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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490화 (490/501)

# 490

대주주 배당 (2)

(490)

구건호는 송사장이 세금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말하자 귀를 쫑긋 세웠다. 송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세금을 포탈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납을 하자는 겁니다.”

“분납이요?”

“지금 지에이치 모빌의 세후 순이익은 133억이지만 세전 영업이익은 171억입니다. 이걸 디욘 코리아 지분매각한 2,720억과 합치면 2,891억원입니다. 즉 과세 대상이 2,891억원이란 이야기입니다.”

“그러지요.”

“여기서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빼게 되면 배당할 돈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어쩌면 1,500억이 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끙.”

“그래서 이번에 무조건 2천억을 배당하고 세금은 나오면 분할해서 내자는 겁니다. 세금은 액수가 많으면 분할 납부 제도가 있습니다. 과세대상 2,891억 원에서 2천억 배당해도 891억이 남습니다. 이 돈이면 충분히 돌릴 수 있습니다. 올해 배당하고 이후 2, 3년 배당 안하면 이겨 나갈 수가 있습니다. 또 세금도 감면 혜택이 뭐가 있을까 찾아볼 수 있는 기간도 버는 것입니다.”

“흠.”

“제 앞으로 배당되는 돈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배당분 3억 원을 공제하고 나머지는 회장님께 반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검토해 보지요.”

송사장이 나가고 나자 구건호는 경리담당 김민화 이사를 불렀다.

“우리 결산자료는 외부 감사인에게 언제 넘겨주지요?”

“1월 중순은 돼야 될 것 같습니다. 그 때나 마감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금년도 실적 보고는 사실상 가결산이다. 정확한 것은 1월 중순이 되어야 결산이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산이 나오더라도 큰 누락이 없는 한 가결산과 큰 차이는 없다.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에 지분 매각한 돈이 들어온 통장을 경리이사에게 보여주었다.

“디욘 코리아 지분 매각한 돈은 모두 2,720억이 들어왔습니다.”

“어머나! 많이 들어왔네요.”

“거기서 삼분의 일은 양도 소득세로 빠져나갑니다.”

“세금도 엄청 많네요.”

“일단은 우리가 디욘 코리아에 출자할 때 토지 45억, 건물 45억하여 90억을 출자했으니까 90억은 투자자금 회수로 처리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90억을 뺀 나머지 2,630억은 투자이익으로 회계처리하세요. 오늘 전표 전산입력하고 이번 회계연도에 반영이 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통장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되지요?”

“은행의 입금확인서만 출력시켜주면 됩니다. 우선 입금 부분만 복사하겠습니다.”

경리이사가 사장실을 나가고 구건호가 혼자 앉아서 졸고 있는데 중국의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회장님? 나야, 문재식이야.”

“오, 그래. 문사장.”

“이번에 우리가 보낸 금년도 실적 보고는 잘 받았지?”

“받았어. 수고했다.”

“안당 지에이치 객운 유한공사는 이익이 적은데 내년부터는 늘어날 거야. 터미널 건설팀 직원들이 합자사로 편입되어 인건비가 많이 나갔는데 내년2월에 해체되면 이익이 좋아질 거야.”

“건설팀 직원들이 몇 명이나 들어와 있었지?”

“7명이나 들어와 있었어. 고급 공정사(工程師)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급여도 좀 높았어. 그리고 내년에 증차계획이 있으니까 영업이익도 늘어날 거야. 그럼 내년부턴 과실 송금이 가능해.”

“흠, 그래? 다행이다.”

“지에이치 식품 유한공사는 열심히 했는데 35억 매출에 이익 7억 밖에 못했네. 미안해. 헤헤.”

“아냐, 그 정도면 잘했어. 세후 이익 7억이면 이번에 배당해라.”

“그래? 고마워. 그럼 내가 순영이 엄마한테 그렇게 말할게.”

“그러면 문사장이 7천만원, 제수씨가 7천만원, 내가 5억6천만원 배당 받나?”

“맞아. 지에이치 식품 유한공사는 내가 10%, 순영이 엄마가 10%, 구사장이 80% 지분이니까 그렇게 돌아가.”

