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배웠습니다
아이언 골렘의 후면 장갑은 전면 장갑보다 훨씬 얇다. 게다가 철판과 철판 사이의 이음새도 전면보다 후면이 더 넓다. 빈틈도 더 크고 방어력도 더 낮은 것이다.
게다가 몸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마석도 가슴보다는 등 쪽에 더 가깝다.
아이언 골렘에 입력된 프로그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벽을 등지고만 싸웠고 어떤 도발에도 벽에서 떨어질 줄 몰랐던 것이다.
만약 공략 2팀이 싸우면서 이 점에 주목했다면, 골렘을 쓰러뜨린 후 시체를 좀 더 주도면밀하게 조사했다면 이런 약점을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콰지직!
강주혁의 검에서 흘러나온 푸르스름한 스파크가 아이언 골렘의 전신을 휘감았다.
아이언 골렘처럼 금속의 성질을 띤 몬스터들은 뇌기(雷氣)에 취약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은 내공으로 오러 스킨과 철판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이다.
끼이익! 끼익!
골렘은 전기충격을 당한 사람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기름칠이 안 된 기계처럼 몸의 여기저기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골렘은 비틀거리면서도 손을 뻗어서 뒷목에 올라타 있는 강주혁을 잡으려고 했다.
“주혁 씨! 조심해!”
밑에 있는 헌터들이 외쳤다.
‘이 정도면 되겠지.’
강주혁은 검을 꽂아 넣을 때의 느낌을 통해서 칼끝이 마석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에 닿았다는 걸 알았다.
껍데기 자체는 엄청난 두께 때문에 파괴가 어렵다. 강주혁도 사냥의 목적인 마석이 손상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껍데기에 달려있는 무수한 선들. 그것들은 마석의 에너지를 몸 전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만 끊어버려도 골렘은 침몰할 것이다.
강주혁은 망설임 없이 무극검을 사용했다. 이미 뇌기를 사용하느라 내공을 많이 소진한 상태. 마석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껍데기에 붙은 선들을 날려버리기에 알맞은 양이다.
전신의 내공이 순식간에 칼끝에 모였고 그곳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펑!
골렘의 몸이 한번 들썩였다. 몸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정도의 폭발이었다. 강주혁을 향해 뻗었던 손이 힘없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쿵!
골렘이 무릎을 꿇었다.
“어? 어?”
“물러서세요!”
강주혁이 외치자 헌터들이 뒤로 몸을 날렸다.
끼이익!
골렘이 고장이 난 기계 같은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뒷목에 매달려 있으니 깔릴 위험은 없지만 손을 놓으면 관성 때문에 앞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강주혁은 검 손잡이를 잡은 채 버텼다.
쿵!
골렘이 땅에 엎어졌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헌터들은 멍한 얼굴로 골렘의 시체 위에서 몸을 일으키는 강주혁을 올려다봤다.
‘여덟 시간이 걸린 놈을 한 합에…….’
김현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 놀라서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그동안 골렘을 잡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들이 헛짓거리가 되어버렸다.
“허허…….”
놀란 건 유덕현과 안다정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부하였는데 저 정도면 자신들이 상사라는 게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팀장님.”
유덕현이 투구의 얼굴 덮개를 들어 올린 후 김현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말하게.”
“저거 주혁이가 처리한 겁니다. 아시죠?”
유덕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이 녀석이 이렇게 능청스러웠나?’
낮은 실적 탓에 항상 주눅이 들어있던 유덕현이었다. 항상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다른 팀의 팀장들과 부장의 눈치를 봤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싫은 소리 한 마디하지 못하는 새가슴이었다. 팀장들끼리 있을 때면 공략 1부 공식 호구라고 놀려댈 정도였다.
‘저 녀석 때문인가.’
김현우의 시선이 강주혁에게로 향했다.
강주혁 덕분에 팀장인 유덕현의 실적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혼자 뒤쳐져 있던 직급도 올랐고.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다.
