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방법이 있습니다
“꺄아아악!”
강주혁의 등에 매달려 있던 공허진이 비명을 질렀다.
예상대로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하지만 목이 아니라 칼집을 잡고 있었기에 강주혁에게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촤르륵!
거대한 쇠사슬이 엄청난 속도로 끌려가고 있었다. 안다정과 공허진을 업은 강주혁은 그 쇠사슬에 올라탄 상태였고.
고리 하나의 길이가 1m나 되는 쇠사슬은 마치 기차처럼 보였다. 그 위에 타고 있으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허진 씨, 괜찮아요?”
“괘, 괜찮아요!”
목소리는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은 걸로 치기로 했다.
“<턴 언데드> 준비해줘요.”
턴 언데드(Turn Undead)는 이름처럼 되살아난 망자를 다시 죽음으로 돌려보내는 기술이다. 언데드 한정으로 극강의 공격력을 발휘한다.
스켈레톤이나 좀비 같은 하급 언데드는 한방. 리치나 데스 나이트 같은 상급 언데드들에게도 치명타를 입힌다.
공격 범위도 넓어서 대규모 언데드 군단도 상대할 수 있지만, 영력 소모가 심하고 준비 시간이 길어서 자주 쓰기는 어렵다.
“알겠어요.”
등 뒤에서부터 백광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강주혁은 데몬의 흑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자칫 잘못하면 칼집에 매달려 있는 공허진이 다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능숙한 솜씨로 대검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으…… 윽.’
마검이 괴로워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강주혁이 곧장 써야 하는 마검을 다시 칼집에 넣은 이유는 마검에 성스러운 힘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장철준은 강주혁의 부탁에 따라 성석을 재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강주혁의 예상과는 달리 성석을 칼집 바깥에 밖아 넣는 게 아니라 갈아서 칼집 내부에 도금을 해버렸다.
그래서인지 검을 칼집에 꽂아 넣는 즉시, 마검의 사악한 기운이 흐릿해졌고, 이명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성석의 기운이 마검에 스며들어 검을 넣었다가 뽑으면 일시적으로 홀리 웨폰을 쓴 것과 같은 효과가 생겼다. 강주혁이 지금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효과였다.
“올라가요!”
안다정의 외침과 함께 지면을 따라 끌려가던 쇠사슬이 공중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공동의 상층부와 가까워진 것이다.
“조심해요!”
자이언트 스켈레톤이 쇠사슬에 붙어 있는 침입자들을 움켜잡기 위해서 거대한 손을 뻗었다.
슉!
안다정이 쇠사슬에서 동굴로 몸을 날리면서 화살을 쐈다.
펑!
고강한 오러가 담긴 화살은 폭발하면서 손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서걱!
강주혁도 곧장 몸을 날렸다. 그리고 성석의 기운을 머금은 대검으로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손바닥을 횡으로 베었다.
빠각!
이미 구멍이 나 있던 손바닥은 묵직한 대검의 가르기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탁!
일행은 공동의 상층부에 무사히 착지했다.
손이 하나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엎드려 있는 상태인데도 덩치가 5층짜리 건물이랑 맞먹었다.
주변에는 백 마리가 넘는 스켈레톤들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부분이 창이나 활로 무장한 상태. 펄펄 끓는 기름이 담긴 통을 들고 있는 놈들도 보였다.
“허진 씨, 지금이에요!”
“눈 감으세요!”
공허진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그녀의 손에 맺혀 있던 황금빛 구체가 튀어 나갔다.
파아아앙!
구체는 언데드 군단의 한복판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섬광탄이 터졌을 때처럼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강주혁과 안다정은 황급히 눈을 가렸다.
“끝났어요.”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 있는 스켈레톤은 한 마리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있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크으, 크…….
하지만 보스인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턴 언데드를 견뎌냈다. 얼굴이 촛농처럼 반쯤 녹아내리긴 했지만.
붕!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남아 있는 손을 일행들에게 휘둘렀다.
퍽!
하지만 턴 언데드를 맞고 흐물흐물해진 뼈는 강주혁의 대검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나 버렸다.
쿠웅! 쿵!
양손을 잃어버린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엎드린 상태로 앞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을 물어뜯기 위해서 입을 크게 벌렸다.
슉! 펑!
안다정이 뺨에다가 화살을 연달아 쏘아댔다. 턱의 일부가 부서졌으나 움직임을 완전히 저지하지는 못했다.
콰지직!
강주혁의 흑검이 붉은 전격을 내뿜었다. 그는 그 상태로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입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어차피 소화 기관이 없는 스켈레톤이다. 공격하는 방식도 삼키기가 아니라 깨물기. 입안에 들어가 버리면 오히려 안전해 진다.
콰직!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입안으로 들어간 강주혁은 두개골과 목뼈가 이어지는 부분에 대검을 쑤셔 박았다.
뼈만 있는 스켈레톤에게는 약점이랄 게 없다. 그래도 머리와 몸통을 분리시키면 열에 아홉은 움직임을 멈춘다.
