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 천재가 되었다-34화 (3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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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이상입니다.

34화 이상입니다.

18,000파운드.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2,654만 원 정도.

안다정 대리가 감사의 표시로 선물한 검의 가격이었다.

특급 장인들이 제작해주는 맞춤형 장비들의 경우, 1억 원이 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던전에서 발견되는 아티팩트들 중에는 수십억이 넘는 것도 있고.

하지만 기성품들 중에서 천만 원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아주 비싼 것도 2천만을 넘지는 않는다.

고로, 이 검 <샐러맨더>는 기성품들 중에서는 최고등급이란 얘기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자구나.’

강주혁도 안다정의 휘황찬란한 스펙이 단순히 실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헌터 아카데미의 살인적인 등록금은 한국보다 미국 쪽이 더 심하다. 그런 곳을 다니려면 집안이 웬만한 부자여서는 안 된다.

‘하긴 영약도 가지고 다니니까.’

강주혁이 거대 구울과 싸울 때 마신 영약은 미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굉장했다. 체감 상 랭크가 두 단계는 오른 것 같았다. 그만큼 가격도 비쌀 것이다.

평소에 워낙 수수하게 하고 다녀서 돈이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으나 2천만이 넘는 검을 선물로 줄 정도면 보통 부자가 아닐 것이다.

“다들 일찍 왔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덕현이 사무실에 나타났다. 강주혁은 재빨리 검을 치우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유덕현은 강주혁을 보고는 힘없이 웃어보였다. 이틀을 쉬고 왔는데도 죽을상이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습니다.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다행이다. 너랑 안 대리 때문에 십 년 감수했네.”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네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오셨어요?”

“어, 안 대리. 몸은 좀 어때?”

“저도 다 나았어요.”

“고생했어.”

“아니에요.”

“주혁아.”

“네. 팀장님.”

“저 자리 좀 치워라.”

유덕현은 이지혜가 쓰던 자리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쿠션이나 텀블러 같은 개인물품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혜 씨는 어떻게 됐어요?”

“감사실에서 경찰서로 넘겼어. 조만간 재판 받겠지. 살인미수니까 최소 5년은 감방에서 썩을 거야. 인생 끝난 거지.”

이지혜에 대한 배신감이 커서인지 유덕현의 어조가 그답지 않게 거칠었다. 안다정의 표정도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 배은망덕한 것이 우리가 자기를 왕따시켰다고 증언했다더라.”

“네?”

“그래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거야. 참나, 어이가 없어서.”

“미친...”

강주혁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이지혜는 김태현과 거래를 해서 혼자 모든 걸 뒤집어쓰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범행동기를 설명해야한다.

직장 내 따돌림에 대한 보복은 가장 그럴 듯한 시나리오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고것이 그런 악귀인 줄은 몰랐네.”

유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지혜의 본바탕을 잘 알고 있는 강주혁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빨리 이지혜를 치워버릴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

회귀 전, 이지혜는 회사에서 쫓겨나지도 감옥에 가지도 않았다. 그저 이른 시기에 회사를 그만뒀을 뿐이다.

이유는 김태현과 관련해서 지저분한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이지혜가 김태현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태현에게 이지혜는 잠깐의 여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지혜는 자신을 태울지도 모를 불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처럼 김태현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김태현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 강주혁을 집요하게 괴롭혀댔다.

상사들에게 있지도 않은 일들을 지어내가면서 강주혁을 모함하기도 했다. 상사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강주혁을 공정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딱히 이지혜를 나쁘게 보거나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렸다.

‘이번에는 내가 이겼군.’

이지혜의 가면은 벗겨졌고 상사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이지혜는 강주혁을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강주혁은 그 일로 값비싼 영약과 훌륭한 검을 얻었다.

‘마석 도마뱀도 있었지.’

아직 흔적뿐이지만 엄청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도 얻었다.

반면에 이지혜는 감옥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후 전과자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커리어가 끝난 게 아니라 인생이 끝나버린 것이다.

“그 망할 것 때문에 임 부장님이 공략본부장님한테 엄청 깨졌어. 나도 임 부장님한테 깨졌고. 그리고 우리 모두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한 번쯤은 가야할 거야. 이지혜랑 합의 볼 생각은 없지?”

“절대 없습니다.”

“절대 없어요.”

안다정과 강주혁이 동시에 말했다.

“잘 생각했어. 합의해준다고 하면 내가 뜯어말렸을 거다. 주혁아, 저거 빨리 치워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네! 팀장님.”

상사들은 각자의 일을 시작하고 강주혁은 이지혜의 소지품을 정리했다.

“뭐야, 이건?”

그 때, 유덕현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유덕현뿐만이 아니었다. 공략 1부 사무실 전체가 어수선해졌다.

강주혁은 고개를 들었다.

“빅뉴스네.”

강주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사들을 쳐다봤다. 안다정이 답해줬다.

“긴급인사발령공지에요. 신대승 태원전자 사장이 태원미디어 사장으로 옮겨갔어요.”

