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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단번에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39화 단번에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 날.
공략 3팀은 임재경 부장에게 긴급공략을 허락받고 07-A70에 들어갔다. 07-A70이 위험성이 낮은 지역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찰팀의 보고에도 특이사항이 없었고.
게다가 던전 보아의 알은 임재경 부장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이었다. 미국 헌터 학회의 논문과 공략 2부 2팀의 공략보고서라는 근거자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계획의 입안자가 강주혁이라는 점이 임재경의 마음에 들었다. 히든 피스를 찾아낸 센스와 트왓 만점을 받은 이론실력이라면 뭐라도 건져올 게 분명했다.
07-A70은 중간에 구릉지가 있는 정글지형.
키가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대낮에도 어두침침했다. 수많은 덩굴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나무들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숲 전체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유정 과장 말이야. 사람 참 괜찮지 않아?”
선두에 선 유덕현이 말했다.
“글쎄요. 저는 별로던데요.”
안다정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어젯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분노를 쏟아냈다. 신태원 회장은 신대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듯이 신대승에게도 그렇게 한 거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신다은에게는 정체를 숨겨야한다는 페널티가 있었다. 그 점을 따졌지만 신태원은 킬킬거리면서 놀리기만 할 뿐,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냥 날 괴롭히고 싶으신 거잖아.’
안다정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야 아버지들끼리 전쟁 중이라 관계가 서먹해졌지만 어릴 때에는 사촌들끼리 무척 가깝게 지냈다.
특히, 신유정은 적자들 중 막내인 신다은을 귀여워했고 신다은도 다정다감한 신유정을 잘 따랐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았다. 같은 공간에 있다 보면 정체가 들통 날지도 모른다.
‘유정 언니는 너무 강적인데.’
신다은은 신유정과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신유정이 학교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신다은 역시 빼어난 미모 덕분에 인기는 있었으나 까칠한 성격 탓인지 안티도 많았다.
얼굴도 더 예쁘고 공부도 더 잘하고 헌터로서의 재능도 더 뛰어났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는 건 언제나 신유정이었다.
회사랑 학교는 엄연히 다른 곳이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신유정의 능력은 여기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주혁 씨가 걱정이네.’
방패를 들고 걷고 있는 강주혁을 보고 있으면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신유정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하고 싶다고 하자 강주혁은 곧장 저 방패를 사달라고 했다.
스펠 브레이커.
마법을 반사하고 상쇄하는 능력을 지닌 방패. 나무방패라서 방어력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만큼 가벼워서 강주혁처럼 방패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다.
마법사나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나 사용하는 건데 왜 저걸 필요로 하는 건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다는 핑계만 댈 뿐.
방패를 받아들고 엄청 좋아하기는 했다.
‘저건 나도 사줄 수 있는데.’
안다정은 입을 비죽 내밀어보였다.
500만원이 넘지만 워낙 널리 사용되는 물건이라서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유정도 사람을 시켜 회사 근처 매장에서 새 물건을 곧장 사왔다. 강주혁이 급하다고 하니까 2시간 만에 구해다준 것이다.
‘설마 유정 언니한테 붙지는 않겠지.’
안다정도 강주혁이 임원 면접에서 어떤 식으로 답변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이윤철 사장이 아버지 신대길에게 알려주었으니까.
놀랍게도 강주혁은 자신을 둘러싼 계파갈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지혜 사건의 진짜 주동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고.
은원을 중시하는 헌터라면 이윤철을 따르고 신대승을 적대할 것이다. 하지만 신유정이라면 강주혁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다정은 신유정을 태원공략, 그것도 공략 1부로 보낸 게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내린 시험이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준 칼이 더 비싸. 중고지만...’
신다은은 강주혁이 허리에 차고 있는 샐러맨더를 보면서 희망을 품었다.
친했던 언니와 경쟁해야한다는 게 찝찝하기는 했지만 신다은은 강주혁 쟁탈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팀장님.”
갑자기 강주혁이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유덕현이 곧장 발걸음을 멈췄다.
신유정 때문에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안다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기감을 확장했다. 전방에 수십 개의 마력반응이 잡혔다.