‘안 나서길 잘했네.’
안다정은 강주혁을 보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강주혁을 뒤로 빼자고 하자마자 따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금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실력으로 압도해 버리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주혁을 통해 배웠으니까.
지금도 그랬다.
만약 2팀과 끝까지 같이 싸웠으면 서로 공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퉜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현우 팀장은 은근히 압박을 가했을 거고. 안다정은 참지 못하고 대거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주혁이 한 합에 모든 걸 끝내버렸기 때문에 누가 했는지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주혁 씨.”
김현우는 유덕현에게 대답하는 대신, 강주혁에게 말을 걸었다.
“네, 팀장님.”
“거기가 골렘의 약점이란 건 어떻게 안 건가?”
“뒤에서 지켜봤는데 한 번도 등을 내주지 않더군요. 웬만큼 도발을 해도 벽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고요. 그래서 등 뒤가 약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현우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듣고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건데 2팀의 누구도 그 점을 떠올리지 못했다.
‘콜럼버스의 달걀인가.’
골렘은 생명체가 아니다. 그래서 뒷목이 더 약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성벽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도 거점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축하해요, 주혁 씨. 이번에도 한 건 했네요. 실적 부자 되겠어요.”
김현우가 대답을 미루고 있자 신유정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실적을 조금이라도 나눠 먹을 구실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저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강주혁에게 모두 몰아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강주혁은 씩 웃어 보이고는 골렘의 시체에서 뛰어내렸다.
* * *
2주 후. 신입사원 단독 사냥 시험을 하루 앞둔 목요일.
“순시 다녀올게요. 오늘은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점심시간 되면 식사하고 와요.”
양준기 전무는 출근하자마자 자리를 비웠다.
“네. 전무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양준기의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순시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으니까.
양준기는 그런 비서를 남겨놓은 채 광야로 들어갔다.
순시는 공략회사 임원의 권리이자 의무. 오직 임원만이 던전 내에서 단독 행동이 가능하다. 그 밑으로는 공략 계획서에 따른 단체행동만 허용 된다.
임원이 된다는 건 던전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임원은 던전을 순시하면서 공략팀들이 공략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감독하고, 유사시에 지원할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지금 양준기는 그런 목적으로 순시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웨이포인트를 몇 개 거쳐서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 진입한 그는 기감을 최대로 확장해 미행자가 없는지 살피면서 한 동굴로 들어갔다.
차장 시절 발견한 이 동굴은 공략할 가치가 없다고 판명이 나서 오래전부터 헌터들의 발길이 끊긴 곳이다.
동굴의 끝까지 들어간 양준기는 벽을 더듬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스르륵.
어느 지점에 이르자 손이 벽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양준기는 천천히 그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겉보기에는 딱딱한 석벽이었지만 마치 기체로 이루어진 것처럼 양준기의 몸을 집어삼켰다.
‘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양준기는 자신을 노리는 강렬한 살기를 느꼈다.
붕!
어둠 속에서 날아든 두껍고 날카로운 칼날을 양준기는 손바닥 하나로 막았다.
양준기의 신체를 보호하는 건 호신강기만이 아니다. 각성자 특유의 강체를 극한으로 단련시킨 그는 <금강불괴(金剛不壞)> 즉, 금강석만큼이나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캉!
손바닥에 막힌 칼날이 불꽃을 튀기면서 뒤로 튕겨져 나갔다.
“흡!”
양준기는 칼날이 날아든 방향으로 한걸음을 내딛으면서 양손바닥을 나란히 내질렀다.
쾅!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어두침침한 주변이 일순간 환해졌다.
철갑옷을 입은 기사가 양준기의 쌍장(雙掌)을 맞고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흉갑이 양준기의 손바닥 모양으로 찌그러졌다.
“여긴 너무 어둡군요. 항상 이렇게 지내는 건 아니죠?”
