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힐러들이 오는군요
‘한심한 팀이군.’
강주혁은 끌려가는 장하민을 보면서 혀끝을 찼다. 아무리 D급이라고는 해도 클래스가 암살자. 같은 랭크의 다른 클래스보다 민첩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장하민은 4부에서 나름 유망주로 통하는 헌터다.
그런데도 늑대에게 뒷덜미를 잡힌 건 봇짐 때문이다. 전투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 짐을 내려놓고 싸우는 게 기본인데 그것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살려줘요!”
장하민이 비명을 지르면서 끌려갔다.
공허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별로 좋은 사람 같지는 않았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 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팀의 총책임자는 유덕현. 강주혁은 자신과 유덕현의 커리어를 위해서 장하민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강주혁은 때마침 자신에게 달려드는 서리 늑대를 상체를 젖혀서 피했다. 늑대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덥석.
강주혁은 옆구리의 털을 움켜잡았다.
휙!
생긴 건 늑대지만 덩치는 황소만큼 크고 치타처럼 빠르다. 털을 붙잡자마자 강주혁은 튕겨져 나가듯 끌려갔다.
체격이 있으니 강주혁이 매달려 있어도 속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그 상태로 팔을 뻗어서 늑대의 등으로 올라갔다.
크르르! 컹! 컹!
서리 늑대는 강주혁을 떨어뜨리기 위해 격렬히 몸을 흔들었지만, 그는 로데오를 하는 카우보이처럼 버텼다.
서리 늑대는 계속 몸부림을 치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강주혁을 떼어내려는 것 같았다.
늑대는 강주혁을 매단 채 한참을 달렸다. 뒤를 돌아봐도 더 이상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다른 늑대들과의 거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으아악!”
마침내 강주혁이 올라탄 서리 늑대가 장하민을 끌고 가고 있는 늑대를 따라잡았다.
강주혁은 한 손으로 털을 움켜잡은 채 다용도 로프를 꺼냈다. 그리고 입과 한 손을 이용해 둥그런 올가미를 만들었다.
휙!
올가미를 몇 돌린 후 장하민을 끌고 가는 늑대를 향해 던졌다. 올가미는 늑대의 뒷다리에 정확하게 감겼다. 줄이 팽팽해지는 순간, 강주혁은 그것을 힘껏 당겼다.
쾅!
깨갱!
장하민을 물고 있던 서리 늑대가 앞으로 엎어졌다. 강주혁을 태우고 있는 늑대는 계속해서 질주했다. 그는 줄을 꽉 잡은 채 털에서 손을 놓았다.
휙!
강주혁은 줄을 잡은 채 뒤로 튕겨져 나갔다.
촤아악!
낙법을 치면서 바닥에 착지한 강주혁은 곧장 장하민에게 달려갔다.
끌려가는 건 멈췄지만 근처에 있던 다른 늑대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넘어졌던 늑대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으아아악!”
장하민은 단검을 휘두르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이미 팔다리를 여러 차례 물어 뜯겼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화르르.
강주혁이 뽑아 든 샐러맨더가 화염을 토해냈다. 그는 제단에게 받은 힘을 이용해서 눈보라를 밀어냈다.
크르르.
컹! 컹!
강주혁이 불타는 검을 든 채 달려오자 서리 늑대들은 장하민에게서 떨어져 나와 그를 에워쌌다.
강주혁을 태우고 왔던 늑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털에 검은색이 섞여 있어서 알아보기가 쉬웠다.
‘우두머리인가.’
자세히 보니 그 늑대는 다른 늑대들보다 머리 하나쯤 더 큰 것 같았다.
크아아아!
우두머리로 보이는 늑대가 강주혁을 향해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갑자기 입속에서 새하얀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강주혁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늑대의 숨결이 끼얹어졌다. 땅바닥이 꽝꽝 얼면서 빙판이 생겨났다.
서리 늑대가 몬스터인 이유는 덩치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얼음의 힘을 품고 있는 몬스터답게 깨물기와 할퀴기 같은 기본 공격들로도 냉기 피해를 줄 수 있다.
장하민이 입은 상처들에도 커다란 얼음덩어리들이 붙어 있었다. 저 상태에서 얻어맞으면 얼음과 함께 살점까지 터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몇몇 상위 개체들은 냉기 숨결을 뿜어낼 수 있다. 용의 숨결만큼은 아니어도 인간 입장에서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스치기만 해도 동상에 걸려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크르르.
늑대들은 강주혁을 둘러싼 채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하민 씨, 괜찮아요?”
“모, 모르겠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정신 차리고 물약 마셔요. 힐러들이 올 거예요.”
강주혁은 경계를 취한 상태에서 장하민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자력으로 치유 물약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떠먹이기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서리 늑대들은 강주혁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우우우.
우두머리로 보이는 늑대가 울부짖자 나머지 늑대들이 동시에 강주혁에게 덤벼들었다. 사방에서 달려들었기에 방어는 불가능했다.
촤아악!
강주혁은 한쪽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다리부터 슬라이딩을 했다. 그의 목을 노리던 서리 늑대가 위로 지나쳤다. 강주혁은 미끄러져 가면서 검을 위로 내밀었다.
