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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53화 (53/202)

53화 한 가지가 빠진 것 같습니다

“……이직 제안?”

안다정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네. 헤드 헌팅 업체에서 온 메일입니다.”

“갈 거예요?”

“아직 확인도 안 했습니다.”

“아, 미안해요. 훔쳐볼 생각은 없었어요.”

안다정은 무심한 듯 강주혁에게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건네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엄청 신경을 쓰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강주혁이 피식 웃고는 메일을 확인했다.

‘연봉 2억 8천이라.’

연봉뿐만이 아니라 차량도 주고, 주거비 지원도 해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통이 참 크다.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신입사원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아니다.

그리고 연봉 액수를 보니 강주혁이 태원공략에서 얼마쯤 받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은 아니지.’

하지만 강주혁은 당장 태원공략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권대호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주혁은 권대호를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그의 말을 백 퍼센트 신뢰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다. 권대호가 강주혁과 함께 한 시간은 기껏해야 열흘 정도. 알고 지낸 건 두 달이 넘었지만, 주말에 몇 번 본 게 전부다.

반면에 신태원, 신대성 부자와 함께한 세월은 수십 년이다. 아무리 미워도 그동안 쌓아온 정이란 걸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언제 또 입장이 달라질지 모른다.

강주혁이 태원에 남고자 하는 진정한 이유는 그가 가진 미래의 지식이 태원공략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히든 피스나 마석 매장지와 같은 고급 정보들은 모두 태원공략이 소유한 부지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헌터로서의 실력이 회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기 때문에 이직을 해도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원공략에서만 압도적인 실적을 쌓을 수 있다.

내부에서 태원을 차지하는 게 어려워지면 외부에서 태원을 무너뜨리는 것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그 전에 태원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야지만 이직한 회사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태원을 떠나게 되면 권대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사신무극검을 부작용 없이 배우려면 권대호의 지도가 필수적이다.

“주혁 씨.”

“네?”

강주혁은 고개를 돌려 안다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쪽이 아니라 자기 모니터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직하고 말고는 주혁 씨 자유지만 저는 주혁 씨가 회사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강주혁은 살짝 놀랐다. 회귀 전에 강주혁이 안다정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으니까.

회귀 전, 안다정은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훌쩍 떠나버렸다. 그 전에 강주혁을 한 사람의 어엿한 헌터로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었다.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강주혁이 답이 없자 안다정이 서둘러 덧붙였다.

“다른 뜻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요.”

안다정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러더니 다시 자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과장님은 이 회사가 마음에 드세요?”

신입사원이 하기에는 당돌한 질문이었으나 상대가 안다정이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고른 끝에 말했다.

“반반이에요.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죠.”

그렇게 말을 마친 후 서둘러 덧붙였다.

“팀장님이랑 주혁 씨랑 같이 일하는 건 좋아요.”

그리고는 강주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저도 그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네요. 솔직히 놓치면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지난번 인센티브로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돈이 아쉬운 상황이거든요.”

“그렇군요. 주혁 씨에게도 주혁 씨만의 입장이 있으니까요. 잘 생각해 보고 알려줘요.”

안다정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참에 팀장님이랑 과장님을 한번 움직여볼까?’

유덕현과 안다정은 좋은 사람이다. 좋은 헌터이기도 하고. 하지만 사내 정치는 젬병이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안 한다.

그러나 강주혁이 이 회사의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앞장서서 길을 닦아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강주혁은 이번 일을 이용해 두 사람의 등을 떠밀어보기로 했다. 두 사람이 회사 내의 아귀다툼에 좀 더 발을 깊이 담그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회사가 저에 대한 입장을 달리 하면 저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주혁이 안다정에게 말했다.

“입장을 달리한다고요?”

“연봉을 올려주거나 회사 소유의 아티팩트를 준다면 좋겠네요. 그럼 이 제안을 거절했을 때의 아쉬움도 좀 적어지겠죠.”

안다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안다정은 유덕현이 출근하자마자 그를 회의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뭐? 주혁이가?”

유덕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얘기를 나눴다.

“네. 연봉 2억 8천이래요.”

“신입사원한테 그런 돈을 준다고? 질 나쁜 놈들이 사기 치는 거 아니야?”

“비전 스카우트에서 온 공식 메일이에요. 저도 봤어요.”

“부, 부럽다. 마석 도마뱀 때문인가?”

“그렇겠죠. 톨게이트 근처에 있던 다른 회사 헌터들도 주혁 씨가 생포해온 마석 도마뱀을 봤어요. 강남 게이트 단지 전체에 주혁 씨 소문이 쫙 퍼졌을 걸요.”

“근데 주혁이를 데리고 간다고 마석 채광지에 대한 권리까지 가져가는 건 아니잖아.”

“아홉 시간 만에 마석 도마뱀 새끼를 잡아 오는 능력을 사려는 거겠죠.”

“하긴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만 보면 그 이상을 받아도 이상할 건 없지.”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

“주혁 씨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아요?”

