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3
주주배당 실행 (1)
(493)
구건호는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을 불렀다. 신사장에게도 자산운용의 손근수 사장을 소개해 주었다.
“서로 인사하시죠. 자산운용사의 손근수 사장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디어의 신정숙이라고 합니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미디어도 지에이치 자산운용의 엄연한 주주입니다. 2%를 갖고 있으니까요.”
“열심히 해서 귀중한 자산을 불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손근수 사장이 다시 한 번 신정숙 사장에게 머리를 숙여 주었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도 불렀다.
“여기 자산운용사의 면접이 모레 10시에 있으니까 응시자들 오면 오연수씨가 안내해 줘요.”
“알겠습니다.”
“응시자들은 많지 않아요. 모두 10명이니까 3사람이나 4사람씩 들여보내면 되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화장실 갔다 오니까 손근수 사장이 업자와 함께 사무실 간판을 달고 있었다. 간판은 지에이치 산하의 회사들만 사용하는 통일된 디자인으로 했다.
“간판 디자인은 어떻게 알았어요?”
“강이사님이 간판 만드는 곳을 알려줘서 맡겼던 겁니다.”
간판을 다니까 비로써 회사 사무실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틀 후 면접일이 되었다. 손근수 사장이 구건호를 모시러 왔다.
“면접장은 자산운용사의 회의실로 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가시죠.”
구건호가 자산운용사의 사무실로 갔더니 벌써 오연수가 책상을 갖다 놓고 사무실 입구에 앉아 있었다. 오연수는 오늘따라 옅은 화장도 하고 옷도 정장을 입고 나왔다.
면접장 시험관 의자에 앉자 구건호가 웃으며 손사장에게 말했다.
“사실 지에이치 산하 회사들 직원 면접장에는 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늘 지에이치 자산운용 면접에 들어 온 것은 손사장님이 혼자서 외롭게 면접을 보실 것 같아 들어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연수가 들어와서 차를 따라주고 나갔다.
손근수 사장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가 강남은행에 있을 때 은행원들 면접시험관을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강남은행은 직원들 집안 배경을 많이 보았습니다.”
“인재면 되지 집안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다 차별 아닙니까?”
“그러긴 하지만 강남은행은 내부적으로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도 너무 집안이 어려운 가정 출신이면 안 뽑습니다. 돈을 만지는 직업이라 사고 칠 염려가 있다는 겁니다.”
이 말에 구건호가 뜨끔하였다. 자기도 가난하다보니 처음 아산에 있는 와이에스 테크의 경리사원으로 있을 때 사고를 치지 않았었던가. 손사장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손사장이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계은행,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철저히 집안 배경을 봅니다. 입사서류에 요구하는 보증인 재산세 과세증명도 일정액 이상이어야 하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흙수저 출신인 구건호는 손사장의 이 말을 듣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응시자들은 대부분 구건호보다 서너 살 아래인 사람들이 많았다. 전부 똑똑하고 경력들이 화려해 누굴 뽑을 줄 몰랐다. 구건호는 손사장의 의견을 많이 참작해 주었다. 어차피 구건호가 데리고 일할 사람들은 아니고 손사장과 호흡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손사장은 세 사람 중에서 누굴 고를까 고민했다. 남자 두명, 여자 한명이었다.
“그렇게 고민스러우면 세 사람 다 채용하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100억 가지고 잘 운용해서 월급 줄 자신이 있으면 뽑으세요.”
“금융 쪽은 급여가 세서 그러긴 하지만 그럼 세 사람 다 채용하겠습니다.”
“펀드매니저 말고 총무나 경리도 뽑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리는 강남증권 지점장이 추천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건 손사장님이 알아서 뽑으세요.”
“알겠습니다.”
