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 천재가 되었다-37화 (3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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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이건 내일 당장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37화 이건 내일 당장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주혁아!”

채광팀 김용수 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강주혁에게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팀장님!”

강주혁은 그를 보고는 인사를 꾸벅했다.

“어여 와라.”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회사 근처의 카페. 점심시간이라 근처 회사원들로 붐볐다.

“뭐 마실래?”

“제가 부탁드린 건데 제가 사야죠. 그리고 저 이제 인턴 아닙니다. 취업한 기념으로 한 턱 쏘겠습니다.”

“이 자슥아, 그럼 커피 가지고 되겠나.”

“당연히 이번이 끝이 아니죠.”

“그럼 우리 딸래...”

“팀장님은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죠?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냉큼 자리에서 일어난 강주혁은 커피를 사서 가지고 왔다.

“드세요.”

“고맙다. 뭐가 이리 많노?”

“팀장님이랑 대리님 겁니다.”

카페에 왔으니 빈손으로 돌어갈 순 없었다.

“잘 하고 있네.”

김용수는 기특하다는 듯 웃어보였다.

“소장님은...”

“주혁아, 우리 딸래미가 네 사진을 보고 상사병에 걸렸뿟다 아이가. 이거 우야노.”

강주혁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김용수가 선수를 쳤다.

“아니 제 사진은 왜 보여주셨어요?”

“우리 딸래미가 혼기가 찼거든.”

“저 아직 장가갈 나이 안 됐습니다. 그리고 따님은 저보다 어리다면서요. 20대 중반이 무슨 혼깁니까. 예전이랑 다르다고요.”

“그라지 말고 한번만 만나봐라.”

“왜 제가 광부일 때는 안 물어보셨어요?”

“딸래미를 광부한테 시집보낼 순 없다 아이가.”

“헌터는 되고요?”

“헌터는 돈 잘 벌잖아.”

“팀장님도 속물이셨군요. 실망입니다.”

“니도 결혼해서 애 낳아봐라. 그렇게 안 되나.”

“저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강주혁의 영혼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성공과 복수. 사랑은 그걸 이룬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

“있어요. 자세한 건 묻지 마세요.”

“설마 그 새침데기 대리? 인물은 좋더라.”

김용수가 송충이처럼 보이는 눈썹을 씰룩이면서 씩 웃어보였다.

“아닙니다.”

“그럼 그 미친 가시나?”

“아니 팀장님, 그럼 제가 그 사람을 감옥에 보냈겠어요.”

강주혁은 너무 황당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와? 그랄 수도 있지. 나도 우리 마누라 감옥에 처넣고 싶다.”

김용수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든 괜히 따님한테 헛바람 넣지 마세요. 저 정말 생각 없습니다.”

“오냐. 알겄다.”

강주혁이 완강하게 나오자 김용수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커피가 담긴 컵을 입으로 가져가는 강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각처럼 잘 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딱 벌어진 어깨에 양복을 입고 있어도 확연히 드러나는 탄탄한 몸. 자신과 주변을 한 장의 화보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까지. 영화배우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광부시절에도 그랬다. 다들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시커먼 얼굴인데도 강주혁만큼은 그 사이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당장 곡괭이를 내려놓고 연예기획사에 면접을 보러 가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워낙 성실하고 일도 잘해서 아깝긴 했지만 광산에서 썩게 만들기엔 아까운 사람이었으니까.

당연히 강주혁은 듣지 않았다. 싹싹하고 반듯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무소처럼 고집이 세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딱한 녀석.’

두 사람이 앉아있는 곳은 카페의 창가자리. 카페 안에 들어온 여성들도 길가를 지나는 여성들도 한 번씩 강주혁을 힐끔거렸다.

의도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카페 안에 자리를 잡은 여성들의 시선은 더 노골적으로 시선을 보냈다.

눈치가 빠르고 영민한 녀석이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한창 연애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청춘을 만끽할 나이인데도 무슨 한이라도 맺힌 사람처럼 일에만 미쳐 사는 것 같았다.

김용수는 강주혁의 강철 같은 의지와 용광로 같은 열정 속에서 종종 광기의 편린을 엿보곤 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저러는지는 몰라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위로 올라가려면 어쩔 수 없나.’

유덕현 팀장으로부터 강주혁이 벌써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턴의 신분으로 사장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건 직접 확인했고.

시기의 대상이 되어서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머지않아 날개를 펼치고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것이다.

‘과한 욕심이긴 하지.’

김용수는 소박하고 분수를 아는 사람이다. 강주혁의 사진을 보고 눈이 뒤집혀버린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조만간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속하게 될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딸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강주혁 옆에 세워놓으면 솔직히 많이 초라해 보일 것이다. 아빠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더라도 그랬다.

“소장님 얘기 좀 해주세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강주혁이 입을 열었다.

“내 진짜 소장님 보고 니 점쟁인줄 알았다.”

“왜요?”

“주말에 니한테 얘기 듣고 그 양반 좀 살펴봤거든. 맨날 작업장에 붙어가 쌩트집 잡고 그라던 인간이 갑자기 이번 주부터 코빼기도 안 비추는 기라.”

