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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22화 (2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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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아마 그럴 겁니다.

22화 아마 그럴 겁니다.

공략 1부 3팀 사무실.

안다정이 시킨 서류작업을 순식간에 처리해버린 강주혁은 일을 계속 하는 척 하면서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흡!’

책상 위에 있는 종이컵을 향해 펼쳐진 손. 컵에는 믹스커피가 담겨있었다.

손과 컵 사이의 거리는 대략 30센티미터. 손에서 뻗어나간 내공이 컵을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컵이 달달거리면서 손 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져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컵이 손에 들어왔다. 강주혁은 식어버린 커피를 입 속에 털어 넣고 컵을 원래 위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컵을 향해 손을 펼쳤다.

슉!

비어버린 종이컵은 단 번에 강주혁의 손에 안겼다.

허공섭물이 어려운 이유는 내공을 몸 밖으로 내보내야하기 때문. 사실 이건 내공을 이용한 모든 공격기술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나 허공섭물은 고체가 아니라 기체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쉽게 흩어져버리는 기체의 성질 때문에 내공이 실려도 금방 흩어져버린다. 그걸 계속 뭉쳐있게 하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통제력이 필요하다.

움직이길 원하는 물체에 도달해도 끝나는 게 아니다. 움직여야하는 물체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물체와의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며 좀 더 정교하고 복잡한 컨트롤이 요구된다.

‘영감님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권대호는 멀찌감치 떨어진 지점의 공기를 압축시킴으로써 자기 몸을 당긴 후, 공기를 팽창시켜 몸을 다른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이나 물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밀하게 컨트롤했다. 그런 짓을 1초에 두 번씩이나 해서 강주혁의 뒤로 이동한 것이다.

권대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허공섭물을 사용하는 강주혁을 보고 손을 덜덜 떨 정도로 놀라워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회귀 전의 감각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공이 충분했다면 더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주혁은 권대호가 자신을 보고 놀라워하는 게 오히려 더 신기했다. 허공섭물을 응용까지 해서 남발해대는 사람이 아니던가.

강주혁은 그 나이가 되더라도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지.’

무극검의 가장 큰 단점은 뒤가 없다는 것. 상대가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버릴 경우 내공만 모두 소진해버리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하지만 귀멸축공보를 이용해 상대의 사각에서 무극검을 쓸 수 있게 되면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최고의 공격기술에 최고의 이동기술이 더해지는 것이다.

“주혁아.”

유덕현 팀장이 몰래 허공섭물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강주혁을 불렀다.

임재경 부장의 호출로 부장실에 다녀오는 길인데 거기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콧김을 뿜어대면서 씩씩 거렸다.

“네. 팀장님.”

강주혁은 유덕현 팀장의 책상 쪽으로 갔다.

“너한테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고맙긴. 네가 잘 해서 그런 거지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런데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안다정이 끼어들었다.

“말이 기회지 떨어뜨리려고 아주 작정을 했더라. 망할 것들.”

유덕현은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만하세요. 그러다 머리 빠져요.”

“빠지라고 해. 젠장. 주혁아, 너 혹시 트왓 공부한 적 있냐?”

트왓(TWAT). Taewon Aptitude Test의 약자다. 태원공략에 입사하기 위해서 쳐야하는 시험으로 헌터업무랑 관련된 내용들을 주로 다룬다.

“네. 팀장님. 작년에 서류평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시험을 보지는 못했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준비는 해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너 이틀 후에 그거 봐야 돼. 통과하면 바로 다음 날 실기테스트고. 실기 패스하면 그 다음 주에 면접을 볼 거야. 그거 다 통과해야 정규직 뽑아준대.”

“주혁 씨라면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안다정은 유덕현이 열을 올리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주혁이니까 실기는 잘 하겠지. 문제는 필기야. 안 대리는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잘 모르지. 시험문제가 진짜 졸렬해. 나 때는 티아메트급 드래곤 이빨 평균길이를 묻는 문제가 나왔어. 드래곤이 무슨 고블린처럼 매일 보는 몬스터도 아니고. 젠장,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1.8미터잖아요.”

“...”

곧바로 정답을 말해버리는 안다정을 보고 유덕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주혁 씨, 필기도 잘 할 수 있죠?”

“네. 대리님. 할 수 있습니다.”

트왓의 악명은 강주혁도 잘 알고 있었다.

