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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90화 (90/202)

90화 끝내주마

드래곤.

괴수종 몬스터의 정점이자 던전이라는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데몬처럼 동급으로 분류되는 몬스터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강의 몬스터를 뽑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드래곤을 떠올린다.

강주혁 역시 그랬다.

그가 사냥했던 몬스터들 중 최강이자 최악은 회중시계를 품고 있던 블랙 드래곤이었다.

강주혁은 그 강대하고 거대한 존재에게 경외감을 품었고, 그때 느꼈던 전율이 그를 진짜 사냥꾼으로 만들어줬다.

복수와 성공 말고도 헌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정복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전율일 것이다.

그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등반가의 마음과 비슷했다.

크르르.

눈앞의 존재는 그 낯익은 감각을 떠올리게 했다. 덩치도 훨씬 작고, 뼈밖에 없지만, 살아생전의 위엄은 느낄 수 있었다.

강주혁은 그 위대한 존재의 잔재를 향해 검을 세웠다.

콰르르.

샐러맨더가 혓바닥을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키아아아!

본 드래곤이 날카로운 괴성을 질렀다.

귀를 찢어놓을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오싹한 한기가 밀려들었다.

“아악!”

장하민은 본 드래곤이 포효하자마자 귀를 틀어막고 비틀거렸으나 공허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강주혁이 시키는 대로 턴 언데드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허진 씨, 제가 저놈을 막아줄 테니까 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요. 신호를 주면 그때 터뜨리는 겁니다.”

“네. 대리님.”

공허진의 두 손 사이에서 하얀 구체가 빛나고 있었다.

콰앙!

본 드래곤의 갈비뼈 중간에 있는 코어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터져 나왔다. 어둑어둑했던 주변이 갑자기 환해졌다.

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체가 완전히 드러났다. 뼈만 남아 있기는 했지만, 길이가 20m에 달했다.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형체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민 씨!”

강주혁의 호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장하민이 어깨를 떨었다. 그녀를 짓누르던 공포가 흩어졌다.

“네!”

“저기에 문 보이죠? 가서 한번 살펴봐요.”

강주혁은 홀의 한쪽 구석에 있는 철문을 가리켰다.

“여기에 본 드래곤이 있다면 분명 저 방에 성물함이 있을 거예요.”

리치에게는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성물함이다. 보관 장소에는 온갖 함정과 강력한 파수꾼이 준비되어 있기 마련이다.

본 드래곤은 드래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몬스터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 언데드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순수한 전투력만 따지면 리치보다도 강하다.

본 드래곤이라는 파수꾼의 존재가 역설적으로 이곳에 성물함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네! 대리님!”

장하민도 헌터는 헌터였다. 강주혁의 호통에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방을 향해 달려갔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

원래는 강주혁 혼자서 본 드래곤을 잡고, 저 방의 문을 열 생각이었다. 방문은 잠금장치도 복잡하고 부비트랩도 많아서 여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만약 강주혁이 본 드래곤을 상대하는 동안 장하민이 잠금장치를 해체할 수 있다면 좀 더 빨리 성물함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에 있는 일행의 상황을 생각하면 빠를수록 좋다.

강주혁은 본 드래곤의 시선을 장하민과 공허진에게서 떼어놓기 위해서 발광석을 흔들어댔다.

드래곤은 인간보다 머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본 드래곤은 언데드답게 사고가 단순하다. 그만큼 시선을 끌기도 쉽다.

크아아!

본 드래곤이 앞발을 번쩍 들었다. 예상대로 첫 번째 타깃은 강주혁이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한 채 기다렸다.

휙!

커다란 손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강주혁은 곧바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쾅!

강주혁이 디디고 있던 자리가 손바닥 모양으로 움푹 파였다.

만약 조금만 늦거나 빨리 움직였으면 손바닥에 찍혀서 몸통이 터져나갔을 것이다.

탓!

강주혁은 곧장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다.

콰콰콰!

