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그럼 나중에 쓰겠습니다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준 건 웨이터였다. 그는 음식을 서빙해 준 후 떠났다.
“일단 들지. 여기 음식이 꽤 괜찮네.”
남궁천은 얼굴을 풀고 식사를 권했다.
“잘 먹겠습니다.”
전채요리를 먹는 동안 남궁천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주혁은 담담히 침묵을 견뎠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초면에 내 아킬레스건을 찔러대니 정신을 못 차리겠군.”
접시를 비워낸 남궁천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결례를 범했군요.”
“괜찮네. 틀린 말은 아니니까.”
남궁천은 좀 전의 여유를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강주혁이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을 건드렸는데도 아량을 베풀었다. 확실히 그릇이 큰 사람 같았다.
“내가 회장님께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내 측근들도 모르네. 겉으로는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안 건가?”
“별관에서 회장님과 대화를 나눌 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느낌?”
“네. 회장님께서 아끼시는 걸 뺏고 싶어 하시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내가?”
“어디까지나 제 느낌입니다.”
남궁천은 놀랐다. 물론, 대놓고 회장에게 시비를 걸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조로 얘기한 것이었다. 회장도 그렇게 맞받아쳤고.
남궁천은 항상 그런 가벼움 속에 자신의 복수심과 응어리를 숨기곤 했다. 하지만 강주혁은 그걸 꿰뚫어 본 것이다.
‘신통방통한 녀석이군.’
남궁천은 속으로 웃었다. 걸출한 실력과 두둑한 배짱에다가 동물적인 감각까지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 탐이 났다.
“이쪽 업계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는지 알고 있나?”
“네. 어떤 사람들은 입지전적인 영웅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악당이라고 하더군요.”
남궁천이 빙그레 웃었다.
“나에 대해서 꽤 많이 알아본 모양이군.”
“예전부터 이 업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이 업계의 꼭대기에 계시는 분들에 대한 것도 알게 되었죠.”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는 주의입니다.”
“그럼 내가 자세히 알려주지. 나는 신태원 회장님한테 검을 배웠네. 이것도 알고 있나?”
“네. 신 씨가 아니면서 파천제왕검을 사용하시는 유일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내게 직접 검을 가르쳐 준다고 하셨을 때가 생각나는군. 단독 사냥 시험에서 내가 두각을 드러낸 직후였지.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는데 회장님이 순시를 나오신 거야.”
남궁천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번져갔다.
“요즘에는 잘 나오시지 않지만 그때는 매일 같이 공략으로 출근하셨지. 그룹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니까 어쩌면 당연한 거지. 어쨌든 내가 몬스터랑 싸우는 걸 보더니 불호령을 내리셨네. 한 가닥 하는 놈인 줄 알았는데 잔머리만 굴릴 줄 알았지 검술은 아주 개판이었던 거야. 며칠 후, 나를 회장실로 부르시더니 검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시는 거야. 한국 최고의 헌터가, 내가 다니는 회사의 주인이 나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네. 내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나?”
“기뻤을 것 같습니다.”
“그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지만 굳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기쁨이겠지. 그날 이후로 한 일주일 동안 뜬눈으로 지새웠던 것 같네. 정말 멋진 날들이었지.”
그렇게 말하는 남궁천은 무척 서글퍼 보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네. 회장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그분의 아들들처럼 어릴 때부터 영약을 먹고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야 했으니까. 하지만 난 모든 게 부족했네. 태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부모도 없이 길바닥에서 빌어먹던 싸움꾼이었는데 무슨 준비가 되어있었겠는가. 하지만 내게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회장님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네. 그래서 피를 토하면서 노력했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네.”
“결국 성공하셨군요.”
“그래. 회장님만큼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큰소리칠 만한 경지에 이르렀지.”
“그럼 왜 회장님을 떠나신 겁니까?”
“파천제왕검의 비전절기를 끝끝내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
이건 강주혁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체계가 잡힌 무예의 완성은 비전절기를 익히는 것이네. 그게 없다면 9할을 배워도 반쪽에 지나지 않지.”
강주혁은 신광 공략이 업계 1위로 군림하는 동안에도 남궁천이 최강의 헌터로 거론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대기업 급 공략회사를 이끌고 별호까지 있으니 손에 꼽히는 강자인 것은 사실이나 독보적인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회장님께서는 무슨 이유를 드셨습니까?”
“매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셨지. 하지만 나는 회장님의 자식들보다 강하네. 그들보다 못한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에는 역전했지. 아버지에 버금가는 천재라던 신대길 사장하고도 비기곤 했네. 그냥 처음부터 완전한 기술을 가르쳐 줄 생각이 없었던 거야.”
“회장님은 그럼 왜 사장님을 제자로 들이신 걸까요?”
“내 재능이 아까워서라고 하시더군.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어떻게요?”
“남 주기에 아깝다는 거지.”
남궁천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문하에 들어가거나 다른 회사에 가는 게 싫었던 거야.”
“남 주기는 아깝고 자신이 가지기에는 싫다는 건가요?”