“미디어가 아마 전자의 자회사였지.”

유덕현은 이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서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전자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일 걸요. 명백한 좌천이죠.”

“설마...이번 일 때문인가?”

“아마 그렇겠죠.”

“그러게 자식 교육을 잘 시켰어야지.”

유덕현은 히죽 웃으면서 고소해했다.

강주혁에 대한 김태현의 복수심, 김태현과 이지혜의 관계만 안다면 누구든 이번 사건의 주동자가 김태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인사발령은 그 짐작이 사실임을 확증시켜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공략 3팀은 신입사원을 왕따시켜서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대승이 자식관리를 못해서 좌천당한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이 신대승 본인이 이윤철 사장을 노리고 계획한 거라고, 김태현도 이지혜도 그저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판을 읽을 수 있으려면 계파갈등에 아주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어야하니까.

‘가만히 있을 것처럼 말하시더니 그래도 할 일은 하시네.’

안다정은 변덕스러운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작은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성격 상 이것은 반칙이 아니라 무능력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악재군.’

반면에 강주혁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신대승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은 좋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으니까.

신대길 라인은 회사 내 최대 계파인 신대성 라인과 싸울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신대성과 신대승이 서로 견제하게 만든 후 그 중간에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신대승이 이렇게 밀려나버리면 힘의 균형이 무너져 내린다. 중간에서 눈치를 보던 사람들도 신대성 쪽으로 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몸집을 불린 신대성 라인의 다음 타깃은 자연스럽게 신대길 라인이 될 것이다.

“맞다. 주혁이 너 11시에 면접 있지?”

“네. 팀장님.”

“실무자 면접은 생략되었다더라. 곧바로 임원면접이야.”

“왜요?”

안다정이 물었다.

“트왓 만점자에게 실무를 물어보는 것도 웃기잖아. 여기에 주혁이보다 이론 딸리는 사람 수두룩할 걸. 그리고...”

“그리고요?”

“그냥 붙여주려는 거겠지. 회사가 주혁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잖아. 주혁이가 이번 일 때문에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고 나가버리면 히든 피스만 날아가잖아. 어차피 붙여줄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해.”

“네. 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11시가 되었다. 강주혁은 임원 면접이 치러지는 대회의실로 갔다.

“입장하시면 됩니다.”

강주혁은 인사팀 박동수 대리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갔다.

회의용 테이블 중간쯤에 이윤철 사장, 김재후 부사장, 양준기 전무가 앉아 있었다.

직원들이 우스갯소리로 태원공략 3대장이라고 부르는 세 사람.

사각턱에 조직폭력배처럼 험상궂게 생긴 김재후,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거칠고 사납다.

아들만큼이나 느끼하고 능글맞은 인상을 주는 양준기 전무. 50대의 나이인데도 머리에 포마드를 잔뜩 발라서 멋을 부렸다.

중년의 미남자인 이윤철은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느낌을 줬다.

“안녕하십니까! 공략 1부 인턴 강주혁입니다.”

“어서 오게.”

이윤철 사장이 강주혁을 반겼다.

“저기 앉게나.”

그가 권한 자리는 테이블의 맞은편. 생수 하나와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있었다.

강주혁은 인사를 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몸은 좀 어떤가?”

“깨끗이 나았습니다.”

“다행이군. 면접 준비는 많이 했나?”

“네. 사장님. 최선을 다했습니다.”

“좋아. 그럼 질문들 하시죠.”

이윤철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양준기 전무가 먼저 질문을 했다.

“아버지가 공략회사를 운영했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양준기는 신대성의 최측근이다.

어쩌면 신대성이 강 씨 집안에 저지른 짓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알고 있다면 강주혁이 복수를 위해 태원에 들어온 게 아닌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10년 전에 사고가 터져서 문을 닫았습니다.”

“어떤 사고였죠?”

강주혁에게는 역린과도 같은 기억이었지만 그는 포커페이스를 철저하게 유지했다.

“직원의 관리 소홀로 몬스터들이 게이트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많이 다치고 죽었습니다.”

“저런, 안타깝군요. 그 후로 던전은 어떻게 되었나요?”

“태원공략이 인수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태원에 들어오게 된 것이 아버지가 관리하던 던전과 관계가 있을까요?”

“전혀 없습니다.”

양준기 전무는 강주혁의 속을 들여다볼 것처럼 눈에 힘을 줬다.

“혹시 그 던전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지금은 태원공략이 소유하고 있지만 그 사고가 없었다면 주혁 씨의 소유가 되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던전에는 관심 없습니다. 저는 세계 최대의 던전에서 최강의 몬스터를 잡는 헌터가 되고 싶습니다.”

회귀 전, 면접에서 강주혁은 아버지가 관리하던 던전에서 꼭 일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태원공략에 지원했으니까.

양준기 전무는 그 말을 빌미로 강주혁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버지의 던전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실적을 쌓아서 다시 서울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광야와 본사에서 떨어져있었던 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훌륭한 자세군요. 제 질문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양준기 전무는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큼큼.”

