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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7화 (1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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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싫습니다.

17화 싫습니다.

“리스폰이 안 된다고요?”

유덕현 팀장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래. 인마. 도대체 뭔 짓거리를 했기에 리스폰 데이가 지났는데도 몬스터들이 안 생겨!”

임재경 부장은 삿대질까지 해가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저희 팀은 그냥 공략하고...”

유덕현은 말을 하다말고 차지훈 차장을 슬쩍 봤다.

“히든 피스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네.”

차지훈 차장이 말했다.

“네. 저희는 그냥 공략하고 히든 피스를 찾았을 뿐입니다. 저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리스폰 되는 걸 막겠습니까. 세상에 그런 헌터는 없습니다.”

임재경도 공략 3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전례가 없던 일이라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리스폰이 중단되고 매출이 떨어지면 그 지역의 총책임자인 자신이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공략 보고서 쓸 때 빼먹은 내용은 없어?”

“히든 피스 빼고는 없습니다.”

“히든 피스 때문인가...”

임재경은 머리를 싸맨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덕현에게는 자리를 권하지도 않았다.

리스폰이 되면 양준영이 있는 공략 1팀을 투입해 히든 피스를 발견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고약하게 꼬여버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실적 몰아주기는 물 건너갔다는 점. 텅 빈 던전에 공략팀을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게다가 히든 피스를 꺼내려면 살아있는 몬스터가 필요하다.

“차 차장.”

“네. 부장님.”

“가서 히든 피스 한 번 확인해 봐.”

98-A113은 허접한 몬스터들밖에 없는 곳이라 마석양도 적다. 공략 한 번 해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많아야 몇 백만 원 수준.

하지만 히든 피스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억의 가치가 있다. 히든 피스만 건져도 엄청난 이득이다.

“살아있는 고블린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차지훈 차장이 말했다.

“그냥 고블린이 아니라 샤먼입니다.”

우두커니 서있던 유덕현이 정정했다. 임재경은 잠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공략 2팀이 오늘 들어가는 곳에 고블린 군락이 있다. 샤먼 하나 잡아오라고 할 테니까 그 놈 가지고 들어가서 히든 피스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봐.”

“네. 부장님.”

“가 봐. 유 팀장은 남고.”

차지훈 차장이 나갔다.

“보고서 일단 반려시켰으니까 이삼일 정도 기다려보고 리스폰 계속 안 되면 다시 써서 올려.”

“히든 피스도 넣습니까?”

“몰라서 물어?”

1팀 실적이나 3팀 실적이나 결국은 임재경 부장의 실적이다. 1팀에게 몰아주는 게 불가능하면 3팀의 실적으로라도 만들어야한다.

정찰팀한테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 번 숙이고 들어온 유덕현에게 어느 정도 성의는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수틀리면 부장이고 나발이고 들이받고 보는 안다정을 주저앉힌 것도 고무적이고.

그동안 좀 뺀질거리기는 했으나 공략 3팀도 엄연히 공략 1부다. 임재경은 유덕현이 이제 자기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아직 확정된 거 아니다. 괜히 설레발치지 말고 며칠 더 기다려 봐.”

“네. 부장님.”

“또 등신 같이 강주혁이가 찾았다고 써라. 엄한 놈한테 먹이지 말고 네가 꼭 챙겨. 그래야 차장 달지.”

“...알겠습니다.”

“가 봐.”

* * *

“신통한 놈이네.”

차지훈 차장은 고블린 신전의 벽화를 보면서 말했다.

“누구 말입니까?”

정찰팀의 추근호 과장이 물었다.

“그 인턴 말이야. 이름이 강주혁이었나?”

“네. 아마 그럴 겁니다.”

“어떻게 이걸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

차지훈은 조잡하기 짝이 없는 그림을 보면서 턱을 매만졌다. 그는 정찰팀의 수장으로서 던전에서 수많은 히든 피스를 찾아낸 베테랑이었다.

이 고블린 신전에도 최소 열 번은 왔을 것이다. 벽화도 수도 없이 봤고. 심지어 벽화가 힌트가 될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나가지 못했다.