“전방에 대략 서른.”
안다정도 목소리를 낮춰서 보고했다.
“리저드맨입니다.”
강주혁의 말에 안다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도 냄새인가요?”
강주혁은 바람에 섞인 냄새를 통해서 안다정이 알기도 전에 맹독 구울의 접근을 알아차렸었다.
“소리입니다.”
“소리요?”
“비늘이 떨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
“...”
유덕현과 안다정은 강주혁을 미친 놈 보듯이 쳐다봤다.
“작전대로 하시죠.”
“괜찮겠어?”
“물론입니다.”
“올라가자.”
유덕현과 안다정은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줄기마다 덩굴이 칭칭 감겨있었기에 오르기는 쉬었다.
두 사람이 나무 위로 사라지자 강주혁은 방패를 등에 메고는 혼자서 숲길을 걸었다.
슉!
잠시 후, 숲의 어둑어둑한 곳에서 화살이 하나 날아왔다.
“억!”
화살은 강주혁의 가슴팍에 꽂혔다. 그는 가슴에 꽂힌 화살을 부여잡고는 쓰러졌다. 몇 번의 경련 끝에 몸이 축 늘어졌다.
“꾸르륵, 꾸르륵.”
잠시 후, 숲의 어두운 곳에서 리저드맨들이 나타났다. 생긴 건 도마뱀이었지만 이족보행을 했고 키는 사람보다 살짝 작았다.
숫자는 서른.
그것들은 요상한 울음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강주혁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선두에 선 리저드맨이 창대로 강주혁을 툭툭 쳤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리저드맨들은 아가리를 벌리면서 웃었다. 작고 뾰족한 이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수십 마리가 강주혁을 동그랗게 에워쌌다.
가장 덩치가 큰 리저드맨이 돌로 된 창으로 강주혁의 목을 찔렀다. 창날이 목에 닿기 직전, 죽은 줄 알았던 강주혁이 눈을 번쩍 떴다.
턱!
그리고 창대를 움켜잡아 창끝이 목에 닿기 직전에 멈춰 세웠다.
“지금입니다!”
강주혁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두 다리를 굽혔다 뻗어 창을 찌른 리저드맨의 두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다.
“꾸웨엑!”
리저드맨은 다리가 뒤로 빠지면서 강주혁 위로 나자빠졌다.
펑!
나무 위쪽에서 푸르른 섬광이 터졌다. 이어서 푸른빛이 감도는 오러의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환영궁(幻影弓).
내공으로 만들어낸 수십 개의 화살을 동시에 날리는 광역 공격기술이었다.
투두두!
“끄아악!”
서른에 가까운 리저드맨들이 전부 강주혁을 중심으로 직경 10미터 안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내공화살을 뒤집어쓰고는 떼죽음을 당했다.
강주혁은 자기 위로 쓰러진 리저드맨 덕분에 화살세례를 피할 수 있었다. 놈은 등이 벌집이 되어서 죽었다.
강주혁은 놈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탓!
나무 위에 숨어있던 안다정과 유덕현이 뛰어내렸다.
‘역시.’
안다정은 속으로 감탄했다.
D급 몬스터인 리저드맨은 전투력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정면승부를 하면 손쉽게 박살낼 수 있으나 치고 빠지는 전술에 능하다.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갔다가 틈을 보이면 다시 와서 공격한다. 특히, 이런 복잡한 정글에서 만나면 술래잡기를 하다가 진을 다 빼게 된다.
스스로 미끼가 되어 리자드맨을 유인한 후 나무 위에 숨어있는 안다정이 환영궁으로 일망타진한다는 계획은 전부 강주혁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전략이었기에 유덕현과 안다정은 반신반의했지만 지난번에도 기상천외한 전술을 성공시킨 강주혁이었기에 일단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대성공.
“주혁 씨, 괜찮아요?”
“네. 대리님. 멀쩡합니다.”
강주혁은 여유 있게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가슴에 있어야할 상처는 없었다. 적절하게 강기를 둘러서 맞는 척만 한 것이다. 가슴을 부여잡은 것도 피부를 뚫지 못한 화살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기 위해서였고.