본 드래곤이 바닥을 쳤던 손을 옆으로 휘둘렀다. 날카로운 손톱이 강주혁이 있던 자리를 긁고 지나갔다. 바닥의 돌들이 부서지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크아!

본 드래곤은 강주혁이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아가리를 벌렸다. 강주혁은 재빨리 자세를 숙였고, 본 드래곤의 입은 그의 머리 위에서 닫혔다.

‘여전하군.’

강주혁은 머릿속으로 본 드래곤의 다음 공격 패턴을 떠올렸다. 그 패턴에 맞춰서 대응한 덕분에 피해 없이 공격들을 넘길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회귀 전에 보스전담 TF팀을 이끈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광야에는 데몬처럼 한 번 잡으면 영원히 소멸하는 보스들도 있지만 본 드래곤처럼 한 달마다 리스폰되는 보스들도 많다.

걔 중에는 정규 공략팀이 처리하기 어렵거나 그게 가능하더라도 아이언 골렘처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몬스터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보스들만 담당하는 TF팀이 시범적으로 운영된 적이 있었다. 차장 시절 강주혁은 그 팀의 팀장으로 2년간 일했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보스 몬스터와 반복적으로 싸우면서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사냥 방법을 연구했다. 그렇게 지속적인 연구와 훈련 덕분에 나중에는 몇몇 보스들을 단신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본 드래곤 역시 그때 잡아본 보스들 중 하나였다.

‘이건 또 왜 안 열려!’

강주혁이 본 드래곤의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그가 가리킨 문에 도착한 장하민은 문이 잠겨 있다는 걸 확인했다.

도적의 예리한 감각이 문을 여는 순간, 부비트랩이 작동할 거라는 걸 알려주었다.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쿵!

크아아!

장하민은 곧장 해체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바로 등 뒤에서 C급 헌터가 S급 몬스터를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평범한 C급이라면 1분도 못 버티고 사망했을 것이다.

‘으으, 살 떨려.’

장하민은 강주혁을 계속 힐끗거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이 홀은 천장은 높지만 너비는 그리 넓지 않다. 그리고 그 공간의 대부분은 본 드래곤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헌터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한정적이다.

강주혁은 벽에 몰린 상태로 본 드래곤의 집요한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지만 매번 종이 한 장 차이로 계속 피해내고 있었다.

강주혁의 랭크로는 본 드래곤의 공격을 보고 피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공격을 미리 예측하고 있는 것처럼 한 템포 빠르게 움직였다.

‘저게 가능해?’

틈틈이 반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게다가 공격하는 지점이 매번 똑같았다.

회피를 위해서 아크로바틱을 하듯이 온 몸을 던져대면서도 반격할 때만 되면 귀신같이 한 곳만 때렸다.

장하민의 랭크로는 둘의 움직임을 완전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강주혁의 검에 맞은 부분에서 계속 불길이 치솟았기에 그가 한 곳만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쾅!

마침내 강주혁의 불타는 검이 본 드래곤의 앞발을 부숴 버렸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언데드라서 추가적인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앞발의 절반과 함께 발가락 두 개가 날아가 버렸기에 공격 범위가 많이 줄어들었다.

강주혁은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부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움직임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는 강주혁이 살기 위해서 발악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사냥당하고 있는 쪽은 분명 본 드래곤이었다.

‘데몬도…… 진짜였나…….’

강주혁과 관련된 소문들 중 가장 허황된 것이 데몬을 혼자 잡았다는 것이다.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도 그것만큼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강주혁이 서리 늑대들을 학살했을 때도 그저 강력한 기술과 기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몬과 동급인 본 드래곤과 싸우는 걸 보니 강주혁이 진짜 데몬 슬레이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쾅!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강주혁이 처음으로 본 드래곤의 공격을 허용했다. 본 드래곤이 한 바퀴 돌면서 휘두른 꼬리에 맞은 것이다.

“어?”

하지만 강주혁은 뒤로 살짝 밀려나기만 했을 뿐 날아가지는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가 있던 자리에 공허진이 서 있었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방어를 택한 것이었다.