김재후 부사장이 마른기침을 하면서 목을 풀었다. 강주혁이 그를 마주보았다.

신대승의 오른팔. 김태현이 이지혜를 시켜서 저지른 일은 분명 김재후의 머릿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룬 폭탄을 지옥벌레로 위장해서 정적을 제거한다는 계획은 초보헌터인 김태현이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일을 벌였는데 강주혁은 버젓이 살아남고 자기 주군인 신대승만 좌천을 당해버렸으니 기분이 말이 아닐 것이다.

“이지혜 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김재후 부사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이윤철 사장과 양준기 전무가 눈을 치켜떴다. 면접장에서 나올 만한 질문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부사장의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제지하지는 않았다.

“잘 모릅니다.”

“이상하군. 한 달이면 개인적인 교분을 쌓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저를 인턴이라고 엄청 무시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멀리했습니다.”

초반에만 그랬고 이지혜는 딱히 강주혁을 무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에는 거짓으로 맞받아치는 게 강주혁의 방식. 왕따를 당했다는 헛소리로 공략 3팀을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혹시 그거 아나? 이지혜 씨가 연수원시절 동료신입사원들과 감독관들의 인기투표에서 1등을 했다는 걸. 헌터 아카데미 시절에는 마법학과 대표도 했다더군.”

“모두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사회성이 뛰어나고 인기가 많았던 사람이 한 달 만에 돌변해서 같은 팀 동료를 죽이려고 했네. 왜 이렇게 된 건지 자네가 한 번 설명해보게.”

“태원공략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뭐라고?”

김재후가 언성을 높였다. 인사부장을 측근으로 둔 사람에게 강주혁의 발언은 돌직구나 마찬가지였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을 미리 걸러내지 못했으니까요.”

“20년 넘게 사회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지내던 사람이 그런 극단적인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하나?”

“이상하죠. 근데 그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물어보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으로서 면접자의 생각을 묻는 거야. 사회문제에 대한 질문 정도로 생각해.”

강주혁은 김재후의 의도를 깨달았다.

그는 강주혁에게 능력은 출중하지만 인성에는 문제가 많은 인간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마 부하들을 시켜서 그런 식으로 소문을 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답변은 하나입니다. 이지혜 씨는 사주를 받았을 겁니다.”

“사주를? 누구한테?”

“저나 안다정 대리의 죽음을 바라는 누군가겠죠.”

“자네나 안다정 대리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 암살위협을 받을 정도로?”

“강주혁이라는 개인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인턴이라는 신분은 중요합니다.”

“어째서?”

“예전에 태원공략의 인턴이 던전에서 사고를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회사는 언론의 질타를 받았죠. 그 후로 인턴을 뽑지 않다가 최근에 사장님께서 저를 뽑으셨죠.”

“그래서?”

“제가 던전에서 사고를 당했으면 사장님께서 굉장히 곤란해지시겠죠. 바꿔 말해서, 사장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누군가가 지혜 씨를 움직인 겁니다. 아마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했겠죠. 예를 들면, 엄청난 액수의 돈을요. 자세한 건 몰라도 같은 지혜 씨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건 압니다. 같은 고시원에서 살았거든요.”

강주혁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세 사람의 표정은 극적으로 변해갔다.

이윤철은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김재후와 양준기의 얼굴은 파리해졌다. 이런 건 인턴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누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가?”

“그냥 제 생각입니다.”

김재후는 강주혁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강주혁도 지지 않고 그를 마주 보았다.

주말마다 권대호라는 호랑이를 만나고 다녀서 그런지 김재후도 고양이처럼 여겨졌다.

“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강주혁이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자 김재후는 눈빛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네.”

어쩐지 신이 나 보이는 이윤철이 물었다.

“우리 회사가 자네를 꼭 뽑아야하는 이유가 뭔가? 한 번 대답해보게.”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목이 말라서...”

강주혁은 대답하는 대신, 다과와 함께 준비된 물병으로 시선을 옮겼다.

트득.

강주혁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플라스틱 물병의 마개가 뜯겨졌다. 뚜껑이 천천히 돌아가면서 올라가더니 옆으로 툭 떨어졌다.

이어서 물병이 서서히 떠올랐다. 강주혁의 입 쪽으로 물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양준기와 김재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사람 모두 강주혁이 실기시험에서 김태현을 어떻게 이겼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물병이 기울어지자 물 한 모금이 강주혁의 입안으로 흘러들어갔다. 강주혁은 일부러 한 방울을 흘려서 입술에 떨어지게 했다.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화악!

물방울은 턱 끝에 맺히기 전에 수증기로 변해서 사라졌다. 내공으로 만든 열기로 증발시킨 것이다.

이번에는 이윤철도 함께 경악했다. 내공을 다른 속성의 기로 바꾸는 것도 이십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툭.

강주혁의 입까지 날아갔던 물병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떨어져있던 뚜껑도 다시 닫혔다.

강주혁의 입술에 맺힌 것을 제외하면 한 방울의 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입니다.”

강주혁이 세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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