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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33화 (3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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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18,000파운드?

33화 18,000파운드?

안다정 행세를 하던 신다은은 오랜만에 본 모습으로 한남동에 있는 집을 찾았다.

재계 총수들이 모여 사는 고급주택 단지에 위치한 저택은 평수만 250평에 달했다. 높은 담벼락 탓에 멀리서 보면 꼭 성처럼 보였다.

“왔니?”

신다은의 어머니인 주연희가 대문까지 나와서 딸을 반겼다. 신다은은 아무 말도 없이 슬그머니 엄마의 품에 안겼다.

“많이 힘들었구나. 다 크고 나서는 안 하던 행동을 다 하고.”

“일진이 나빴을 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다은은 주연희의 품에서 좀처럼 벗어날 줄 몰랐다.

“다은아, 꼭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

주연희 자신도 한 때는 <마포천궁(麻浦天弓)>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헌터였다.

신태원 회장의 막내아들인 신대길과 결혼하면서 은퇴를 하기는 했으나 그녀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딸에게 활을 가르친 사람도 주연희였다.

하도 졸라서 궁술을 가르쳐주기는 했으나 주연희는 하나 뿐인 딸이 헌터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헌터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헌터 업계가 얼마나 더러운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특히, 오늘 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아빠는?”

한참 후에야 포옹을 푼 신다은이 물었다.

“서재에. 할아버지랑 있어.”

“할아버지는 왜 왔대?”

신다은의 말투가 사나워졌다.

“왜 오긴. 막내아들 보러 오신 거지. 어서 가서 인사드리렴.”

신다은은 성큼성큼 걸어서 서재로 갔다. 걸음걸이만 보면 꼭 싸우러 가는 사람 같았다.

벌컥!

신다은은 노크도 없이 서재의 문을 열어젖혔다.

“다은아!”

태원상사의 신대길 사장이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딸을 맞이했다.

한 때는 풍채가 당당하고 패기가 넘치는 헌터였지만 지금은 무기력하고 삶에 지친 중년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는 남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를 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냐.”

옆에 앉아있던 백발의 노인이 혀끝을 찼다.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목소리도 쉬었다. 하지만 허리를 대나무처럼 꼿꼿이 세우고 있었고 형형한 두 눈에서는 서릿발 같은 위엄과 태산 같은 기백이 느껴졌다.

한국 최고의 헌터이자 태원 그룹의 총수인 강남검제 신태원이었다.

“어차피 제가 오고 있다는 거 다 알고 계시잖아요. 쓸데없이 노크를 왜 해요.”

신다은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었다.

Ex급도 넘어섰다는 할아버지다. 저택 근처에 오기 한참 전부터 자신의 기척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신태원 회장은 낮게 한숨을 쉬더니 막내아들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너는 예절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 저래가지고 어디 시집이라도 가겠어?”

신대길은 빙그레 웃음만 지었고 대꾸는 신다은이 했다.

“내가 죽으라고 하면 진짜로 죽을 남자들이 지금도 줄을 서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염려 마세요.”

신다은의 미모는 재벌가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학창시절부터 날고 긴다는 남자들이 끝도 없이 구애를 해댔다. 그들 중에는 태원 그룹보다 재개 서열이 높은 그룹의 장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천재적인 재능만큼이나 콧대가 높은 신다은에게 자기보다 약한 남자들은 아무리 돈이 많고 집안이 좋아도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너는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쌍심지를 켜고 대거리를 해대는 손녀를 보면서 신태원은 오만상을 썼다.

“김태현이 나를 죽이려고 했어요.”

“네가 아니라 강주혁이겠지.”

신태원 회장의 말에 신다은은 흠칫했다.

뒷짐을 지고 모르는 척을 하고 있어도 역시나 태원공략의 모든 것들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도 죽을 뻔했어요.”

“너라면 살아남을 줄 알았다.”

“주혁 씨가 없었다면 저도 죽었을 거예요. 저에게는 복수할 권리가 있어요.”

“그래. 헌터라면 응당 은원을 갚을 줄 알아야지. 그래서 어떻게 할 셈이냐?”

“김태현을 죽일 거예요.”

신다은은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있는데도 자신의 살기를 감출 줄 몰랐다.

“다은아!”

신대길이 딸에게 호통을 쳤다.

아무리 호적에 들지 못한 자식이라고 해도 같은 핏줄이다. 신대길은 자기 아버지에게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조카가 항상 안타까웠다.

하나 뿐인 딸을 위협한 건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 벌이 죽음일 필요는 없었다.

“왜요? 큰아버지들은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잖아요. 왜 우리만 참아야 돼요. 나도 김태현 죽일 수 있어요. 제가 못 할 거 같아요.”

신다은은 이미 말속에 칼을 품고 있었다.

신대길은 손으로 이마를 감쌌으나 신태원은 재미있다는 식으로 웃어보였다.

“할 수 있으면 해보거라.”

“아버지!”

신대길은 신태원에게도 소리를 질렀다.

“너는 가만히 있어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세요.”

신다은이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그러마. 단, 내가 내건 조건은 지켜야한다.”

