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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51화 (51/202)

51화 유덕현 팀장님의 사수였던 사람입니다

절그럭. 절그럭.

기사는 뛰지 않았다. 금속 갑옷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저렇게 느리게 걷는데도 도망치지 못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강주혁은 기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신유정도 강주혁도 기사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둘이 함께 덤벼도 아슬아슬하다.

그래도 강주혁은 달아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마석 도마뱀 새끼를 산 채로 잡아갈 생각이니까.

살아 있는 새끼를 이용하면 어미를 유인하거나 풀어놓고 추적해서 매장지를 찾아낼 수 있다. 시체보다 가치가 몇 배나 크다.

‘영약만 있으면 해볼 만하다.’

강주혁은 그레이트 소드의 손잡이를 잡고는 자세를 취했다.

신유정도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강주혁 근처로 다가왔다. 위기 상황이 닥치자 그렇게도 질색하던 파이어 치킨의 악취도 묵묵히 견뎌냈다.

“당신은 누구죠?”

신유정이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태원공략의 헌터예요. 소속을 밝히세요.”

기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신유정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구조 요청용 신호탄을 쐈다. 신유정도 기사가 쓴 검강을 봤다. 자신과 강주혁만으로는 이기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유정이 신호탄을 쏘자마자 기사가 두 사람에게 돌진했다.

촤아악!

무거운 철갑옷을 입었는데도 마치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 위를 질주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왔다.

‘축지법인가.’

기사가 노리고 있는 건 신유정이 아니라 강주혁이었다. 강주혁은 물러서지 않고 그레이트 소드를 마주 휘둘렀다.

캉!

강주혁의 그레이트 소드와 기사의 롱 소드가 격돌했다. 내공 없이 순수한 힘만의 격돌.

양손으로 휘두르는 대검과 한 손으로 휘두르는 장검.

공격력은 당연히 대검 쪽이 우세하다.

“쳇!”

하지만 튕겨져 나간 건 강주혁의 그레이트 소드였다. 첫 합을 나눠보니 예상했던 견적이 나왔다.

강주혁은 자세를 잃고 비틀거렸고, 기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복부에 발길질을 했다.

퍽!

복부를 걷어차인 강주혁은 뒤로 쭉 밀려났다. 재빨리 강기를 둘러서 큰 부상은 막았지만 그럼에도 통증은 컸다.

캉!

기사는 돌아보지도 않고 옆에서 날아드는 신유정의 검을 카이트 실드로 쳐냈다. 신유정은 비틀거리면서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기사의 검이 더 빨랐다.

“악!”

신유정의 허벅지에 붉은 선이 그어지면서 피가 솟구쳤다. 기사는 그녀의 목을 노리고 검을 내지르려다가 멈추고는 뒤로 점프했다.

쾅!

강주혁이 기사가 디디고 서 있던 땅을 대검으로 찍은 것이다.

“과장님,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약부터 쓰세요.”

신유정은 곧장 치유 물약을 꺼냈다. 기사는 보고만 있지 않고 지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콰지직!

강주혁이 청룡검을 사용하자 푸르스름한 뇌전(雷電)이 대검을 따라 휘몰아쳤다. 확실히 한 손 검을 사용할 때보다 효과가 좋았다.

강주혁은 그 상태로 기사를 향해 대검을 쳐올렸다.

촤아악!

이번에는 기사도 검에 내공을 실었다. 검기가 대기를 찢어놓았다.

쾅!

섬광과 함께 폭음이 터져 나왔다. 주변의 풀들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일제히 누웠다.

폭발의 잔향이 사라지자 기사는 흠칫 놀랐다. 좀 전보다 더 강한 공격을 가했는데도 강주혁이 밀려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약 없이는 무리인가.’

강주혁은 뒷발이 땅속에 처박힐 정도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내상을 입은 탓에 입안에서 진한 피맛이 느껴졌다.

‘저건?’

강주혁은 기사의 검에 나 있는 작은 금을 발견했다. 그는 몰랐지만 그건 양준기 전무와 합을 나눌 때 생긴 균열이었다.

콰지직!

그때, 또 다른 전격이 기사를 덮쳐왔다. 기사는 방패로 신유정이 휘두르는 검을 막아내면서 뒤로 몸을 뺐다. 그녀의 검이 황금빛 스파크를 흘리고 있었다.

강주혁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치료를 끝낸 덕에 허벅지의 상처도 사라지고 없었다.

‘파천제왕검인가.’

