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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47화 (4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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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약속하겠습니다.

47화 약속하겠습니다.

기감을 통해서 상대의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은 사용자의 내공에 비례한다. 강주혁이 가진 레이더로는 미행자를 제대로 캐치할 수 없었다. 미행자의 실수로 가끔 걸리기는 했지만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Ex급인 권대호가 가진 레이더라면 청계산 전체를 아우르고도 남을 것이다. 굳이 권대호에게 미행자를 잡게 만든 것은 그를 이 판에 끌어들이고 싶어서였다.

“뭐하는 놈이냐?”

권대호가 팔짱을 낀 채 만신창이가 된 미행자에게 물었다.

“말할 수 없다.”

권대호가 주먹을 내질렀다.

퍽!

“윽!”

미행자가 바닥을 뒹굴었다. 이미 팔다리가 모두 부러진 상태라서 얻어맞은 얼굴을 주무를 수도 없었다.

“이 건방진 놈이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권대호의 벽력같은 호통이 온 산에 쩌렁쩌렁 울렸다.

‘살벌하네.’

강주혁은 침을 꼴깍 소리가 나도록 삼켰다.

미행자가 있으면 대신 잡아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저렇게 보자마자 묵사발을 낼 줄은 몰랐다.

“죄, 죄송합니다.”

미행자는 자기 힘으로 일어설 수가 없어서 누운 상태로 답했다. 저 무시무시한 노인을 상대로 한 번이라도 기개를 드러낸 것이 용했다.

“똑같은 질문을 두 번 하지 않겠다. 묻는 말에 답해라.”

“야, 양준기 전무가 보냈습니다.”

미행자는 누운 채로 입만 뻐금거렸다.

“뭐? 구로쌍장이? 이유가 뭐냐?”

“그건 저도 모릅니다.”

종로투왕이 부릅뜬 눈으로 미행자를 노려보았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푹!

권대호가 손가락으로 혈도를 누르자 미행자가 기절해버렸다.

권대호는 강주혁에게로 돌아섰다. 그의 눈빛이 평소랑은 달리 무척 진지했다. 강주혁도 표정과 자세를 바로잡았다.

“방금 네가 뭘 한 건지는 아느냐?”

“운기행공을 했습니다.”

“정상적인 운기행공은 아니었지. 그건 블랙헌터들의 방식이다.”

강주혁은 권대호가 평소랑은 다르게 날이 서있는 이유가 미행자 때문이 아니라 청룡검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강주혁이 써서는 안 되는 기술을 배웠고 그래서 미행자가 꼬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미행자를 블랙헌터로 오인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만든 비급을 따른 것입니다.”

“그럼 네 아버지는 블랙헌터다. 내가 왕년에 블랙헌터들을 패 죽이는 걸로 유명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권대호가 처음으로 강주혁에게 어마어마한 살기를 드러냈다. 강주혁이 깐죽거리면 호통을 치기는 했지만 살기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종로투왕은 강남검제와 함께 블랙헌터들로부터 나라를 지킨 사람이다. 그 싸움에서 전국 10대 고수들 중 절반이 죽었다. 블랙헌터에 대한 종로투왕의 증오심은 깊디깊었다.

강주혁은 그걸 잘 알면서도 위험한 도박을 했다. 아버지에 관해서라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는 블랙헌터가 아닙니다. 시골에서 작은 공략회사를 운영하던 평범한 분이셨죠.”

강주혁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권대호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강주혁은 권대호가 자신에게 애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청룡검 의 준비단계에 들어가자마자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권대호는 꿀밤을 때리는 것에 그쳤다. 게다가 그건 평범한 꿀밤이 아니었다. 주화입마의 위험 없이 사기(邪氣)만 흩어버릴 수 있도록 정교하고 정순한 내공이 담겨있었다.

“네가 나를 만난 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강주혁은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언제 아신 겁니까?”

“네가 쓰는 검술을 보고 짐작했다. 대성이가 대길이를 꺾었을 때 썼던 검술과 비슷했거든. 그래서 따로 조사를 좀 해봤지.”

권대호의 대답을 통해 강주혁은 신대성이 주작검을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룡검에 대한 비급을 남긴 것으로 봐서 아버지는 분명 다른 검들에 대한 비급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았다.

청룡검을 익히자마자 기술 전체의 성격이 달라졌다. 다른 검술을 익힐 때마다 더 많은 사기(邪氣)가 몰려들 것이고 그걸 다스리지 못하면 내공이 폭주해서 죽거나 광인이 되어버릴 것이다.

아버지는 아마 그 점을 걱정해서 비급을 여러 군데 흩어놓았을 것이다. 한 번에 모두 취하려고 하면 주화입마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니까. 신대성은 운 좋게 그 중 하나를 찾아낸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도 하나의 의문점이 있었다.

