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92화 (492/501)

# 492

자산 운용사 법인 해산 (2)

(492)

구건호가 있는 18층 복도 건너편에 있는 회사는 1월 말이나 거의 다되어 9층으로 이사를 하였다. 손근수 사장이 이사를 왔다.

“사무실이 넓어서 회의실 같은 것도 꾸밀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실도 하나 꾸미세요.”

“저는 되었습니다.”

“조그맣게 라도 하나 꾸미세요. 그리고 직원들 뽑으면 애널리스트들이 근무하게끔 파티션도 설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강이사를 들어오라고 하였다.

“강이사님과 손사장님은 잘 아시죠?”

“회장님 만나러 오실 때 여러 번 보기는 했지만 아직 정식 인사는 못했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인사하세요.”

구건호가 두 사람을 정식으로 인사를 시켰다.

“강이사님은 은행에서 차장으로 퇴직하셨다가 지에이치 개발에 들어오셔서 여러 해를 근무하신 분입니다. 부동산 중개사를 비롯한 빌딩관리사, 부동산 자산관리사 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 부동산 전문가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이쪽에 손사장님은 강남은행 글로벌 자산운용 팀장 출신으로 앞으로 지에이치 산하에 들어오셔서 자산 운용 회사를 맡아주실 분입니다.”

“오, 은행 출신이군요. 글로벌 자산운용 팀장이면 아무나 갈수 없는 자리인데요? 반갑습니다.”

“강이사님은 저보다 선배 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나는 차장 출신이고 손사장님은 부장출신 아닙니까?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구건호가 강이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한다고 하니까 우리 거래하는 업자 전화번호를 손사장님께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손사장님이 운영하는 자산 운용회사도 지에이치 산하지만 사무실 월 임대료는 정확히 받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17층에 있는 지에이치 미디어도 임대료 잘 내지요?”

“그럼요. 매월 또박 또박 잘 냅니다. 지하의 갤러리와 옥상에 있는 북카페도 지에이치 미디어 소속인데 잘 냅니다.”

“흠, 그래요?”

강이사가 나가자 손사장이 SH 투자 파트너스의 폐업증명서 떼 온 것을 보여주었다.

“법인 해산하고 폐업증명서를 아주 떼어가지고 왔습니다.”

“흠,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새로 설립하는 법인은 이름을 정했나요?”

“아직 안 정했습니다. 리치 투자 파트너스나 윈윈 투자 파트너스로 할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자산운용사는 어디입니까?”

“삼성 자산운용과 미래에셋이 제일 큽니다. 다음엔 KB자산운용과 신한BNP자산운용이 큽니다.”

“그래요?“

“그래도 세계의 자산운용사에 비하면 100위 안에도 못 들어갑니다.”

“세계에서는 어디가 제일 큽니까?”

“블랙록과 뱅가드죠.”

구건호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상호를 리치 투자 파트너스나 윈윈 투자 파트너스로 한다? 그건 어쩐지 동호회 냄새가 나. 기왕이면 공개적으로 하는 거니까 이름도 공개적으로 할까?]

구건호가 눈을 뜨면서 말했다.

“상호는 그냥 지에이치 자산운용으로 하세요.”

“지에이치 자산운용요? 알겠습니다. 그럼 주식회사 지에이치 자산운용으로 법인 설립하겠습니다.”

“설립 자본금은 100억이고 주주는 지에이치 모빌 3%, 지에이치 정밀 3%억, 지에이치 개발 2%, 지에이치 미디어 2%,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2%, 구건호 개인이 88%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법인통장 만들면 사본을 한부 나한테 갖다 주세요. 그럼 이 비율에 따라 입금하도록 지에이치 산하에 통보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직원 채용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워크넷 광고하실 겁니까?”

“워크넷요? 워크넷 보다는 경제신문에 펀드매니저 초빙 형태로 내겠습니다.”

지에이치 자산운용의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드릴소리가 요란했다. 같은 층에서 나는 소리라 더 시끄러웠다.

