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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기권해.
25화 기권해.
“으아아아!”
강주혁이 반말을 찍찍 해대면서 도발을 하자 김태현은 참지 못하고 다시 덤벼들었다.
챙!
강주혁은 공격을 피하는 대신에 정면에서 받아냈다.
‘어딜 감히!’
힘의 우위를 확신하고 있던 김태현은 강주혁의 자세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강주혁은 검을 맞대자마자 휘청거렸다.
‘어?’
하지만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던 강주혁은 씩 웃으면서 손목을 옆으로 틀었다.
키기긱.
김태현의 검신이 금속성의 마찰음을 흘리며 강주혁의 칼날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마치 자석에 걸린 것처럼 검이 앞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에 힘을 싣고 있던 김태현의 몸 역시 앞으로 쏠렸다.
강주혁은 뒤로 쏠려있는 무게중심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옆으로 빠져나갔다. 반면에 김태현은 무게중심을 잃고 강주혁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검으로 찍으면서 휘청거렸다.
‘완벽한 패링이다.’
이윤철 사장은 방금 보여준 강주혁의 움직임을 그렇게 평가했다. 힘의 강도와 방향, 그리고 칼을 맞대는 타이밍과 각도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검을 틀었다.
상대의 우월한 힘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치의 오차만 생겨도 손목이 나가서 싸움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심한 경우엔 자기 검에 찔리기도 한다.
검술의 기본기에 해당되지만 애매한 실력과 상황이라면 방어나 회피가 낫다. 하지만 방금 강주혁이 보여준 패링은 헌터 아카데미의 교본에 실려도 될 만큼 정확했다. 자기보다 힘이 강한 상대의 공격을 최소 수천 번을 흘려본 솜씨였다.
서걱!
“큭!”
강주혁은 측면을 내준 김태현의 허벅지를 베었다. 공격에 온 신경을 쏟았던 터라 김태현은 몸에 호신강기를 두를 겨를이 없었다.
강주혁의 검이 바지와 살을 단숨에 찢었다. 김태현은 재빨리 앞으로 몸을 날려 추가공격을 피했다.
강주혁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시발.’
김태현은 대치 상태에서 허벅지의 상처를 확인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다.
오히려 몸의 상처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다리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는 피가 그에게 쓰라린 패배감과 굴욕감을 안겼다.
‘어떻게 된 거야...’
반면에 강주혁은 김태현의 기술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해보였다. 분명 제대로 베었는데도 몸에는 살짝 긁힌 상처들뿐.
검에 묻어있는 독도 피부를 뚫지 못해서 그런지 먹히지 않았다.
공격이 들어간 게 최소 열 번. 호신강기로 막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그냥 검이 아니라 내공이 실린 검이었다. 그걸 막아내려면 최소한 비슷한 양의 내공은 있어야한다.
‘젠장, 오히려 늘어났잖아.’
이지혜에게 시켜서 내공을 흩어놓으려고 했는데 강주혁의 내공은 오히려 늘어나있었다.
김태현은 강주혁이 어떤 방법으로 몸을 방어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역시 뛰어난 무재인 것은 사실이나 이윤철 정도의 안목을 가지기에는 식견과 연륜이 얕았다.
‘분명 B급이다.’
그래서 강주혁이 엄청난 두께의 호신강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내공이 늘어났다고만 생각했다.
히든 피스로 얻은 영약 덕분에 강주혁의 내공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김태현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그 망할 것이 거짓말을 했군.’
김태현은 이지혜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확신했다.
“들어와.”
강주혁이 또 다시 반말을 했다.
“어디다대고 반말이야!”
“왜? 너도 초면에 반말했잖아. 나는 하면 안 되냐? 나이도 동갑인데.”
강주혁은 히죽거리면서 김태현의 속을 긁어댔다. 김태현은 다시 한 번 지옥멸살검의 백렬난격(百裂亂擊)을 펼쳐보였다.
챙! 챙! 챙!
좀 전에는 절반 이상을 몸으로 때웠는데 이번에는 거의 다 막거나 피했다. 허벅지의 상처 때문에 기술이 완전하지 못했던 탓이다. 게다가 강주혁은 한 번 당해봐서 그런지 공격경로의 대부분을 읽고 있었다.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가!”
김태현은 기술을 사용하는 중간에 일부러 검을 내던지고는 몸을 날려 태클을 걸었다. 김태현의 검에 시선이 묶여있던 강주혁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태클에 걸리고 말았다.
“큭!”
강주혁의 몸에 올라탄 김태현은 우선, 강주혁의 오른손목을 눌러서 칼을 휘두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예상과는 달리 강주혁의 힘은 김태현에게 미치지 못했다.
강주혁의 얼굴에 서린 당혹감을 보면서 김태현은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죽어!”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두들겨 패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머리통에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갑자기 목이 막혀왔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컥!”
“고작 이 정도였냐. 실망이군.”