공허진의 두 손 사이에 떠 있는 빛의 구체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빛이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본 드래곤 정도의 언데드면 턴 언데드의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저 정도의 턴 언데드라면 본 드래곤에게도 치명타가 될 것이다.

‘둘 다 미쳤어.’

자세히 보니 공허진은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기술의 강도가 강해짐에 따라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S급 몬스터 앞에서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는 공허진이라니.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동료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우면 저렇게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만약 저 상황에서 자신이 힐러고 신태훈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면 쌍욕을 퍼붓고 도망쳤을 것이다.

“하민 씨!”

강주혁이 소리쳤다. 한쪽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걸로 봐서 좀 전의 꼬리 공격을 막느라 부상을 당한 것 같았다.

“네!”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문 따는 데에 집중해요! 그 안에 있는 성물함만 부수면 이 녀석도 끝이에요.”

“알겠어요! 조금만 버텨주세요!”

본 드래곤은 이 방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방문의 잠금장치가 해체될 조짐을 보이면 분명 장하민을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장하민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공허진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강주혁을 믿기로 한 것이다.

챙! 캉!

크아아!

바로 등 뒤에서 격렬한 전투의 소음이 들려왔다. 장하민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손을 부지런히 놀렸다.

‘됐다!’

철컹!

그렇게 5분 정도 사투를 벌인 끝에 잠금장치와 부비트랩을 해체하는 데에 성공했다.

‘뭐, 뭐야?’

하지만 방 안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크아아아!

첫 번째 문이 열린 것을 감지한 본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쏴아아!

코어에 모여 있던 마력이 목뼈를 따라 머리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숨결을 토하려는 것이다.

“하민 씨, 안으로 들어가요! 어서!”

“네!”

장하민을 방 안으로 들여보낸 강주혁은 본 드래곤을 중심으로 반대편에 있는 공허진에게 외쳤다.

“허진 씨, 지금이에요!”

공허진이 품고 있던 거대한 광체가 폭발을 일으켰다.

번쩍!

환한 빛이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공격할 때 사용했던 턴 언데드보다 몇 배나 강한 영력이 담겨 있었다.

크아아악!

본 드래곤은 숨결을 토해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뼈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허진 씨! 아래층으로 내려가요!”

“네! 대리님!”

계단과 가까이에 있던 공허진은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강주혁은 본 드래곤을 향해 달려갔다.

쿵.

주저앉아 있던 본 드래곤이 천천히 몸을 움직거렸다. 역시나 턴 언데드로는 끝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로기 상태. 계속되는 앞발과 주둥이 공격 탓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틈이 있었다.

쏴아아.

갈비뼈 중간에 있는 코어에서 하얀색 기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극심한 한기 때문에 오한이 들었다.

강주혁은 주작검의 열기로 몸을 보호하면서 본 드래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갈비뼈 사이로 샐러맨더를 뻗어 코어를 찔렀다.

‘끝내주마.’

모든 내공이 칼끝에 모였다. 무극의 힘이 본 드래곤의 심장부에 꿰뚫었다.

쩌적!

코어에 커다란 금이 갔다. 강주혁은 박혀 있는 검을 빼낼 생각도 하지 않고 뼈 사이로 빠져나왔다.

‘과장님한테 한 소리 듣겠네.’

그리고는 장하민이 들어간 방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휘이잉.

홀 안의 바람이 본 드래곤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콰쾅!

강주혁이 방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 순간 강렬한 폭음과 함께 탑 전체가 흔들렸다. 밀려든 충격파가 문 뒤에 서 있던 강주혁을 날려버렸다.

* * *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신태훈이 검을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스파토이의 머리통이 날아올랐다. 하지만 남아 있는 몸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면서 신태훈을 압박해갔다.

맷집도 움직임도 스켈레톤과 차원을 달리했다. 그런 몬스터들이 수십 마리가 있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것들 뒤에도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이 있었다.

지형지물이 없으니 그 많은 수의 몬스터를 한꺼번에 상대해야 했다.

“불가능해요!”