신다은은 그 말에 웃음을 거뒀다.

“내가 말한 조건은 기억하지?”

“알아요. 신다은이 아닌, 안다정의 신분으로만 레이스에 참가할 것.”

신태원은 가장 강한 헌터이자 가장 뛰어난 경영자에게 그룹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그 자신이 그랬으니까 자식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만약 부득이하게 둘 중 하나를 택해야한다면 가장 강한 헌터에게 모든 걸 물려주겠다고 했다. 그룹의 모태인 태원공략만 있다면 언제든 그룹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세 아들은 그룹을 물려받기 위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막내가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범재(凡才)에 지나지 않았던 첫째가 오랫동안 갈아온 칼로 막내를 꺾었다. 그 결투에서 막내는 단전을 잃고 다리에 장애를 얻었다. 사실상 레이스에서 탈락한 것이다.

신다은이 전면에 나선 건 그때부터였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를 대신해서 후계경쟁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버지를 능가하는 재능을 가진 신다은이 아까웠던 신태원은 특별히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 대신, 신 씨 집안의 후광 없이 큰아버지들과 경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신다은이 안다정 행세를 할 수 있게 해준 목걸이와 가짜 신분은 모두 신태원 회장이 마련해준 것이다. 안다정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신태원 회장과 그의 비서, 그리고 신다은의 가족들뿐이다.

“그래. 안다정의 신분으로 태현이 녀석을 죽일 수 있다면 네게 책임을 묻지 않으마.”

신다은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안다정의 정체가 신다은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레이스에서 탈락한다. 그게 할아버지가 내건 조건이었다.

그러니 신다은은 신 씨 집안의 여식으로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써먹을 수 없다. 그랬다가는 할아버지의 귀에 들어갈 테니까.

일반직원인 안다정 대리가 로열패밀리인 김태현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던전에서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으니까.

“좋아요. 그리고 이건 할아버지도 알아야 해요. 지금 태원공략은 썩어가고 있어요.”

“나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다.”

“언제까지 방관만 하실 거예요? 이러다가 우리 광야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요.”

세계 최대의 던전인 광야에 투입된 공략회사는 총 10개.

만약 그 중 한 회사에서 사고가 연달아 터져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 정부는 그 회사를 빼고 다른 회사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광야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대형공략회사들이 줄을 서있는 상황에서 특정회사에게 특혜를 줄 수는 없으니까.

“쫓겨날 만하면 쫓겨나야지. 그건 곧 떠날 내가 아니라 남아있는 너희들이 알아서할 문제다.”

“이건 할아버지가 만든 문제잖아요.”

신태원 회장의 후계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그룹 내 파벌싸움이 격화되었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태원공략은 지나친 당파싸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공략은 뒷전이 되었고 헌터들은 다른 계파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대기업의 위엄을 떨치고 있었으나 속은 썩어문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태원공략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배나 마찬가지였다.

“너 역시 그 문제의 일부라는 생각은 안 해봤느냐.”

“제가요? 저한테 파벌이 어디에 있어요? 저를 위한답시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헌터는 한 명도 없어요.”

“회사에 들어간 지가 언젠데.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것아.”

신태원의 핀잔에 신다은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치력 역시 신태원이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들 중 하나. 하지만 그 점에서 신다은은 최악이었다.

안다정의 신분으로 자기사람을 만들어야하는데 그녀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녀의 성에 차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으면 인격에 하자가 있고, 하자가 없으면 능력도 없었다. 유일한 예외였던 유덕현은 야심이 없는 소시민. 함께 전쟁을 치를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신다은이 바라던 사람이 나타났으나 아직까지는 거리감이 있었다.

“경쟁을 하더라도 룰은 따라야죠. 선수들이 하라는 경기는 안 하고 경기장을 부수고 있는데 어떻게 게임을 해요. 할아버지가 심판이면 제제를 가해야죠.”

“내가 나서면 모든 게 해결되고 제자리를 찾아가겠지. 근데 내가 죽은 후에는 어떻게 하려고? 강령술로 깨우기라도 하게?”

신태원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다른 손자손녀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검을 배웠지만 어릴 적부터 특별한 재능을 보였던 신다은은 신태원이 직접 가르쳤다.

그만큼 특별한 유대를 가지고 있었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았다. 신다은은 이내 할아버지의 속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알았어요. 제가 해결해볼게요.”

정답을 말해서인지 신태원 회장의 입 꼬리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큰아버지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회사를 망하게 만들면 그건 큰아버지들의 그릇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

만약 반대로 회사를 이롭게 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할아버지에게 더 큰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힘들었겠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신태원 회장은 짓궂은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손녀를 바라보았다.

신다은은 할아버지가 모든 걸 알고 있으며 자신의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 *

강주혁은 이틀간의 휴식으로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주말이 아니라 평일휴가여서 더 꿀맛 같았다.

그 동안 이윤철이 준 환단을 복용해 내공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2.5성 정도인가.’

한 달 만에 내공을 1.5성이나 올렸다.

