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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30화 (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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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이번에는 제가 싸울 차례군요.

30화 이번에는 제가 싸울 차례군요.

안다정이 준 영약의 힘으로 내공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 강주혁은 희열에 가까운 해방감을 느꼈다. 몸에 품은 주작의 기운 때문인지 투지가 불타올랐다.

강주혁은 빛을 흘리는 꽃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거대 구울에게 달려갔다.

“카악!”

강주혁의 기세에 위축된 거대 구울은 접근하지 않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독이 섞인 침을 뱉었다. 시커먼 액체가 넓게 퍼지면서 강주혁을 뒤덮었다.

화르르.

강주혁은 피하는 대신에 불타는 검을 전방에서 한 바퀴 회전시켰다.

치익!

독액은 근처에 닿기도 전에 모두 산화해버렸다.

“퉤엑!”

독액이 소용없자 이번에는 개구리의 그것처럼 긴 혓바닥을 강주혁을 향해 뽑아냈다.

휘릭!

독액이 잔뜩 묻은 끈적끈적한 혓바닥이 마치 채찍처럼 주변을 할퀴면서 강주혁에게 쇄도했다.

강주혁은 화염을 전개하는 대신에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심장에 품고 있는 화기(火氣)가 몸을 평소보다 민활하게 만들어줬다.

‘지금!’

강주혁은 목을 노리고 비스듬하게 파고드는 혓바닥을 어깨를 틀어 피했다.

서걱!

동시에 달구어진 칼로 혓바닥을 잘라버렸다. 잘려나간 혓바닥이 피와 독액을 뿌리면서 날아갔다. 강주혁은 옆으로 굴러서 독액이 튀는 걸 피했다. 구를 때에도 되도록 꽃밭을 밟지 않도록 조심했다.

“쿠에에엑!”

혓바닥이 1미터 가량 잘려나간 거대 구울은 고통에 찬 괴성을 토해내면서 공동 안을 방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강주혁은 안다정 쪽으로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지만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 놈이 그녀를 노릴 수 있으니까.

탓!

공동 안을 질주하던 거대 구울이 달리는 힘을 이용해 높이 점프했다.

척!

놈은 공중에서 몸을 한 번 뒤집더니 천장에 거미처럼 달라붙었다. 그 상태로 천장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곤란한데.’

아무리 영약을 먹었다고는 해도 미량이다. 내공상승효과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전에 전투를 끝내야한다.

타다다!

거대 구울이 강주혁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강주혁은 일부러 한 템포 늦게 뒤로 돌아봤다. 거대 구울은 강주혁을 덮칠 것처럼 다가왔다가 다시 몸을 뺐다.

똑같이 언데드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좀비나 스켈레톤과는 달리 구울에게는 약간의 지성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행동패턴을 보면 좀비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강주혁은 구울에게 일부러 계속해서 등을 내줬다. 놈에게 기습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

화르르.

강주혁은 머리 위로 거대 구울이 지나갈 때 제자리에서 점프를 해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점프력이 딸려서 허공만 베고 말았다. 내공을 이용하면 천장에 충분히 닿을 수 있지만 강주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는 나를 공격할 수 있지만 나는 못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할래?’

거대 구울의 학습이 끝났다. 이제 저 까다로운 사냥감을 숨통을 끊을 때가 왔다.

“카악!”

거대 구울은 천장에서 침을 뿌렸다.

강주혁은 불타는 검을 프로펠러처럼 휘둘러 침을 산화시켰다. 넓게 퍼진 화염 때문에 시야가 잠시 가려졌다.

거대 구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급강하 폭격기처럼 강주혁의 머리 위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머리통에 발톱을 쑤셔 박으려는 찰나, 강주혁이 지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주작홍염참(朱雀紅炎斬).

강주혁은 한 줄기의 붉은 섬광이 되어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새빨간 선이 그어졌다.

“크억?”

그 선은 거대 구울을 정확하게 양단했다.

화르르.

그 선을 따라 용암처럼 들끓는 화염이 비상했다.

“크아아악!”

화염은 잔혹한 포식자처럼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면서 상승했다. 거대 구울의 몸뚱이가 불기둥 속에서 사그라졌다.

탁!

강주혁이 지상에 착지했다.

불티가 부슬비처럼 내렸다. 그 속에는 거대 구울이었던 재들이 섞여있었다. 구울의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독액은 불과 함께 모두 증발해버렸다.

툭!

강주혁의 발아래 거대 구울이 품고 있던 마석이 떨어졌다.

그것을 챙긴 강주혁은 안다정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자리에 앉은 채 강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대리님!”

강주혁은 안다정에게 달려갔다.

“주혁 씨라면...쿨럭!”

안다정은 피를 토하면서 비틀거렸다. 강주혁은 그녀를 부축했다.

“말하지 말고 운기행공에 집중하세요.”

“...난 끝났어요.”