“사무실에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이다. 거 들어가는 걸 못 봤다. 그냥 작업장 밖으로 나가 있다가 일 끝날 때쯤 슬그머니 돌아오더라. 삼일 째 그라고 있다.”

‘역시나.’

강주혁의 예상이 맞았다.

문제의 사건이 발생하는 건 몇 주 후. 하지만 강주혁은 이지혜가 벌인 사건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지난 일로 인해 소장은 공략 3팀에게 원한을 품었을 것이다. 게다가 공략 3팀은 아직까지 어수선한 상태. 일을 벌이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상부에 보고는 하셨어요?”

“고민 중이다. 애들이 워낙 좋아해서...”

김용수는 난감하다는 투로 웃어보였다. 잔소리를 해대는 인간이 사라졌으니 광부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얘기하는 게 좋겠나?”

강주혁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은 걸 본  김용수가 진지하게 물었다.

“아닙니다. 근무태만으로 고자질하는 건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네요. 괜히 팀장님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고요.”

근무태만으로는 제대로 된 징계를 받기가 어렵다. 아마 채광본부장에게 욕 좀 먹는 게 전부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며칠 정도는 눈치를 보겠지만 감시가 소홀해지면 다시 일을 벌일 것이다. 뿌리째 뽑으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

“지금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팀장님은 이거 챙겨 가세요.”

강주혁은 자신의 가방에서 주사기묶음과 필통크기의 원통을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꼬?”

“좀비역병치료제랑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신호탄입니다.”

“이런 건 우리도 많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지니고 계세요.”

“근데 이거 회사보급품 아이가? 이렇게 막 꺼내와도 되나?”

“제가 자비로 구매한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하면 별도로 구매한 거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회사물건들은 전부 코드가 등록되어있으니까 톨게이트에서도 뭐라고 안 할 겁니다.”

“니 너무 오버하는 거 아이가?”

김용수는 강주혁이 너무 심각하게 나오자 오히려 그를 걱정했다.

“저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강주혁은 썩어문드러진 김용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희멀건 눈동자는 죽은 물고기의 그것처럼 보였고 몸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났다. 입에서는 녹색의 토사물이 흘러내렸고.

회귀 전, 좀비가 된 김용수의 목을 베어 영면에 들게 한 사람이 바로 강주혁이었다.

* * *

회사로 돌아가는 길.

앰뷸런스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두 사람 앞을 지나쳤다. 앰뷸런스는 광야로 향하는 톨게이트 앞에 멈춰 섰다.

A라고 표시된 통로로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것을 들고 쏟아져 나왔다.

“에헤이, 또 무슨 일 터진 모양이네.”

“앰뷸런스면 힐러 선에서 해결을 못한 모양이네요.”

“치유할 타이밍을 놓쳤나 보다.”

회사에도 제법 괜찮은 병원이 딸려있다. 그런데도 앰뷸런스가 왔다는 건 대학병원에 보내야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단 얘기였다.

“회사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노.”

“위험한 곳이잖아요.”

“그건 그렇다. 니도 어여 들어가라. 신입일수록 이런 건 칼 같이 지키야 한다.”

“네. 팀장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용수는 강주혁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톨게이트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강주혁은 곧장 사무실로 복귀했다. 공략 3팀은 오전에만 공략을 하고 오후에는 다음 공략 계획을 세울 예정이었다.

“다녀왔습니다.”

복귀해보니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커피 좀 드세요.”

“오! 땡큐!”

“고마워요.”

두 사람은 웃으면서 강주혁이 사온 커피를 받았다.

“주혁 씨도 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요?”

“공략 4부에서 사고가 터졌대요.”

“좀 전에 톨게이트 앞에 앰뷸런스가 도착하는 건 봤습니다. 큰 사고인가요?”

“절단사고야. 접합 수술을 해야 한다더라.”

“안타깝네요. 힐러나 치유 물약은 없었던 건가요?”

“장기공략 중이였대요. 치유 물약도 바닥나고 힐러도 치유할 여력이 안 됐나 봐요.”

“재활을 해서 걸을 수 있게 되더라도 아마 헌터로 복귀하는 건 어려울 거야.”

디테일한 내용을 들으니 강주혁도 어렴풋이 이번 사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모든 걸 막을 순 없지.’

20년 동안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이번 사건처럼 대략적인 내용들만 기억할 뿐, 정확한 시기까지는 몰랐다.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건 강주혁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건들뿐. 그것들은 어떻게든 막으려고 노력하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강주혁은 세상을 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는 분명한 선이 있었고 그 선 안의 세계를 안전하고 완전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자는 주의였다.

“우리도 그런 일 안 당하려면 계획을 잘 세워야지. 준비해서 회의실로 가자.”

“네! 팀장님.”

강주혁은 며칠 전부터 준비해온 자료를 가지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팀장님. 회의 시작 전에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뭔데?”

“07-A72에는 언제쯤 가실 예정이신가요?”

“음...”

유덕현과 안다정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07-A72는 공략 3팀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곳이니까.

