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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70화 (70/202)

70화 마나 아껴요

“안녕하세요. 팀장님.”

공략 3팀 사람들이 신유정에게 인사했다.

“호칭이 과장님일 때는 마냥 좋았는데 팀장님 소리는 왜 이렇게 어색하죠?”

“왜요? 잘 어울리시는데요. 조만간 익숙해지실 겁니다.”

강주혁이 말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주혁 씨가 주문한 물건 여기에 있어요.”

신유정은 강주혁에게 작은 상자 두 개를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강주혁은 떨떠름해 하면서 받았다.

물건이 도착하면 둘만 있을 때 줄 거라고 생각했다. 사무실 한복판에서 주기에는 좀 과한 선물이니까.

“뭐예요?”

안다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거 파워 건틀릿입니다.”

강주혁은 커터 칼을 이용해서 상자를 오픈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열심히 둘러댈 말을 생각했다.

비싼 물건답게 상자 내부도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안에는 쇠로 된 장갑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오거 파워 건틀릿이요?”

안다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거 파워 건틀릿은 이름 그대로 오거의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건틀릿이다. 오거의 랭크는 평균 B급. 건틀릿을 착용한 사람은 B급에 준하는 힘을 낼 수 있다.

아직 C급에 살짝 못 미치는 강주혁에게는 아주 유용하다. 이것만 있으면 무게가 제법 나가는 데몬의 흑검도 좀 더 편하게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이야, 이거 비싼 건데?”

유덕현도 강주혁과 신유정에게로 다가왔다.

아무리 랭크가 낮아도 B급의 근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한 쌍에 5천만 원에 달한다. 두 쌍을 줬으니 신유정은 강주혁을 위해 무려 1억이라는 돈을 쓴 셈이다.

“이걸 왜 팀장님이?”

안다정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신유정에게 물었다.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에요.”

강주혁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신유정이 선수를 쳤다.

“사죄요?”

“제가 여기에 왔을 때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드린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또 공략 3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네요. 그것도 하필이면 공략 2팀 때문에. 너무 죄송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겠더라고요. 주혁 씨한테 말했더니 이걸 사달라고 하네요. 다른 분들은 필요한 거 없으세요?”

유덕현과 안다정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강주혁과 신유정을 번갈아 봤다.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괜찮습니다.”

유덕현이 먼저 말했다.

“저도요.”

안다정이 말했다. 나머지 사람들의 시선이 공허진에게로 향했다.

“저, 저요?”

공허진은 당황했다.

“필요한 거 없어요?”

공허진에게는 필요한 게 무척 많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받으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저, 저도 괜찮아요.”

“너무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지 제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할 거 같아요. 이해해 주세요.”

“정말 괜찮습니다. 팀장님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유덕현이 대표로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다들 파이팅!”

신유정을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주혁아.”

신유정이 떠나자마자 심문의 시간이 다가왔다.

“네, 팀장님.”

“너 신 팀장님이랑 무슨 일 있냐?”

“없습니다.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셔서 말씀드렸는데 정말로 사주실 줄은 몰랐네요.”

강주혁은 본인도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원래 공략 3팀 사람들에겐 리스로 대여했다고 말할 셈이었다. 고가의 아티팩트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았으니까.

‘엉큼한 구석이 있군.’

아마 신유정은 강주혁을 자기가 찜했다는 걸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함으로써 더 이상 공략 3팀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는지도.

“신 팀장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아.”

“그래도 워낙 비싼 물건이라서 그냥 농담으로 넘기실 줄 알았습니다.”

“이게 공짜가 아닐 수도 있어요.”

안다정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뭐, 있어서 나쁠 건 없지.”

“근데 왜 두 쌍이에요?”

“한 쌍은 허진 씨 주려고요.”

“네에?”

공허진이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찔했다.

“저, 저한테요?”

“허진 씨 부족한 근력을 보충해 줄 겁니다. 지금도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하고 있지만 이게 있으면 세 사람 몫도 할 수 있을 걸요?”

강주혁은 여성용으로 제작된 스몰사이즈의 오거 파워 건틀릿을 흔들면서 웃어 보였다.

* * *

공략 3팀은 09-A60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4팀의 하민지 팀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3팀은 처음 들어가는 지역이라서 경험자의 조언이 절실했다. 그러나 4팀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3팀에게 보내기로 한 두 사람을 미리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공략 3팀은 4팀이 작성한 공략 보고서만 보고 공략 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한술 더 떠서 4팀은 자기들 스케줄이 확정이 안 되었다면서 누구를 보낼지를 계획서제출 데드라인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공략 계획은 아군의 전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세워져야 한다. 추가 인원이 누구며,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는 건 불가능했다.

참다못한 유덕현이 임재경에게 보고했고 임재경이 하민지를 불러서 호통을 쳤다. 결국, 지원 인원의 명단을 알려주기는 했으나 유덕현은 임재경에게 이런 것 하나 알아서 못하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민지의 패악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공략 당일 사정이 있다면서 공략 3팀에 보내주는 인원을 말도 없이 바꿔버린 것이다.

