‘그래도 손님으로 왔으니 예의는 차려야지.’

박종민을 위시한 TF팀 직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대현공략 TF팀의 박종민 팀장입니다.”

박종민이 손을 내밀었다. 강주혁이 웃으면서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반갑습니다. 태원공략 공략 1부의 강주혁 팀장입니다.”

박종민은 이어서 팀원들을 한 명씩 소개해 주었다.

“앉으시죠.”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종민이 말했다. 대현공략이 지원을 요청한 것이니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현공략의 공략을 견문할 기회를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저희가 보여드릴 게 뭐가 있나요? 오히려 팀장님께 한 수 배워야죠.”

“맞습니다. 팀장님이 전무급 실력자라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김재현도 불쑥 끼어들었다. 은근슬쩍 강주혁이 양준기 전무를 죽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과찬이십니다.”

“실례지만, 회의에 앞서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김재현이 실실 웃으면서 물었다. 정중하게 서로를 탐색하던 분위기가 약간 경직되었다.

“양준기 전무에 관한 소문이라면 전부 사실입니다.”

강주혁은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면서 선수를 쳤다.

“대단하군요. 영약이라도 드신 건가요? 기량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하더라도 내공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을 텐데.”

“아니요. 그냥 평소처럼 싸웠습니다.”

강주혁은 태연하게 말했다.

“믿기 어려운 얘기군요.”

“그래서 저를 부르신 거겠죠.”

강주혁의 말에 박종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박종근 회장님이시죠? 저한테 관심을 보이시는 분이.”

박종민과 김재현이 동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냥 제 짐작입니다.”

강주혁은 말을 아꼈다. 박종민도 할아버지로부터 명령을 하달받기만 했지, 이유는 몰랐다.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물어볼 생각이었으나 아직 기회가 없었다.

“아마 회장님께서 엉뚱한 명령을 내리셔서 불편하실 겁니다. TF팀이 다른 회사 직원의 실력을 체크하는 팀은 아니니까요.”

“크흠…….”

정곡을 찔린 박종민과 김재현은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일이 좀 있어서 팀을 오랫동안 비워둘 수 없거든요.”

강주혁이 부재할 때, 팀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공허진이다. 헌터로서 공허진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리더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강주혁은 대현공략에서의 일을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니 서로 눈치를 보느라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말고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시죠.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놈인가요?”

“……히드라입니다.”

히드라는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거대한 뱀으로 데몬이나 본 드래곤처럼 S급 몬스터로 분류된다.

데몬처럼 압도적인 존재감과 공격력을 가진 것도 리치처럼 언데드 군단을 몰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재생력 때문에 죽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몬스터다. 맷집 때문에 쉽게 잡히지 않는 아이언 골렘처럼 헌터들에게 장기전을 강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히드라에게는 아이언 골렘에게는 없는 속도와 아이언 골렘을 능가하는 공격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반 공략팀이 히드라 사냥에 투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는 임원들이 따로 처리하도록 내버려 둔다.

“저 혼자 그놈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회장님의 궁금증도 해소되실 것 같군요. 여러분도 시간을 절약하고요.”

강주혁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네? 농담하시는 거죠?”

TF팀 전원이 황당해했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2년 전에 혼자서 데몬을 잡았습니다. 히드라가 데몬보다 강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강주혁은 그때보다 몇 배나 강해졌다. 지금 데몬과 싸운다면 봉마검이나 영약이 없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박종민은 언짢은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TF팀이 전력으로 덤벼야 겨우 잡아내던 히드라를 혼자서 잡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TF팀의 멤버 전원이 신입사원 시절부터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줘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키우고 있는 인재들이다. 훗날 박종민이 사장이 되면 임원이 되어 그를 보좌할 미래의 보좌진인 것이다.

히드라는 그런 엘리트들을 투입하고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공격하고도 악마 같은 재생력을 넘지 못해서 공략을 포기한 날도 있었다. 공격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독성 혈액 때문에 중상자가 나온 적도 있었다.

“제가 허세를 부리는 건지 아닌지는 직접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박종민과 김재현은 서로 눈치를 봤다.

‘뭘 믿고 저러는 걸까?’

히드라를 안전하고 수월하게 잡기 위해서는 최소 세 명의 임원급 헌터가 필요하다. 강주혁이 양준기 전무를 죽였다 하더라도 히드라를 단신으로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강주혁은 현재 일개 개인이 아니라 태원공략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뱉은 말을 지키지 못하면 혼자서 망신당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궁금하기는 하네.’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니까 호기심이 생기긴 했다.

애초에 할아버지가 명령한 것도 강주혁의 진짜 실력을 확인하라는 것이었으니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 * *

공략 당일.

강주혁은 대현공략 TF팀과 함께 히드라가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다른 몬스터들은 대현공략 측에서 이미 잡아놓은 상태라서 곧바로 보스와 싸울 수 있었다.