남들은 수년에 걸쳐서 수련을 하고 몬스터를 잡아야지만 간신히 올릴 수 있는 양. 이 기적 같은 성장속도가 강주혁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지금 같은 페이스로만 성장하면 신태원이나 권대호 같은 살아있는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금요일.

강주혁은 늘 그랬듯이 8시쯤 출근해서 하루 일과를 준비했다.

“안녕하십니까. 대리님. 일찍 오셨네요.”

항상 9시를 십분 정도 남겨놓고 출근하는 안다정이 웬일로 20분이나 일찍 사무실에 나타났다.

“오랜만이에요. 몸은 좀 어때요?”

“다 나았습니다. 대리님은요?”

“저도 괜찮아요. 아, 그리고 이거...”

안다정은 주뼛거리면서 검을 한 자루 내밀었다.

칼집에 불을 뿜는 도마뱀과 고풍스러운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였다.

“이게 뭔가요?”

“제 생명을 구해준 것에 대한 답례요.”

“던전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요. 뭘 이런 것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사선을 넘나드는 헌터들이다. 같은 팀 동료에게 생명을 빚지는 일은 은근히 자주 일어난다.

그런 것 가지고 생명의 은인이니 하면서 따지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에 다들 그냥 감사인사만 하고 넘어가는 게 관례다.

동료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면 나중에 그 동료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것으로 빚을 갚으면 된다.

“저 때문에 아버님이 물려준 검이 상했잖아요.”

“괜찮습니다. 지원팀에 맡겼으니 곧 멀쩡해져서 돌아오겠죠.”

“수리 끝날 때까지 또 보급용 검 쓰려고요?”

“...그래야겠죠.”

“그냥 이걸 써요. 화기(火氣)를 잘 받아들이는 검이에요. 불을 다루는 기술을 쓸 때는 이 검을 사용하는 게 나을 거예요.”

안다정의 말이 솔깃하기는 했으나 강주혁은 그래도 망설였다. 관례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안다정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꺼림칙했다.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안 받을 거예요. 팔 아파요.”

“...감사합니다.”

강주혁은 결국 안다정이 내민 검을 받았다.

“한 번 뽑아 봐요.”

스르릉.

강주혁은 시키는 대로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검신에서 은은한 주황빛이 감돌았다.

너무 비싼 선물이면 거절해야겠다는 생각했었는데 예리한 날과 균형적인 검신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강함에 대한 강주혁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그 중에는 무기에 대한 욕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강주혁은 홀린 듯 검을 보다가 우연찮게 검 뒤로 보이는 안다정의 목덜미에 시선이 갔다. 항상 새하얗던 목덜미가 지금은 눈앞의 검신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입에는 작은 웃음이 걸려있기도 했다.

강주혁과 눈이 마주치자 안다정은 재빨리 웃음을 거두고 평소처럼 냉랭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음에 들어요?”

“물론입니다. 명검이군요.”

“명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은 건 아니에요. 제가 예전에 쓰던 것들 중 하나니까 부담 갖지 말고 써요.”

새 물건이 아니라고 하니까 강주혁의 부담도 좀 줄어들었다.

“혹시 검에 이름이 있나요?”

“샐...아니요. 딱히 없어요. 주혁 씨가 붙이고 싶으면 붙여요. 저는 딱히 그런 취미가 없으니까.”

안다정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주혁은 그녀의 말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대리님. 잘 쓸게요.”

안다정은 싱긋 웃더니 자기자리로 향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주혁 씨.”

“네. 대리님.”

“제가 그 검 줬다는 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해줄래요?”

“팀장님한테도 비밀로 할까요?”

“네. 팀장님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무실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괜히 말이 돌면 피곤해져요.”

“알겠습니다. 제가 적당히 둘러댈게요. 걱정 마세요.”

“고마워요.”

“제가 감사하죠.”

안다정은 자기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는 화장실로 갔다.

강주혁은 자리로 돌아와 검을 꼼꼼히 살펴봤다. 특히, 칼집에 새겨져 있는 도마뱀을 주목했다.

네 발 달린 도마뱀이 불을 뿜고 있는 형상. 불을 뿜는 도마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드래곤이나 이 녀석은 날개가 없다.

강주혁은 안다정이 실수로 내뱉은 ‘샐’이라는 단어를 기억해냈다.

‘샐’이라는 단어와 불을 뿜는 도마뱀. 이 두 가지를 결합하니 자연스럽게 <샐러맨더>가 떠올랐다.

‘한 번 찾아볼까.’

강주혁이 알기로 국내의 도검제작업체 중에서 샐러맨더라는 이름을 가진 검을 만드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해외 사이트 위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진 끝에 영국의 도검제작업체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강주혁도 알고 있는 제작명가인 <로열 다마스쿠스>.

‘리미티드 에디션. 샐러맨더. 이건가?’

강주혁은 나열된 제품들 중 칼집 모양이 비슷한 검을 찾아냈다.

‘찾았다.’

제품을 클릭해서 상세페이지를 보니 검신의 디자인이 완전히 똑같았다.

‘보자. 가격이...’

가격을 확인한 강주혁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18,000파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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