“제가 가서 얘기할게요.”

어제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자 공략 3팀의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안다정의 진득한 살기를 풍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과장, 잠깐.”

“말리지 마세요.”

“내가 알아서 할게.”

유덕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안다정은 그의 표정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유덕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4팀의 파트로 넘어갔다.

공략 3팀 사람들은 불안과 기대를 안고 유덕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등신 취급을 당하고도 참기만 해서 우리 애들까지 고생하는 거야.’

유덕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의 목표는 회사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버티는 방법은 부딪히지 않도록 무조건 참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한 덕분에 적이 생기지 않았다. 다들 그를 무난한 대신 만만한 사람이고 평가했다.

‘나는 몰라도 팀원들까지 수모를 당하게 할 수는 없지.’

공략 3팀은 공략 1부 최고의 팀으로 급부상했다. 강주혁의 합류로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팀장은 평범해도 팀원들은 모두 비범하다. 최고의 헌터들이니 그 실력에 맞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그냥 넘어간다면 일할 맛이 안 날 것이다.

뚜벅. 뚜벅.

공략 4팀 직원들은 유덕현 팀장의 살기등등한 표정을 보고는 양옆으로 물러섰다.

“어머, 유 팀장님.”

하민지 팀장은 자기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공략 안 가세요?”

하민지는 조소 어린 표정으로 유덕현을 올려다봤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공략이 장난으로 보여요?”

유덕현은 소리를 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속에 꾹꾹 눌러 담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하민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언제 공략을 장난으로 봤나요?”

하민지는 빈정거리는 투로 대꾸했다.

덥석!

유덕현이 두 손으로 하민지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쨍그랑!

하민지가 떨어뜨린 컵이 박살이 나면서 커피가 튀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당황한 하민지가 유덕현의 손목을 잡아채는 순간, 그가 그녀의 얼굴에 헤딩을 날렸다.

퍽!

벗겨 질대로 벗겨져 조명을 받을 때마다 번쩍거리는 이마가 코뼈를 강타했다.

“악!”

하민지 팀장이 비명을 질렀다.

“팀장님!”

깜짝 놀란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안다정은 달려가는 게 아니라 파티션을 뛰어넘어서 단숨에 유덕현에게 매달렸다.

유덕현이 손을 놓자 하민지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코피가 터진 건지 코와 입 주위에 피가 흥건했다. 표정을 보니 기절한 것 같았다.

“공략 들어가자.”

유덕현은 이마에 묻어있는 피를 소매로 훔치면서 말했다. 공략 3팀 사람들은 하얗게 질린 채 그를 따라갔다.

“으아아악! 내 코! 코 어쩔 거야!”

등 뒤에서 하민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코를 고쳤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연예인처럼 얇고 높은 콧대를 원해서 성형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얼굴 전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너무 티가 났다.

문제는 저렇게 인공적으로 고친 부분은 힐러의 치유 주문으로도 치유 물약으로도 복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징계 좀 받고 말지.’

유덕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예전이라면 손이 덜덜 떨렸을 상황이었지만 한번 일을 저지르고 나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했다.

“팀장님.”

불편한 침묵이 톨게이트까지 이어지자 안다정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엉?”

“괜찮으세요?”

“괜찮지.”

“왜 그러셨어요?”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지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지.”

유덕현은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거렸다. 안다정은 난감하다는 듯이 웃었다.

‘이 정도로 화끈한 모습 보여주실 줄을 몰랐는데.’

강주혁도 두 사람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안다정은 성질을 죽였고 유덕현은 터프해졌다. 확실히 회귀 전과는 달랐다.

지금 당장에는 곤혹스러운 일을 겪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일 덕분에 회사 생활이 좀 더 편해질 것이다.

“참, 내 정신 좀 봐라.”

유덕현은 얼굴을 풀고는 3팀을 따라온 4팀 직원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둘 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원을 나왔는데 그 팀의 팀장이 자기네들 팀장의 코를 박살 내버렸으니 불안할 수밖에.

유덕현이 천사팀장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좀 전의 모습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두 사람 주혁이랑 허진이에 대해서 잘 모르지?”

유덕현과 안다정은 공략 1부에 오래 있어서 다른 팀 멤버들하고도 잘 알았다. 그러나 공략 1부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강주혁과 공허진은 인사만 나눈 정도였다.

“저희야 잘 알죠. 특히, 주혁 씨.”

4팀의 정혜영 대리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강주혁과 얼굴을 마주하자 입가가 자꾸만 실룩거렸다.

좀 전의 불편한 기분이 눈이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저도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서…….”

옆에 있는 주선우가 주뼛거리면서 말했다. 그는 김태현, 이지혜, 최석도와 입사 동기였다.

직접적으로 시비를 건 적은 없지만 주선우 역시 강주혁이 인턴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런가. 허진이는?”

“허진 씨도…… 잘 알죠.”

정혜영과 주선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 역시 공허진이 어떤 이유로 공략 1부로 넘어온 건지 잘 알고 있었다. 공허진이 왔을 때만 해도 공략 1부 내에 안 좋은 소문들이 많이 돌았으니까.