안다정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끝났다고 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방금 헛소리한 걸로 두고두고 놀려먹을 거니까 운기행공이나 하고 계세요.”

강주혁은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에 피어있는 빛나는 꽃을 뜯었다. 그리고 보랏빛을 띤 꽃잎을 요모조모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 그건 <망생초(忘生草)>, 독초에요. 꽃잎도...”

망생초는 던전에서만 자라는 마법식물이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은은한 빛으로 헌터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그 빛에 취해서 망생초를 건드린 헌터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망각하게 된다. 피부에 닿기만 해도 스며드는 강력한 독 때문이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강주혁은 꽃잎들 중 형태가 가장 온전한 것을 골라내고 나머지를 버렸다.

“주혁...”

안다정이 말릴 틈도 없이 강주혁은 골라낸 꽃잎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꿀을 빨아먹듯이 꽃잎을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아댔다.

“미, 미쳤어요...”

안다정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잠시 후, 강주혁은 빨아대던 꽃잎을 빼낸 후 바닥에 침을 뱉었다. 보랏빛이 감돌던 꽃잎은 색이 빠져서 하얗게 보였다.

“걱정 마세요. 이 정도로는 안 죽으니까. 이거 입에 물고 있어요.”

강주혁은 자신이 쭉쭉 빨아대던 꽃잎을 안다정의 입으로 가져갔다. 기력이 쇠해있는 안다정은 온힘을 다해 고개를 저었다.

“죽기 싫으면 빨리 물어요. 독은 다 빠졌어요. 절대 씹거나 삼키면 안 됩니다. 입안에 머물게 해요.”

안다정은 반신반의하면서 시키는 대로 했다.

“망생초의 꽃잎은 한 번 독소가 빠지면 주변의 독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빠져나간 것보다 몇 배나 많은 독을 빨아들이죠. 꽃잎이 대리님 몸에 있는 독을 가져갈 겁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하세요.”

헌터 관련 이론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안다정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점에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지식이니까.

“아버지에게 배운 겁니다. 일종의 민간요법이에요.”

강주혁은 또 한 번 아버지를 팔았고 아버지는 회귀한 아들 덕분에 시대를 앞서간 현인이 되었다.

“이제 됐어요. 뱉으세요.”

1분 정도 지났을 때 강주혁이 말했다. 안다정은 입에 물고 있던 꽃잎을 뱉었다.

꽃잎이 다시 보랏빛으로 변해있었다. 색이 오히려 처음보다 더 진했다. 강주혁이 그런 말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몸 안의 독소가 조금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

강주혁은 이번에도 가장 상태가 좋은 꽃잎을 골라서 색깔이 하얗게 될 때까지 입으로 빨았다. 그리고 그걸 안다정의 입에 물렸다.

잠시 후, 안다정이 꽃잎을 뱉자 강주혁은 새로운 잎을 줬다. 그런 과정을 계속 되풀이하자 안다정은 강주혁의 말대로 몸 안의 독소가 가시는 걸 느꼈다.

반대로 강주혁의 낯빛은 눈에 띄게 파리해져갔다. 침과 함께 뱉어내긴 해도 독이 완전히 스며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만! 이제 괜찮아요.”

“하나만 더...”

“이 이상 했다간 주혁 씨가 위험해요. 그만해요.”

강주혁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꽃잎을 내려놓고는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손으로 훔쳤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싸울 차례군요.”

강주혁은 곧장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미약하게나마 영약의 효력이 남아있었다. 평소보다 내공이 많으니 해독작용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주작의 화기(火氣)도 있었다. 신령한 불이 몸 안에 쌓인 독소를 태워줄 것이다.

강주혁은 자신을 믿고 정신을 집중했다.

* * *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순식간에 구울들을 도륙한 유덕현은 이지혜의 팔을 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얼마나 세게 잡고 흔드는지 팔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항상 푸근하고 후덕한 인상의 유덕현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눈이 뒤집혀 있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저,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구울이...”

이지혜는 덜덜 떨면서 얘기했다. 유덕현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팔을 뿌리쳤다.

“제기랄!”

유덕현도 처음에는 안다정이 땅에 숨어있던 지옥벌레를 밟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지반이 무너져 내린 현상은 지옥벌레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안 대리! 주혁아!”

무엇보다도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매몰된 두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유덕현은 푹 꺼진 땅에서 돌무더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지혜 씨도 도와!”

“네. 팀장님!”

하지만 워낙 돌들이 많아서 아무리 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잠깐.”

유덕현은 07-A72 바로 옆에 붙어있는 채광현장을 떠올렸다.

이지혜만 보내려고 하다가 이 지역의 안전이 미심쩍어졌다는 걸 떠올렸다. 혼자 보냈다가 또 위험에 처할지도 몰랐다.

철컥!

유덕현은 입고 있던 철갑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따라 와!”

