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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00화 (100/202)

100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주혁은 1부 3팀 사람들을 통해서 회장에게 만남을 청했다. 신태원은 흔쾌히 강주혁의 청을 받아들였다.

태원그룹 본사 회장실.

신태원은 회장석에 앉은 채 강남 게이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멀리에 광야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보였다.

회장석.

회귀 전에도 꿈도 꾸지 못했던, 회귀 후에는 감히 찬탈하고자 마음을 품었던 자리였다.

강주혁은 자신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와 명분이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 지금, 그는 자신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대리가 여기에 온 건 처음이군.”

신태원은 빙그레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게나.”

“네. 회장님.”

강주혁은 소파에 앉았다. 신태원도 다가와 강주혁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회사에 돌아올 마음이 생긴 건가?”

“며칠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더군요. 헌터 일이 저한테 잘 맞나 봅니다.”

“자네는 타고난 헌터야. 천직이지.”

한국을 대표하는 헌터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지만 강주혁은 웃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일터가 반드시 태원공략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주혁의 말에 신태원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저도 이 회사를 좋아합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좋고요. 하지만 더 이상 일 하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걸세.”

신태원은 힘주어 말했다.

“어제 권대호 선생님께 다녀왔습니다.”

“자네가 대호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네. 대호는 잘 있나?”

“건강하십시다.”

“다행이군.”

“선생님에게 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태원이 눈을 감고 나직이 숨을 내쉬었다.

“그 전에는 몰랐나?”

“네. 바로 어제까지 할아버지가 평범한 헌터인줄 알고 지냈습니다.”

“대호가 괜한 짓을 했군.”

“제 할아버지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낸 건 신대성 전 부회장입니다.”

신태원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몹시 피곤해 보였다.

“사모님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강주혁은 신태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과할 필요 없다. 할아비의 죄를 손자에게 물을 수는 없으니까.”

신태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강주혁은 그 태도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드님은 그랬죠.”

신대성이 강 씨 집안을 망친 건 강주혁의 할아버지인 강중혁이 세상을 떠난 직후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신대성은 경산마존의 재림이 두려워서 일부러 그가 죽을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았다. 그건 신대성의 진정한 목적이 어머니의 복수에 있지 않고 비급에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음…….”

신태원은 눈을 지그시 감고 침음을 흘렸다.

“그것 역시 내 불찰이다.”

신태원은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은 없었다. 그가 진정으로 자식의 잘못을 인정했다면 자식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심판하거나.

강주혁은 어차피 신태원에게 그런 걸 기대한 게 아니었기에 화제를 바꿨다.

“회사로 돌아가는 조건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일개 대리가 그룹의 회장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신태원은 화를 내지 않았다.

“말해 보거라.”

“신대성 전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비급을 돌려받고 싶습니다.”

신태원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 비급은 왜?”

“아버지가 자식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겁니다. 당연히 제가 가져야죠.”

신태원은 곤혹스러워했으나 이내 표정을 바로잡았다. 그리고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네가 가진 비급을 빌려준다면 고려해보마.”

회장실 안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신태원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랬다.

강주혁은 놀랐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역시나 아들이랑 한통속이었군.’

할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신태원에게 품었던 미안함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강주혁은 권대호가 해줬던 얘기를 떠올렸다. 신태원에게 있어 가장 큰 열망은 강함에 대한 것이라는.

겉으로는 정도를 걷는 헌터들의 최고 원로로서 공명정대하고 관대한 척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강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백 번 양보해서 아들이 강 씨 집안에 대해서 복수한 것은 넘어갈 수 있다. 사별한 아내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은 있으니까.

하지만 비급을 찾고 익히는 것은 말려야 했다. 그게 강주혁이든, 신대성이든, 그 스스로 정파임을 주장하려면 사신무극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어야 했다.

“그 비급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는 알고 계시죠?”

“그냥 사라지게 두기엔 아까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제대로 가다듬는다면 세상을 바꿀 만한 검술이라는 것도.

신태원의 눈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도 않았다.

“의외군요. 정파 헌터들의 수장께서 마공이나 다름없는 검술을 탐내시다니.”

