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 천재가 되었다-99화 (99/202)

99화 회장님을 만나겠습니다

“밖에 비도 오는데 차에서 얘기하시죠.”

“날 죽이려고 한 새끼랑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나와서 직접 얘기하기 싫으면 그냥 꺼지라고 해요.”

비서의 눈에서 노기가 번뜩였다. 강주혁은 그의 눈을 노려보았다. 그는 잠시 강주혁을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알겠습니다.”

비서는 돌아갔고 강주혁은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저벅. 저벅. 저벅.

잠시 후, 부지런한 발걸음 소리가 강주혁을 따라왔다.

“잠깐 얘기 좀 하지.”

회귀 전에도 자주 듣지 못했던 목소리. 하지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할 말 없습니다.”

강주혁은 거들떠보지도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냥 노골적으로 무시해 버린 것이다.

신대성은 아랫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그를 쫄래쫄래 따라 걸어야 했다. 옆에서 비서가 우산을 씌어주면서 신대성을 부지런히 따라갔다.

‘건방진 새끼.’

신대성은 굴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길 한복판에서 강주혁을 공격할 수도 없었다.

“나에게 비급이 있다.”

그제야 강주혁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원수의 낯짝을 쳐다봤다.

강주혁이 아무리 불세출의 천재고 신대성이 상대적으로 둔재라고 하더라도 둘 사이에는 수십 년의 세월이 있었다. 지금의 강주혁은 아버지뻘인 신대성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신대성은 강주혁이 뿜어내는 강렬한 살기에 움츠러드는 걸 느꼈다.

“너에게도 청룡검의 비급이 있지.”

강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와 거래하지 않겠나?”

“이봐요. 아저씨.”

“이 새끼가 감히!”

옆에서 우산을 펼쳐 든 채 따라오던 비서가 나섰다. 하지만 신대성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비서는 살기를 거두면서 뒤로 물러났다.

강주혁은 신대성의 두 눈을 노려보면서 말을 한마디씩 짓씹어가면서 내뱉었다.

“훔쳐간 물건으로 주인이랑 거래하려는 쓰레기는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을 거야.”

강주혁이 반말에 욕지기까지 내뱉었지만 신대성은 동요하지 않았다.

“너는 신 씨 일가가 네 모든 걸 앗아갔다고 생각하겠지.”

신대성은 천천히 자신의 분노를 피어 올렸다. 그것은 이내 강주혁의 살기와 버금갈 정도로 커졌다.

두 사람을 곁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비틀거렸다. 사람들은 헌터들이 싸움을 벌이려는 줄 알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씨 일가가 저지른 일은 모른다.”

강주혁은 신대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네 복수가 정당한 것처럼 내 복수도 정당하다. 네가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이상으로 나 역시 너를 죽이고 싶다. 너뿐만 아니라 강 씨 집안 인간들은 모두 씨를 말릴 거다.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진즉 그렇게 했겠지.”

“복수라고? 당신이?”

“권대호 선생님께 여쭤봐라. 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신대성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떠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내가 비급을 필요로 하듯이 너 역시 비급이 필요할 거다. 잘 생각해봐라.”

강주혁은 신대성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가 했던 말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김동훈이 할아버지에 관해서 했던 얘기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 * *

강주혁은 다음날 곧장 권대호를 찾아갔다. 비가 오는 날이라서 밖이 아니라 그의 저택에서 만났다.

“회사 때려치웠다면서?”

권대호가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찾아온 제자를 보면서 히죽거렸다.

“잠깐 나온 겁니다.”

강주혁은 덤덤하게 말했다.

“얼굴이 왜 죽을상이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냐?”

강주혁이 얼굴이 굳어있는 걸 본 권대호가 물었다.

“신대성이 찾아왔습니다.”

“뭐라?”

권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길 한복판에서 만났거든요.”

“뭐라고 하드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비급이랑 제가 가지고 있는 비급을 교환하자고 하더군요.”

“허, 이런 날강도 같은 놈을 봤나.”

권대호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황당했던 것이다.

“제 복수가 정당하면 자신의 복수도 정당하다고 하더군요.”

“복수라고?”

“네. 그러면서 스승님께 제 할아버지에 대해서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권대호의 표정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네 할아버지에 대한 걸 왜 나한테 물어보라고 하는지 모르겠구나.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스승님.”

“왜?”

“거짓말이 서투시군요.”

“후.”

권대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제 할아버지를 알고 계시죠?”

“너는 네 할아버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

“그냥 선산에 생긴 작은 던전을 운영하던, 평범한 헌터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본 할아버지는 실제로 그런 분이셨죠.”

“네 가문의 검술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느냐?”

강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국 최강자의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탐을 낼 정도로 강력한 검술이다. 그 검술의 창안자도 결코 평범할 수 없다.