강남검제 신태원이 창안한 파천제왕검 역시 청룡검처럼 뇌기를 다룬다. 하지만 청룡검의 뇌기가 푸른빛을 띠는 데 반해, 파천제왕검의 뇌기는 노란빛을 띤다.

“주혁 씨.”

신유정이 강주혁에게 영약을 던졌다.

“시험은 이미 끝난 겁니다.”

“걱정 말아요. 제가 확인했어요.”

강주혁은 영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몸에 열이 오르면서 단전이 꿈틀거렸다.

“저는 신태원 회장의 손녀예요. 신대승 사장의 딸이기도 하고요. 제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태원공략의 모든 헌터들이 당신을 추격할 거예요. 뒷감당할 자신 있어요?”

신유정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렬한 살기를 피워내면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우르릉! 콰쾅!

강주혁의 검이 천둥소리를 토해냈다. 뇌기가 검을 넘어 몸 전체로 뻗어 나갔다.

그는 그 상태로 기사에게 돌진했다.

챙! 캉! 펑!

세 사람은 어지럽게 뒤섞인 채 난전을 벌였다. 계속해서 터져나가는 전격으로 인해 들판의 여기저기에 불이 붙었다.

기사는 전력을 다해 덤비는 두 사람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에게 잔상처가 쌓여갔다.

‘강하다.’

체감상 S급 마법사인 이형석에 비해 훨씬 강한 것 같았다. 이형석은 마법의 고수일지언정 전투의 프로는 아니었다.

다른 헌터들이 상황을 만들어주면 후방에서 마법을 퍼붓는 전형적인 마법사였다. 그래서인지 대인 전투는 좀 어설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의 기사는 이런 식의 싸움을 최소 수십 번은 치른 베테랑 같았다. 강주혁이나 신유정처럼 특별한 검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기본기만 사용하는데도 그것들이 워낙 탄탄해서 빈틈이 없었다.

서걱!

“악!”

먼저 나가떨어진 건 신유정이었다. 그녀는 자상을 입은 어깨를 움켜잡느라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캉!

기사는 신유정을 끝낼 생각으로 검을 내질렀으나 이번에도 강주혁이 끼어들었다.

영약을 마신 강주혁은 기사도 버거웠는지 검 하나로 너끈히 막아냈던 대검을 검과 방패를 교차시켜서 양손으로 막았다.

파지직!

강주혁과 검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격이 몸에 옮겨붙었다.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어서 티는 안 났지만 그의 몸도 계속되는 감전으로 망가져 가고 있었다. 오히려 철갑옷을 입은 탓에 뇌기로 인한 피해가 더 컸다.

강주혁은 얼굴 덮개 사이로 보이는 눈을 마주했다. 격렬한 전투 중인데도 눈동자에서 어떤 동요도 읽을 수 없었다. 침착하게 사냥감의 숨통을 조여 가는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이러시는 걸 알면 유덕현 팀장님이 실망하실 겁니다.”

기사가 두 눈을 부릅떴다. 눈동자에 당혹감이 서렸다. 강주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키이이익!

강주혁이 힘을 주자 그의 대검이 기사의 검을 타고 미끄러지면 금속성의 마찰음과 불꽃을 흩뿌렸다.

강주혁은 균열이 나 있는 부분에서 자신의 대검을 딱 멈췄다. 그리고 2주 동안 준비해왔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신무극검(四神武極劍) 2형 1식.

청룡뇌즉참(靑龍雷卽斬).

대검을 이용한 찍기는 위력이 강한 대신에 준비 동작이 크고, 적에게 검이 닿는 시간이 길다. 그만큼 피하기도 쉽다.

하지만 청룡뇌즉참에는 그런 준비 동작이 필요 없었다. 사용자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든 항상 대검을 풀 스윙으로 휘둘렀을 때와 똑같은 파괴력을 낼 수 있다. 지금처럼 검과 방패에 막혀 있을 때도 그렇다.

파지직!

하늘에서 한 줄기의 전격이 내려와 맺히는 것과 동시에 대검이 자신을 막아서고 있던 검과 방패를 부수면서 땅을 찍었다. 대검이 땅에 닿자 벼락이 떨어졌을 때처럼 번개 폭발이 일어났다.

쾅!

“으아악!”

금이 가 있던 검은 부러지고 방패는 찌그러졌다. 기사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날아갔다.

“헉헉…….”