양준기는 태연하게 손을 툭툭 털면서 말했다. 폭발의 여파가 사라지면서 주변이 다시 어두워졌으나 그는 그 전에 빛을 내는 돌들의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벽으로 걸어간 양준기는 그 돌들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주변이 점차 밝아졌다.
“음?”
양준기는 자신의 손바닥에 그어져 있는 붉은 선을 발견했다. 아픔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으나 생체기가 남았다.
“호, 실력이 많이 늘었군요.”
양준기는 쓰러진 기사 쪽으로 돌아서면서 말했다.
“이러다 조만간 저를 꺾을 수도 있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양준기의 미소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용건이 뭐지?”
기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목소리에 적의가 넘쳤다. 얼굴 덮개 사이로 보이는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손을 봐줘야할 사람이 있습니다.”
양준기 전무는 여전히 태연했다.
“태원공략인가?”
기사는 자신의 검을 살펴보면서 물었다.
양준기 전무의 손바닥과 맞닿은 부분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그렇습니다.”
“이름은?”
“강주혁입니다.”
“처음 듣는군.”
“당신을 모를 겁니다. 신입사원이니까요.”
“허, 하다하다 신입사원인가? 당신도 늙었군. 그런 애송이를 신경 쓰다니.”
기사가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그냥 신입사원이었다면 저도 신경을 안 썼을 겁니다.”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군.”
“10월 초에 인턴으로 들어와서 두 달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군.”
“트왓에서 만점을 받았고 영약이 약수터 물처럼 나오는 히든 피스도 발견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죠. 말 그대로 회사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공식적인 랭크는 D급인데 S급 마법사를 죽이기도 했고요.”
“S급을 잡았다고?”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결정타는 그 친구가 날렸죠. 아, 그리고 아이언 골렘을 한 합에 잡기도 했습니다.”
“아이언 골렘을? 그게 가능해?”
“정면 승부를 한 건 아니고 약점을 찾아내 공략했죠. 당신을 데리고 아이언 골렘과 싸울 때가 생각나는군요. 우리도 한 세 시간쯤 걸렸던 것 같은데. 그 영리한 녀석이 선배들을 전부 바보로 만들어버린 거죠.”
양준기 전무가 실소를 터뜨렸다.
“초신성이 나타났군.”
“그렇습니다. 저보다, 어쩌면 당신보다도 더 빛나는 별이 될 겁니다.”
“지금 내 처지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다니 농담이 지나치군.”
“그 점에 대해서는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준기 전무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런 녀석을 왜 죽이려는 거지? 탐을 내야 정상 아닌가?”
“태원공략에, 그리고 신대성 부회장님께 원한을 품고 있으니까요. 위험한 녀석이죠.”
“신대성이 그 친구한테 원한을 샀다고?”
“자세한 건 몰라도 됩니다. 아, 그리고 죽이는 건 안 됩니다.”
“특이한 의뢰군.”
“위험한 만큼 중요한 녀석이니까요. 반년쯤 쉬어야할 정도의 부상이면 좋겠군요. 중요한 건 정신적인 피해입니다. 언제든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트라우마를 심어줘요. 단, 절대 당신의 정체를 밝히면 안 됩니다.”
강주혁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넌지시 알려줄 생각이다. 권력의 공포를 맛본 강주혁은 분명 꼬리를 말게 될 것이다. 그때쯤 당근을 몇 개 던져주면 양준기가 원하는 걸 토해낼지도 모른다.
“알겠다. 그 녀석은 언제 오는 거지?”
“내일이 신입사원 단독 사냥 시험일입니다. 아마 98-A114로 갈 겁니다.”
“오거? 배짱이 두둑하군.”
“그 정도는 해야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으니까요. 혹시 모르니까 07-A72 주변 지역들도 확인해 주십시오.”
“거긴 왜?”
“72에서 마석 도마뱀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하더군요.”