“제수씨한테 내가 수고 했다는 말 전한다고 해줘라.”

“응, 알겠어. 난 배당 받으면 인천 아파트 융자 받은 것 갚을 거야.”

“참. 그랬었지? 지에이치 식품 유한공사 설립할 때 문사장 부부가 출자한 돈이 인천 주공아파트 융자받은 거였지? 그래 빚 갚아라. 잘 생각했다.”

구건호는 문재식의 목소리가 점점 명랑해지고 커지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문재식이 자신감을 좀 갖는 모양이네. 지하실 살면서 엉망이었던 집안을 일으키고 있으니 이제 기가 살아났군.]

문재식의 전화를 끊고 구건호는 기지개를 폈다.

“지에이치 정밀로 가볼까? 이젠 디욘 코리아에 갈 일이 없으니 박종석이나 만나고 가야겠다.”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을 불러 차를 대기시키도록 하였다.

구건호가 현관문을 나와 차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송사장이 자기 차가 있는 주차장 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 가십니까?”

“아, 예. S기업 부사장이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하네요.”

“오, 그렇습니까?”

“회장님은 어디 가십니까? 지에이치 정밀에 가십니까?”

“예, 박종석 사장이 잘 하고 있나 보러 갑니다.”

“박사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매출이 워낙 적어서 그게 문제입니다. 금년도 실적 14억 했다고 보고했더군요. 물론 영업일수가 2달 밖에 안 되었지만 말입니다.”

“잘 한 겁니다. 처음시작이니 그것밖에 안되지만 차차 나아질 겁니다.”

“박종석이가 기술은 있는데 영업을 안 해봐서 그것도 좀 걱정은 됩니다.”

“그런 문제도 있긴 하겠네요. 기술자 출신이라 고지식해서 상대방 비위를 잘 못 맞추면 그것도 문제겠지요. 참, 이 방법은 어떨까요?”

“무슨 방법이요?”

“지금 S기업 부사장을 만나러 가는 것이 EP고무를 활용한 성형제품 납품 건을 의논하러 가는 길입니다. 이 성형 제품에 이중 고리형 철제 링을 끼워 납품하는 건데 지금 링을 지에이치 정밀에 부탁하고 있습니다.”

“링이야 만들어 보았자 몇 푼 안갈 것 아닙니까?”

“월 1,500만원 정도 됩니다.”

“월 1,500이면 연간 2억도 안 되는데 매출 증대에 얼마나 기여하겠어요? 하지만 그거라도 하게 해야 되겠지요. 작은 것도 끌어 모으면 돈이 되니까요.”

“제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고요, 이 성형제품을 아예 지에이치 정밀에서 납품하자는 겁니다. 우리가 EP고무를 활용한 제품을 뽑아주면 지에이치 정밀에서 우리 것을 납품받아 정밀에서 링을 끼워 직접 납품하는 겁니다.”

“모빌에서 정밀제품을 끼워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밀에서 모빌제품을 끼워 납품한단 이야기입니까?”

“그렇지요. 자동차 부품은 SQ인증이나 5스타 인증 같은 것이 필요한데 S기업은 가전제품 부분이 많아 그런 인증이 없어도 되니까 지에이치 정밀에서 얼마든지 납품이 가능합니다.”

“흠,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EP고무 성형제품은 얼마나 납품합니까?”

“월 10억 정도 합니다. 일 년이면 120억입니다. 지에이치 정밀은 지금 1년을 해도 매출이 100억이 안됩니다. 이것만 들어가도 매출 200억대를 바라보는 중견회사가 됩니다.”

“흠.”

“딱 1년만 고생해서 부채 없는 회사니까 영업이익 15%만 나온다면 30억 떨어집니다. 충분히 공장 하나 직접 살 수도 있습니다.”

“흠.”

“200억 매출 정도면 연구소도 하나 차릴 수가 있고 이걸 바탕으로 키워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 SQ인증 같은 거나 받아놓으면 물파산업 정도는 커집니다. 장차는 코스닥도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S기업 같은 큰 회사에서 이름도 없는 작은 공장에서 납품하는 걸 받겠습니까?”