푸욱!
뜨겁게 달구어진 검이 서리 늑대의 복부를 가르면서 지나갔다. 얼음의 힘을 머금고 있는 몬스터인지라 화염에 취약했다.
쿵!
서리 늑대는 곧장 쓰러졌다. 강주혁은 재빨리 일어나 뒤로 돌아봤다. 그를 덮쳤던 늑대들은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 한 데 뒤엉켜 있었다.
화르르.
강주혁은 곧장 주작삼편검을 사용했다. 칼날을 중심으로 세 갈래의 화염 채찍이 생겨났다. 내공을 꾸준히 상승시킨 덕분에 영약의 도움 없이도 원활한 사용이 가능해졌다.
콰르르!
크아악!
뱀의 혓바닥처럼 넘실대는 화염이 뭉쳐 있던 서리 늑대들을 할퀴었다. 채찍에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화염에 휩싸였다.
불이 붙은 늑대들은 비명을 토하면서 나뒹굴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에 불이 쉽게 옮겨갔다.
카악! 끼익!
덤벼드는 놈은 없어도 달아나려는 놈들은 많았다. 강주혁을 손목에 스냅을 주면서 검을 휘둘렀다.
휘리릭!
불타는 채찍이 달아나는 늑대의 다리와 몸통에 휘감겼다. 강주혁이 채찍을 당기자 다리가 끊어지고 살이 터져나갔다. 단 한 마리의 늑대도 채찍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탐욕스러운 불은 늑대의 풍성한 털을 모두 집어삼킨 후에도 꺼질 줄 몰랐다. 차디찬 바닥에 뒹굴어도 눈보라 속으로 뛰어 들어가도 불은 좀처럼 꺼질 줄 몰랐다.
고통에 발광하던 늑대들은 단말마와 함께 화염 속에서 사그라졌다. 불은 생명을 완전히 거둔 후에야 꺼졌고 불이 꺼진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살덩이만 남겨져 있었다.
크르르!
동료들과 떨어져 있어서 화마를 피한 우두머리가 이빨을 드러냈다. 붉게 충혈이 된 두 눈에서 강렬한 적개심이 느껴졌다.
‘의외군.’
서리 늑대는 몬스터이기 전에 생명체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 달아난다. 동료애가 있을 수는 있어도 생존 본능보다 강하지는 않다.
‘설마…… 이쯤이었나.’
강주혁은 기억을 더듬어서 우두머리가 달아나지 않는 이유를 찾아냈다. 아마 주변을 둘러보면 흔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저놈부터 처리해야겠군.’
강주혁 역시 살기를 머금은 눈으로 우두머리를 노려봤다.
내공을 절약하기 위해서 주작삼편검은 해체했다. 아마 우두머리에게는 이것이 도발로 여겨졌을 것이다. 너는 굳이 이런 것 없이도 잡을 수 있다는.
크르르.
우두머리 늑대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사냥감과 사냥꾼은 정해지지 않았다. 늑대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우우우!
우두머리가 포효했다. 아가리에서 새하얀 숨결이 흘러나왔다. 몸속에 있는 마석에서 마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숨결이 바닥에 닿자 땅이 얼어붙었다.
투두두!
우두머리는 얼음 숨결을 뿜어내면서 돌진해왔다. 숨결이 끼얹어지자 몸 전체가 새하얀 운무에 휩싸였다. 우두머리가 지나간 경로를 따라 빙판길이 생겨났다. 아마 근처에 있기만 해도 극심한 냉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강주혁은 피하는 대신 우두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크아아!
우두머리가 강주혁을 향해 도약했다. 고드름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송곳니가 그의 목을 노렸다. 강주혁은 아가리가 닿기도 전에 오른팔만 쭉 뻗어서 찌르기를 했다.
콰르르!
검에 휘감긴 화염이 우두머리 늑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 숨결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샐러맨더의 날이 목구멍 속으로 쑥 들어갔다.
푹!
컥!
살을 에는 듯한 냉기 대신 피가 터져 나왔다. 강주혁은 서리 늑대의 목에 검을 박아 넣은 상태로 뒤로 쭉 밀려났다.
하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크으, 크으으…….
우두머리는 핏발이 선 두 눈으로 강주혁을 노려보았다. 맹수의 마지막 투지가 담긴 시선이었다. 벌어진 입을 다물기만 하면 강주혁의 팔이 잘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서리 늑대는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입을 다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늑대의 육신에서 생명과 힘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서리 늑대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눈을 감지 않았다. 사냥감이 되었을지언정 전사의 긍지를 내려놓지 않았다.
푹!
강주혁은 검을 뽑은 후 우두머리 늑대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장하민에게 달려갔다.
‘진짜 괴물이구나.’
장하민은 강주혁이 늑대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통증과 출혈 때문에 정신이 몽롱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강주혁의 승패에 자신의 생명이 달려 있으니까.