“옆 사무실 공사라 거 되게 시끄럽네.”

구건호는 외투를 걸쳐 입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혼자 영화구경도 하고 재래시장에도 가곤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무렵에나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다 끝났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도 시끄러워 구건호는 밖으로 나왔다. 혼자 옛날에 공부하던 노량진 고시원을 가보았다. 아직 고시원은 그대로 있었고 핼쑥한 얼굴의 수험생들이 드나드는 것도 그대로였다.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몇 년씩 이런 곳에서 고생하니 이게 옳은 것인가 모르겠네.”

구건호는 컵밥 거리도 가 보았다. 컵밥을 파는 노점상들은 구청에서 지원을 해 주었는지 깨끗한 포장마차 노점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파는 음식들은 옛날이나 지금도 똑 같았다. 몇몇 수험생들이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면서 컵 밥을 사먹고 있었다.

“컵 밥을 하나 사 먹어 볼까?”

구건호는 노점 앞으로 갔다가 컵 밥을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옛날에는 컵 밥도 없어서 못 먹었는데 지금은 구건호도 많이 변해있어 컵 밥을 먹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비위생적인 것 같아.”

구건호는 노량진 뒷골목에서 베트남 쌀국수 장사할 때 살았던 동작구청 뒤의 연립주택 원룸도 가 보았다. 옛날에 넓었던 골목이 유난히 좁아지고 지저분해 보였다. 자기가 살던 낡은 연립주택도 아직 그대로 있었다.

“이제 여기서 다시 살라면 살 수 있을까?”

구건호는 이제 여기서는 못 살 것 같았다.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 있다가 여기서는 창문 있는 연립주택 원룸에 산다고 얼마나 좋아했었던가? 하던 것만 기억에 아련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서 살았었지?”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골목을 나오는데 검은 봉지를 든 동네 노인들이 지나갔다. 여기 살 때 보았던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구건호는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골목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였다. 이제 직산이나 천안은 내려가지 않았다. 손근수 사장이 새로 만든 법인 등기부등부, 사업자 등록증, 법인통장 등 사본을 원본과 함께 가져와 구건호에게 보여주었다. 주식회사 지에이치 자산운용이 탄생한 것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구건호가 직접 사무실을 가 보았다. 금융회사답게 멋있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책상도 고급으로 깔아놓고 파티션도 해놓았다.

“사장실이 좁지 않아요?”

“이것도 넓습니다.”

구건호는 홍과장을 불렀다.

“지에이치 산하의 각사에 주식회사 지에이치 자산운용이 설립되었음을 공문으로 통보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건 지에이치 자산운용의 법인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 사본 통장 사본이니까, 홍과장이 잘 보관해요. 참, 여기 지에이치 자산운용 사장 손근수씨 이력서가 있으니까 공문 보낼 때 이력사항도 간단히 적어서 보내줘요.”

“알겠습니다.”

한참 후에 홍과장이 공문을 만들어 구건호에게 가져왔다.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제목: 자산 운용회사 설립 안내.

지에이치 산하 각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자산 운용사를 설립하였기에 다음과 같이 안내하여 드립니다.

상 호: 주식회사 지에이치 자산운용

대표자: 손근수

설립자본금: 100억원

본점소재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지에이치 빌딩 18층

<사장 약력>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 강남은행 글로벌 자산운용 팀장.

-. 강남 투자신탁 부사장

회장 구건호 印

수신처: 지에이치 모빌, 지에이치 정밀, 지에이치 개발, 지에이치 미디어,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지에이치 자산운용, 지에이치 소주 기차배건 유한공사, 지에이치 안당 객운 유한공사.]

구건호는 서류를 훑어보고 싸인을 해 주었다.

다음날 구건호는 지에이치 산하의 각사의 사장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송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산 운용사 설립으로 지에이치 모빌에서 3억만 출연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3억만 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만 하세요. 통장 사본은 이메일로 보내주지요.”