“그래. 계륵 같은 존재였지.”
“회장님이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그런 수고를 들이셨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 회장님은 내가 자식들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기를 바라셨네. 일종의 자극제 역할이었지. 하지만 내가 자식들을 뛰어넘는 건 바라지 않았네.”
“결국 제자가 아니라 부하가 필요하셨던 거군요.”
“그래. 머슴에게는 머슴의 몫이 있는 거야. 절대 주인의 것을 탐해서는 안 되지. 그건 아무리 뛰어난 머슴이라도 달라지지 않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회장님을 위해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지. 은혜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견마지로를 다했네.”
남궁천은 가감 없이 분노를 드러냈다.
“왜 소문을 내지 않으셨습니까?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게 억울하셨을 텐데.”
“내가 가진 검술이 반쪽짜리라는 걸 동네방네 소문내라고? 그럼 나를 만만하게 보는 놈들이 넘쳐날 걸. 자넨 지금 내 약점 하나를 쥐고 있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주혁은 남궁천이 반쪽짜리 검술만으로 저 자리에 오른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회장님도 그 약점을 쥐고 계시죠.”
“자신의 약점이기도 하지. 그것 가지고 나를 놀리면 자신도 치졸한 사람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둘 다 그 얘기는 안 하면서 겉으로만 친한 척하는 거지. 그게 보기 좋으니까.”
“저한테 이런 얘기까지 해주시니 의외네요.”
강주혁의 말에 남궁천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내가 처음 보는 친구한테 별 얘기를 다 하는군. 자네가 정곡을 찌르지 않았다면 이런 얘기까지는 안 했을 거야. 재능 있는 후배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선배의 마음으로 봐주게나.”
“저를 태원공략에서 빼내기 위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고요?”
남궁천은 씩 웃으면서 답했다.
“내가 말하는 나쁜 길이 태원공략에 남는 거야. 속이 시커먼 영감님 밑에서 종살이나 하면서 인생 낭비하지 말고 신광으로 오게. 진심으로 하는 충고야.”
“사장님 말에는 두 가지 어폐가 있습니다.”
“한번 말해보게.”
“첫째는 사장님이 지금 그 자리에 계시는 데 회장님이 꽤 큰 기여를 하셨다는 겁니다.”
“부정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딱 이 자리까지만 올라올 수 있도록 하셨지. 최고의 공략회사를 만들 수는 있어도 최강의 헌터가 될 수는 없지. 혹시 정식으로 검술을 공부한 적이 있는가?”
“아버지에게 배운 검술이 있습니다.”
“그럼 그 검술을 배우다가 말았을 때 느끼는 답답함과 절망감도 짐작할 수 있을 거야.”
회귀 전에는 사신무극검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주작검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고 나머지 검술을 익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청룡검을 손에 넣은 지금, 백호검과 현무검을 배워서 사신무극검을 완성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그 욕망이 좌절된다면 아예 검을 손에서 놓아버릴지도 모른다.
“알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검술을 배우시지는 않았습니까?”
“왜 그런 시도를 안 했겠는가. 하지만 파천제왕검이 몸에 베여버려서 그런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네. 다른 검술을 펼쳐도 거기에 파천제왕검이 묻어나오는 거야. 계속 밀어붙였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짬뽕이 되었겠지.”
강주혁은 신대성이 사신무극검을 소화하는 데에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가 파천제왕검을 지우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어폐는 뭔가?”
“회장님 밑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것과 사장님 밑에서 하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신입사원인 제 입장에서는 이러나저러나 똑같다는 거죠.”
“좋은 지적이군. 나는 회장님과는 달리 회사를 내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네. 나한테도 아들이 하나 있네만 헌터가 아니지. 그리고 미래의 사장에게 주식을 모두 물려줄 거야. 이건 내가 신광의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던 동지들과 약속했던 내용이네.”
강주혁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나오니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명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이직을 안 하더라도 이 관계만큼은 잘 유지하고 싶었다. 남궁천의 말대로라면 그의 목적과 강주혁의 목적은 일치하니까.
“원한다면 연봉도 더 올려주지. 그 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보게.”
강주혁이 답이 없자 남궁천이 덧붙였다. 강주혁은 잠시 생각을 고른 끝에 답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신광은 아직 부족함이 많은 회사니까요.”
“뭐라고?”
“사장님께서 저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를 하셨다면 굳이 이런 얘기들을 하실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한 얘기들로 보건대, 남궁천은 신대성이 강주혁의 집안에 저질렀던 일을 모른다. 그걸 알았더라면 결코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주혁이 태원에서 얼마를 받는지 알 정도로 조사했는데 신 씨 집안과의 일을 모른다면 신광의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내가 뭔가를 놓친 게 있다는 얘기군.”
남궁천은 인상을 썼다.
“그렇습니다. 공략회사만 놓고 본다면 신광이 태원을 앞서고 있지만, 태원 그룹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신광공략은 모그룹이었던 우성과 원수지간이 되었다. 우성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신광에게는 없다. 어쩌면 그런 한계 때문에 나중에 태원에게 업계 1위 자리를 뺏기게 되는 것인지는 모른다.
