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7
지에이치 개발 해산 (2)
(497)
송사장이 강이사에게 물었다.
“혹시 빌딩 등기부등본이나 법인인감 증명서, 건축물대장 같은 것을 가지고 오셨나요?”
“가지고 왔습니다.”
강이사는 가지고 온 서류를 전부 송사장에게 보여주었다. 송사장이 서류를 훑어보았다.
“꼼꼼하게 잘 준비해 오셨네요. 실례지만 강이사님은 젊었을 때 어디서 근무하셨습니까?”
“은행원이었습니다. 차장까지 근무하다 나와서 부동산 일하다가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흠, 그러시군요. 어쩐지 꼼꼼하시다 생각되었습니다.”
송사장은 서류 전부를 김민화 경리 이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서류 전부 가져가세요. 그리고 우리가 거래하는 법무사 사무실에 맡겨서 부동산 매입 절차 밟으세요.”
“알겠습니다.”
송사장은 총무이사를 불렀다.
“두분 인사하세요. 이분은 서울 지에이치 개발에 근무하는 강이사님입니다. 이번에 우리 회사가 지에이치 빌딩을 인수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식구가 될 사람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총무이사 최준영입니다.“
“강성일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송사장이 다시 강이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직원 명단 가져오셨지요?”
“가져왔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송사장은 15명 정도 명단이 적혀있는 서류를 총무이사에게 주었다.
“앞으로 이 사람들 전부 모빌의 소속으로 합니다. 넘어오는 날짜는 4월 1일자로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리나 과장등 직급이 있는 분들은 우리의 해당직급을 주되 말 호봉부터 올라가는 것으로 처리하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강이사님은 우리 임원회의도 참석하고 그럴 겁니다. 회의 같은 것이 있으면 통보해 주세요. 그리고 지에이치 개발은 이제 없어지고 지에이치 모빌 사옥 관리부로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실무적인 부분은 두 분이 서로 연락해서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송사장은 강이사를 현장에 데리고 갔다. 품질관리 담당 이사, 생산이사, 연구소장들을 차례로 인사시켜 주었다. 강이사는 전에 공장을 와 보았지만 지금 더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계도 늘고 직원들도 더 늘은 것 같아. 이 거대한 공장을 구건호 회장이 이루어 놓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 엊그저께만 해도 나하고 같이 강남 오피스텔에서 쪼그리고 앉아 고시원이나 관리했던 사람 아닌가.]
송사장은 송사장 나름대로 구건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구회장은 이제 빌딩 판돈 1,200억이 들어가면 이번에 배당 받은 것까지 하면 한 3천억 자산가가 될 것 같네. 말이 3천억이지 어마어마하네. 지금 그 나이에 그 정도의 돈이라면 정말 강남 큰손 중의 큰손이네.]
그러나 실상 이번에 빌딩 판돈 1,200억이 구건호에게 가면 구건호의 현금 자산이 6,700억이나 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구건호의 재산 6,700억은 구건호 이외에는 송사장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몰랐다.
송사장이 공장 마당을 강이사와 함께 걸으며 말했다.
“지금 18층을 개발 사무실로 쓰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현재 18층은 개발 사무실과 회장님 사무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생긴 지에이치 자산운용이 쓰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17층에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17층에는 3개 회사가 있습니다. 미디어와 세입자 두 개회사가 있습니다.”
“17층에 세입자 회사들은 계약 만기되면 내 보내세요. 그리고 개발 사무실이 17층으로 내려가세요. 그리고 18층은 비서실과 오로지 회장님 방으로 꾸며 주세요. 그룹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회장님은 중국까지 7개 회사를 거느린 회장님입니다. 위상에 맞게 해 드려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그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17층에 있는 회사 하나가 금년 6월에 만기니까 그렇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개발 사무실은 경비원이나 청소원들도 많이 드나들고 입주회사들도 자주 드나들어 어수선 할 때가 많습니다.”