역시 돈이 많은 지에이치 모빌은 출연 요구에 군소리 하나 없었다.

다음은 정밀의 박종석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산운용사 설립안내공문 봤지?”

“봤어. 근데 그게 뭐하는 회사야?”

“자산 운용.”

“무슨 자산운용이야.”

“설명하면 기니까 생략하고 지금 정밀에 돈 얼마 있냐?”

“6억 있어.”

“3억만 지에이치 자산운용으로 보내라.”

“3억을?”

“모두 지에이치 정밀 돈 불려줄 거니까 보내.”

“3억 빼내면 3억 밖에 안 남는데....”

“돈 떨어지면 내가 채워줄게 먼저 보내.”

“알았어.”

“나중에 박사장 입 벌어지게 해줄게.”

“정말이야? 형, 아니 회장님 말씀 녹음해 놓을까?”

“그리고 S기업에 들어가는 링 케이블은 잘 납품되지?”

“응, 하고 있어. 그것 때문에 조립 직원들도 20명이나 채용했어. 벌써 지에이치 정밀도 직원이 50명이나 돼.”

“다음 달에 S기업 납품한 돈 들어오나?”

“다음 달에 들어와도 B2B로 들어와.”

“얼마나 들어오나?”

“한 5억 들어올 것 같아. 재료비와 인건비 나가고 많이 떨어지진 않을 거야.”

“돈 정 아쉬우면 나한테 이야기 하고 우선은 B2B들어오면 할인해서 써라.”

“3억 자산운용에 빼주는 것 때문에 그런가? 그것 빼내도 회사 돌아가. 그리고 그 3억도 일종에 정밀에서 투자하는 돈 아닌가? 옛날에 모빌에서 디욘 코리아에 투자하듯이 말이야.”

“맞다. 이제 좀 돌아가는구나.”

“헤헤.”

구건호는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미디어 법인 이름으로 2억만 빼서 지에이치 자산운용에 넣으세요. 나한테 줄 배당금에서 까도 좋습니다.”

“아니에요. 그 정도는 뺄 수 있어요. 다 투자인데요. 뭐. 호호.”

구건호는 로지스틱스에도 전화를 걸었다. 누나가 전화를 받았다.

“지금 로지스틱스에 돈 얼마 있나?”

“3억 정도 있어. 내일 모래 수금되면 더 많을 거야.”

“2억만 빼서 자산운용사에 보내. 로지스티스의 투자 개념으로 말이야.”

“나중에 지금 있는 땅 온비드에서 불하받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응, 그때는 내가 지원해 줄게.”

“그렇다면 보내지.”

구건호는 강이사에게도 2억을 빼서 자산운용에 보내주라고 하였다.

“감가상각 충당금 적립액에서 2억만 빼내 자산운용으로 보내세요. 개발에서 자산운영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배동 단독주택 경매 받을 때 회사 돈 가지급금으로 나간 것은 내가 오늘 중으로 보내드리죠.“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강북증권에 넣어둔 2,400억 중에서 2백억을 찾아 방배동 경매대금 회사 돈 빼낸 것을 되돌려주고 자산운용사에도 구건호 지분 88억을 송금해 주었다.

자산운용의 손근수 사장이 구건호 방엘 왔다. 서류를 한 뭉치 들고 왔다.

“그게 뭡니까?”

“직원 채용 지원자 76명중 면접 대상자 10명 추린 것입니다.”

구건호가 지원서를 보았다. 금융계통 지원자들이라 그런지 학력과 경력이 화려했다.

“경력자 위주로 공개채용하기 때문에 나이들이 35세부터 40세까지가 제일 많았습니다.”

“흠”

모두 스카이대학 출신 아니면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들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들도 눈에 띄었다. 특이한건 면접 대상자들이 대부분 강남 거주자들이었다.

“모레 10시에 면접입니다. 회장님도 그때 함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면접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 교통비 10만원씩 봉투에 담아 지급해 주세요. 그날 안내는 비서 오연수한테 하라고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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