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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29화 (29/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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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우리는 살아서 돌아갈 겁니다.

29화 우리는 살아서 돌아갈 겁니다.

공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상사들은 강주혁에게 완전한 신뢰를 보내면서 리드를 맡겼다. 계획은 이지혜가 세웠지만 실행은 강주혁이 해버린 꼴이었다.

이지혜도 자기계획의 대부분이 강주혁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서인지 따지지 않았다.

강주혁은 피해와 보급품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몬스터들을 소탕해나갔다. 덕분에 이틀이 필요한 공략을 반나절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그 쪽은 어때?”

“이상 없습니다. 팀장님.”

3팀은 공략을 끝낸 후, 두 사람씩 짝을 지어서 정찰까지 다녀왔다.

이 지역은 이제 안전하다.

“지난 번 공략 때보다 구울이 세 마리, 좀비가 두 마리 늘어났습니다. 지옥벌레는 그대로고요.”

강주혁의 보고에 유덕현은 웃었다.

“그런 것도 새고 있었냐?”

“네. 팀장님. 보고서에 쓰려고요.”

“그 정도는 오차범위 내니까 크게 신경 쓸 거 없어요.”

“네. 대리님. 특이사항으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하여간 철두철미한 건 안 대리보다 더 하다니까.”

유덕현은 빈틈이 없는 강주혁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해독제랑 치료제 남는 거 있어?”

일행들은 가지고 있는 주사기를 모두 꺼내보였다.

“해독제 두 개, 치료제 두 개가 남았네요.”

아무리 피해를 줄인다고는 해도 수십에 달하는 좀비와 구울이 동시에 달려들면 한두 군데 다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특히, 최전방에서 일행을 지켜야하는 탱커인 유덕현이 주사기를 많이 썼다.

“이야, 이걸 남기는 날이 오는구나.”

“반나절 만에 끝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난번에는 사흘 만에 끝났죠.”

“맞아. 중간에 돌아가서 지원팀 눈치 보면서 약 타오고 그랬지. 망할 놈들, 자기네들 돈으로 사오는 것도 아니면서 어쩜 그렇게 뻣뻣하게 구는지.”

유덕현은 지원팀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게 떠올랐는지 씩씩 거렸다.

“남은 거 전부 이리 내. 이번에는 내가 직접 반납한다. 배 과장 면상에 던져버릴 거야.”

일행은 웃으면서 남은 치료제와 해독제를 유덕현에게 넘겼다.

유덕현과 지원팀 배재훈 과장은 입사 동기. 사내정치를 안 해서 직장생활이 꼬여버린 유덕현과 달리 배재훈 과장은 학교 선배인 임재경 부장의 비호 아래 무난하게 지냈다.

그것만으로도 꼴사나운데 배재훈 과장은 한술 더 떠서 보급품 문제로 공략 3팀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그 보급품 문제라는 게 따지고 보면 임재경 부장의 홀대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래서 유덕현은 배재훈에게 안 좋은 감정이 많이 쌓여있었다.

“주혁 씨.”

“네. 대리님.”

“상태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떨어지면 복귀해서 받아와야겠죠?”

“아닙니다. 대리님. 그 전에 가야죠. 상태이상과 관련된 약은 종류별로 1개가 남았을 때 복귀하는 게 원칙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것도 미니멈입니다. 권장사항은 1인당 1개일 때 복귀하는 겁니다.”

“역시나 안 걸리네요.”

안다정이 배시시 웃었다. 이제는 이것도 장난처럼 되어버렸다.

“지난주에 트왓 시험 본 사람한테 뭘 물어보는 거야. 자, 슬슬 돌아가자고. 저녁은 밖에서 먹어야지.”

“저...”

그 때, 이지혜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왜 그래?”

“화장실 좀...”

던전에서 볼일을 보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원칙은 웨이포인트 옆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하는 거지만 멀리 떨어진 곳까지 진출했을 땐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다.

“많이 급해?”

“네. 사실, 아까 전부터 참아왔어요.”

이지혜는 부끄러움 탓에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채광현장에 있을 거 같기는 한데, 거기도 여기서 꽤 멀지. 난감하네.”

일행이 있는 곳은 이 지역의 한복판에 있는 공터. 공략이 장기화되었을 때 종종 베이스캠프로 이용되는 곳으로 진입로로부터는 상당히 떨어져있었다.

“안전도 확보됐는데 잠깐 있다가 갈까요?”

안다정의 제안에 유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지혜 씨,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네. 팀장님! 감사합니다!”

이지혜는 서둘러서 옆에 있는 언덕을 오르더니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주혁아.”