강주혁은 표정을 싹 바꾸더니 기분 나쁘게 웃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김태현은 내공의 흐름을 읽었다. 목을 움켜쥐고 있는 무형의 손아귀는 강주혁의 왼손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허공, 섭, 물?”
김태현은 40대는 되어야지 시도해볼 수 있는 기술을 20대의 강주혁이 쓰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기권해. 기절하기 싫으면.”
“큽, 크흠!”
김태현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자 눈앞이 깜깜해지고 현기증이 났다.
김태현은 몸을 뒤로 빼려고 했으나 그 순간, 강주혁이 자유로워진 오른손으로 멱살을 틀어쥐었다. 기도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결국, 김태현은 의식을 잃고 축 늘어졌다.
‘아슬아슬했다.’
강주혁은 허물어진 김태현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힐러가 서둘러 달려와서 김태현의 상태를 체크했다.
‘아직은 무리인가.’
원거리에서 목을 졸라서 사람을 기절시켰다. 거리는 짧았지만 목을 조를 정도의 약력을 내느라 막대한 내공을 소모했다. 갑작스러운 내공 소모로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아마 1초만 늦었어도 내공이 고갈되어서 패배했을 것이다. 틈틈이 허공섭물을 수련해 내공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감을 익힌 것이 승리요인이었다.
강주혁은 곽진섭 부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창백한 표정이 제법 봐줄만 했다.
“실기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강주혁은 씩 웃어보였다. 그의 시선이 이윤철 사장에게로 옮겨갔다.
이윤철 사장도 곽진섭 부장만큼이나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강주혁은 그 당혹감의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쿨럭! 쿨럭!”
힐러의 응급조치 덕분에 김태현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강주혁!”
김태현은 고함을 질렀다.
“죽여 버릴 테다!”
다시 검을 들고 강주혁에게 덤비려는 김태현을 힐러가 막아섰다. 김태현은 그를 옆으로 거칠게 밀어낸 후 강주혁에게 돌진했다.
“김태현!”
그 때, 이윤철 사장이 벽력같은 사자후를 내질렀다. 내공이 담긴 목소리에 강주혁을 포함한 모두가 움찔했다.
김태현은 휘청거리기면서 멈춰서고 말았다.
“이 무슨 추태냐! 졌으면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지. 네놈이 그러고도 헌터냐!”
이윤철의 부릅뜬 두 눈을 마주한 김태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발...”
김태현은 도망치듯이 훈련장을 나가버렸다. 이윤철은 그런 그를 보면서 딱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대신해서 사과하지. 우리 회사 직원이 전부 다 저렇지는 않다네.”
이윤철이 강주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태현은 정식으로 대련을 하면서 제대로 된 예도 갖추지 않았다. 헌터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자네 지금 몇 살인가?”
“스물일곱입니다.”
“허공섭물은 어떻게 쓴 거지?”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배웠습니다.”
“춘부장께서 헌터로 활동하셨다고 했지?”
“네. 사장님. 지방에서 공략회사를 운영하셨습니다.”
이윤철 사장은 처음 만났을 때 얘기했던 강주혁의 신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네 같은 무재를 길러낸 걸 보니 대단한 고수였던 것 같군.”
“제가 기억하기로는 지극히 평범한 분이었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이십 대에 허공섭물을 그 정도로 쓰는 건 회장님 같은 천재에게도 어려운 일이야.”
그 말인즉슨, 신태원 회장도 이 나이 때쯤 허공섭물을 쓰기는 썼다는 얘기였다.
회귀도 없이 이십 대에 허공섭물을 쓰려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져야할까?
강주혁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정확한 연유는 모르겠지만 춘부장께서는 고강한 무예를 숨기고 사셨던 것 같네.”
강주혁은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전설의 은거고수처럼 되어버린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리를 배우긴 했지만 제대로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 나이 때 그 정도면 엄청난 실력이지. 어쨌든 시험 통과한 거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지.”
강주혁은 고개를 돌려 굳은 얼굴로 서있는 곽진섭 부장을 쳐다봤다.
“네. 사장님. 명심하겠습니다.”
곽진섭 부장이 고개를 숙였다.
“인턴 때의 실적도 연봉에 반영하게. 이런 인재가 다른 회사로 가는 건 우리 입장에서는 재앙이야. 알겠나.”
“네. 사장님. 꼭 반영하겠습니다.”
강주혁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장이 면전에서 금칠을 해대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또 보세.”
이윤철은 강주혁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강주혁은 인사팀의 뒷정리를 도운 후 공략 1부 사무실로 돌아갔다.
“으하하하!”
사무실로 돌아가니 임재경 부장이 두 팔을 벌려서 강주혁을 맞이했다. 인사팀 직원에게서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내 이럴 줄 알았지. 흐흐흐.”
연신 웃음을 터뜨려대는 걸 보니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부장이 사무실 입구까지 나와 있으니 다른 직원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강주혁을 맞이하기 위해 일어서있었다.