내용만 놓고 보면 헌터 아카데미의 커리큘럼과 비슷하나 훨씬 더 디테일하고 심화된 내용을 묻는다.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으며 헌터들만 알고 있을 법한 지식들을 다룬다.

게다가 태원공략에 대한 문제도 출제된다. 회사의 연혁, 주요공략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달달 외워야한다.

애초에 싸움만 잘하고 머리가 나쁜 헌터들을 걸러내기 위해 만든 시험이다. 준비기간으로 최소 1년은 필요하다. 학습내용의 분량만 놓고 보면 9급 공무원 시험과 비슷하니까.

“봐요. 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강주혁이 자신감을 보이자 유덕현도 좀 안심하는 눈치였다.

“주혁아.”

“네. 팀장님.”

“이 시간부로 너는 모든 업무에서 면제다. 지금부터 공부 시작해.”

“굳이 안 그러셔도...”

회사 지박령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20년을 근무한 강주혁이다. 트왓 정도는 눈감고도 풀 수 있다.

“안 잘리는 게 네 업무야.”

“업무시간에 딴 짓 하다가 들키면 한 소리 들을 텐데요.”

유덕현은 괜찮다고 했지만 안다정도 우려를 표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턴한테 일 시킨다고 툴툴 거리던 인간들이야. 내가 책임질 테니까 잔말 말고 공부나 해.”

유덕현이 강하게 나오자 안다정이 배시시 웃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유덕현은 상사들의 눈치를 잘 봤다. 위에서 내미는 손을 잡지는 않아도 욕먹을 짓을 하지는 않는다. 사내정치를 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나친 소심함 탓이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따지고 드는 건 대리인 안다정의 몫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상사의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강주혁은 유덕현이 믿는 구석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시비를 걸더라도 공략 1부의 수장인 임재경 부장이 막아줄 것이다. 그 역시 유덕현만큼이나 강주혁이 회사에 남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당장 나가서 문제집이랑 참고서 사와. 회사 바로 옆에 K문고 있는 거 알지?”

“네. 팀장님. 근데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

“집에 예전에 봤던 책들이 다 있습니다. 광부 일 하면서 틈틈이 공부했습니다.”

“그래? 최근에도 좀 봤어?”

“네.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하는 건 어렵다고 들어서 내년 공채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그제야 유덕현은 얼굴을 폈다.

“집이 근처라고 했지?”

“네. 팀장님.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다녀오겠습니다.”

“지혜 씨.”

“네. 팀장님.”

자기 자리에서 귀만 세우고 있던 이지혜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왜 그래? 어제 술 마셨어?”

며칠 전부터 이지혜는 두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을 달고 다녔다. 그 이유는 강주혁만 알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잠을 좀 설쳐서요.”

“컨디션 관리 잘 해. 헌터한테는 그것도 일이야.”

“네. 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쓴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유덕현의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지혜 씨 트왓 본 지 얼마 안 됐지?”

“네. 팀장님. 한 달 전쯤에 봤어요.”

“잘 됐네. 주혁 씨 벼락치기해야 하니까 지혜 씨가 좀 도와줘. 요약본 같은 거 있으면 좀 빌려주고.”

“네. 팀장님.”

“자, 다른 사람들은 일 보고 주혁이는 공부 시작해. 해산.”

자리로 돌아온 강주혁에게 이지혜가 말을 붙였다.

“점심시간에 저랑 같이 가요. 고시원에 요약본 있을 거예요.”

“네. 고마워요.”

강주혁은 웃으면서 답했지만 곧장 메신저로는 다른 소리를 했다.

[필요 없어요.]

[...네.]

[그 사람한테는 별 얘기 없어요?]

[아직 없어요.]

[약은요?]

[계속 먹이고 있다고 했어요.]

[잘 했어요. 무슨 일 생기면 알려줘요.]

[네.]

* * *

필기시험 당일.

인사팀의 박동수 대리가 시험장에서 강주혁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아, 주혁 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강주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박동수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임재경 부장으로부터 강주혁이 영약 샘플이 어떻게 빼돌려진 건지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인턴이 그런 걸 알고 있을 리가 만무하니 분명 주변의 누군가가 가르쳐줬을 것이다.

중요한 건 강주혁이 박동수가 샘플을 연구팀에 곧바로 제출하지 않고 외부로 잠시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고블린 신전의 히든 피스를 강주혁만 꺼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임재경 부장은 입장을 바꿨다. 이제 강주혁은 신대성 라인이 밀어주는 유망주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박동수는 강주혁이 자신의 업적을 강탈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공부는 많이 했어요?”