‘진짜 강심장이네.’
아무리 약하더라도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티를 내면 눈치를 채고 달아나버리고.
하지만 강주혁은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미끼역할을 수행했다. 안다정은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강주혁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야, 이거 내가 할 일이 없네.”
유덕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다정은 들뜬 마음으로 강주혁에게로 다가가 두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네?”
“하이파이브.”
안다정이 해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네.”
강주혁은 어색해하면서 안다정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는 유덕현을 쳐다봤다.
그 역시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안다정이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안 대리, 괜찮아?”
유덕현은 갑자기 달라진 안다정이 걱정스러웠다.
“왜, 왜요? 하이파이브 할 수도 있죠?”
갑자기 이상해져버린 분위기에 당황한 안다정이 버럭 화를 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당황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유덕현과 강주혁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어, 그래. 그래. 하이파이브 할 수도 있지. 나하고도 할래?”
“됐어요.”
토라진 안다정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돌발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팀장님은 하신 것도 없잖아요. 저랑 주혁 씨가 다 죽였죠.”
“그게 왜 내 탓이야. 이 도마뱀 녀석들이 회식하러 온 것 마냥 소복하게 모여 있어서 그런 거지.”
이번 유인작전에서 유덕현의 역할은 잔당추격이었다. 하지만 적들이 안다정의 환영궁 한 방에 전멸해버리는 바람에 할 일이 없었다.
“마석 수집은 다음에 하고 일단 이동할까요?”
강주혁이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내기 위해서 이동을 제안했다.
“마석 수집하다가 알이 부화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알이 제일 급하니까 돌아오는 길에 하자. 출발.”
일행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이거 무슨 냄새에요?”
이번에는 안다정이 코를 킁킁 거리더니 인상을 썼다.
“파이어 치킨입니다.”
강주혁이 나무 사이의 한 공간을 가리켰다. 공작새처럼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가 숲길을 걷고 있었다.
깃털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깃털 자체가 이글거리는 불꽃이었다. 저 불은 마력으로 만들어낸 환상이라서 진짜 불처럼 뜨겁지는 않다.
“쏴 버릴까요?”
안다정은 코를 틀어막고는 말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마석을 품고 있어서 몬스터라면 몬스턴데 전투능력이 전무하다. 명색이 새인데 날지도 못한다. 잘 달리기는 하지만 타조만큼은 아니다.
생존수단은 지독한 악취. 죽어서도 풍기고 구워져도 풍기기에 먹지도 못한다. 그냥 둬도 무해하기에 헌터들도 건드리지 않는다.
“됐어. 쏴도 냄새 나잖아. 얼른 가자. 알이 부화해버리면 상대해야할 구렁이가 두 배야. 그리고 구렁이보다도 무서운 부장님의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겠지.”
유덕현의 말에 안다정은 활을 내려놓았다. 세 사람은 발걸음을 옮겼다.
“어휴, 어느 세월에 저길 오르나.”
얼마 못 가 유덕현이 불평을 터뜨렸다. 그의 시선이 나무 사이로 보이는 구릉지에 닿았다.
던전 보아는 저 구릉지 위에 서식한다. 구릉지 위로 올라가는 길은 시계방향으로 구릉지 주변을 거의 한 바퀴를 돌아야 나온다.
가는 길에 정글 속을 헤매며 최소 수백 마리의 리저드맨을 상대해야한다. 놈들의 게릴라전에 걸려들면 공략이 지연되어서 알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곳곳에서 파이어 치킨들이 끔찍한 악취를 풍겨대고 있다. 가끔 고블린도 나오고 슬라임도 나타난다.
구릉지를 이루는 암벽을 타고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암벽등반 장비가 없으면 등반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파르다.
“단번에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주혁이 말했다.
“무슨 방법이요?”
안다정의 눈이 빛났다.
“<칼랍투스> 잎을 이용하는 겁니다.”
강주혁은 옆에 있는 나무를 툭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줄기의 지름이 3미터가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나무였다. 나무의 꼭대기는 지상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고. 잎도 웬만한 성인남자의 키보다 더 컸다.