“구회장님이 젊은 분이지만 나서기를 좋아하는 분은 아니니까 밑에 있는 우리가 알아서 잘 해드려야 합니다.”
강이사는 송사장이 자기보다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중국의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운학입니다. 새로 설립하는 영화 투자사는 자본금을 얼마로 하면 좋겠습니까?”
“글쎄요. 얼마로 하면 좋겠습니까?”
“환러스지 공사에서는 자기들도 참여하는 합자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합니다. 아무래도 중국내에서 일하려면 같이 하는 게 좋을 거란 이야기를 합니다.”
“그건 맞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환러스지 공사에서는 이번에 영화로 번 돈이 있어서 15억 정도를 출자하겠다고 합니다.”
“흠, 그래요?”
“그리고 우옌 감독도 이번에 자기가 받은 수당 등을 전부 출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1억 5천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1억 5천이라...”
“회사가 발족되면 우린 투자회사지 제작사는 아닙니다. 따라서 제작은 우리가 환러스지 공사에 용역을 주는 형식이 됩니다.”
“그런가요?”
“그렇지만 나중에 배급사와 계약은 주체가 우리가 됩니다. 제작사는 제작만 하고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그럼 배급사에서 정산도 환러스지가 아닌 새로 만든 회사로 보내주겠네요?”
“당연합니다.”
“흠, 그럼 새로 만드는 회사는 1천만 달러로 하세요. 제작비가 1,500만 달러가 든다면 500만 달러는 펀드를 받아보세요. 2,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든다면 1,000만 달러를 펀딩 받아야겠지요.”
“알겠습니다.”
“돈은 바로 보내드리죠.”
“그럼 환러스지가 15%, 우옌 감독이 1.5%, 회장님이 83.5%가 되는 것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80%로 하고 3.5%는 심감독님 몫으로 하면 됩니다.”
“제 몫이요?”
“원래 영화 <몽환앵화> 흥행 성공하면 심감독님께 내가 2%주기로 했잖아요? 이번에 3.5% 지분으로 한다면 심감독님에게 드릴 것 다 정산하는 게 되겠네요.”
“고, 고맙습니다. 회장님.”
월요일이 되었다.
심운학 감독은 새로 만든 영화투자사 상호를 ‘몽환 엔터테인먼트’로 정했다고 하였다.
“몽환 엔터테인먼트요?”
“여기서는 엔터테인먼트를 그냥 오락(娛樂)이라고 부르니까 상호 등기는 ‘몽환오락’으로 했습니다.”
“흠, 그래요?”
“영화 <몽환앵화>가 성공했고 또 <몽환앵화>에 투자했었던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몽환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미디어에 지시해서 83억 5천만원을 송금하라고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전에 환러스지 공사에서 보내준 영화수입 170억은 지금 110억이 남아 있나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가수금 60억을 반환해서 110억 남았습니다.”
“그럼 그 중에서 83억 5천만 원만 심운학 감독에게 보내주세요. 새로 영화 투자사 하나 꾸몄답니다. 사극영화 하나 만든답니다.”
“사극영화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강이사를 불렀다.
“송사장 만난 일은 잘 되었죠?”
“예, 서류 다 주었고 이전절차 밟고 있을 겁니다.”
“거기 임원들도 다 인사 하셨나요?”
“했습니다. 사람들 다 좋던데요? 송사장님이 미안하게 직접 현장 안내까지 해주셨습니다.”
“고생하셨으니 내가 밥이나 사지요. 엄찬호에게 차 대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강이사와 엄찬호와 함깨 서초동 모모코 예술의 전당점으로 갔다. 구건호는 거기서 데리야키 참스테이크를 시켰다.
“많이 드세요.”
“회장님,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강남역 근방에 있는 오피스텔에 있을 때, 직원들이랑 청계산에 가서 고기 구워먹던 때가 생각납니다.“
“하하, 그런가요?”
구건호는 식사를 하고 나오다가가 차를 방배동쪽으로 몰게 하였다.