“단독 사냥 시험에 마석 도마뱀을 잡는 건 무리일 텐데?”
단독 사냥 시험은 하루 동안 치러진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석 도마뱀을 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두가 무리라고 여겼던 일들을 해냈던 친구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내가 그 모든 지역들을 하루 만에 커버하는 건 불가능하다.”
양준기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해답을 내놓았다.
“내일 하루만 당신이 태원공략의 웨이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손을 써놓겠습니다. 강주혁의 이용기록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해놓죠. 그거면 어렵지 않게 추격할 수 있을 겁니다.”
“알겠다.”
“그리고 이건 당신 가족들 사진입니다.”
양준기 전무는 주머니에서 비닐봉투를 하나 꺼냈다. 인화한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기사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당신이 신대성 부회장님께 충성한다면 가족들 역시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양준기는 협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단독 사냥 시험에 참가할 신입사원들과 감독관들이 훈련장에 모였다.
이윤철 사장이 직접 제비를 만들었고 감독관들이 하나씩 뽑았다.
“예스!”
제비를 뽑은 신유정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더니 다른 신입사원들과 함께 대기 중인 강주혁에게로 달려왔다.
“주혁 씨! 제가 주혁 씨 담당이에요!”
“같은 1부여도 괜찮은 겁니까?”
“같은 팀만 아니면 상관없대요.”
신유정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글방글 웃었다.
“주혁 씨는 안 기뻐요?”
“네? 아, 좋습니다.”
“거짓말을 잘 못 하시네요.”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근데 과장님.”
강주혁은 목소리를 낮추고는 물었다
“회장님은 안 오시나요?”
회장이 행차한다고 하면 지금쯤 소문이 돌거나 뭔가를 준비하는 기색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거 물어볼 줄 알았어요.”
신유정은 목소리를 낮춰서 강주혁에게 귓속말을 했다.
“끝날 때쯤 예고 없이 오실 거예요.”
“……회사가 시끄러워지겠군요.”
“잘 굴러가고 있는데 시끄러워질 일이 뭐가 있겠어요.”
신유정은 몰래카메라를 구경하는 사람처럼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모르는 겁니까?”
“아무도 몰라요. 아마 비서한테도 얘기 안 했을 걸요. 집에서 쉰다고 해놓고는 갑자기 불쑥 나타나실 거예요.”
강주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신태원 회장이 온다는 걸 모르면 양준기 전무가 분명 일을 벌일 것이다.
‘차라리 잘 됐다.’
신태원 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벌어진다면 양준기 전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강주혁이 증거만 제대로 제시한다면 신태원 회장의 손으로 양준기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우선 양준기 전무가 쳐놓은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주혁은 양준기 전무가 던전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것에 대한 준비도 해놓은 상태다.
“과장님, 이거 잠시 맡아주시겠어요?”
강주혁은 대구에 내려가기 전에 샀던 영약을 신유정에게 건넸다.
“영약? 이런 것도 들고 다녀요?”
“비상용입니다. 사무실에 두고 왔어야 했는데 깜빡했네요.”
시험에서 영약을 사용하는 건 반칙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수험자들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철저한 소지품 검사를 받는다.
“알겠어요. 끝나고 줄게요.”
신유정은 영약을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수험자들은 거치대에서 무기를 고르면 됩니다.”
잠시 후, 인사팀 곽진섭 부장이 말했다. 시험인 만큼 장비는 공용장비를 쓴다.
신입사원들은 자기한테 맞는 장비들을 선점하기 위해서 거치대로 우르르 몰려갔다. 강주혁은 느긋하게 걸어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레이트 소드를 집어 들었다.
“어? 주혁 씨는 원래 한 손 검이잖아요. 양손 대검도 쓸 줄 알아요?”
뒤따라온 신유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배웠습니다.”
강주혁은 씩 웃으면서 답했다.
2주면 뭔가를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