“네. 팀장님.”

“지혜 씨 잘 좀 챙겨. 조만간 동기가 될 거잖아. 얼굴이 완전 매주빛깔이더라.”

“네. 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안 대리도 적당히 갈구고.”

“요즘은 안 그러잖아요.”

“그래. 지혜 씨가 딱히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주혁이 이 놈이 워낙 괴물 같은 놈이라서 상대적으로 못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유덕현이 팔꿈치로 강주혁을 툭 쳤다.

“과찬이십니다.”

“너는 안 대리 과여서 잘 모를 거다. 나나 지혜 씨처럼 평범한 사람의 서러움을.”

“지혜 씨는 그래도 연수원 2등 했어요. 꼴찌한 팀장님이랑은 다르죠.”

“야 이 씨! 안 대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회사에 친한 사람도 없잖아.”

“저, 저도 친한 사람 있거든요!”

“누구?”

“...아, 몰라요. 어쨌든 있어요.”

유덕현과 안다정이 티격태격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지혜 씨?”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지혜가 넘어갔던 언덕을 올라갔다.

안다정이 가장 빨랐고 강주혁이 뒤를 따랐다. 유덕현은 살짝 뒤쳐졌다. 신체스펙은 강주혁보다 뛰어나지만 두터운 철갑옷을 입은 탓에 느릴 수밖에 없다.

안다정은 전력질주를 하면서 기감을 최대로 확장했다. 미약한 마력을 가진 존재가 살기를 품은 여럿에게 둘러싸여있었다.

‘좀 전에는 없었는데?’

언덕을 넘자 맹독 구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지혜가 보였다.

“지혜 씨!”

슉!

안다정은 구울에게 화살을 쏘면서 이지혜에게 달려갔다.

“대리님! 멈춰요!”

뒤따라오던 강주혁이 소리를 친 건 그때였다. 안다정이 머뭇거리는 순간, 그녀의 앞에서 불기둥이 솟구쳤다.

‘지옥벌레!’

콰쾅!

안다정이 호신강기로 몸을 감싸는 것과 거의 동시에 강주혁이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서 뒤로 잡아당겼다.

안다정은 강주혁과 함께 뒤로 나자빠진 덕분에 폭발에 직격으로 맞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쿠쿵! 콰르르!

문제는 지반이었다. 폭발 직후 갑자기 주변의 땅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치 싱크 홀처럼 강주혁과 안다정이 있는 곳만 푹 꺼져버린 것이다.

조금이라도 발을 디딜 곳이 있다면 점프를 해서 탈출할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발을 디뎌도 허공만 밟을 뿐이었다.

“탈출해요!”

안다정은 강주혁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강주혁은 팔을 풀지 않았다. 강주혁은 안다정을 한 팔로 안은 상태로 나머지 팔을 힘껏 뻗었다.

“팀장님!”

유덕현이 앞으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팔을 뻗었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강주혁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주혁아! 안 대리!”

유덕현이 절규했다.

강주혁과 안다정은 구덩이 속으로 미끄러져갔다. 유덕현은 따라 내려가려고 했으나 그가 있던 지역도 무너질 조짐을 보여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반대편에 있는 이지혜의 안위도 걱정이었다. 그녀는 구울을 상대로 위태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제기랄! 지혜 씨, 조금만 버텨!”

유덕현은 지반붕괴가 일어나는 지역을 우회해서 이지혜에게 달려갔다.

한편, 추락한 강주혁과 안다정은 흙더미와 돌무더기에 뒤섞인 채 끝도 없이 추락했다.

중간에 여기저기에 부딪히기는 했으나 호신강기로 몸을 감싼 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다.

‘대리님?’

강주혁은 안다정이 내공을 넓게 확장시켜 자신까지 감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공이 부족한 강주혁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호신강기를 확장하면 그만큼 내공소모도 크다.

쿵!

“윽!”

그렇게 한참을 추락한 끝에 두 사람은 거대한 공동의 바닥에 처박혔다. 체감 상 거의 수십 미터를 떨어진 것 같았다.

안다정 덕분에 낙하충격은 줄일 수 있었으나 그 대신 그녀의 호신강기가 깨져버렸다.

“대리님!”

강주혁은 머리 위에서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는 걸 느꼈다. 흙더미에 파묻혀서 비틀거리는 안다정을 안고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콰쾅!

천장에서 또 한 번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면서 두 사람이 떨어졌던 구멍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콜록! 콜록!”

두 사람은 돌무더기와 함께 쏟아진 토사로 인해 생긴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는 기침을 터뜨렸다.