“시간이 없어서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어려울 텐데. 괜찮겠어요?”

박동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시험을 주관하는 건 인사팀이다. 인사팀 수장인 곽진섭 부장은 강주혁을 떨어뜨리고 싶어 하는 신대승 라인이고.

트왓은 10만 개에 달하는 문제은행에서 뽑아낸 100개의 문제로 이루어진 시험이다. 문제은행의 문제들은 난이도에 따라서 다섯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인사팀은 선발 인원수에 따라서 시험난이도를 설정한다. 난이도를 높이면 그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포함된다.

곽진섭 부장은 시험난이도를 매우 어려움으로 설정했다. 시험문제 중 절반 이상이 최고 난이도인 S그룹에서 출제된다. 고시공부 수준으로 준비하지 않는 이상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 공채 준비할 때 공부해둔 걸로 보려고요.”

강주혁은 태연하게 웃었다.

임재경 부장은 강주혁이 완전히 난 놈이라고 했지만 저렇게 속없이 웃는 걸 보면 약간 모자라는 사람 같기도 했다.

‘뭐, 떨어져도 상관없지.’

임재경 부장은 강주혁이 시험을 통과하기를 바랐지만 박동수는 자신에게 맺힌 게 있는 강주혁이 회사에 남는 걸 바라지 않았다.

“잘 됐군요. 저기 가서 앉으면 됩니다.”

시험장에는 수십 대의 컴퓨터가 있었다. 박동수는 그 중 맨 앞줄을 가리켰다. 모니터가 켜져 있는 컴퓨터가 한 대 보였다.

“네. 대리님.”

강주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시험장에는 박동수 외에도 부사수인 황순오도 있었다.

박동수가 대표로 시험규정을 설명했다.

“문제는 객관식 100문제입니다. 한 개당 1점씩 100점 만점이고 80점 이상이 합격입니다. 시험시간은 3시 정각부터 4시 반까지 총 90분입니다. 당연히 다른 자료를 봐서는 안 되고 인터넷이나 폰도 금지입니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안 됩니다.”

“네. 대리님.”

“시간 다 됐네요. 시작하세요.”

강주혁은 컴퓨터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박동수는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90분에 100문제. 한 문제에 1분 이상 소요되어서는 안 된다.

‘운이 좋은 모양이군.’

최고난이도라고는 해도 쉬운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초반부인 만큼 쉬운 문제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강주혁의 풀이속도는 줄어들 줄 몰랐다.

‘포기하고 찍는 건가.’

고난이도 문제들 중에는 일종의 계산문제도 있다. 어떤 지형에 어떤 몬스터가 얼마만큼 있고 투입되는 인원의 수와 랭크는 이러한데 보급품은 얼마나 필요한가를 묻는 식이다.

그런 문제들이 나오면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해야 한다. 쉬운 문제들을 풀어서 번 시간을 그런 데 쓰는 것이다. 하지만 강주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마우스를 눌러댔다.

‘저러면 나가린데.’

중간에 곽진섭 부장이 잠시 시험장에 들렀다. 그 역시 빠른 속도로 마우스를 눌러대는 강주혁을 보고는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험 시작 후 30분쯤 지났을 때, 강주혁이 처음으로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다 풀었습니다.”

“벌써요?”

“운 좋게도 어려운 문제가 안 나왔네요.”

그럴 리가 없었다.

인사팀은 시험수준을 점검하기 위해서 현직 헌터들을 상대로 모의테스트를 한 적도 있었다. 난이도를 매우 어려움으로 설정하면 현직 헌터들도 대부분 탈락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들이 나온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입사시험에서 매우 어려움 난이도가 적용된 적이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실기시험을 볼 인원을 충분히 뽑지 못했을 것이다.

곽진섭은 일부러 강주혁이 그런 수준의 문제를 풀게 만든 것이다.

“제대로 푼 거 맞아요?”

박동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 그럴 겁니다. 만점이 나왔거든요.”

“뭐라고요?”

박동수와 황순오는 강주혁의 자리로 몰려갔다. 강주혁은 모니터에 떠있는 시험결과표를 가리켰다. 전자채점식이기 때문에 시험 종료와 동시에 점수가 계산된다.

100점.

점수를 본 감독관들은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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