“확실히 그 점이 아쉽긴 하지. 대신, 모그룹의 간섭이 없어서 그만큼 더 자유롭네.”
“회사를 운영하시는 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그 자유라는 게 그다지 와 닿지는 않습니다.”
“좋아. 그럼 앞으로 신광이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더 좋은 회사가 더 나은 조건을 제안하면 이직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은 남궁천이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은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군.’
남궁천에게는 언제든 강주혁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한 말 잊지 말게.”
다음 날.
평소처럼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한 강주혁은 엘리베이터에서 정찰팀 추근호 과장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어, 그래. 일찍 왔네.”
추근호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말했다. 몰골이 몹시 추레하고 몸에서 냄새가 났다. 분명 어딘가에서 밤을 새우고 오는 길일 것이다.
‘또 노름판에서 놀다 온 건가.’
강주혁은 추근호가 도박에 손을 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공략 1부 내에서도 소문이 돌고 있었다. 친한 몇몇 직원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가 알려진 것이다.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사생활이라고 생각해 터치하지 않고 있을 뿐.
“수고해.”
추근호는 강주혁에게 인사를 하고는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아마 회사의 어딘가에 숨어서 쪽잠을 자려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쯤 남았을 때.
“주혁아.”
부장실을 다녀온 유덕현 팀장이 강주혁을 찾았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품고 있었다.
“네. 팀장님.”
“인사팀에서 부른다.”
“인사팀이요?”
“인센티브 때문에 할 말이 있대.”
“네, 팀장님. 다녀오겠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데 안다정이 말했다.
“잘 해요. 주혁 씨.”
“뭘요?”
“가면 알 거예요.”
안다정도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팀 사무실에 가보니 지난번에 그랬듯이 박동수 대리가 강주혁을 맞이했다.
“어서 와요. 회의실에서 얘기하죠.”
박동수는 서류철을 하나 챙겨서 회의실로 향했다. 강주혁도 따라가서 자리에 앉았다.
“이직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소문이 참 빠르군요.”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박동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회장님께서 주혁 씨의 연봉 협상을 새로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지요.”
“회장님께서요?”
강주혁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유덕현이 조를 만한 사람은 임재경 부장뿐이다. 임재경 부장은 윗선에 강주혁을 잡아야 한다고 말할 테고. 하지만 그 윗선으로 갑자기 회장이 거론되자 뭔가가 생략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은 1억 8천입니다. 연봉이 하루아침에 8천만 원이 올랐네요. 이것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죠.”
박동수는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도 그 내용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히든 피스 인센티브는 미포함인 겁니까?”
“맞습니다. 그것까지 포함하면 총 3억이 되겠군요.”
신광이 제시한 2억 8천이라는 액수가 신태원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강주혁이 떠나지 못하도록 확실히 못을 박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과 별개로 회사가 보유한 A급 아티팩트 하나에 대한 소유권을 받게 될 겁니다.”
박동수는 강주혁에게 준비해 온 서류철을 건넸다.
아티팩트에도 헌터들과 동일한 체계의 랭크가 붙는다. 당연히 랭크가 높을수록 좋다. 샐러맨더도 A급쯤 될 것이다.
강주혁은 서류철에 있는 아티팩트를 쭉 훑어보았다. 괜찮은 것들이 많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없었다.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언제든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쓰겠습니다.”
강주혁은 조만간 던전에서 직접 찾게 될 아티팩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건 강주혁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그럼 회사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회장님께서 이렇게 배려를 해주시는데 더 욕심을 부리는 건 주제넘은 짓인 것 같군요.”
“아마 지구에서 주혁 씨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신입사원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마석 도마뱀에 대한 인센티브는 없나요? 그것 때문에 찾으셨다고 들었거든요.”
“아, 제가 깜빡했군요. 이번 마석 도마뱀 새끼에 대해서 2천만 원을 받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강주혁은 씩 웃어 보였다. 박동수가 애써 무덤덤한 척을 하는 게 무척 우스웠다.
연봉 조정을 끝낸 강주혁이 사무실로 돌아오자 안다정과 유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얘기는 잘 됐어요?”
“네. 과장님.”
“그럼 회사에 남는 거지?”
“물론입니다, 팀장님. 제가 어디를 가겠습니까.”
“이 자식이 떠날 것처럼 말할 때는 언제고.”
“정말 다행이에요. 주혁 씨가 납득할 만한 조건이어서.”
강주혁이 떠날까 봐 조마조마했던 유덕현과 안다정은 이제야 안도하는 것 같았다.
“아, 안녕하세요.”
그때, 처음 보는 여성이 공략 3팀의 파트를 찾아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공략 4부에서 온 공허진이라고 합니다.”
수더분한 인상의 여성이 고개를 숙였다. 잔뜩 움츠러든 태도로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공략 1부 3팀에 배정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