던전에서만 자라는 나무 <칼랍투스>다.
“그걸로 어쩌려고?”
“칼랍투스 잎은 던전에서 발견되는 물체들 중 가장 탄성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내공이 없으면 벨 수 없을 만큼 질기고 튼튼하죠.”
“그래서?”
“이 잎을 나무 사이에 연결해서 트램펄린을 만드는 겁니다.”
“뭐? 트램펄린? 그게 뭔데?”
“스프링으로 연결된 매트를 말합니다. 혹시 방방이나 봉봉이란 이름의 놀이기구 아시나요?”
“아, 그거. 잘 알지. 어릴 때 많이 탔어.”
“칼랍투스 잎을 트램펄린처럼 이용하면 점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구릉지 위로 점프하는 거죠.”
“...”
“...”
강주혁의 설명에 유덕현과 안다정은 서로 마주보면서 눈만 껌뻑였다.
“그게 가능해?”
“완전 미친 생각 같은데요?”
“직접 보여드리죠. 일단, 구릉지 쪽으로 가실까요?”
강주혁은 상사들을 데리고 암벽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 리저드맨은 없었으나 파이어 치킨이 곳곳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겨댔다.
구릉지 주변에도 칼랍투스 나무들은 많았다. 강주혁은 암벽과 가장 가까운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 나무에도 밧줄역할을 해줄 덩굴이 잔뜩 걸려있어서 오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 강주혁은 샐러맨더를 뽑았다.
화르르.
샐러맨더의 검신이 화염을 토해냈다.
‘돈값 하네.’
강주혁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약간의 화기만으로 영약을 마신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왔다. 흡수한 화기를 몇 배로 불려주는 검의 특성 때문이었다.
서걱!
강주혁의 제일 큰 잎을 잘라냈다. 튼튼한 만큼 무게도 상당했기에 잎을 한 손으로 잡는 순간, 잠시 휘청거렸다.
다른 손으로 덩굴을 잡아서 균형을 잡은 강주혁은 잎을 든 채 적당한 가지를 찾았다. 사이의 너비가 얼추 잎의 길이와 비슷한 두 가지를 찾은 강주혁은 한쪽 가지로 이동해 거기에 잎자루를 감았다.
칼랍투스의 잎자루는 로프처럼 무척 길었기 때문에 쉽게 매듭을 만들 수가 있었다. 강주혁은 매듭 위에다가 다용도로프로 또 한 번 매듭을 지어서 보강했다.
그리고 다른 가지로 넘어가 같은 방식으로 잎의 끝부분을 가지에 묶었다. 칼랍투스 잎의 끝부분도 가늘고 길어서 로프처럼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이쪽도 다용도 로프로 보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잎사귀를 두 가지 사이에 묶어놓으니 꼭 해먹처럼 보였다.
“진짜로 할 거예요?”
작업이 끝날 때쯤, 유덕현과 안다정도 강주혁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물론이죠.”
“주혁아, 혹시 모르니까 허리에 로프라도 감고해라.”
안전제일주의자인 유덕현이 명령했다.
“네. 팀장님.”
강주혁은 시키는 대로 허리에 로프를 감고 반대부분을 가지에 묶었다.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묶어놓은 칼랍투스 잎 위로 점프했다.
방!
칼랍투스 잎은 밑으로 푹 꺼졌다가 엄청난 탄성으로 강주혁을 위로 날려 보냈다.
“맙소사!”
상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로 솟구쳤던 강주혁이 벼락같은 속도로 칼랍투스 잎 위로 떨어졌다.
방!
이번에도 칼랍투스 잎은 강주혁의 무게를 견뎌냈다. 그리고 그를 더 높이 날려 보냈다.
“먼저 가겠습니다!”
강주혁은 다시 내려오면서 허리에 묶인 로프를 풀어서 던져버렸다.
방!
세 번째로 점프한 강주혁은 위가 아니라 앞으로 몸을 날렸다.
탁!
공중에서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킨 강주혁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구릉지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상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우리가 지금 뭘 본 거지?”
유덕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얼이 빠져있는 안다정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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