구건호가 김영은이 근무하는 병원 있는 곳으로 왔다.
“찬호야 천천히 가보자.”
구건호는 김영은이 근무하는 맞은편 빌딩을 가르쳤다.
“강이사님 저 앞 4층 빌딩 있지요?”
“무슨 사옥 같은데요?”
“저 빌딩 주소확인하시고 등기부등본 한번 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번 이 잘 안보여 차를 바짝 대야겠는데요?”
오후에 구건호가 소파에서 졸고 있는데 회장실 노크소리가 났다. 강이사였다.
“아까 회장님이 말씀하신 건물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았습니다.”
“소유주가 누구입니까?”
“주식회사 스타일 어페럴 이라고 되어 있는걸 보니 무슨 의류회사 건물인 것 같습니다.”
“흠.”
대지는 220평입니다. 건물은 연건평 620평입니다. 국민은행에 40억 근저당이 되어있는데 건물시세에 비해 많은 금액은 아니네요.“
“그 어페럴 사장을 수소문해서 만나보세요. 혹시 건물 팔 의향이 없느냐고 해 보세요.”
“그 건물을 요? 사옥 이외에는 다른 용도로 하긴 어려울 것 같던데요?”
“그냥 말해 보세요. 느닷없이 와서 건물 팔지 않겠습니까 하면 미친 사람 취급하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송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지에이치 빌딩 1,200억 추가 대출 받는데 실제 은행직원들이 현장을 나올 수도 있습니다.”
“흠, 오라고 하세요.”
“대출 심사는 현장 보고나서 할 것 같습니다. 구두 승인은 받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에이치 모빌의 은행 차입금은 기존에 있는 것 300억하고 이번에 받는 1,200억하고 합치면 1,500억이 되겠습니다. 지점장이 6.5% 이자율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월 이자 8억 조금 넘어갑니다. 모빌에서 충분히 감당합니다.”
“모빌이 상장회사라면 시끄러웠겠지요?”
“그럼요. 소액 주주들이 반발했겠지요. 쓸데없는 건물은 왜 샤냐고 아우성 댔겠지요. 이럴 땐 비상장이 좋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은행에서 법인 등기부등본 달라고 해서 새로 가져갔는데 전에 15%가지고 있던 이범식씨란 사람이 이제 빠져 깨끗합니다. 회장님 지분이 도로 97%가 되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3월 말이 되었다.
김영은은 넓은 집이 무서운지 파트 타임이 아닌 입주 도우미 아줌마를 두었다. 조선족 아줌마를 둘까 하다가 서로 문화가 틀리기 때문에 한국인 60대 아줌마를 모셨다. 아들을 장가보내고 혼자 계신 분이었다.
구건호는 아줌마가 오니 다소 불편했다. 우선 옷을 벗고 돌아다니기도 어려웠다. 구건호는 그래서 2층 서재에서 아래층으로 잘 내려오지 않았다.
구건호가 2층으로 올라온 김영은에게 물었다.
“지금 있는 병원 수원으로 언제 간다고 했지?”
“4월 달이야. 그런데 병원이 잘 안 나가네. 원장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던데?”
“그리고 당신은 도우미 아줌마하고 잘 통하는 것 같던데? 둘이 조잘대면서 이야기도 잘 하던데?”
“응, 아줌마는 며느리 흉보느라고 정신없고 나는 듣느라고 정신없어.”
“혹시 당신 아줌마 앞에서 내 흉 안보지?”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
“병원 차려줄까?”
“글쎄, 우리 원장님 보니까 함부로 차리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던데?”
다음날 강이사가 구건호에게 방배동 빌딩 어페럴 사장을 만나고 온 이야기를 했다.
“어페럴 사장이 여자인데 건물은 안 판답니다.”
“흠, 그러겠지요.”
“그러면서 300억 주면 팔겠다고 해서 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오려다가 말았습니다. 상가도 없는 사옥처럼 생긴 건물을 300억 운운하니 말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