“이런 걸 혁신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냥 얻어걸린 거겠죠.”

“추 과장.”

“네. 팀장님.”

“이건 우리 일이야. 그 친구 일이 아니고. 근데 우리는 못했고 그 친구는 했지.”

차지훈 차장의 목소리에서 노기를 읽은 추근호 과장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 생각이 어디서 막혔는지 알겠나?”

추근호는 벽화를 보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답을 구하지 못했다.

“우리는 한 번도 살아있는 몬스터를 이용해서 히든 피스를 찾은 적이 없다.”

“...발상의 전환이군요.”

“그래. 항상 공략팀이 정리한 후에 투입됐으니까. 그런 생각 자체를 못한 거야.”

“앞으로 이런 힌트를 더 찾아낼 수 있도록 좀 더 주의하겠습니다.”

“그래야 할 거다.”

“그나저나 좀 아쉽군요.”

“뭐가?”

“강주혁 그 친구 말입니다. 인턴으로 있다가 나가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렇겠지.”

“E급 주제에 하이오크 대전사도 잡고 연수원에서 3등 했다는 녀석도 이겼습니다. 게다가 히든 피스도 발견했죠.”

“우연이 아니다?”

“우연치고는 너무 많지 않습니까.”

“확실히 탐나는 녀석이긴 하지.”

차지훈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에 하나 강주혁이 회사에 남게 된다면 꼭 정찰팀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준비 됐나?”

“준비됐습니다.”

“시작하지.”

추근호가 손짓하자 부하들 중 한 명이 수갑을 차고 재갈을 물고 있는 고블린 샤먼을 끌고 왔다.

“이걸로 될까요?”

“되기를 바라야지.”

차지훈은 인사팀에게서 받아온 의식용 단검을 꺼내들었다. 강주혁이 공략을 끝낸 후 인사팀에 제출한 것이다.

스걱!

“끄읍! 끄읍!”

차지훈은 고블린 샤먼을 제단 위에 놓고 발목을 그었다. 핏방울이 제단 위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공략 3팀의 보고내용과는 달리 제단은 올라오지 않았다.

“역시나 이 녀석으로는 안 되는군.”

차지훈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임재경 부장이 짜증을 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팀장님, 저거 좀 보십시오.”

추근호가 벽의 한쪽을 가리켰다. 못 보던 글자가 생겨났다.

“새로운 피가 주인이 된다.”

공략 3팀의 보고에 따르면 저 문구는 제물을 완전히 바친 후에 나와야한다.

“3팀 사람들이 잘못 얘기한 게 아닐까요?”

“3팀이 정치를 못해서 그렇지 바보들은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겠어.”

“그럼 뭔가 달라졌다는 얘기네요.”

“일단 마저 해보지.”

차지훈은 샤먼의 손목을 베고 이어서 목까지 그었다. 하지만 제단은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피가 주인이 된다.”

차지훈은 유일한 힌트를 계속해서 되뇌면서 자기가 놓친 게 없는지를 점검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머리를 굴린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강주혁이 새로운 피군.”

“네?”

“인턴 녀석이 샤먼의 자리를 계승한 거다. 여기는 그 놈만 열 수 있다.”

다른 방법은 강주혁을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하지만 공략 1부 소속의 헌터가 던전에서 사망하면 부장인 임재경도 무사하지 못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

* * *

강주혁은 다음 날, 정찰팀과 함께 98-A113을 다시 한 번 방문했다.

차지훈 팀장의 예상대로 강주혁이 가자 신전의 지하통로가 저절로 열렸다. 제물도 제단도 필요 없었다. 그냥 강주혁이 신전내부에 발을 딛자마자 바닥이 열렸던 것이다.

강주혁이 비밀공간으로 내려가자마자 쇠창살이 튀어나와 통로를 막아버렸다. 쇠창살은 그가 다시 나올 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차지훈은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임재경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 임재경은 눈앞이 노래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했다.

“잠깐만, 그러니까 그 인턴 녀석이 있어야지 우물이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 녀석이 회사를 나가면?”

“못 먹는 거죠.”

“이런 미친...”

