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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77화 (77/202)

77화 부동산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조절이 안 되었다고?”

제단을 만진 후 힘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은 권대호가 눈을 치켜떴다.

“네. 검을 휘두르다 보면 자꾸 이성이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음…….”

권대호의 눈빛이 깊어졌다.

강주혁은 그가 생각을 가다듬는 동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눈이 덮인 마당을 내려다봤다.

날씨가 추워진 후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는 청계산이 아니라 분당 외곽에 있는 권대호의 자택이 되었다.

집은 집주인의 재력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었지만 마당은 백 평에 달했기에 훈련 장소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 제단을 직접 보지 않아서 확실한 얘기를 해줄 수는 없다만, 네 검술에 대해서 한 가지 짚이는 게 있다.”

“제 검술이요?”

“그래. 네 검술의 본질은 힘을 흡수하는 것이다.”

강주혁이 익힌 무극검, 주작검, 청룡검의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권대호는 한 번도 청룡검의 비급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강주혁이 가져간 적은 있지만 끝끝내 보기를 거부했다. 다 익히는 대로 태워버리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외워온 구절을 바탕으로 기술을 시연하고 권대호가 그걸 보고 조언을 해주는 식으로 청룡검을 배우는 중이었다.

그래서 권대호가 청룡검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해서 저런 결론을 내린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생각에 도달하신 겁니까?”

“내 직감이다.”

권대호의 표정이 진지하지 않았다면 강주혁은 그가 또 농담을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직감이요?”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 신령한 동물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검술들이 어째서 마공에 가까운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인지.”

정곡을 찔린 강주혁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사신무극검이 부작용이 있는 검술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다. 검술을 익히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무극의 본질은 다른 성질의 힘을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 힘을 바탕으로 신령한 불과 바람, 번개를 흡수한 것이지.”

데몬의 불은 빛을 집어삼켜 주변을 어둡게 하는 지옥의 불이다. 반면에 불사조의 불은 생명을 회복시켜 주는 신성한 불이다.

번개도 마찬가지다. 청룡검의 번개는 청색에 가깝지만 신 씨 집안의 파천제왕검은 황금빛 전격이다. 데몬의 흑검이 토해내는 번개는 붉은색이다.

이처럼 같은 속성도 이질적인 성질을 띠는 경우가 있다.

권대호의 가설대로 사신무극검의 본질이 흡수에 있다면 바람의 제단이 유독 강주혁에게만 특별한 힘을 부여한 게 설명이 된다.

강주혁은 사신무극검이 가진 힘 덕분에 제단이 줄 수 있는 힘 이상을 빨아들였고, 그게 청룡검의 힘에 더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다.

“사신은 무극에 이르는 열쇠이자 자물쇠다. 그 길을 걷는 자는 마(魔)를 경계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

“청룡검 비급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음…….”

권대호는 그 뜻을 헤아리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강주혁은 그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무극의 본질이 마(魔)이며 다른 속성을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됩니다. 무극에 내재된 마를 억누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것과 반대되는 속성을 흡수한 것이죠. 그 결과물이 사신검입니다. 사신검을 익히는 것은 무극을 사용하기 위함인 동시에 통제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열쇠이자 자물쇠다?”

“그렇습니다.”

“일리가 있구나.”

권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에 여기에까지 이르자 강주혁은 무극검의 효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내공을 하나의 극점으로 모아서 일시에 내보내는 것은 적의 절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제단의 힘을 과도하게 받아들인 탓에 이성을 잃을 뻔했을 때, 다시 정신을 차리게 해준 것은 무극검이었다.

어쩌면 강주혁이 알고 있는 무극검은 내공을 모두 배출해 버림으로써 이질적인 힘들의 충돌로부터 육체와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도 몰랐다.

“정파와 사파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

“정파는 마기(魔氣)를 배척하고 사파는 마기를 지향합니다.”

“그렇다면 마기는 무엇이냐?”

“강력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기운입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정파와 사파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이냐?”

“사파의 무예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그래. 정파의 무예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는다. 흉악한 범죄자도 정파의 무예를 사용할 수는 있지. 하지만 사파의 무예는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사용자의 마음을 오염시키지. 이 말인즉슨, 마음이 오염되어야지만 사파의 무예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 공부를 하라는 말씀이시죠?”

강주혁의 물음에 권대호가 기특하다는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마디만 해도 몇 수 앞을 내다볼 줄 알아서 대화가 참 편했다.