잠시 후, 먼지가 잦아들었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동의 바닥에는 은은한 빛을 흘리는 꽃들이 있었다. 아주 미약한 광원이었지만 그것들마저 없었다면 주변이 완전히 어둠속에 잠겼을 것이다.

“고마워요. 주혁 씨 덕분에 살았네요.”

“대리님이 저를 살리셨죠.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주혁 씨는요?”

“저도 다친 곳은 없습니다.”

“우리 둘 다 몰골이 말이 아니네요.”

흙더미와 뒤엉킨 상태로 추락하다보니 둘 다 행색이 좀비보다 못했다.

“크르르.”

안다정이 섬뜩한 살기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두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피해요!”

안다정은 강주혁을 옆으로 밀어내고 정체불명의 괴물과 맞섰다.

캉!

추락하는 과정에서 강주혁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내공을 모두 소모한 안다정은 호신강기를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윽!”

얇아진 내공의 막을 뚫고 들어온 날카로운 손톱이 안다정의 팔뚝에 상처를 남겼다.

서걱!

안다정은 팔뚝을 내주는 대신에 자신을 할퀸 손을 잘라버렸다.

“키에에엑!”

괴물은 귀청을 찢어발기는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펄쩍 뛰었다.

빛을 발하는 꽃밭 위에 착지한 괴물의 정체는 맹독 구울이었다.

“변형이군요.”

하지만 맹독 구울보다 최소 네 배는 컸다. 체구나 근육이 거의 고릴라 수준이었다.

좀 전에 보여준 움직임을 봤을 때 힘과 속도도 일반 구울하고는 비교가 안 되었다.

“이 지역에도 보스가 있었군요.”

공식적으로 07-A72에는 보스가 없다. 하지만 저 정도 스펙의 몬스터라면 한 지역의 보스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크르르.”

잘려나간 손목에서 뼈가 돋아났다. 이어서 시뻘건 근육이 뻗어 나와 뼈를 감쌌다. 경악할 만한 재생속도였다.

“큭!”

안다정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대리님!”

강주혁은 안다정을 부축했다.

“저 놈도 독이 있어요.”

안다정은 눈을 깜빡이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애썼다. 얼굴이 얼음장처럼 하얗게 변하고 입술이 파리했다.

“해독제가...”

공략이 끝났다는 생각에 유덕현에게 남은 치료제와 해독제를 건넨 게 패착이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대리님은 운기행공을 하세요. 중독속도라도 늦춰봐야죠.”

운기행공은 원래 대기에 있는 내공을 단전에 축적하는 기술이지만 부가적으로 체내의 피를 맑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S급 정도의 고수라면 운기행공만으로도 약한 독 정도는 해독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안다정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거대 구울의 독은 맹독 구울의 독보다 더 강한 것 같았다.

“아무리 주혁 씨라도 혼자서는 무리에요. 저건 보통 구울이 아니에요.”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

“그 몸으로 싸우면 죽습니다. 제 말대로 하세요.”

안다정은 순간적으로 강주혁의 목소리에 위엄이 서려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아아아!”

거대 구울이 괴성을 질렀다. 공동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강주혁은 검을 든 채 안다정 앞을 막아섰다. 그의 검이 붉게 달아올랐다.

화르르.

내공을 더 불어넣자 칼날이 불씨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거대 구울은 곧바로 접근하지 않고 먹잇감이 죽기를 기다리는 하이에나처럼 두 사람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주혁 씨, 이걸 마셔요.”

안다정이 팔을 뻗어 강주혁의 손에 스틱형태의 플라스틱 약병 하나를 쥐어줬다.

강주혁은 한 눈에 그게 영약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이다.

운기행공에 이것이 더해진다면 완전한 해독에 이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기행공을 하는 동안 자신이 구울에게 죽을 수 있다.

“...감사합니다.”

안다정은 자신의 마지막 보루를 건넨 것이다.

“꼭 이겨요.”

강주혁의 시선이 빛을 흘리고 있는 꽃들에 잠시 머물렀다.

“우리는 살아서 돌아갈 겁니다.”

약병의 뚜껑을 거칠게 물어서 뜯어낸 강주혁은 내용물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잠시 후, 안다정은 강주혁의 등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걸 느꼈다.

“운기행공 시작하세요.”

강주혁이 고개만 살짝 돌려서 말했다.

안다정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화르르!

붉은 빛이 감도는 칼날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와 공동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검이 토해내는 화염이 불사조의 광포한 날갯짓처럼 미친 듯이 넘실거렸다.

탓!

안다정은 불을 흩뿌리면서 거대 구울에게 돌진하는 강주혁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그녀의 마음은 고요한 호수처럼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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