‘내가 배운 건 미완성이란 얘긴가?’

강주혁은 이미 주작검을 마스터했다. 아들에게 전수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굳이 주작검에 대한 비급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처럼 아버지의 행보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점들이 많았다.

“태원공략에 들어간 것도 대성이 때문이겠지.”

“맞습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도 같다. 대성이 때문이지.”

강주혁이 놀란 얼굴을 하자 권대호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알고 나를 찾아온 게 아니더냐?”

“거기까지는 몰랐습니다.”

강주혁이 권대호를 찾은 건 그가 후계전쟁에 개입해 신대길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주혁이 모르는 권대호의 과거 탓에 상황이 달라져버렸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구나. 일단 앉거라.”

강주혁은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주먹질을 했더니 배가 고프군.”

강주혁은 얌전히 가방에서 김밥을 꺼냈다.

권대호는 말없이 김밥 두 줄을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강주혁이 보온병에 담아온 믹스커피도 마셨다. 권대호가 시켜서 준비한 것이다.

재산이 최소 수백억이 넘는 영감님인데 입맛은 정말로 서민적이다.

“세 사람의 헌터가 있었다.”

배를 채우는 동안 말 한 마디 없이 하늘만 올려다보던 권대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꽤 잘 나갔었지. 잘 붙어 다녔고. 그러다보니 <서울 3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나중에 떨거지 두 명이 하도 애걸복걸해서 끼어줬더니 <서울 5절>이라고 부르더구나.”

강주혁도 잘 아는 얘기다.

강남검제 신태원, 종로투왕 권대호, 강서신검(江西神劍) 곽수연. 이 세 사람은 1세대 헌터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곽수연은 나중에 신태원과 결혼해서 신대성, 신대승, 신대길을 낳았다. 신대길과 친우인 이윤철, 그리고 아내인 주연희가 <2대 서울 3걸>이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여자였고 두 사람은 남자였다. 벌써부터 감이 오지?”

권대호가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스승님, 지금 좀 추해보이십니다.”

권대호는 껄껄 웃어젖혔다.

강주혁은 그의 눈을 슬쩍 봤다가 실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던 것이다. 농담처럼 얘기하기에 가벼운 마음일 줄 알았는데 거기에 담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강주혁도 중년의 나이까지 살아봤기에 한 때의 강렬한 감정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덧없이 사그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주혁의 복수심처럼 어떤 감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하고 진해지는 법이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네놈의 혓바닥과 주둥이만큼은 분명 블랙헌터다.”

“농담하시는 줄 알았죠.”

평소 같으면 말대답을 하면서 스승을 놀려먹으려고 하는데 웬일로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권대호는 피식 웃었다.

“괜찮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형님이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택한 건 아픔이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권대호에게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다.

사랑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강주혁으로서는 권대호의 선택과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대성이, 대승이, 대길이 삼형제는 내게도 특별했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 낳은 아이들이니까. 그러다 보니 내가 일종의 대부(代父) 노릇까지 하게 되었다.”

강주혁도 신태원의 세 아들들이 권대호에게 권법을 배웠다는 건 알고 있었다.

“살아보니 하늘이 공평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더구나. 형님은 최고의 칼잡이였고 타고난 장사치였지. 하지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랐어. 장남인 대성이는 범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둔재에 가까웠다. 천재 소리를 듣던 부모에게 난 자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지.”

“회장님이 자식교육을 잘못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렇게 똑똑한 양반이 자식을 대하는 건 왜 그렇게 서툰지 모르겠더라. 옆에서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을 뜯어말려도 듣지 않았지. 아버지의 혹독한 훈육에도 불구하고 대성이는 성장하지 못했어. 타고난 재능이 미천해서 그럴 수가 없었지. 그래서 항상 기가 팍 죽어있었다.”

강주혁은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 해서 신대성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신대성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든 강주혁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재(秀才)인 대승이는 형보다 낫다고 계속 띄워줬지. 그 결과, 오만해져 버렸다. 그러다 동생인 대길이보다 못하다는 게 드러나자 거칠어지기 시작했지. 아비의 기대를 충족시켜서 사랑을 듬뿍 받았던 대길이만이 반듯하게 컸다.”

권대호의 얼굴에 번져가는 회한이 무척 짙었다.

“대성이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되는 짓들을 저질렀지. 그 놈이 네 집안에 저지른 짓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멀쩡한 집안을 망하게 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지. 나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짓을 한다면 우리가 죽인 놈들이랑 다를 바가 없어지니까.”

권대호는 블랙헌터들을 떠올린 건지 치를 떨었다.

“그래서 형님에게 대성이의 단전을 폐하고 그룹에서 내쫓으라고 했다.”

단전을 폐한다는 건 의도적으로 단전을 상하게 해서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걸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헌터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회장님이 받아들이지 않으셨군요.”