안다정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문제는 장하민과 공허진이 요새로 올라간 직후에 시작되었다. 다음 주자인 이정인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위산 내부로 이어지는 비밀통로에서 리치가 나타났다.

일행은 곧바로 응전했으나 리치가 강령술을 시전하자마자 눈 속에서 수백 구의 해골 병사가 일어났다. 그중에는 스파토이들도 섞여 있었다.

대량 학살이 가능한 마법사 이정인과 턴 언데드를 사용할 수 있는 힐러 한윤우가 있어서 처음에는 버틸만했다.

하지만 언데드들은 아무리 죽여도 줄어들 줄 몰랐다. 과거에 이 설원에서 치열한 전투라도 있었던 건지 눈 속에는 시체들이 넘쳐났고, 리치는 그것들을 계속해서 일으켜 세웠다.

리치에게 접근하려는 시도는 바위산 내부에서 쏟아져 나온 정예 언데드들 때문에 좌절되었다. 전부 그냥 스켈레톤이 아니라 스켈레톤 워리어나 메이지였던 것이다. 일대일로 싸우면 어렵지 않은 적이었지만 수가 너무 많으니 뚫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더 빠릅니다! 빠져나갈 수 있어요!”

신태훈이 질세라 소리를 질렀다.

“이 허허벌판에서 가기는 어딜 가요! 언데드는 지치지도 않아요.”

안다정이 맞받아쳤다.

헌터들의 기동성이 더 뛰어나기는 하지만 언데드에게는 체력이라는 개념이 없다.

포위망을 돌파해서 잠시 달아나는 건 가능하겠지만 헌터들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서 금방 따라잡힐 것이다.

“일단은 포위망이나 뚫고 말해요!”

“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떡하고요!”

“그 친구들 때문에 우리까지 죽을 수는 없습니다!”

안다정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쉬자고 할 때는 언제고.’

던전에서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하지만 4부 4팀은 이전에도 괜찮았으니 여기서 노숙을 하자고 했다. 그 말대로 여기서 잠을 잤다면 싸우지도 못하고 전멸했을 것이다.

차라리 강주혁을 따라 전부 다 요새로 올라갔으면 상황이 더 나았을 것이다. 거기서는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싸울 수 있으니까.

‘강 대리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이제는 강주혁이 제때 성물함을 찾아서 파괴하기를 바라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안다정에게는 그가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으윽!”

신태훈의 팔에서 피가 흘렀다.

몸에 열댓 마리의 스켈레톤이 매달려 있었다. 무거워진 몸으로는 스파토이가 휘두르는 검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에잇!”

신태훈은 발로 스파토이를 걷어찬 후 전격을 일으켜 몸에 붙어 있는 해골들을 날려버렸다.

“힐러! 힐러!”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영력이 없어요!”

한윤우가 절망적인 어조로 외쳤다. 마력도 영력도 바닥을 보인 지 오래였다. 마법사인 이정인도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딴 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어!’

절망적인 상황이 끝도 없이 이어지자 신태훈은 인내심을 잃었다.

태원공략의 오너 일가가, 회장의 손자이자 부회장의 아들이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엄 팀장님! 우리라도 빠져나갑시다!”

“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게!”

엄경일이 신태훈의 외침에 역정을 냈다.

“미쳤어요?!”

“안 됩니다! 과장님!”

다른 사람들도 소리를 질렀다. 한 사람이라도 빠져나간다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그만큼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한심한 쓰레기들!”

4부 4팀 사람들조차 호응을 해주지 않자 신태훈은 폭발해 버렸다. 그는 혼자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과장님!”

“뭐 하는 거예요!”

“돌아와요!”

뒤에서 동료들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그저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을 쳐부수는 데에만 집중했다.

‘조금만 더!’

그렇게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스파토이가 신태훈을 막아섰다. 스파토이 뒤쪽으로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으아아아!”

신태훈은 스파토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스스.

하지만 스파토이는 검이 닿기도 전에 허물어져 버렸다.

“뭐, 뭐지?”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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