기사는 금방 다시 일어났으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전신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는 부러진 검과 찌그러진 방패를 번갈아 보더니 등을 돌려 숲속으로 달아났다.

강주혁은 쫓지 않았다. 영약이 있어도 아슬아슬한 상대다. 효과가 떨어지면 강주혁이 위험해진다.

“주혁 씨, 괜찮아요?”

신유정이 강주혁에게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과장님은요?”

“물약 써서 괜찮아요. 주혁 씨 덕분에 살았네요.”

“과장님이 없었으면 저도 힘들었을 겁니다.”

결정타를 날린 건 강주혁이지만 신유정이 없었다면 영약을 마실 겨를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

“근데 저 사람 누군지 알아요? 좀 전에 유 팀장님 얘기를 했잖아요.”

“유덕현 팀장님의 사수였던 사람입니다.”

“사수요?”

“유덕현 팀장님이 자기 사수 얘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걸출한 헌터였는데 신대성 부회장 쪽 임원의 비리에 가담했다가 발각되는 바람에 광야로 달아났다고 하더군요. 꼬리 자르기를 당한 거죠.”

강주혁의 말에 신유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사수가 좀 전의 기사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싸우는 스타일이 비슷한 거 같았거든요.”

“싸우는 스타일이요?”

“화려한 기술을 쓰기보다는 탄탄한 기본기로 상대를 압박해가는 스타일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넘겨짚은 건데 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군요.”

“반응이요?”

“제가 유 팀장님 얘기를 꺼내니 흠칫하고 놀라더군요. 아마 맞을 겁니다.”

“그랬군요. 근데 그 사람은 왜 우리를 노렸을까요?”

신유정의 표정을 보니 신대성과 강 씨 집안의 일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과장님을 죽이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의뢰를 했겠죠.”

강주혁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 * *

광야로 진입하는 톨게이트는 열 개의 공략회사가 공유하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헌터가 오가고 톤 단위의 마석들이 실려 나온다. 정부는 교통 혼잡을 우려해서 톨게이트 근처에는 건물의 건축을 허용하지 않았다. 딱 하나, 태원공략의 별관만 제외하고.

정부가 이런 예외를 두는 것은 나라를 두 번이나 구한 신태원 회장과 권대호 전(前) 부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손녀의 부탁으로 오랜만에 태원공략을 방문한 신태원 회장은 별관 2층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벽이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서 톨게이트와 그 앞의 광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저녁이 가까워오자 단독 사냥 시험을 치른 신입사원들이 한 명씩 톨게이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몬스터에서 추출한 마석과 몬스터의 신체 일부를 가지고 나왔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잠시 후, 이윤철 사장과 김재후 부사장이 별간 2층에 나타났다.

회장님이 예고도 없이 회사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임원 회의를 끝마치자마자 곧장 별관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냥 일이나 보지 뭘 또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온 건가.”

“회장님께서 오셨는데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신태원 회장은 피식 웃더니 자리를 권했다.

“앉게.”

두 사람은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평소에는 오만하고 거친 태도를 보이는 김재후도 신태원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되었다.

이지혜 사건 때 신대승 사장과 김태현은 처벌을 받았으나 김재후는 얼렁뚱땅 넘어갔다.

신태원 회장이라면 김재후도 한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알 텐데도 그랬다. 그래서 김재후에게는 이 자리가 더 불편했다.

“양준기 전무는?”

신태원 회장이 물었다. 태원공략을 이끄는 삼인방 중 한 명이 빠져서 의아했던 것이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오지 못했습니다. 송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윤철이 대신해서 고개를 숙였다.

“사장이랑 부사장은 안 바쁘고?”

신태원 회장이 심술궂은 표정을 짓자 이윤철과 김재후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바로 그때,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은 톨게이트의 B출입구였다.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중년 남자가 뒤로 수십 명의 헌터를 대동한 채 톨게이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세 사람의 시선을 느낀 건지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네 사람의 시선이 만났다. 남자는 태원공략의 별관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뒤따르던 헌터들도 얼떨결에 이쪽으로 인사했다.

신태원은 올라오라는 뜻으로 손짓을 했다. 남자는 뒤따르던 헌터들에게 뭐라고 지시를 해놓고는 태원공략의 별관으로 달려왔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봅니다.”

이윤철이 빙그레 웃었다.

“그런 모양이군.”

잠시 후, 말총머리의 중년남성이 별관 2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회장님.”

남자는 우렁찬 목소리로 신태원 회장에게 인사를 하면서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혔다.