“당연하지. 저런 복덩이가 세상에 어디 있어?”

“그럼 붙잡으세요.”

“어떻게? 아무리 친해졌다고 해도 이건 돈 문제잖아. 인정에 호소할 순 없지.”

“인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 호소해야죠. 주혁 씨 연봉 올려달라고요. 회사가 보유한 아티팩트 하나 넘기든가요.”

“나보고 대신 조르라고?”

“팀장님이 팀원 챙기셔야지 아니면 누가 챙겨요. 신입사원이 인사팀 찾아가서 내가 이직을 제안받았는데 나 잡고 싶으면 연봉 올려달라고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러니 팀장님이 부장님한테 얘기해 봐요. 부장님도 주혁 씨 좋아하니까 무슨 수를 생각해 보겠죠.”

“끄응…….”

강주혁을 붙잡고는 싶지만 부장한테 가서 싫은 소리를 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앓는 소리만 나왔다.

“주혁 씨도 저랑 팀장님이랑 일하는 게 좋대요.”

“그래?”

유덕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니까 대충 비슷하게만 맞춰줘도 눌러앉을 가능성이 커요. 팀장님이 조금만 힘 좀 써주세요.”

“안 과장.”

“네?”

“왜 이렇게 열정적이야? 안 과장답지 않게?”

유덕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좋은 동료잖아요.”

안다정이 뻣뻣한 태도로 말하자 유덕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안 과정이 쪼아대서 도망간 직원이 두 명이나 되는데 참 별일이 다 있네.”

“걔들은 나갈 만하니까 나간 거예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부장님한테나 가보세요. 주혁 씨 마음 떠나기 전에.”

안다정은 유덕현의 등을 떠밀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유덕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부장실로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안다정은 그렇게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잠시 이리저리 걸으면서 생각을 하던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건 반칙이 아니지.’

안다정의 신분으로 경쟁하라고 했지만 이건 안다정의 문제가 아니라 태원공략 전체의 문제다. 안다정은 신태원 회장도 강주혁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 * *

상사들이 강주혁을 태원공략에 잡아놓기 위해서 애쓰는 동안, 강주혁은 메일을 보낸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미 태원에 남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비전 스카우트 측 사람과 안면을 터놓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약속 장소는 잠실에 있는 5성급 호텔. 1층 카페에서 스마트한 인상의 30대 남자가 강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주혁 씨.”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반갑습니다. 태원공략의 강주혁 사원입니다.”

“비전 스카우트의 최우현 대리입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강주혁이 저녁 시간이면 언제든 괜찮다고 하자 최우현 대리는 퇴근 시간 직후로 약속을 잡았다.

“아니요. 아직.”

최우현은 강주혁에게 자리를 권하는 대신, 자신의 가방을 챙겼다.

“그럼 결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제안이요?”

“이 건물의 꼭대기 층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강주혁 씨를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강주혁 씨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강주혁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으나 겉으로는 언짢은 티를 냈다.

“관례에 어긋나는 것 같군요. 헤드 헌팅 업체가 이런 일도 하나요?”

“저희 VVIP 고객님이십니다. 이런 요청을 하시면 저희 입장에서는 거절하기가 어렵죠.”

“제가 그분이랑 얘기를 끝내버리면 빈손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을 텐데요.”

헤드 헌팅 업체는 피고용자와 고용자를 이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걸로 굴러간다. 하지만 고용자가 피고용자와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해버리면 수수료를 못 받는다.

그래서 강주혁에게 보낸 메일에도 어떤 업체가 그를 원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일종의 서비스니까요.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안 내키시면 저랑 계약 얘기만 하고 가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마침 배도 고픈데 밥 한 끼 얻어먹는 셈 치죠.”

강주혁은 위에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안내하죠.”

강주혁은 최우현을 따라서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직원이 룸으로 안내해줄 겁니다. 그리고…….”

최우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명함을 꺼내서 건넸다.

“저기에 기다리고 계시는 분만 강주혁 씨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혹시 다른 계약 건들이 궁금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저를 기다리는 분에게 우선권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말씀드렸다시피 VVIP 고객이시니까요.”

“알겠습니다.”

강주혁은 명함을 확인한 후 지갑에 넣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결례를 범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최우현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떴다.

강주혁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룸으로 갔다. 최소 열 명은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에 딱 한 사람만 앉아 있었다.

그렇다고 휑하거나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한 사람의 존재감만으로도 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서 오게.”

신광 공략의 남궁천 사장이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면서 웃었다.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면 아무리 헌터라도 격식을 차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미지가 곧 회사의 이미지가 되니까.

하지만 남궁천은 달랐다. 정장 차림이기는 한데 넥타이를 하고 있지 않았다. 단추도 두 개나 풀었다. 말총머리 탓인지 연말 파티에 참석한 80년대 락스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태원 공략의 강주혁 사원입니다.”

강주혁은 짧게 목례했다. 예상했던 사람이었기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신광 공략의 남궁천 사장이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네.”

남궁천이 손을 내밀었다. 강주혁은 그와 굳은 악수를 나눴다.