“네 가문의 검술은 정파와 사파의 경계에 서 있는 기이한 무예다. 열쇠이자 자물쇠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서 네 아버지도 그걸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도 그 힘에 도취 되지 않았다. 너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는 복수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성공을 바라기는 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복수심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복수심이요?”

“증오가 과한 것은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점에서는 욕심이 과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제 증오가 과한 건가요?”

“정당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말하는 것이다. 신대성이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증오가 네 마음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강주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복수와 성공만 보고 살고 있는데 그 둘을 경계하라고 하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복수와 성공을 위해서는 사신무극검의 힘이 필요하다. 근데 사신무극검을 안전하게 익히려면 그 둘을 경계해야 한다.

한마디로 딜레마였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된다.”

어려운 문제에 비해 권대호가 제시한 해답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 * *

다음 주 월요일. 공략 1부 사무실.

“마, 맙소사…….”

유덕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뒷목을 잡았다.

“왜 그러세요?”

“인사팀에서 메일 받은 거 없어? 빨리 확인해 봐.”

유덕현은 심호흡을 하면서 갑자기 체조하기 시작했다.

“어머.”

메일을 확인한 안다정은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소리를 냈다.

“훌쩍.”

메일을 보고 코끝이 빨개진 공허진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산이 끝났군.’

강주혁도 인사팀이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회사 메일답지 않게 휘황찬란한 미사여구가 곁들어져 있었으나 그걸 다 빼고 결론만 말하면 아주 간단했다.

인센티브 30억.

S급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

‘……많이 줬네.’

회귀 전, 이 마석 매장지를 발견한 사람이 강주혁이 아니라 김태현이었다. 본인이 직접 찾은 것처럼 떠벌리고 다녔으나 아마 같은 팀원이 발견한 걸 가로챘을 것이다.

강주혁은 억대의 인센티브를 받았다고만 들었지 매장지의 경제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이 정도 액수의 돈을 인센티브로 주는 걸로 봐서 값어치가 최소 수천억은 될 것 같았다. 마석 매장량과 마석 도마뱀만 봐도 충분히 그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이러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안 생기지.’

성공이 주는 희열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권대호는 강주혁에게 너무 회사 일과 무예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른 젊은이들처럼 그 나이에 어울릴법한 삶을 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 오면 다시 워커홀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일해서 얻는 성취감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강주혁의 머리는 이미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건 그에게 있어 거의 본능이나 마찬가지였다.

“주혁아, 내가 너를 어찌하면 좋겠냐.”

유덕현이 강주혁에게 다가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강 대리님!”

옆 파트에서는 정혜영과 주선우가 건너왔다.

일등공신인 강주혁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매장지를 발견했으니 최소 10억은 받았을 것이다.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간다고 해도 걱정이 없을 금액이다.

두 사람도 강주혁에게 안겼다. 공허진도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는 그에게 매달렸다.

“과장님도 오세요.”

강주혁이 손짓하자 안다정도 못 이기는 척 그에게 안겼다.

강주혁을 중심으로 한 데 뭉친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외쳤다.

“만세!”

“강주혁 만세!”

퇴근 후, 공략 3팀과 4팀의 두 사람은 회식을 했다.

액수가 너무 커서 처음에는 말을 아꼈지만 술이 좀 들어가니 다들 자신이 받은 것들을 털어놓았다. 민감한 사항이긴 하나 여기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괜찮다고 여긴 것이다.

예상대로 가장 큰 보상을 받은 사람은 강주혁. 팀장인 유덕현이 20억, 안다정과 공허진이 15억, 정혜영과 주선우가 10억을 받았다. 무기 소유권도 하나씩 받았는데 S급을 받은 사람은 강주혁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덕분에 과분한 대우를 받았네요.”

인센티브의 액수는 공략 보고서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강주혁은 유덕현에게 공략 보고서를 팀장이 직접 작성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는 팀원들이 써오면 팀장이 그걸 검토만 하고 올리는 게 관례다. 팀장의 입김도 들어가지만, 초안을 작성한 사람의 관점도 들어가기 마련이다.

특히, 유덕현은 강주혁이 올리는 보고서를 수정도 없이 그대로 올려버렸다. 언제나 완벽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들 큰 보상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 공략 보고서를 누가 쓰느냐가 민감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유덕현은 강주혁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략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고, 그것을 공략에 참여한 모든 사람과 공유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쓰기 위해서 머리를 싸맨 덕분에 아무도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 보고서로 받게 된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이 또 교과서 같은 소리하네. 그 돈 받을 자격 차고 넘치니까 헛소리 그만해.”

“맞아요. 강 대리가 그러면 우리가 미안해지죠. 숟가락 얹은 걸로 이런 돈을 받은 게 얼마나 민망한데요.”