“남궁 사장도 잘 지냈나? 바쁜 사람 시간을 뺏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스승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시원시원한 태도로 말하는 남자의 이름은 남궁천. 별호는 <광진검성(廣津劍聖)>.

2세대 헌터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현재 업계 1위인 신광공략의 사장이다.

원래는 태원공략 출신으로 같은 시기에 입사한 이윤철 사장과 신대길 태원상사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다.

뼈대 있는 헌터 집안 출신인 이윤철, 신대길과는 달리 남궁천은 근본도 체계도 없는 길거리싸움꾼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 견줄 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그 재능을 아깝게 여겼던 신태원 회장은 남궁천을 직접 데려다가 검을 가르쳤고, 그는 신 씨 집안사람이 아니면서 파천제왕검을 사용하는 유일한 헌터가 되었다.

“앉게나. 얼굴 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남궁천은 자리에 앉으면서 이윤철과 김재후하고도 인사를 나눴다. 김재후하고는 좀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이윤철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로 가끔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회사에 나오신 건 오랜만이신 것 같습니다.”

남궁천이 말했다.

“오늘이 신입사원 단독 사냥 시험일이네. 유정이가 볼만한 녀석이 있을 거라고 해서 잠깐 짬을 냈지.”

“아, 그게 오늘이었군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겠는데요.”

신태원은 남궁천을 보면서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직접 검술까지 가르쳤는데 태원공략을 떠나버린 괘씸한 놈. 떠난 것만으로도 배가 아픈데 옮겨간 회사를 업계 1위에 올려놓았다. 남궁천이 이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광은 태원의 적수가 아니었다.

신태원은 내심 이번 기수의 신입사원들이 남궁천과 신광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남궁천을 마주치지 않았으면 별생각이 없었을 건데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니 괜히 경쟁심이 생긴 것이다.

“저기 한 명 나오는군요.”

때마침 공략 3부의 최석도가 하이오크의 머리통을 들고 톨게이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상사들이 박수를 쳐주자 녀석은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머리통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쯧.”

하지만 신태원은 혀끝을 차면서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평균 D급인 신입사원이 거둔 성과치고는 대단한 것이 맞으나 신태원에게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로도 두 명이 더 나타났으나 하이오크보다도 못한 몬스터였다.

“트윈헤드 오거를 잡아 올 만한 용자는 아직 없나 봅니다.”

“크흠…….”

남궁천이 씩 웃어 보이자 신태원이 침음을 흘렸다.

머리가 둘 달린 트윈헤드 오거는 일반 오거보다 강하다. 개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A급으로 분류된다. 남궁천은 트윈헤드 오거를 신입사원 단독 사냥 시험 때 잡아서 태원공략의 전설로 남은 사람이다.

“속임수를 써서 잡은 사람을 용자라고 칭하기는 뭣하지 않나?”

이윤철이 은근한 투로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 남궁천은 트윈헤드 오거와 정면 승부를 한 게 아니었다. 유인을 한 후 머리 위로 큼지막한 바위를 떨어뜨려서 잡았다. 반면에 이윤철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서 일반 오거를 잡아 왔다.

“방법이 중요한가? 뭘 잡았는가가 중요하지.”

남궁천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신태원은 젊었을 때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다들 어깨에 힘깨나 주는 연배가 되었는데도 신태원 회장 앞에서는 치기 어린 꼬맹이들처럼 굴었다.

“회장님! 저것 좀 보십시오.”

그때, 김재후가 외쳤다.

네 사람의 시선이 톨게이트로 향했다. A출입구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태원공략의 헌터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헌터들도 그쪽으로 향했다.

강주혁이 나무를 엮어서 만든 지게를 짊어진 채 출입구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마석 도마뱀입니다.”

지게에는 정말로 마석 도마뱀이 묶여 있었다.

“……살아 있군요.”

도마뱀이 질러대는 괴성이 별관까지 들렸다.

살아 있는 새끼를 풀어놓으면 서식지인 마석 매장지로 돌아갈 것이다. 추격만 잘하면 마석 매장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석 매장지가 하나 발견될 때마다 공략회사의 업계 순위가 바뀌곤 한다. 잡아 온 몬스터의 강함을 논하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몰려든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저 뒤로 물러나면서 강주혁에게 길을 내줄 뿐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별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저 친구 관리 잘하셔야겠습니다.”

남궁천 사장이 눈을 빛냈다.

“선 넘지 말거라.”

신태원 회장이 준엄하게 일갈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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