“네가 그걸 익히는 건 괜찮고 다른 사람이 익히는 건 안 된다는 말이냐?”

“그건 아버지가 저에게 물려준 정당한 유산입니다. 그리고 그 검술을 부작용 없이 십년 동안 사용한 사람은 저밖에 없죠.”

할 말이 없어진 신태원은 침묵했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강주혁은 신태원을 노려다 보면서 말했다.

“제가 진유철 과장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양준기 전무를 찾아갈 정도로 정보력이 뛰어나신 회장님께서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걸 몰랐다는 게.”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건가?”

“권대호 스승님께서 신대성 전 부회장이 평생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면서 자랐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사람이 갑자기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을까요?”

신태원 회장은 슬슬 노기를 드러냈지만 강주혁은 멈출 줄 몰랐다.

“회장님의 방조나 명령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입조심 하거라. 내가 너를 총애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처음부터 비급이 목적이셨죠? 정당한 복수였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정말로 사모님의 복수가 목적이었다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전에 하셨겠죠. 그 후가 아니라.”

이제야 모든 게 분명해지는 것 같았다.

신대성은 그저 아버지의 야욕을 위해서 손을 더럽혔을 뿐이다. 신태원은 체면 때문에 비뚤어진 아들을 어찌하지 못하는 불쌍한 아비 행세를 하고 있었고.

하지만 부자의 목적은 같았다. 강 씨 집안의 비급을 신 씨 집안이 차지하는 것.

물론, 신대길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신대성이 완전히 신태원의 통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비급은 못 드립니다. 그걸 드리는 순간, 저와 제 가족이 위험해지니까요.”

강주혁은 신태원과 신대성이 모든 비급을 손에 넣는 순간,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임을 확신했다.

“그럼 나도 네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

“잘 알겠습니다.”

강주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주혁은 신태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득 남궁천 사장이 신태원 회장이 비열하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남들은 뿌리 없는 무재를 거둬들여서 걸출한 헌터로 키워냈다고 칭송했으나 사실은 비전절기를 가르쳐주지 않아서 반쪽 자리 헌터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남궁천 사장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신태원에 대한 미안함과 존경심이 완전히 사라지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금에라도 마각을 드러내 준 신태원에게 고마움을 느낄 정도였다.

강주혁의 마음은 다시 찬탈자의 그것으로 돌아갔다.

‘지독한 녀석.’

신태원은 강주혁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강주혁의 행선지는 보나마나 신광일 것이다. 남궁천과 강주혁의 조합이 태원공략에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안 봐도 뻔했다.

게다가 강주혁이 자기 집안에 있었던 일을 떠벌리고 다닐 경우, 신태원은 헌터 업계 전체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비급의 존재가 퍼져나가면 다른 경쟁자들도 생겨날 것이다.

신태원은 강주혁이 적으로 삼기에는 너무 커버렸다는 사실에 한탄했다.

“강주혁 대리.”

강주혁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 여유 있는 웃음이 가득했다.

“네. 회장님.”

“자네 제안을 받아들이지.”

* * *

2년이 지났다.

강주혁은 신태원에게 받은 주작검과 백호검을 익혔다. 강주혁이 배운 주작검이 미완성은 아니었으나 비급을 통해 복습을 함으로써 좀 더 다듬을 수 있었다.

백호검은 쇠의 힘을 다룰 수 있게 해주었다. 검과 방패를 함께 사용하는 검술이었다. 백호검을 완전히 익힌 강주혁은 유덕현처럼 최전방 탱커로도 활약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 남은 현무검은 신 씨 집안도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강주혁이 주도했던 <용의 길>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해진 상태였다.

태원공략은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친 상태에서 제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다른 공략회사로부터 구매하려 했으나 거래가 성사된 것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태원공략이 마석 매장지 두 개를 연달아 발견하면서 업계 1위로 치고 오르자 다른 공략회사들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판매를 거부한 것이다.

그나마 구매한 지역도 순서상 마지막 지역이라 공략할 수 없었다. 순서대로 제단을 거쳐야지만 다음 지역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귀 전에도 여러 공략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10년이나 끌었던 일이었기에 강주혁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태원공략의 대회의실.

