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이미 늦었어요
돌산 위에 우뚝 솟은 요새가 태원공략의 헌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주혁이 먼저 올라가서 안전을 확보한 후, 나머지 사람들도 차례대로 올라가기로 결정이 났다. 한꺼번에 움직이면 발각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기슭을 따라 이동 중에 적들에게 공격을 당하면 싸우지도 못하고 전멸할 수 있다. 한 번에 이동하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위에도 언데드가 있을 것 같으니 허진 씨가 바로 다음에 오면 좋겠군요.”
강주혁은 요새에 있는 몬스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턴 언데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공허진이 있으면 전투를 훨씬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도 같이 갈게요.”
장하민이 손을 번쩍 들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부비 트랩이나 잠긴 문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4부 4팀에서 장하민은 부티 트랩과 잠금장치를 해체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장하민은 강주혁을 보면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강주혁은 그녀가 어떤 의도에서 지원했는지 알고 있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좋아. 주혁이가 길을 만들면 두 사람이 먼저 올라가.”
강주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유덕현도 허락해 줬다. 그 역시 위험한 길에 공허진만 보내는 게 불안했던 것이다.
“저도 강 대리랑 갈게요.”
안다정도 나섰다.
“과장님은 밑에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강주혁이 칼 같이 자르자 안다정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강 대리 혼자만 올라가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 위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이겠습니다. 그리고 위험한 건 지상도 마찬가지잖아요.”
요새에는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바위산 안에 있는 적들은 가끔 정찰을 하러 나온다. 만약 그 날이 오늘이라면 지상에 있는 일행에게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공허진도 올라가는 마당에 안다정까지 빠져버리면 지상에 대기하는 인원들이 위험해진다.
“그래. 한꺼번에 많이 움직이면 걸릴 수도 있잖아. 조금씩 움직이자고.”
유덕현이 강주혁의 편을 들자 안다정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강주혁은 안다정이 어떤 마음에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알 것 같았다. 4부 4팀도 공략에 실패한 지역에 강주혁 혼자만 보내는 게 불안했던 것이다.
강주혁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안다정에게 싱긋 웃어주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
유덕현은 두 사람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회사 내에 몇 명 없는 데몬 슬레이어야. 위에 리치가 있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았어요.”
“주혁아, 준비됐으면 출발하자.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에 올라가야지.”
“네. 팀장님.”
강주혁은 아공간 보관함에서 로프와 그것을 고정시켜 줄 볼트, 그리고 해머를 챙겼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가져가게.”
엄경일 팀장이 강주혁에게 주먹 크기의 돌멩이 하나를 건넸다.
“발광석이군요.”
내공을 주입하면 빛을 내는 돌이었다. 밤이나 어두운 동굴에서 사용하면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간에 해가 지면 사용해.”
“감사합니다. 팀장님.”
강주혁은 인사를 한 후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는 신태훈을 슬쩍 봤다. 그리고는 곧장 요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설원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요새는 버려진 폐허처럼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그래도 강주혁은 자세를 숙이고 바위 같은 엄폐물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접근했다.
척!
돌산에 도달한 강주혁은 곧바로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에 일행이 올라올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놔야 한다.
캉! 캉! 캉!
강주혁은 암벽 중간에 볼트를 박아 넣고 로프를 묶어놓았다.
요새 주위에는 눈보라가 불지 않았으나, 피부를 할퀴는 삭풍은 여전했다. 강주혁은 바람이 특히 강해질 때를 노려 망치질을 했다.
어차피 하급 언데드들은 감각이 아니라 마력에 반응하기 때문에 소리가 좀 들린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후우.”
암벽지대를 통과한 강주혁은 망원경으로 확인했던 산기슭에 도달했다. 바닥의 폭이 50㎝밖에 안 되는 협로가 암벽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걸으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강주혁은 후발주자인 공허진과 장하민이 일행과 떨어져 엄폐물 뒤에 숨어 있는 걸 확인했다. 그는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낸 후 기슭을 따라 이동했다.
길은 나선으로 돌산을 반 바퀴 정도 돌면서 이어졌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보니 요새가 한층 더 가까워져 있었다. 거기서부터 강주혁은 다시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조금만 더.’
10m 정도를 올라가니 요새의 석벽에 닿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석벽을 이루는 돌들 사이에 제법 큰 틈이 있어서 손가락과 발끝이 들어갔던 것이다. 로프를 고정해 줄 볼트를 박아 넣기에도 좋았다.
요새의 끝까지 올라간 강주혁은 머리만 빼꼼히 내밀어서 안을 살폈다. 칼집에서 소리 없이 검을 뽑아낸 그는 곧장 성벽을 뛰어넘었다.
* * *
“저게 사람이야 거미야.”