지에이치 자산운용사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구건호는 업무에 간여하지 않았다. 젊고 세련된 사람들이 들어오자 18층이 한결 밝아진 분위기가 들었다. 핸섬한 남자 사원들이 들어와서 그런지 비서 오연수는 날마다 머리와 화장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구정이 지나고 강이사는 방배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 보냈다. 집을 비워주고 나가는 주인은 아무 소리 없는데 구건호가 이사비용을 지불해 주라고 해서 1천만 원을 주어 내보냈다. 구건호는 강이사를 시켜서 인테리어 공사와 정원을 새로 공사하라고 하였다. 조경수는 아직 철이 아니므로 심지를 못했다.
강이사는 공사가 끝나자 대문과 현관 열쇠와 비밀번호를 구건호에게 알려주었다.
“나머지 실내 키들은 현관에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신발장 서랍에 다 들어 있습니다.”
구건호는 강이사의 안내로 집 안팎을 돌아보았다. 구건호는 마당에 있는 넒은 잔디를 보고 여름엔 정말 여기서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며칠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업자와 조경업자가 했습니다.”
“그래도 강이사님이 감독하시느라 수고 했지요.”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 놓으라고 하였다.
“방배동에 사논 단독 주택이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으니 아파트는 내놔. 그리고 내일 모레 토요일 나하고 같이 방배동에 가보자.”
“오빠가 보내준 사진 보니까 마당이 넓어 보이는 데 정말 그게 우리 집이야?”
“그럼, 앞으로 당신과 나와 우리 상민이가 살 집이야.”
구건호의 말에 김영은이 소녀처럼 활짝 웃었다.
“마당이 있는 집 빨리 가보고 싶어.”
토요일이 되어 구건호는 김영은과 함께 방배동 주택을 갔다. 방배동 주택을 본 김영은은 소녀처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놀란 눈으로 쳐다만 보았다.
“뭘 해. 안으로 들어가지.”
“집 같지가 않고 하도 커서 무슨 관공서 같아.”
김영은은 돌아다니면서 서랍 같은 것도 열어보고 수도꼭지도 틀어보곤 하였다. 도시가스 난방 보일러 스위치도 자세히 쳐다보았다.
“여름엔 정말 좋겠다.”
“지금은 안 좋아?”
“지금은 집이 커서 난방비도 많이 나가겠는데?”
김영은이 거실에서 환히 보이는 잔디밭 마당을 쳐다보았다. 마당은 겨울이라 푸른 빛깔은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에만 있다가 잔디를 쳐다보니 가슴이 다 시원한 모양이었다.
“나 저기다 꽃나무 심을 거야. 그리고 저기 향나무 옆 공간에 단풍나무하고 대추나무도 심을 거야.”
김영은은 정말 소녀처럼 두 손을 합장하여 입에 대고 말했다. 김영은이 와락 구건호를 껴 앉았다.
“오빠 고마워.”
김영은은 구건호를 한창동안 껴안고 손을 놓질 않았다. 그리고 울고 있었다. 구건호가 자기의 손등으로 김영은의 눈물을 닦아주며 김영은의 연분홍빛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대고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
구건호는 방배동으로 이사 후 얼마 안 있다가 상민이의 첫돌을 맞았다. 구건호가 친척들을 불렀다. 장인과 양평 이모도 불렀다. 방배동 집에 와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어이쿠, 이렇게 넓은 단독주택이 방배동에도 있었네.”
금수저 상민이는 아기 도령 옷을 입고 돌잔치 상을 받았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을 불러 돌잔치 사진과 가족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상민이의 돌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은 이날 넓은 집에서 잘 먹고 잘 놀다 갔다.
3월이 되었다.
지에이 산하의 각사에서 외부 감사 자료를 두부씩 보내왔다. 그리고 구건호의 지시에 따라 배당을 단행하였다. 제일 먼저 중국에 있는 지에이치 식품 유한공사에서 배당을 했다. 문재식의 전화가 왔다.
“회장님? 나네. 오늘 배당을 다했어.”
“잘했다. 외부감사 자료는 다 봤어. 고생했다.”