강주혁은 두개골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대신, 그걸 몸과 분리하는 데 집중했다.
콰지직! 펑!
강주혁이 검에 뇌기를 불어넣자 두개골과 목 사이의 뼈가 터져나갔다.
쿵!
척추와의 연결 고리를 잃어버린 두개골이 힘을 잃고 땅에 처박혔다. 강주혁이 벌어진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괜찮아요?”
안다정과 공허진이 강주혁에게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과장님은요?”
“저도 괜찮아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허진 씨 도움이 컸어요.”
강주혁은 공허진에게 손바닥을 내보였다. 어려운 임무를 깔끔하게 수행해낸 그녀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짝!
공허진은 민망한 듯 웃으면서 손바닥을 마주쳤다.
강주혁은 손을 내리려다가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려는 안다정을 보고는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팀장님께 보고하죠.”
하지만 안다정은 냉랭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획하고 돌려버렸다.
강주혁은 손을 든 채 당혹스러워했다.
* * *
“으하하하, 공략 4팀도 이렇게 빨리 처치하지는 못했지?”
로프를 타고 상층부로 올라온 유덕현이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와.”
정혜영과 주선우는 박살이 난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기록이네요.”
정혜영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어떤 공략팀이든 처음 들어간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최고의 기량은 언제나 오랜 반복 끝에 나오는 것이니까.
이 지역을 수십 번 넘게 공략한 4팀도 지금보다 빨리 보스를 잡지는 못했다. 만약 이대로 공략을 끝낸다면 3팀은 신기록 달성에 따른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진짜 괴물이네.’
정혜영은 이 전략이 강주혁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작전을 생각해낸 머리도 감탄스러웠지만, 그걸 연습도 없이 단번에 현실로 옮겨버린 실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자, 이 지역 청소가 끝났으니까 균열을 한번 찾아볼까?”
정혜영은 공략 3팀의 계획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댄 계획이니 성공할 확률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당한 계획을 세우고도 그걸 실현시켜서 최고의 결과를 뽑아내는 3팀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기대를 품게 되었다.
‘운만 조금 따라준다면.’
공략 3팀이 정말로 마석 매장지를 찾게 된다면 자신도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다. 하민지 팀장의 바람대로 4팀이 마석 매장지를 찾아도 인센티브를 받기는 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자신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면 하민지 팀장보다는 공략 3팀 사람들이 찾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4팀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민지 팀장이 3팀의 계획을 도둑질해서 잘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네, 팀장님. 여기서 별로 멀지는 않아요.”
정혜영은 안내를 자청했다. 그녀를 따라 동굴의 끝까지 들어간 일행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를 만났다.
낭떠러지 반대편에는 절벽이 보였다. 빛을 내는 돌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서 절벽의 윤곽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낭떠러지의 좌우는 바닥과 마찬가지로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저기 보이네요.”
반대편 절벽 한복판에 금이 세로로 크게 나 있었다. 일행들이 디디고 서 있는 곳과 비슷한 높이에 금이 유난히 크게 벌어진 부분이 있었다. 얼핏 봐도 사람 한 명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너비와 높이였다.
“바람이 너무 강한데요.”
안다정이 얼굴을 굳혔다.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나부끼고 있었다.
“여기 지하 아니야? 왜 이렇게 바람이 부는 거야?”
유덕현이 투덜거렸다.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지 않았어요?”
안다정의 말에 정혜영은 난감해했다.
“……4팀은 여기까지 들어온 적이 거의 없어서요.”
딱 한 번 확인해 본 후 공략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안 온 것이다. 매일같이 팍팍한 공략 일정을 수행해야 하는 공략팀 입장에서 이런 곳까지 들어오는 건 시간 낭비니까.
“시도는 한번 해보죠.”
“알겠어요.”
강주혁의 말에 안다정이 화살의 꼬리에 로프를 묶었다. 그리고 내공을 실어 반대편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슉! 퍽!
화살은 절벽에 깊이 꽂혔다. 하지만 풍압이 너무 강해서 로프가 활처럼 휘면서 미친 듯이 흔들렸다.
“이걸로는 무리에요.”
안다정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로프에만 의지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낭떠러지 아래는 심연처럼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여기에서 추락하면 시체도 못 찾을 것이다.
“그래. 아쉽지만 포기해야겠다.”
유덕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팀원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이렇게 리스크가 큰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강주혁이 입을 열었다.
“뭐?”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발리스타를 쓰는 겁니다. 마침 화살 끝에 쇠사슬이 묶여 있으니 그걸 타고 넘어가면 될 겁니다. 로프 보다는 훨씬 튼튼하지 않을까요?”
“……!”
“……!”
“와.”
“천재다.”
사람들은 강주혁을 보면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많이 무거워 보이던데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게 가능할까요?”
“여섯 명에서 합심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랑 허진 씨는 이것도 있고요.”