정혜영의 말에 주선우도 어색하게 웃었다.

“숟가락을 얹다뇨. 두 분 모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강주혁도 처음에는 두 사람이 그냥 묻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둘 다 공략 3팀을 돕는 일에 꽤나 적극적이었고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해줬다. 그들은 돈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하 팀장님은 뭐래?”

유덕현이 정혜영에게 물었다.

“병가 내셨어요. 내일 쉬세요.”

“뭐? 왜?”

“코 핑계를 대시기는 했는데 코가 아니라 배가 아픈 것 같아요.”

정혜영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웃어댔다.

“액수를 말했어?”

“꼬치꼬치 캐묻기는 했지만 끝까지 얘기 안 했어요. 아마 인사팀 사람들 꼬드겨서 알아내시지 않았을까요? 점심시간 끝나고 얼굴이 누렇게 변하셔서 한숨만 푹푹 쉬시던데요.”

“앞마당에 숨겨져 있던 보물을 남들이 가져가 버렸으니 속상하실 만도 하죠.”

하민지와 앙숙인 안다정이 조소를 머금었다.

“한번 물어보자. 다들 로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회사는 계속 다닐 거지?”

“왜요? 팀장님은 그만두시려고요?”

안다정이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나는 못 하지. 그런 짓 했다가 와이프한테 등짝 맞아. 내 경험상 와이프한테 맞는 게 몬스터한테 맞는 것보다 더 아파. 안 과장은?”

“저도 계속 다니려고요. 이제야 일할 맛이 좀 나네요.”

안다정의 말에 강주혁이 빙그레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좀 위험하긴 해도 연봉을 이만큼 주는 곳은 없으니까요.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버는 게 좋겠죠.”

정혜영이 말했다.

“그럼 그 돈으로 뭐할 거야? 돈 생기면 하고 싶은 거 하나씩 있을 거 아니야.”

“잘 모아뒀다가 나중에 시집갈 때 쓰려고요.”

정혜영이 먼저 답했다.

“만나는 사람은 있고?”

“아, 팀장님. 나. 중. 에. 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왜 갑자기 뼈를 때리세요.”

“어, 미안. 다름엔 살 때릴게. 선우 씨는?”

“저는 그냥 부모님 집이나 옮겨드리려고요. 전세로 지내고 계시거든요.”

“효자네. 안 과장은?”

“저는 아티팩트나 하나 장만하려고요.”

“그 돈으로?”

“해외 경매 사이트에 올라오는 물건들 보면 15억도 큰돈이 아니에요.”

유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팀장님은요?”

“차랑 집 바꿔야지. 빚이야 지난번에 받은 포상금 걸로 거의 다 갚았으니까. 그리고 와이프 결재 떨어지면 게임기나 하나 사려고.”

다들 애잔한 눈빛으로 유덕현을 바라보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행운을 거머쥔 사람치고는 무척 딱해 보였다.

“주혁아, 선우야.”

“네, 팀장님.”

“니들은 결혼하지 마.”

“네. 명심하겠습니다.”

“아, 왜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래요.”

안다정과 정혜영이 핀잔을 줬다.

“허진이는 어디 쓸 거야?”

“저요? 저는 고아원에 기부하려고요.”

“뭐? 고아원?”

“네. 제가 자랐던 곳이에요.”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아, 정말 좋은 곳이에요. 진짜예요.”

당황한 공허진이 손을 저었다.

“그렇게 큰돈을 기부하려고?”

유덕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기부금이랑 국가 보조금으로만 운영되는 곳이라서 항상 돈이 모자라요. 할 수 있다면 동생들 대학도 보내주고 싶어요.”

“그 고아원이 정확하게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생들 대학 보내고도 돈 많이 남을 거예요. 좋은 일에 쓰는 건 좋지만 허진 씨 자신을 위해서도 좀 썼으면 좋겠어요.”

웬일로 안다정이 오지랖을 부렸다.

사실, 다들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했다. 공허진은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답지 않게 지독하게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머리도 직접 자른 것처럼 엉망이었고 옷도 무척 낡아 보였다.

아마 상사들이 성격이 더러운 사람들이었다면 외모 때문에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네, 과장님. 명심할게요.”

공허진은 힘없이 웃어 보였다.

“자, 이제 마지막 주자가 남았네. 강수르 대리는 자본운용 계획이 어떻게 되지?”

유덕현이 물었다.

“부동산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회사 밖에서도 미래에 대한 정보를 써먹을 때가 왔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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