“30년도 더 된 일이니 네가 태어나기도 전이구나. 헌터들과 블랙 헌터들이 한바탕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인류가 몬스터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군대로도 통제할 수 없는 무력을 지닌 헌터들은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각국의 정부는 헌터들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 과정이 매끄러웠던 국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더 많았다. 한국 역시 그런 국가들 중 하나였다.

정부가 헌터 관리국을 신설하고 헌터 관리법을 제정하면서 헌터들을 본격적으로 통제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헌터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블랙 헌터가 되었고 정부를 지지하는 헌터들과 싸움을 벌였다.

훗날 <블랙 헌터의 반란>으로 명명된 사건으로 인해 한국은 거의 내전에 준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대전에 모인 블랙 헌터들은 정부소속의 헌터들과 정규군을 박살낸 후 대통령이랑 의회를 갈아치우겠다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나와 태원 형님은 정부의 소집령에 응했고 광화문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지. 이쪽저쪽 합쳐서 천 명쯤 되는 헌터들이 죽었을 거야.”

광화문 전투에서 헌터들이 승리함으로써 블랙 헌터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다. 반란에 가담했던 블랙 헌터들은 감옥에 가거나 처형되었다.

정부는 자신들을 지지해준 헌터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규제를 완화하고 특혜를 줬다. 그 특혜를 바탕으로 공략회사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대기업이 되었다.

“블랙 헌터의 공식적인 수장은 마석훈이라는 자였지. 태원 형님에게는 살짝 못 미쳤지만 그래도 대단한 실력자였다. 하지만 우리 쪽에는 그 정도의 실력자가 열 명이나 되는데 블랙 헌터 쪽에는 그 사람 하나뿐이었다.”

“손쉬운 승리였겠군요.”

“아니, 치열한 접전 끝에 간신히 이겼다. 고수의 수는 우리 쪽이 많았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블랙 헌터 쪽이 훨씬 나았으니까. 승기가 우리 쪽으로 확실히 넘어오자 마석훈은 도망을 쳤다. 전국 10대 고수는 그를 추격했고 북한산자락에서 찾아내 죽였지.”

권대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강주혁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때 네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블랙 헌터였나요?”

“그래. 정치적인 리더는 아니었지만, 실력 면에서는 블랙 헌터들 중 최강자였다. 모든 블랙 헌터들의 숭배를 받는 정신적인 지주였지.”

강주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싸웠습니까?”

“그래. 전국 10대 고수 중 다섯이 죽었다. 단 한 사람에게.”

강주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정도로 강한 헌터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사람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다섯의 희생으로 간신히 만든 틈을 이용해 나와 형님이 공격에 성공했지. 하지만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그저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을 뿐이지.”

“정신을 차려요?”

“네 할아버지는 반쯤 미쳐있었다. 우리의 공격을 받고 겨우 이성을 되찾은 거야. 정신을 차린 후에는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그냥 보내달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보내주셨습니까?”

“달리 뭘 할 수 있었겠느냐. 10대 1로 싸우고도 생채기 하나 낸 게 전부였는데. 그동안 우리는 다섯이 죽고 나머지 다섯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계속 싸웠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다. 네 할아버지는 다시 미쳤을 테고.”

그 열 명은 한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헌터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해외에서 헌터로 활약해서 인정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세계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자들이었다.

“도대체 무슨 기술을 썼기에 그렇게 강했던 겁니까?”

“네가 쓰는 바로 그 검술이지.”

“사신무극검이요?”

“그때는 사신검은 없었다. 오직 무극검만 있었지.”

“하지만 무극검은 일회용인데…….”

“너한테는 일회용이었지만 네 할아버지에게는 상시용이었다. 태원 형님이 끌어낼 수 있는 최대내공을 능가하는 내공을 매 공격마다 터뜨려댔지.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터져나갔다. 호신강기도 금강불괴도 죄다 소용이 없었지. 네 할아버지랑 싸웠던 곳은 싸움의 여파로 산세가 바뀔 정도였다.”

무극검을 항상 최후의 카드로만 염두에 두고 있던 강주혁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네 할아버지는 블랙 헌터로서 살았던 인생을 후회한다고 했다. 손에 많은 피를 묻혔지만 자기 의지로 그런 게 아니라고 했지. 잘못된 검술을 익히는 바람에 미쳤었다고. 평생 은둔자로 살면서 속죄하겠다고 하더구나. 우리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 그냥 보내주었다. 마석훈을 잡고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만족했지.”

김동훈이 했던 얘기들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갈등도.

할아버지가 형의 단전을 부순 이유도.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것이다.

“정부 쪽 사람들에게는 비밀에 부친 겁니까?”

“전부 다 얘기했다. 하지만 네 할아버지를 잡아서 처벌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블랙 헌터들 때문에 쑥대밭이 된 나라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었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고. 나랑 태원 형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데 정부가 뭘 할 수 있었겠느냐.”

“그것도 그렇군요.”