“내가 구회장 통장으로 배당금 5억 6천만 원을 보냈어. 나중에 확인해봐.”
“흠, 알았다.”
“그리고 내가 7천만 원, 순영이 엄마가 7천만 원 이렇게 배당했어. 객운 합자회사 배당을 못해 미안하다. 객운 합자사도 내년엔 배당할거야.”
“알았다. 수고해.”
강소성 소주시의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배당했어. 구회장 통장으로 17억 1천만 원 보냈어. 시간 있을 때 확인해봐. 난 9천만 원 배당 받았어.”
“소주시에 사논 아파트 빚은 좀 정리하겠구나.”
“이제 빚은 거의 정리되어가. 내년부턴 더 열심히 할게.”
“음, 수고해.”
지에이치 개발은 배당이 없었고 로지스틱스도 배당을 못하였다. 지에이치 미디어는 구건호에게 11억 4천만 원을 배당해 주었다.
구건호의 통장에게는 타워팰리스 아파트 판 돈이 20억이 있었다.
[아파트 판돈하고 김민혁, 문재식, 신정숙 사장들이 보낸 돈을 합치면 50억이 넘겠는데? 그럼 강북 증권사에 50억만 넣어 놓을까?]
[지금이 3월이니까 이제 상해 환러스지 공사의 영화수입도 슬슬 들어올 때가 되었으니 그거나 합치고 넣지.]
구건호는 송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지에이치 모빌의 금년도 세후 이익금과 디욘 코리아 지분 매각대금 들어온 것 합쳐서 2천억을 배당합니다. 주총 의사록 작성해서 회사에 비치해 놓으세요.”
“오늘 날자 입니까?”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치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의 김민화 경리이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오늘 주주 배당합니다. 배당은 내가 가지고 있는 디욘 코리아 돈 들어온 것 가지고 합니다. 주주 송금 후 은행의 송금 영수증은 따로 보내드리죠.”
“알겠습니다.”
“주주배당 국세, 지방세 원천징수는 아직 신고하지 말고 자료만 뽑아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우선 자기 통장에 지에이치 모빌 배당금으로 1,640억을 송금하였다. 그리고 민주 공명당 대표의 부친인 이범식씨에게 300억을 보냈다. 송사장에게는 60억을 보냈다.
구건호는 A전자그룹의 박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주주배당을 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소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르신께는 얼마나 배당을 하셨습니까?”
“300입니다.”
“헉!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추후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송사장에게도 연락을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60억을 보냈으니 정말 3억만 받고 57억은 나에게 돌려주는지 보아야 하겠네. 아니, 이래서는 안 되지. 내가 가신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의심해서는 안 되겠지. 60억 다 가져가도 내가 미련 갖지 않는 게 주종간의 의리와 믿음이겠지.”
구건호는 방금 배당금을 보내준 은행 송금 영수증을 출력했다. 그리고 스캔을 떠서 김민화 경리이사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다음날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에서 들어온 돈을 강남 증권에 옮겨 놓으려고 하다가 송사장이 57억을 반환한 것을 보았다.
“정확히 영업활동으로 번 돈 3억만 배당받고 57억은 보내주었네. 가신은 믿어야지 함부로 시험하려 했으니 내가 잘못했군.”
구건호가 통장 잔액을 보니 문재식, 김민혁, 신정숙 사장들이 보낸 배당금 34.1억과 타워팰리스 아파트 판돈 20억, 모빌 배당금 1,640억, 송사장이 반환한 돈 57억을 합치니 1,751억이나 되었다. 구건호는 강남증권 계좌에 1,700억을 옮겨 놓았다.
[이제 강남 증권에는 먼저 있던 1,600억과 합쳐서 1,700억이 들어갔으니 3,300억이 되었네. 강북 증권에 있는 2,200억과 합쳐서 이제 5,500억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개인재산 현금이 5,500억이면 1조원 목표 달성이 꿈은 아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