신태훈을 이겼을 때만 해도 그냥 실력이 좋다고만 생각했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다가 간신히 이겼으니까. 신태훈이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반대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랑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숨이 턱턱 막혀오는 걸 느꼈다. 10대 1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공격은 맹렬하고 뜨거웠지만 표정은 놀랄 만큼 차분했다.
마치 공장에서 기계가 물건을 찍어내듯 규칙적이고 계산된 동작으로 적들을 척척 죽여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과장님을 속인 건가.’
장하민은 유망주이긴 해도 D급 헌터다. 강주혁이 신태훈을 가지고 놀았다는 걸 알아볼 만한 안목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강주혁과 신태훈의 현격한 실력 차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강주혁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괜찮아요?”
“……네.”
“물약 마셨어요?”
“팔을 움직이기 어려워요.”
늑대들에게 여러 차례 물어뜯긴 탓에 양팔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강주혁이 조금만 늦게 개입했어도 팔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복부에도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상처를 뒤덮고 있던 얼음들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동상까지 더해지면 상처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하민 씨, 물약은 어디에 있어요?”
“혁대에 있었는데…… 없어요?”
“끌려오다가 떨어진 것 같군요.”
강주혁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자신의 치유 물약을 꺼냈다.
“아파도 참아요.”
그리고 복부의 상처에 물약을 뿌렸다.
“으으윽!”
잠깐의 통증이 지나가자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던 고통이 가시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고마운 마음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
“파, 팔도.”
장하민은 다친 팔을 움직였다. 하지만 강주혁은 치유 물약의 마개를 닫아버렸다.
“힐러들이 오는군요.”
“…….”
“강 대리님!”
일행들이 눈보라를 해치면서 다가왔다.
늑대들이 계속해서 치고 빠지는 바람에 전투가 무척 오래 걸렸던 것이다.
“괜찮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하민 씨 부상이 좀 심해요.”
힐러인 한윤우 대리가 장하민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공허진도 거들었다.
‘너무해.’
장하민은 살았다는 기쁨보다는 강주혁이 보여준 냉담한 태도에 아쉬움을 느꼈다.
“강 대리 혼자서 처치한 겁니까?”
신태훈은 털 하나 남기지 않고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들을 보면서 물었다.
“네. 과장님.”
강주혁은 침울해 보이는 신태훈의 얼굴을 보고는 씩 웃었다.
“놀랍군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민 씨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같은 팀이잖아요. 이번만큼은.”
강주혁의 답변에 신태훈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장하민이 문제를 일으키고 강주혁이 해결했다는 사실에 굴욕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부상을 완전히 회복한 장하민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민 씨.”
신태훈이 장하민에게 손짓했다.
원래도 친근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평소보다도 태도가 더 냉랭했다. 4팀 사람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네. 과장님.”
장하민은 서둘러 신태훈에 달려갔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요!”
“죄송합니다.”
신태훈의 신경질적인 고함에 장하민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힐러인 허진 씨도 잘만 피하던데 암살자가 그것도 못 피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지겹지도 않아요?”
“……죄송합니다.”
“한 대리.”
“네. 과장님.”
한윤우 대리도 신태훈 앞에 서서 고개를 조아렸다.
“부하 교육 이따위로 할 거예요?”
“죄송합니다.”
“진짜 공략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첫 전투부터 이딴 식으로 사람들 피곤하게 만들 거예요?”
“정말 죄송합니다.”
신태훈의 호통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다들 불편해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4부 4팀에게는 익숙한 일이었고 1부 3팀은 간섭할 권리가 없었다.
공허진은 예전 생각이 나는지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병에 걸린 사람의 그것처럼 파리했다.
강주혁은 그쪽에 신경을 끄고 혼자서 바닥을 살피고 다녔다. 그러다가 천천히 신태훈과 두 사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과장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강주혁이 불쑥 끼어들자 신태훈은 말을 멈추고 그를 노려보았다.
“뭡니까?”
“짐을 좀 줄이시죠. 저 짐 때문에 하민 씨가 끌려간 겁니다.”
강주혁은 장하민이 매고 있던 봇짐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장하민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눈으로 강주혁을 힐끗거렸다.
“강 대리는 모르겠지만 이곳의 기후는 상상 이상으로 혹독합니다. 밤이 되면 저것들이 꼭 필요해질 겁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바람의 힘도 사용할 수 없는데 무슨 수로 눈보라를 막을 겁니다.”
신태훈의 말이 옳았다.
이 설원의 한복판에서 수면을 취하려면 방한용 옷들이 필수적이다. 불을 피워서 추위를 밀어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그리고 불을 피우면 몬스터들이 자극할 수도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강주혁은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쳤다. 세 사람의 시선이 강주혁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늑대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서리 늑대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작았다.
“발자국?”
“서리 늑대 새끼의 발자국이죠. 새끼는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두머리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았던 이유. 조금만 더 가면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신태훈이 놀란 눈으로 강주혁을 쳐다봤다.
“근처에 늑대 굴이 있을 겁니다. 서리 늑대의 굴이라면 사람이 들어가서 쉬기에 충분한 크기죠.”
그리고 강주혁의 기억대로라면, 늑대 굴의 한복판에 온천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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