공략 3팀은 공허진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공략 보고서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기에 임재경 부장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 직원들이 거기까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공허진을 공략 3팀의 폭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팀 마스코트야. 잘 챙겨줘요.”

“제, 제가요?”

마스코트라는 말에 공허진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 모습을 본 안다정과 강주혁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공허진을 향한 세 사람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낀 공략 4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큼큼, 좀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해보자고. 혹시 알아? 진짜로 마석 매장지를 찾게 될지. 그럼 다들 인센티브 폭탄 맞는 거야.”

09-A60의 지하납골당.

“홀리 웨폰 쓸게요!”

공허진의 외침과 함께 일행의 무기가 새하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 모습을 본 정혜영과 주선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려 여섯 명의 무기가 동시에 강화된 것이다. 아무리 영력이 넘쳐나도 하기 힘든 일을 일개 사원이 해낸 것이다.

“다들 진형 잘 유지해!”

유덕현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수백에 달하는 해골 병사가 파도처럼 일행을 덮쳤다.

펑! 펑!

하지만 홀리 웨폰으로 강화된 무기들 앞에서는 압도적인 수적 우위도 의미가 없었다.

백광의 날에 닿은 망자들이 삽시간에 녹아내렸다. 언데드들과 싸우다 보면 바닥에 뼛조각이 쌓이기 마련인데 모두 먼지로 흩어져버리니 그런 것도 없었다.

붕! 붕!

특히 길이가 2m에 가까운 검을 휘두르는 강주혁의 경우,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열댓 마리가 한 번에 사라졌다.

모든 공격이 저런 식이니 준비 시간을 들여서 광역 공격용 마법을 쓸 필요도 없었다.

‘마법사가 필요 없구나.’

정혜영은 감탄을 터뜨렸다.

다른 건 몰라도 대량 학살 능력만큼은 하민지 팀장이 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략 3팀이 싸우는 걸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하민지 팀장의 공격 마법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걸 제대로 써먹으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반면에 공략 3팀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유용성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퍽!

강주혁이 마지막 해골의 머리를 부수었다.

“끝났나?”

“통로 쪽에 더 있어요.”

일행이 있는 중앙 홀에는 세 개의 통로가 있었다. 통로 안쪽에 있는 해골 병사들은 어째서인지 움직이지 않았다.

“저놈들은 왜 안 와?”

“겁을 먹었나 보죠.”

안다정의 농담에 유덕현이 킬킬거렸다.

“얼마 안 되니까 흩어져서 처리하자고.”

“네, 팀장님.”

일행은 두 명씩 나눠서 통로를 하나씩 맡기로 했다. 근처에 있던 강주혁과 주선우가 오른쪽 통로를 맡았다.

“가시죠.”

“네.”

강주혁은 주선우를 냉담하게 대했다. 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 아예 말도 붙이지 않았다.

주선우는 그런 침묵이 불편했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인턴이라고 깔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옵니다.”

“아, 네!”

두 사람을 발견한 해골 병사들이 화살을 날렸다.

슉! 슉!

강주혁은 대검을 들어 올려서 조금씩 움직였다.

캉! 캉!

두 사람을 노리고 날아온 화살들이 모두 튕겨져 나갔다.

“파이어 볼 쓸게요!”

주선우가 손바닥에 마나를 집중해서 화염의 구를 만들어냈다.

“됐어요.”

그렇게 말한 강주혁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네?”

강주혁은 풀 스윙을 하려는 듯 검을 뒤로 늘어뜨린 채 적들에게 돌진했다.

‘위, 위험…….’

하지만 주선우가 보기에 검을 휘두르기에는 통로가 너무 좁았다. 저런 좁은 통로에서 대검을 휘두르다 보면 벽에 걸리기 마련이다. 적을 바로 앞에 두고 검이 벽에 걸려버리면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이 된다.

공략 4팀 멤버들 중에서 가장 긴 무기를 사용하는 정혜영도 여기서 벽에 무기가 걸리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붕!

하지만 강주혁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사선이 아니라 완벽하게 수평으로.

퍽!

검은 벽에 걸리지 않고 끝까지 뻗어 나갔고 전방에 반원을 그렸다. 그 반원 안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모두 박살이 났다.

붕! 퍽!

강주혁은 검을 좌우로 크게 휘두르면서 앞으로 돌진했다. 좌우의 벽에 닿을 것처럼 보였던 칼끝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틈을 남긴 채 스쳐지나갔다.

‘허…….’

폭이 4m 정도 되는 통로의 한복판에서 길이가 2m에 달하는 검을 휘두르는데도 한 번도 벽을 긁지 않았다.

강주혁이 최석도를 농락하는 걸 직접 본 주선우였다. 하지만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몇 달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해 버린 강주혁을 보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끝났습니다.”

단숨에 해골들을 쓸어버린 강주혁이 주선우한테로 돌아왔다.

“마나 아껴요. 이번 공략은 길어질 테니까.”

강주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 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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