“그래. 그래서 내가 나갔지.”

권대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주혁은 그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와주십시오.”

강주혁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았다.

“대성이를 죽이는 일을?”

“네.”

권대호는 눈을 꾹 감았다. 산신령의 그것처럼 긴 눈썹과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설마 좀 전의 그 무공을 익히는 걸 도와달라는 건 아니겠지?”

“바로 그것입니다. 아버지가 만들었지만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급이 있으니 스승님이 도와주시면 제대로 익힐 수 있습니다.”

“네 뜻은 잘 알겠다만 그 힘은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내가 대성이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 제 어미를 죽인 자들이나 쓸 법한 기술로 동생을 그 꼴로 만들었으니까. 패륜도 그런 패륜이 없지.”

곽수연은 블랙헌터와의 전투에서 사망했다. 권대호가 블랙헌터들에게 갖는 뿌리 깊은 증오심은 아마 거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제 아버지는 블랙헌터가 아닙니다.”

“그건 나도 안다. 그런 힘을 가지고 그걸 휘둘렀다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지. 네 아버지는 분명 엄청난 거인이었을 것이다. 그런 힘을 가지고도 그 힘에 취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지. 아마 내 나이까지 살았다면 형님을 아득히 능가하는 고수가 되었을 게다.”

권대호가 아버지를 높게 평가하자 강주혁의 마음이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스승님께서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그 힘을 완전히 길들일 수 있습니다.”

“음...”

권대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렀다. 거의 반쯤은 넘어온 것 같았다. 강주혁은 쐐기를 박기로 했다.

“신대성이 제가 보여드린 것과 똑같은 검술을 사용했다고 하셨죠.”

“그래.”

“지금 신대성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권대호가 흠칫하고 놀랬다.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짚어주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주화입마를 이겨내기 위해서 고생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몇 년째 그러고 있지.”

“제가 그 검술을 사용했을 때 사기(邪氣)를 느끼신 적이 있습니까?”

권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저는 제가 쓰던 검술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건 네 아버지가 너도 모르는 사이에 해둔 안배 덕분일 것이다. 네가 그걸 이겨낼 수 있도록 너를 가르친 것이지. 헌데 좀 전에 보여줬던 건 어째서 그런 것이냐?”

“이 검술은 하나의 줄기를 공유하는 네 개의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좀 전에 보여드린 건 다른 가지입니다. 전체를 놓고 보면 위험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일부를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신대성은 할 수 없지만 저는 할 수 있습니다.”

권대호는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강주혁은 끈기 있게 대답을 기다렸다.

“내 도움에도 불구하고 해내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네 생명을 거둘 것이다. 난 내 제자가 마인(魔人)이나 광인이 되는 걸 두고 볼 생각이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얻어낸 강주혁은 감사의 뜻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회사는 어쩔 셈이냐?”

“빼앗아야죠. 아버지 회사를 망하게 한 것에 대한 대가입니다.”

“쉽진 않을 텐데.”

“제가 못 가지면 망하게 만들 겁니다.”

권대호는 노골적으로 언짢아했다.

“나한테 태원 그룹의 주식이 좀 있다. 네가 이 일을 성공하면 모두 물려주마. 어차피 줄 사람도 없으니.”

강주혁은 뜻밖의 제안에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권대호는 신태원 다음으로 태원의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신태원 회장이 모든 주식을 자식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는 이상, 권대호가 최대주주가 된다.

여건만 좀 따라준다면 태원공략을 너머 그룹 전체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의 어떤 점을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네가 회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들었다. 후계자가 대길이라면 고민을 했겠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구나. 대성이나 대승이는 회사를 이끌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고.”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신입사원이다. 그것만 보고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니다.

권대호는 사신무극검의 잠재성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만약 강주혁이 그것을 무사히 완성한다면 분명 최강의 헌터가 될 것이다.

태원이 아니어도 정점에 설 사람이라면 태원에 잡아놓는 게 낫다. 태원이 강주혁을 품기에 작은 그릇이더라도 주인의 자리에 앉혀놓기만 하면 알아서 그릇을 넓힐 것이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친 복수귀 한 놈 때문에 내 평생의 노고가 담긴 회사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니 회사를 망가뜨리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약속하겠습니다.”

강주혁이 힘주어 말했다.

“내가 왜 대성이를 직접 벌하지 않았는지 아느냐?”

“애정이 남아있어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

“그 말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만, 정에 흔들리기에는 그 놈의 죄가 너무 크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회장님 때문이군요.”

“그래. 네가 대성이를 치려고 하면 형님을 꺾어야할 것이다. 내 주식은 너를 사지로 밀어 넣는 것에 대한 대가다. 쉽지 않은 길이니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거라.”

“걱정 마십시오. 스승님께서 밀어 넣으시는 게 아니라 저 스스로 들어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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