공략 3팀이 담당하는 구역이고 리스폰도 되었으니 한 달 내로 가기는 가야 한다. 그래도 되도록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형석 소장 역시 이 점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일을 벌이기도 전에 그 지역을 청소해버리는 건데 김용수에게 했던 것처럼 있지도 않은 소문을 근거로 상사들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런 얘기를 하면 당장 소문의 출처부터 물을 테니까.

광부들에게 들었다고 하면 영역이 다르니까 관여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공략 3팀은 그런 오지랖을 부릴 만한 여력이 안 된다. 유덕현 팀장이 그럴 성격도 아니고.

“네가 기똥찬 전략을 생각해내서 더 이상 소모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별로 가고 싶지는 않네. 근데 거기는 왜?”

“신입사원 단독사냥시험 때문에 들리고 싶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첫 한 달 동안 별도의 교육을 받은 후 상사들의 도움 없이 단독사냥에 들어간다. 잡아온 몬스터의 등급에 따라서 등수가 매겨지고 그걸로 실적을 평가받는다.

단독사냥시험을 통과한 후부터 신입사원은 진정한 헌터이자 태원공략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

“너도 그거 본다고? 교육도 안 받았잖아?”

“주혁 씨가 무슨 교육을 받아요. 지금 당장 신입사원들 가르쳐도 이상하지 않는 사람인데. 강사들보다 주혁 씨가 훨씬 더 똑똑할 걸요.”

“대리님, 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하는 소리에요.”

“...네.”

트왓 만점을 받았을 때만 해도 강주혁의 이론실력을 미심쩍어하던 안다정이었는데 망생초 때문인지 생각이 180도 달라져있었다.

“인사팀한테 시험 본다고 연락 받았어?”

“네. 팀장님.”

“근데 그거랑 07-A72는 무슨 상관인데?”

“거기에 마석 도마뱀이 있는 거 같아서요.”

회사에 복귀한 후 관련 내용을 보고하기는 했다.

“단독사냥시험에서 마석 도마뱀을? 정말로 그렇게 하면 사장님이 회사 로비에 네 동상 세워주실 걸?”

유덕현은 껄껄 웃었다.

강주혁의 실력을 믿지만 마석 도마뱀을 잡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싸우면 이길 수야 있겠지만 마석 도마뱀은 인간만 보면 땅굴을 파고 도망가기 바쁘다.

안다정과 강주혁의 보고를 바탕으로 정찰팀이 공동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두 사람이 발견한 것 이상의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 근처에 있다는 건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근데 그 장소가 땅속 깊숙한 곳이라면 무슨 재주로 찾을래?”

강주혁이 처음으로 신입사원다운 모습을 보여서인지 유덕현은 신나 보였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반면에 안다정은 강주혁에게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비장의 수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 게 없다면 저런 얘기를 꺼낼 사람이 아니니까.

강주혁에게 정말로 그런 게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마석도마뱀이 아니라 07-A72의 청소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준비해온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면 된다.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네요. 다른 걸 찾아보겠습니다.”

강주혁이 깔끔하게 포기해버리자 유덕현도 괜히 마음이 안 좋아졌다.

“인사팀이 이지혜 대신에 한 명 보내준다고 했거든. 새로운 멤버 합류하면 그 때 들어가자. 머릿수 하나라도 더 늘리면 좀 더 편해지지 않겠냐.”

“네. 팀장님. 감사합니다.”

“07-A72가 네 계획은 아니지?”

“아닙니다. 제 계획은 07-A70입니다.”

“바로 옆이네.”

“중간에 광산이 있잖아요.”

“그렇지.”

A72는 이지혜 사건이 있었던 협곡이고 바로 옆인 A71은 김용수의 채광팀이 있는 현장이다. 강주혁이 목표로 삼은 A70은 채광현장을 중심으로 A72의 반대편에 있다.

A70은 강주혁이 막으려는 사건이 촉발되는 지역. 그곳에서 이형석 소장이 일으킨 현상으로 인해 A72의 몬스터들이 지역을 이탈해 A71의 채광현장을 덮치게 된다.

A72를 미리 청소하지 못한다면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서 최대한 빨리 A70을 공략해야한다. 시기만 잘 맞으면 이형석 소장의 범죄현장을 덮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혁이가 좀 변태 같은 구석이 있네. 왜 꼭 힘든 곳만 골라서 하려고 그러냐? 거기도 은근히 골치 아파. 정글이잖아.”

유덕현의 핀잔에 강주혁이 빙그레 웃었다.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곳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우리 팀 모토는 하기 싫은 건 최대한 미루자는 거야.”

“그건 팀장님 모토죠. 저는 아니에요.”

안다정이 툴툴거렸다.

“너도 미룰 수 있는 건 다 미뤘잖아. 이제 와서 발뺌은.”

“죄송하지만 이건 미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결재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요.”

“뭐?”

“이건 내일 당장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긴급공략으로요.”

긴급공략은 공략계획서가 결재라인을 통과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공략을 말한다. 표준공략절차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략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지만 허용된다.

“긴급공략?”

“이걸 한 번 보시겠습니까?”

강주혁은 준비해온 계획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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