장하민은 암벽을 타고 쑥쑥 올라가는 강주혁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분명 처음 타보는 암벽일 텐데 어디를 잡아야 할지, 어디를 디뎌야 할지를 외우고 있는 사람처럼 빨랐다. 실내 클라이밍 연습장에서 해도 저 속도는 안 나올 것이다.
“허진 씨는 안 신기해요?”
장하민이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공허진에게 물었다.
“강주혁 대리님은 원래 저래요.”
“원래 저렇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뭐든 잘해요.”
농담인 줄 알았는데 공허진은 한없이 진지했다. 원래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도대체 평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줬기에 저렇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때 암벽 구간을 통과한 강주혁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가요.”
“네.”
두 사람은 돌산을 향해 달려갔다. 가는 동안 요새를 올려다 봤지만 적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주혁의 추측대로 요새 쪽의 방비가 의외로 허술한 것 같았다.
“제가 경계를 설게요. 허진 씨가 먼저 올라가요.”
돌산에 도착한 장하민이 공허진에게 말했다. 로프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동시에 매달리는 건 무리다.
“네.”
공허진은 강주혁이 설치해놓은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건틀릿 때문인지는 몰라도 올라가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4부 4팀 시절의 느림보는 보이지 않았다.
암벽 구간을 무사히 통과한 공허진이 아래로 신호를 보냈다. 장하민이 고개를 끄덕인 후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올라갔다. 그동안 공허진이 경계를 서줬다.
“제 손 잡아요.”
기슭에 도달한 장하민에게 공허진이 손을 내밀었다. 장하민은 공허진의 손을 잡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슬쩍 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기가 감돌았는데 지금은 무척 수척해 보였다. 공략 중에 그런 초대형 사고를 터뜨렸으니 눈앞이 깜깜할 것이다.
하지만 공허진은 내색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실수를 해서 신태훈에게 깨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또다시 실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을 것이다.
“고마워요.”
“제가 먼저 갈게요.”
장하민을 기슭 위로 끌어올린 공허진은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주혁이 혼자 있는 게 신경이 쓰이는지 유난히 서두르는 것 같았다.
장하민은 낭떠러지를 옆에 낀 채 위태롭게 걷고 있는 공허진의 뒷모습을 보고 복잡한 기분을 사로잡혔다.
항상 공허진을 깔보던 장하민이었기에 어제 그녀가 보여준 모습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신태훈을 패버릴 정도의 힘이 있다는 것도 자기 일도 아닌데 그렇게 나서준 것도 의외였다.
‘찝찝하네.’
장하민은 가슴 한구석을 간질이는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그건 분명 고마움이었다. 그 고마움 탓에 그동안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같은 팀이었던 시절, 장하민은 공허진을 도와주기 보다는 그녀를 방패 삼아 편하게 지내는 걸 택했다.
공허진이 실수를 많이 해서 상대적으로 장하민은 욕을 적게 먹었다. 공허진이 있을 때만 해도 장하민은 신태훈의 타깃이 아니었다.
그때는 저런 바보와 같은 팀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바보는 팀에서 퇴출당한 후 오히려 더 성장해 제대로 된 헌터가 되었다.
반면에 자신은 바보를 대신해서 악질 상사에게 구타나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바보는 나였지.’
신태훈을 두들겨 팬 공허진을 보고 장하민은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신태훈의 말이 법인 줄 알았다. 엄경일 팀장도 눈치를 봤으니까. 신입사원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기까지 했다.
게다가 신태훈은 권력뿐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무력까지 갖고 있었다. 헌터들의 세계에서 섬김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신태훈이 손찌검을 하고 폭언을 내뱉는 식으로 선을 넘어도 당연하게 여겼다. 급이 다른 존재이니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절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주혁은 신태훈을 실력으로 찍어 눌러버렸고, 그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공략 과정에서는 매번 더 나은 판단을 보여주었다.
4부 내에서는 너무나 확고했던 신태훈의 위상이 강주혁과의 대비로 인해 허무하리만치 쉽게 무너져 버렸다.
결정적으로 4부 4팀에 있을 때만 해도 신태훈에게 찍소리도 내지 못했던 공허진이 그에게 펀치를 날렸다. 그 펀치로 인해 신태훈은 더 이상 우월하거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다 왔어요.”
공허진의 말에 장하민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을 떨쳐냈다.
기슭을 따라 돌산을 반 바퀴쯤 돈 그들은 강주혁이 내려놓은 로프를 발견했다.
“경계 부탁할게요.”
공허진은 무덤덤하게 로프를 잡았다.
“저, 허진 씨.”
장하민이 공허진을 불러 세웠다. 공허진이 고개를 돌렸다.
“네?”
“어제 일, 고마웠어요.”
공허진은 멍한 얼굴로 눈만 껌뻑였다.