“그건 걱정하지마세요. S기업의 공장장이 박종석 사장을 잘 압니다. 박사장이 모르는 회사 납품하려면 어렵지만 S기업 공장 기술자들이 박사장 기술을 알아주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내가 오늘 S기업 부사장 만나면 이 문제부터 이야기 하겠습니다.”

“허허, 잘 되면 좋겠지만 S기업 부사장이 잘 받아줄까 모르겠네요.”

“S기업 부사장은 제 후배입니다. 저를 밀어내고 부사장에 올라 지금 저한테 미안한 감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또 이 사람은 오너와 인척간이기도 합니다. 제 말 들어줄 겁니다.”

“그럼 잘 말해 보십시오.”

구건호는 무언가 희망이 좀 보이는 것 같았다.

[지에이치 정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러면 괜찮겠는데. 박종석이 월급을 좀 올려줘도 되겠는데?]

[지에이치 모빌은 2천억 배당을 하고 세금은 분납해서 납부하자. S기업에 납품하는 제품 하나는 지에이치 정밀에서 납품 하는 것으로 하자. 흠, 송사장이 제 값은 하네.]

구건호가 기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지에이치 정밀에 들렸다. 박종석이 사장실에서 어떤 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건호가 들어가자 박종석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구건호는 이런 박종석의 모습을 보고 ‘차식 지랄한다’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옆에 있는 젊은 사람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소파에 앉았다.

“참, 인사드려. 지에이치 그룹의 구건호 회장님이셔.”

“안녕하십니까? 노희영이라고 합니다.”

박종석은 계속 구건호에게 존대 말을 썼다.

“이번에 영업담당자로 새로 채용한 사람입니다. 디욘 코리아의 김부사장이 추천한 사람입니다. 오신테크란 회사에 영업과장으로 있었는데 여기 과장으로 특채한 사람입니다.”

“오, 그래요? 반갑습니다.”

구건호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노과장이란 사람은 황송한 듯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악수를 하였다.

“지금 나이가 몇이요?”

“서른셋입니다.”

“흠, 좋은 나이네요.”

노과장이 사장실을 나가자 박종석은 일본어 통역을 불렀다.

“양미란씨! 여기 녹차 두잔 가져와요.”

역시 박종석의 목소리는 크고 우렁찼다.

“야, 조그맣게 이야기해라. 귀청 떨어지겠다.”

“헤헤 그런가?”

직원이 나가자 박종석은 다시 반말을 했다.

일본어 통역이 가져온 차를 마시며 구건호가 말했다.

“아까 본 영업과장이란 친구 인물이 괜찮은데? 박사장보다 3살 어린가?”

“3살 어려. 그래서 내가 동생처럼 대하고 있어.”

“잘 됐다. 모빌에 있을 때는 전부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 천지였는데 여기선 네가 형님소리 들어 좋겠다.”

“헤헤, 형님이라고는 안 해. 회사 내에서 그렇게 못 부르지. 깍듯이 사장님이라고 해.”

“여기서 올린 손익보고서 봤다. 금년에 매출 14억 했더구나. 두 달 집계니까 월 7억 매출 올렸다는 이야기인데 잘 했다.”

“그게 디욘 코리아 기계제작 대금 받은 것이 들어가서 그런데 기계 제작이 없는 달은 아무리 봐도 큰일 나게 생겼어. 사실 매출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이 안와. 내가 모빌에서 공장장 할 때가 제일 인생의 전성기였던 것 같아.”

“흠, 그래?”

“공장장 할 때는 기계나 잘 고쳐 놓으면 되는데 여긴 매출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엄청 불안해. 만약 매출이 떨어지면 밖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오는 정도가 아니라 공포감이 들 때도 있어.”

“사장 노릇하느라고 애쓴다.”

“어느땐 형 찾아가서 사표 쓰고 못한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사장하는 사람들은 역시 대단한 인물들이야.”

“송사장이 공급해 달라는 이중 링 있지?”

“그거 매출 얼마 안 돼. 한 달 동안 10만개 만들어 보았자 1,500만원이야. 하긴 그런 거라도 긁어 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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