갑옷을 다 벗은 유덕현은 전력질주로 언덕을 내려갔다. 무건 갑옷이 없어서 그런지 달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이지혜는 허둥지둥 따라갔다. 그러나 마법사인데다가 랭크 차이도 많이 나서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더 빨리 올 수 없어?”

“네?”

이지혜는 숨이 차서 제대로 대꾸하지도 못했다.

“가속화 주문이라도 쓰라고!”

유덕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네. 알겠어요.”

이지혜는 잠시 멈춰서 헤이스트 주문을 자신에게 사용했다. 기껏해야 몇 십 초 정도였지만 그녀는 유덕현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07-A72를 벗어나 채광현장에 도착했다.

“도와주십시오!”

유덕현은 체면이고 예의고 전부 내던지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광부에게 매달렸다.

“왜, 왜 이러십니까?”

“주혁이가, 주혁이가...”

“아니 주혁이네 팀장님 아니십니까.”

근처에 있던 김용수 채광팀장이 유덕현을 알아보고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팀장님, 우리 주혁이랑 안 대리 좀 살려 주십시오.”

“좀 진정하고 자세히 말해보소.”

유덕현은 일단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동안 주위에 있던 광부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공략 중에 지옥벌레가 터졌습니다. 지옥벌레 아시죠? 밟으면 폭발을 일으키는...”

“압니다. 그래서요?”

“폭발이 일어난 후에 갑자기 지반이 푹 꺼졌습니다. 땅 아래가 비어있었나 봅니다. 주혁이랑 안 대리가 거기에 휩쓸려 들어갔습니다.”

“매몰됐단 말입니꺼?”

“네. 땅에 파묻혔습니다. 아주 깊이요.”

“아이고, 야단났네. 야들아.”

김용수는 주변에 모여든 광부들을 쓱 둘러보면서 말했다.

“예. 팀장님.”

“연장 챙기라. 주혁이 꺼내로 가자.”

광부들을 한 마디 대꾸도 없이 굴삭 작업에 필요한 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건가?”

그 때, 간이사무실에 있던 이형석 소장이 소란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소장님, 저희 팀원 두 사람이 던전에서 매몰 사고를 당했습니다.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유덕현이 이형석에게 애걸했다.

“그럼 회사에 돌아가서 보고하게. 우리는 채광팀이지 구조팀이 아니야.”

“저 지역 지하에는 유독가스도 묻혀있단 말입니다. 한 시가 급합니다.”

“우리도 작업량 맞추려면 한 시가 급해. 작업 방해하지 말고 회사에 가서 얘기해.”

“이 새끼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데!”

스르릉.

참다못한 유덕현이 칼을 뽑아들었다.

“뭐? 새끼? 광산에 있다고 내가 우습게 보이나.”

이형석 소장은 노기를 드러내면서 손을 오므렸다. 그의 손에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콰지직!

차장급 마법사라면 근접전을 치를 수 있는 수단도 많이 가지고 있다. 유덕현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유덕현은 살기를 거둘 생각을 안 했다. 두 초인이 뿜어내는 진득한 살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뭣들 하노. 어서 가자.”

팽팽한 대치를 끝낸 건 김용수 팀장이었다. 이형석의 눈치를 보고 있던 광부들은 김용수의 말에 내려놓았던 장비를 다시 짊어졌다.

“김 팀장! 지금 뭐하는 건가!”

이형석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보면 모릅니꺼. 사람 구하러 갑니다. 어여 가자. 시간 없다.”

“멈춰!”

김용수는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 새끼들이!”

콰지직!

이형석 소장이 푸르스름한 번개를 쏘았다. 김용수를 살짝 비껴나간 번개는 그의 앞에 있는 석벽에 시커먼 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다.

“쏘이소.”

돌아선 김용수가 이형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각성자도 겁을 집어먹을 만한 공격이었으나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뭐?”

“빗 맞추지 말고 제대로 한번 쏴보이소.”

여기는 회사지 군대가 아니다. 게다가 광부들은 헌터도 아니다. 항명 한다고 일반인에게 마법을 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장님, 주혁이 금마가 없었으면 지금 여 있는 사람들 중 태반이 죽었을 깁니더. 금마가 지금 땅에 묻혔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사람입니꺼. 뒷감당은 제가 할 테니 말리지 마이소.”

“회사에 구조팀이 없는 줄 알아! 당신은 채광팀이야. 채광팀이면 채쾅팀답게 마석이나 캐!”

김용수는 이형석의 역정을 무시하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부터 책임은 전부 내가 진다. 잔말 말고 다들 따라 온나.”

광부들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김용수를 따라 나섰다. 이 현장의 진짜 보스가 누구인지 판가름이 나는 순간이었다.

“팀장님, 앞장 서이소.”

“감사합니다.”

유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광부들 앞으로 나섰다.

“지혜 씨.”

“네. 팀장님.”

“회사에 가서 지금 상황 알려. 당장.”

유덕현은 이지혜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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