높으신 분이 왔을 때나 볼 법한 풍경이 인턴 한 사람 때문에 펼쳐진 것이다.
강주혁은 부장 뒤에 서있는 유덕현과 안다정에게 먼저 눈인사를 보냈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김태현 그 놈 별 거 아니지.”
“아닙니다. 부장님. 정말 어려운 싸움이었습니다. 확실히 회장님의 핏줄은 다르더군요.”
“자식, 겸손 떨기는. 수고했다.”
임재경 부장은 늘 그랬듯이 강주혁의 등을 팡팡 소리가 나도록 두들겼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임재경 부장이 싱글벙글하는 이유는 단순히 강주혁이 정규직에 한 걸음 다가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를 기쁘게 하는 건 강주혁의 승리보다는 김태현의 패배에 있었다. 후계자의 위상 역시 경영승계전쟁에서 큰 영향을 끼치니까.
서자라고는 해도 엄연히 회장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이다. 신태원 회장은 김태현이 일개직원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못마땅해 할 것이다. 그만큼 신대승은 점수를 잃을 테고.
“오늘은 회식이다!”
신대성을 섬기는 임재경에게 이보다 기쁜 일은 없었다.
* * *
빵빵.
이지혜는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포르쉐가 길가에 멈춰있었다. 이지혜는 곧장 뛰어가는 대신 주변을 살폈다.
근처 식당에서 강주혁의 실기시험통과를 축하하기 위해 공략 1부 전체가 거국적인 회식을 하고 있었다.
다들 술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라서 삼삼오오 모여 바람을 쐬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오고 있었다.
김태현과 만나는 걸 그들의 눈에 띄는 건 좋지 않았다. 공략 3팀 사람들에게 서울에 올라온 가족을 만나야한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빵빵.
이지혜가 뜸을 들이자 경적이 신경질적으로 울려댔다.
그녀는 김태현이 자신의 거짓말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 강주혁이랑 싸웠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포르쉐로 가는 발걸음이 지금처럼 무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이지혜는 차에 타는 순간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모면할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서 달아나더라도 회사에 남아있는 이상 아니, 한국에 남아있는 이상 김태현을 피할 수는 없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이지혜는 결국,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왜 이렇게 늦장을 부려.”
“미안해요. 오빠. 사람들이 볼까봐.”
“왜? 나랑 만나면 안 돼?”
“지금 분위기가 좀 그래요.”
“분위기가 어떤데?”
“주혁 씨가 오빠 이겼다고 하는 회식이잖아요.”
“그래서?”
“다들...”
“다들 뭐?”
“주혁 씨 띄어주고 오빠 흉보기 바쁘죠.”
“망할 돼지새끼. 멱을 따버려야지.”
김태현이 말하는 돼지가 임재경 부장을 뜻한다는 건 이지혜도 알고 있었다. 그는 공략 1부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이니까.
김태현이 차를 움직였다. 금요일 저녁이라서 차들이 꽤 많았는데도 김태현은 위험할 정도로 속도를 높여갔다.
“어? 오빠, 얼굴은 왜 그래요?”
뒤늦게 김태현의 얼굴을 확인한 이지혜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있었고 눈에는 시커먼 멍까지 들어있었다.
“빨리도 알아본다.”
“주혁 씨 때문에 그런 거예요?”
“말이 되냐? 힐러가 심판을 봤는데.”
“그럼...”
“몰라도 돼.”
김태현은 차마 아버지에게 얻어터졌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지혜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김태현을 저 꼴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인 신대승 뿐일 테니까.
“치유 물약 발라야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없어서 약을 안 발랐겠냐.”
힐러의 치유주문과 치유물약에는 골든타임이 있다. 상처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시간만 잘 지키면 잘려나간 팔도 몇 초 안에 붙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암이나 치매 같은 질병도 못 고친다. 힐러의 출현에도 병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괜찮아요?”
“괜찮아 보이냐.”
김태현은 자연스럽게 나을 때까지 며칠 동안 저러고 다녀야할 것이다. 김태현이 계속 짜증을 부리자 마음이 불편해진 이지혜도 입을 다물어버렸다.
김태현도 묵묵히 차를 몰았다. 차 밖의 풍경이 빠르게 낯설어져갔다. 서울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지혜는 너무 무서워서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묻지도 못했다. 김태현이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살기 탓에 가슴이 답답했다.
더 늦기 전에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태원공략의 도련님을 막아줄 것 같지는 않았다.
“여기는 어디에요?”
포르쉐가 길을 벗어나 공사장으로 들어가자 이지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김태현은 대답도 없이 운전을 했다. 차는 공사장 한구석의 어둑어둑한 곳에 멈춰 섰다. 조명도 사람도 없었다. 포르쉐의 헤드라이트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차 바로 앞에 괴물의 아가리처럼 시커먼 구덩이가 있었다.
“이지혜.”
이지혜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왜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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