“우리는 그저 네 할아버지가 약속을 지키기만을 바라면서 네 할아버지의 흔적들을 지워나갔다. 힘을 쫓는 헌터들의 기질상 분명 네 할아버지를 추종하는 자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거든. 일종의 기록 말살에 처한 거지.”

“블랙 헌터들 중에 이미 추종자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래.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네 할아버지의 본명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죽거나 아직도 감옥에 있지. <경산마존>이란 별호까지 지어 붙이면서 떠받들기는 했지만 실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언론사들도 정부에 협조적이었지. 그만큼 정보통제가 용이했다. 결국, 네 할아버지는 블랙 헌터들 사이에 떠도는 전설로 남게 된 거지.”

강주혁은 할아버지가 반역죄를 저지르고도 외적으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부에서는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 나와 태원 형님을 구국의 영웅이라면서 엄청 뛰어줬지만 우린 결코 그런 허명을 즐길 수 없었지.”

신태원은 한국 최강의 헌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최강자 행세를 해야만 했다.

강주혁은 강함에 대한 신태원의 집착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그 사람의 손자라는 건 언제부터 아신 겁니까?”

“네 기술을 보고 짐작했다. 조사를 하고 내 짐작이 옳았다는 걸 알았지.”

“그동안 왜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까?”

“네가 네 할아버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 같았으니까. 경산마존이 죽은 듯이 조용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지킨 거지.”

“지켜도 지독하게 지키셨죠.”

할아버지의 고압적인 태도 아래 번민했을 아버지를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아버지는 무극의 힘을 다스리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사신검을 창안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무극을 완전히 다스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긴 것 같았다. 그래서 손자들에게 검술을 제대로 전수해주는 것도 금한 것이다.

반대로 아버지는 고강한 검술을 이용해 이름을 떨치고 자식들에게 그걸 물려주고 싶어 했고.

블랙 헌터가 틀림없는 김동훈은 부자 사이에 생긴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아버지로 하여금 비급을 만들도록 부추겼을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를 제2의 경산마존으로 만들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엇나가버린 대성이를 막기 위해서지.”

“신대성의 복수도 정당하지 않습니까?”

강주혁의 할아버지가 죽인 전국 10대 고수 중에서는 신태원의 부인이자 신대성의 어머니도 있었다.

강주혁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태원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처럼 신대성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강 씨 집안을 무너뜨린 것이다.

강주혁의 할아버지는 너무 강해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지 죗값을 제대로 치른 게 아니었다.

“네 할아버지는 약속을 지켰다. 네 말대로 아주 철저하게 지켰지. 그러니 그건 그걸로 끝나야 했었다.”

신태원의 아내이자 신대성의 어머니는 권대호가 사모하던 여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강주혁은 권대호의 마음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성이 그놈은 순수하게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면 비급에 손을 안 댔어야지.”

“……그렇군요.”

권대호의 지적에 강주혁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비뚤어진 욕망을 채우는 게 우선이었다. 스스로 범죄자가 됨으로써 선을 넘은 자들과 싸우다가 죽은 제 어미를 욕되게 한 거야.”

강주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권대호의 형형한 눈빛이 흔들리는 강주혁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너를 돕는 게 옳다고 여겼다.”

“제 아버지요?”

“비록 네 아버지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너를 통해서 대단한 걸물이란 걸 알 수 있었지. 네 아버지에게는 복수할 힘이 있었다. 네가 절반만 가지고도 이렇게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검술의 전부를 알고 있었으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지. 복수를 하려다가 네 할아버지처럼 되는 걸 염려했던 거야.”

“그렇게 복수심을 억누르다가 화병으로 돌아가셨으니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네 아버지는 선택한 거야. 복수를 위해서 마귀가 되기보다는 인간으로 말라죽기를 택한 거지.”

“…….”

“네가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을 거다. 사신무극검은 미완이니까. 만약 그 힘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면 복수를 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힘이니까. 하지만 네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네 할아버지의 업보를 짊어지고 사그라지는 쪽을 택했지. 쉽지는 않았을 거다.”

아버지가 겪었을 지옥을 떠올리자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 왔다.

“왜 아버지는 수련을 통해서 검술을 완성할 생각을 안 했을까요?”

“아마 어떤 한계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거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강주혁을 복수를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어쩌면 나와 네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 힘을 통제할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묻어버리는 거지. 하지만 대성이는 그 모든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네 할아버지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태원 형님의 정신도 혼탁해졌지. 이제 그 힘이 세상에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만약 나올 수밖에 없다면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주혁은 자신이 적임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주작검을 아무런 부작용도 없이 수십 년을 써먹었으니까.

사신무극검을 완성해 미치지 않고도 신대성을 꺾는 것. 강주혁은 그것이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겨준 숙제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주혁은 권대호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진실을 알고 나니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이제 어쩔 셈이냐?”

“회장님을 만나겠습니다.”

강주혁은 신대성과 거래를 하지 않고도 비급을 되찾을 방법을 알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