강주혁은 오거 파워 건틀릿을 흔들어 보였다. 오거 파워 건틀릿을 주문한 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안다정과 유덕현은 오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 강주혁과 공허진도 오거만큼의 힘을 낼 수 있다.
C급 전사인 정혜영과 D급인 주선우는 별 도움이 안 되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역시 주혁이는 계획이 있구나.”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시체가 있는 곳까지 돌아간 일행은 놈이 쓰던 석궁을 슬쩍 들어보았다. 크기는 공성전에서 쓰는 발리스타만 했지만, 생각만큼 무겁지는 않았다.
“가능할 것 같아요.”
안다정이 반색했다.
“좋아. 내가 앞쪽을 맡을 테니까 안 과장이 꼬리 부분을 맡아. 허진이랑 주혁이는 양 끝을 잡고. 정 대리랑 선우 씨는 석궁화살 하나 챙겨와. 다들 할 수 있겠어?”
“네, 팀장님.”
공략 3팀은 일사분란하게 석궁을 낭떠러지까지 운반했다. 하지만 4팀은 그러지 못했다. 석궁화살은 들 수 있었지만, 뒤에 걸려 있는 쇠사슬이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에는 마법사인 주선우가 큰 도움이 안 되었다.
“같이 하죠.”
결국, 공략 3팀이 합세한 후에야 석궁화살을 옮길 수 있었다.
“일단 조준부터 해볼까요?”
궁술의 고수인 안다정이 방향을 잡았다. 일행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발리스타의 방향을 틀었다.
“됐어요.”
방향이 잡힌 후에는 석궁화살을 활대 위에 얹고 장전을 했다.
“다 됐습니다.”
“오케이! 발사!”
강주혁이 방아쇠 부분을 몸으로 밀었다.
철컹! 쾅!
석궁화살은 균열 바로 아래에 꽂혔다.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아서 그런지 화살촉 전체가 절벽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일행들이 있는 동굴과 균열 사이에 쇠사슬로 이루어진 다리가 생겼다. 로프와는 달리 쇠사슬은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길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쇠사슬부터 고정하시죠.”
“그래.”
쇠사슬의 길이가 넉넉했기에 남아 있는 매듭의 무게만으로도 다리가 지탱되었다. 그래도 만약에라는 게 있었다. 일행은 남은 쇠사슬을 석궁에 묶어놓았다. 석궁의 무게라면 주춧돌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제가 먼저 갈게요.”
일행 중 가장 민첩한 안다정이 선두를 자청했다.
“줄 묶고 가.”
“알겠어요.”
안다정은 허리에 로프를 감고 일행은 그것을 꼭 움켜잡았다. 안다정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쇠사슬을 건넜다. 길을 걷는 것처럼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내공으로 주변의 바람을 컨트롤한 건지 머리카락도 나부끼지 않았다.
탓!
건너편에 무사히 착지한 안다정은 검을 뽑아 든 채 균열 안쪽으로 사라졌다.
“길이 있어요!”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안다정이 외쳤다.
“좋았어! 정 대리.”
“네, 팀장님.”
“할 수 있겠어?”
“물론이죠.”
정혜영이 씩씩하게 말했다. 그녀는 안다정과 유덕현을 이어주는 로프를 잡은 채 쇠사슬을 건넜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고 사슬을 이루는 고리 중간에 발이 빠지기도 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좋았어!”
위태로워 보이던 정혜영이 무사히 넘어가자 일행은 환호했다.
“안 과장, 로프 풀어서 정 대리 허리에도 묶어.”
“네, 팀장님.”
안다정은 유덕현이 시키는 대로 했다.
로프는 넉넉하게 챙겨왔기에 그렇게 하고도 줄이 남았다. 안다정은 허리에 로프를 묶은 채 경계를 서기 위해서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은 누가 갈래?”
“제가 가겠습니다. 허진 씨, 같이 갈래요?”
강주혁은 공허진을 업고 갈 생각이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공허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강주혁과 유덕현은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공허진의 성장을 누구보다 바라고 응원했던 두 사람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밑을 봐서는 안 돼. 정 대리 하는 거 봤지? 로프만 잡고 있으면 발 좀 빠져도 괜찮으니까 절대 겁먹지 말고.”
“네, 팀장님.”
공허진은 로프를 잡은 채 침착하게 쇠사슬을 건넜다. 우려와는 달리 공허진은 흔들리지도, 발을 헛디디지도 않았다. 머리가 미친 듯이 휘날려서 폭탄을 맞은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반대편에 도착한 공허진은 정혜영이 그랬던 것처럼 로프를 허리에 묶었다.
“오케이! 다음!”
유덕현이 남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강주혁은 늘 그랬듯이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으나 주선우는 낯빛이 어두웠다.
“선우 씨, 괜찮아?”
“티, 팀장님, 정말 죄, 죄송한데요.”
주선우는 파리해진 입술로 더듬더듬 말했다. 오한이 드는지 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저는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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