‘친구일까? 적일까?’

회귀 전에도 접점이 없는 사람. 하지만 태원의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

워낙 유명한 사람이어서 들은 얘기는 많았다. 업계에서 남궁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이들은 머슴에서 출발해서 주인이 된 영웅호걸로 봤고 다른 이들은 자신을 키워준 신태원 회장과 우성 그룹의 한원호 회장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로 여겼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 같은 인상을 풍겼다. 자유롭고 거침이 없지만 그만큼 신뢰하기도 어려운 부류.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이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이 사람이 가진 그릇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믿을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고 싶었다.

“앉게나. 음식 준비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나가자마자 강주혁이 입을 열었다. 일부러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저한테 직접 연락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회장님께 눈치가 보여서 말이야.”

“이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태원공략 직원이 사무실에서 신광공략 인사팀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는 건 피할 수 있었지. 언짢았다면 사과하겠네.”

초면에 건방지게 굴면 기분 나빠할 줄 알았는데 남궁천은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당황했을 뿐입니다.”

“자네는 거짓말하는 게 서툴군. 하지만 그 서툰 거짓말도 연기겠지.”

남궁천이 물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씩 웃었다. 강주혁도 따라 웃었다.

“다른 곳에서도 연락받았지?”

“아직 못 받았습니다.”

강주혁은 거짓말을 했다.

“내가 강남 게이트 단지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서 다행이군. 아니면 나머지 놈들이 멍청한 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마주 웃었다.

“한국 헌터 업계 1위 업체의 사장이 왜 남의 회사 일개 신입사원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지 알겠나?”

“제가 질문을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까?”

강주혁이 되물었다. 갑은 질문하고 을은 답한다. 하지만 신광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강주혁이 갑니다.

“크하하하.”

남궁천은 폭소를 터뜨렸다.

“미안하네. 내가 내 주제를 망각했군. 태원공략에서 내가 세운 기록을 갈아치운 녀석이라서 손을 내밀었네.”

“거짓말입니다.”

“뭐라고?”

남궁천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제가 마석 도마뱀 새끼를 잡아 왔기에 제안하셨다는 말은 너무 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사장님께서는 그런 뻔한 얘기를 하실 분 같지는 않습니다.”

남궁천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제게 관심을 보인 건 아마도 제 시건방진 태도 때문이겠죠. 다른 놈이 그랬다면 괘씸해 보였겠지만 무려 마석 도마뱀을 잡아 온 녀석이니 패기나 기백으로 봐주셨을 것 같네요.”

남궁천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강주혁을 보다가 실소를 터뜨렸다.

“자네 말이 맞아. 태원공략 별관 1층에서 자네가 보여준 태도가 너무 인상적이었거든. 물론, 마석 도마뱀을 잡은 것도 멋진 일이지. 신입사원이 그 짧은 시간 안에 해낼 만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내 눈길을 끈 건 자네의 태도였네.”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그럼. 지나치게 차분했으니까. 난 단독 사냥 시험 때 트윈 헤드 오거를 잡고도 미친놈처럼 광분했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거둔 성공이었으니까. 요즘도 가끔 그때의 짜릿한 기분이 떠오르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

남궁천은 강주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네는 마치 계획했던 일을, 그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처리한 사람처럼 무덤덤하더군. 아, 일 끝냈으니까 퇴근해야겠다. 딱 이런 표정이었지.”

“제가 그랬습니까?”

“어디 그것뿐인가. 회사의 사장님과 부사장님, 그리고 회장님까지 나서서 치하를 하는데도 전혀 들뜬 표정이 아니더군. 네네, 알겠습니다. 말씀 끝나셨으면 집에 갈게요. 이런 느낌이었지.”

“제가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라 그런 것 같습니다.”

“자네는 실력도 마음가짐도 전혀 신입사원답지 않았어. 그래서 구미가 당기더군.”

강주혁은 여유 있게 웃어 보이는 남궁천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회귀 전, 태원공략의 가장 큰 적은 신광공략이었다. 태원이 처음부터 신광을 목표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언제나 시비를 걸어오는 건 신광 쪽이었다.

신광이 업계 1위고 태원이 8위쯤 될 때부터 그랬다. 2위랑 싸울 생각은 안 하고 언제나 8위를 찍어 누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종국에는 태원이 신광을 몰아내고 1위에 등극했으니까 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태원을 대하는 신광의 집요함은 지나친 점이 있었다. 그래서 남궁천과 신 씨 집안 사이에 남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거물이 내민 손을 잡을지를 결정하려면 신 씨 집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한 가지가 빠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주혁은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뭐가?”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신태원 회장님께서 저를 총애했다면 사장님은 제가 설사 고블린을 잡아 왔더라도, 그리고 노예처럼 굽실거리는 태도를 보였어도 이직 제안을 하셨을 겁니다. 신태원 회장님이 아끼는 직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랬을 겁니다.”

강주혁의 말에 남궁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더 이상 여유 있게 웃지 못했다. 방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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