“고마웠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눈치가 보여서 하지 못했던 말이다. 공허진과의 동행을 부탁한 것도 사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과장님 두들겨 패준 거요. 속으로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거든요.”
공허진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후회하는 일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공략 중에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 어서 올라가요. 대리님 기다리겠어요.”
장하민은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공허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로프는 암벽을 넘어 성벽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끝에 도달했을 때쯤, 강주혁이 성벽 위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고생했어요.”
강주혁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공허진은 그의 손을 잡고 올라왔다. 장하민도 곧장 따라왔다.
“몬스터는요?”
“제가 다 처리했어요.”
“벌써요?”
장하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새 곳곳에 부서진 뼛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뼈의 색깔이 검었다.
‘스파토이?’
검은색 뼈로 이루어진 몬스터는 용아병(龍牙兵)이라고도 불리는 스파토이뿐. 생긴 건 스켈레톤과 비슷하지만, 능력치는 차원이 다르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랭크는 B급. 오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성벽 위에 흩어져 있는 뼛조각들로 보건대, 최소 열 마리는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한 거지?’
싸워서 이긴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기슭을 따라 올라오면서 그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전투의 소음도 마찬가지고.
‘신기하네.’
장하민은 귀신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중앙 탑부터 확인해 보죠.”
강주혁은 요새 한복판에 있는 탑을 가리켰다. 성벽에 세워져 있는 방어용 탑들에 비해 훨씬 크고 높았다. 탑이라기보다는 독립된 성처럼 보였다.
콰쾅!
세 사람이 움직이려는 찰나, 아래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밑에 문제가 생긴 거 같네요. 따라와요.”
기슭을 따라서 요새를 반 바퀴 정도 돌았기에 그들이 있는 곳에는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강주혁은 두 사람을 데리고 성벽을 따라 달렸다. 이내 일행이 대기하고 있던 지점이 내려다보였다.
“몬스터예요!”
어림잡아도 수백은 될 것 같은 언데드가 일행을 포위하고 있었다. 일행은 원형으로 진을 짠 채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탁 트인 평야라서 지형을 이용해 싸울 수도 없었다. 해도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기 직전. 어둠이 내리면 전투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리치가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신태훈 말대로 했으면 모두 죽었을 거야.’
장하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만약 신태훈 말대로 저기서 노숙을 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1부 3팀이 공략을 주도해서, 강주혁의 주장을 팀장들이 수용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어떡하죠? 다시 돌아갈까요?”
공허진이 강주혁에게 물었다. 긴급 상황인데도 그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이미 늦었어요. 차라리 성물함을 찾아서 부수는 게 빠를 겁니다.”
“알겠어요.”
“갑시다.”
세 사람은 계단을 이용해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강주혁은 이 장소를 잘 아는 사람처럼 거침이 없었다.
일행은 중앙 탑으로 들어가는 철문 앞에 멈춰 섰다. 강주혁은 문을 슬쩍 밀어보았다. 굳게 닫힌 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강주혁은 주머니에서 젓가락을 구부린 것처럼 보이는 작은 작대기들을 꺼냈다. 함정 전문가인 장하민에게 무척 익숙한 장비들이었다.
“대리님?”
강주혁은 대답하지 않고 열쇠 구멍에 작대기를 끼워놓고는 능숙하게 움직여댔다.
철컥!
철문이 뒤로 열렸다. 강주혁은 보지도 않고 팔만 뒤로 뻗어서 장하민을 옆으로 밀었다.
쾅!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안에서 기다란 쇠창이 날아와 장하민이 서 있던 곳에 박혔다.
“갑시다.”
강주혁은 엄경일 팀장에게 받은 야광석을 앞세운 채 어두침침한 실내로 들어갔다.
‘진짜 뭐든 잘하네.’
장하민은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들까지 능숙하게 처리해 버리는 강주혁을 보고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공허진을 보니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았다. 마치 강주혁이 이런 일들을 해결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내부는 일방통행이었지만 부비트랩과 잠긴 문들이 많았다. 강주혁은 그것들을 척척 해체하면서 탑의 상층부로 일행을 이끌었다.
“허진 씨.”
계단을 따라 층을 네 개 정도 올라갔을 때쯤 강주혁이 말했다.
“네. 대리님.”
“턴 언데드 준비해요.”
장하민은 아무런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랭크에 비해서 감이 발달한 그녀였지만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허진은 강주혁이 시키는 대로 손에 영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민 씨, 허진 씨 잘 지켜요.”
“네. 대리님.”
장하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주혁은 발광석을 높이 들었지만 어둠이 너무 짙어서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드르륵. 드르륵.
어둠 속에서 불길한 소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무언가가 발광석 바로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뼈였다.
“으읍…….”
장하민은 비명이 터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본 드래곤이 텅 빈 눈으로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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