히드라는 커다란 호수 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몸뚱이는 물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고, 아홉 개의 머리만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언뜻 보면 던전 보아 아홉 마리가 물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통 하나가 성인 남성보다도 더 컸다.

“저놈입니다.”

박종민 팀장이 말했다.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군요.”

“정말 지독한 놈이죠. 머리통을 잘라도 10초면 완전히 재생됩니다. 게다가 부상이 심해지면 호수로 기어들어 가서 완전히 회복하고 나오죠. 당연한 얘기지만 호수로 같이 들어가면 팀장님이 위험해집니다.”

김재현이 보충 설명을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강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께 안전 문제가 생기면 우리 입장도 상당히 곤란해집니다. 그러니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 상황이 나빠지면 뒤로 빠져주십시오. 안 그러면 우리가 곧장 들어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히드라에게 다가갔다.

쉬이익.

강주혁을 감지한 히드라가 고개를 들고는 혀를 날름거렸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호수로 다가갔다.

히드라도 둔중한 몸을 이끌고 호수 밖으로 기어 나왔다. 머리에서 몸이 합쳐지는 부분까지만 해도 10m는 넘는 것 같았다.

캬아악!

호수는 감히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을 향해 독니를 드러냈다. 아홉 개의 머리가 동시에 강주혁에게 쇄도했다.

강주혁은 알고 있었다. 저 중에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건 많아야 세 개뿐이라는 걸.

나머지 머리들은 붙어있는 위치 때문에 공격이 쉽지 않다. 무리를 하면 자기들끼리 부딪히거나 심하면 목이 꼬이기도 한다.

여러 적에게 포위당한 상황에서는 발군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덩치가 자신보다 작은 하나의 상대를 공격할 때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주혁이 다섯 번째 머리를 향해 달려가자 예상대로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머리만이 그를 공격했다.

화르르.

강주혁의 주작검을 발동시킨 후 가장 먼저 다가온 네 번째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단 한 번의 검격에 네 번째 머리통의 아래턱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히드라는 재생력만 높은 게 아니다. 비늘도 아이언 골렘 수준으로 튼튼하다.

하지만 그 두터운 비늘도 강주혁의 검 앞에는 허무하게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

네 번째 머리가 괴성을 토하면서 울부짖었다. 독성이 가득한 피가 쏟아져 내렸으나 강주혁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난 후였다.

스걱!

불타는 검이 여섯 번째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잘려 나간 자리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땅에 떨어진 피는 식물을 시들게 하고 토양을 썩게 만들었다.

치이익!

하지만 강주혁 위에 끼얹어진 핏방울은 그에게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증발해 버렸다. 그가 뿜어내는 주작의 열기가 태워버린 것이다.

두 개의 머리통을 날리면서 강주혁은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몸에 바짝 붙어버리면 히드라도 공격을 못 한다. 놈도 그걸 알기에 호수 쪽으로 엉거주춤 물러났다.

다섯 번째 머리가 강주혁을 노렸다. 히드라는 달려가는 경로를 예측해서 공격에 들어갔지만 강주혁은 갑자기 걸음을 딱 멈췄다.

쾅!

히드라의 머리통이 애꿎은 땅을 찍었다.

콰르르.

강주혁의 검 샐러맨더가 주황빛에 감싸인 건 그때였다. 그 빛은 그의 몸까지 집어삼켰다. 강주혁은 한 줄기의 섬광이 되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사신무극검 1형 1식. 주작홍염참. 하지만 이번에는 홍염의 검이 수직이 아니리 히드라의 다섯 번째 몸을 따라 포물선을 그렸다.

콰콰콰!

곡선을 따라 폭염이 터져 나왔다.

콰쾅!

다섯 번째 머리의 정수리부터 몸이 합쳐지는 부분까지 연달아 폭발을 일으켰다. 히드라의 다섯 번째 머리와 목이 단 한 번의 공격에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그사이에 부상을 당한 네 번째 머리와 여섯 번째 머리가 완전히 재생되었다. 그러나 그 어떤 머리통도 강주혁을 노릴 순 없었다.

척.

섬광에서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 강주혁은 히드라의 몸이 합쳐지는 부분에 착지했다. 애초에 다섯 번째 머리통을 가르면서 몸통 쪽으로 날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이곳에 히드라의 심장이 있다. 그리고 어떤 머리도 각도 때문에 이곳을 공격할 수 없다.

크아아아.

자신의 등에 적이 올라타자 당황한 히드라가 호수로 돌아가는 동시에 머리를 마구잡이 돌려댔다.

퍽!

하지만 뱀 머리는 자기들끼리 부딪히기만 할 뿐 강주혁에게 닿지 못했다.

푹!

강주혁이 히드라의 등에 검을 꽂아 넣었다. 심장을 둘러싼 비늘은 특히 더 두터웠으나 고강한 오러가 감긴 칼날 앞에서는 종잇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강주혁은 칼끝이 원하는 곳에 닿았다는 걸 확인한 후 무극검을 사용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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