임재경은 뒷목을 손을 감싼 채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차지훈의 예상과는 달리 곧바로 폭발하지는 않았다.

“폭파시키고 들어갈 수는 없나?”

“신전 전체가 <마력지체>입니다. 폭탄을 사용하면 영약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마력지체란 마력을 통해서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무기물 덩어리를 뜻한다. 골렘처럼 마법에 의해 움직이는 몬스터들이 대표적인 마력지체다.

마력지체는 무기물이지만 마력으로 인해 유기체와 비슷한 성질을 띤다. 부분이 크게 손상되면 전체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통로를 뚫겠다고 신전에 손을 댔다가 신전의 마력이 날아가 버리면 영약의 효능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지훈 차장은 무리하게 비밀공간으로 들어가려다가 귀중한 보물을 날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우물물은 얼마나 있지?”

“강주혁 말로는 대야 하나 정도를 채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우물이 아니잖아.”

“생긴 건 우물인데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번에 싹 다 긁어오는 건 어때?”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걸로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으음...최대한 오래 써먹는 게 좋기는 하지. 근데 물을 퍼면 다시 채워지기는 한데?”

“강주혁이 지난번에 물을 퍼오면서 표시를 해뒀다고 합니다. 이번에 갔을 때는 다시 채워져 있었다고 하더군요.”

“당장에 몇 명을 먹일 수는 있어도 강주혁이 나가면 끝이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허, 이번 해 공략 1부 최대 실적이 두 달 후면 나가는 인턴의 손아귀에 달려있군.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나?”

임재경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돌아버리겠군.”

“강주혁을 정식으로 채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 녀석을 누가 뽑았는지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겁니다. 걸출한 녀석이란 건 부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임재경 부장은 생각에 잠겼다.

“강주혁을 이용해서 사장님을 끌어내리려면 그 녀석이 던전에서 죽거나 다쳐야합니다. 그래야 회장님께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장님도 다치시게 됩니다.”

공략 1부 소속인 강주혁이 던전에서 사고를 당하면 1부의 수장인 임재경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대승 라인은 강주혁을 죽일 수 있어도 신대성 라인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알아. 그래서 그냥 못 버티고 나가게 만들려는 거지.”

“그것만으로는 사장님을 비웃음거리로 만들 수는 있어도 내보내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점수를 깎아가는 게 중요한 거야.”

“사장님은 강주혁이 회사에 들어오면 당연히 자기사람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들어와서 부회장님의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기사람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얼간이로 보이겠군.”

“회장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겁니다.”

“좋아. 일단 양 전무님께 말씀드려보지.”

태원공략에 있는 신대성 라인의 우두머리는 양준기 전무다.

임재경은 그날 저녁, 양준기 전무와 만나서 이번 일에 대해서 보고했다. 그리고 계획변경에 대해 건의했다.

양준기 전무는 히든 피스를 아들이 차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으나 강주혁을 다른 방식으로 써먹자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임재경은 이 아이디어가 차지훈 차장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걸 빼먹지 않았다.

* * *

다음 날.

“주혁아!”

“네. 팀장님.”

“부장님이 찾으신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강주혁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지혜의 시선을 느끼면서 부장실로 향했다.

“부장님, 강주혁 인턴입니다.”

“들어와.”

“안녕하십니까.”

강주혁은 들어가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앉아 봐.”

강주혁은 자리에 앉았다.

“회사생활은 어때? 할 만해?”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답변이다. 할 만하다고 했으면 회사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상사들은 어때?”

“두 분 다 잘 이끌어주십니다.”

“그래. 요즘 3팀 분위기 좋지.”

강주혁은 그 좋은 분위기를 깬 사람을 보면서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히든 피스 찾느라 고생했다.”

“아닙니다. 부장님. 운이 좋았습니다.”

임재경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인턴 기간 끝난 후에는 뭐할 건가?”

“다른 공략회사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태원이 아니고?”

“인턴에서 정규직원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어차피 안 될 테니 다른 회사로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말이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내가 힘을 써서 널 정식직원으로 만들어주면 태원공략에 남을 거냐?”

강주혁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딱 잘라서 말했다.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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