공략 1부의 차기 부장을 정하기 위해서 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저는 1부 3팀의 유덕현 팀장이 좋을 것 같군요.”

이윤철 사장이 입을 열었다.

양준기 전무와 김재후 부사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낸 건 사실이나 그 전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양준기 전무가 지적했다.

“맞습니다. 오히려 대표적인 저성과자로 꼽힐 정도로 형편없었죠.”

김재후가 덧붙였다.

“그때는 감을 잡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지 않았습니까. 특히, 최근 2년 동안 보여준 실적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석 매장지 두 개를 연달아 발견하면서 1부 3팀의 주가는 최고조를 찍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 마석 매장지를 찾아서 그런 거지 실력 자체가 뛰어난 건 아니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공략 1부 3팀은 그 후 2년 동안 마석 매장지 없이도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강주혁은 2021년과 2022년 연달아 최우수 사원이 되었고 유덕현 역시 연달아 최우수 팀장이 되었다.

이제 어느 누구도 1부 3팀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태원공략 역사상 최고의 공략팀을 꼽을 때 항상 거론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좀 더 고르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정완순 팀장은 어떻습니까?”

양준기는 1부 1팀의 정완순 팀장을 거론했다.

“전무님 아들이 있는 그 팀의 팀장이요?”

이윤철이 조소를 흘리면서 물었다.

양준영이 소속된 1부 1팀은 양준기와 임재경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다가 임재경이 라인을 갈아타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보통은 했지만 이전과 비교해보면 형편없다는 소리를 듣고도 남았다. 사내정치로 이득을 보던 팀답게 그것이 없어지자 금방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팀장 재직 기간 동안의 실적 평균을 놓고 비교해도 3팀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물론, 이건 두 건의 마석 매장지 발견 때문이 크죠. 하지만 마석 매장지 발견 이후의 실적을 비교해도 3팀이 훨씬 우세합니다. 굳이 1팀장을 올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윤철이 반박했다.

“유덕현 팀장이 두각을 드러낸 시점은 강주혁 과장이 입사한 후부터입니다. 유덕현 팀장이 딱히 잘해서가 아니라 밑에 있는 강주혁 과장이 워낙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닙니까?”

김재후도 양준기의 편을 들었다.

“그럼 1팀의 정완순 팀장도 밑에 있는 양준영 대리가 워낙 뛰어나서 그렇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군요.”

이윤철의 뼈있는 농담에 몇몇 임원들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양준영은 강주혁과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헌터였다. 순전히 아버지의 도움으로 자기 팀을 그만큼 끌어올린 것이다.

‘건방진 새끼들.’

양준기는 웃음을 터뜨린 임원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다들 눈만 피할 뿐 웃음을 거두지는 않았다. 한때는 양준기나 김재후 밑에 붙어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신대성이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대길이 부회장이 되자 모두 이윤철 쪽으로 옮겨갔다.

“임재경 이사.”

이윤철 사장이 회의실 가장 구석에 앉아있던 임재경을 불렀다.

“네. 사장님.”

“전임자로서 해줄 말은 없습니까?”

이윤철의 명령에 임재경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제 생각도 사장님과 같습니다. 일전에 강주혁 과장이 저에게 자신이 만약 다른 팀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공을 유덕현 팀장에게 돌리더군요.”

임재경은 긴장한 표정이었으나 결코 말을 아끼지는 않았다.

“유덕현 팀장은 분명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아닙니다. 하지만 유덕현 팀장에게는 사람의 진가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안다정 과장이 트러블 한 번 일으키지 않고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고 4부에서 방출당한 공허진 사원은 1부 3팀에서 S급 힐러로 성장했죠. 이 모든 게 유덕현 팀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팀장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임재경 이사의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윤철의 말에 양준기와 김재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차피 논리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예전에는 머릿수로 찍어 누를 수 있었지만 신대길 라인도 커져서 그것도 어려웠다.

“알겠습니다.”

“동의합니다.”

결국, 양준기와 김재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었다.

“좋습니다. 차기 부장을 정했으니까 다음 안건을 논의해 보도록 하죠.”

이윤철은 손을 비비면서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 안건은 강주혁 과장을 1부 2팀의 팀장을 올리자는 겁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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