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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487화 (487/501)

# 487

지분 양도 공시 (1)

(487)

구건호가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오늘은 저녁 반찬이 좋았다.

김영은도 아픈 몸이 낫는지 얼굴이 좋아보였다. 거기다가 옅은 화장까지 하여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오늘 누구 생일인가?”

“회장님 됐다며? 인터넷에서 봤어.”

“응, 그거. 호칭만 달라진 거지 그게 그거야.”

상민이가 이제 10달이 넘으니 기어 다닐 줄 알았다. 까르륵거리며 구건호에게 기어서 왔다.

김영은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상민아! 회장님 아빠 오셨다.”

구건호가 상민이를 안고 높이 띄워주자 상민이가 계속 까르륵거렸다. 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구건호의 넥타이를 자꾸 잡아 다녔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김영은이 말했다.

“오늘 전화 많이 받았어.”

“어디서 전화가 와?”

“동창들한테서 전화 많이 받았어. 영은이 신랑이 중소기업이나 하는 줄 알았더니 정말 재벌인 것 같다고 하면서 전화가 왔어.”

“그래?”

“아빠한테서도 전화가 왔는데 경제신문에도 나왔다고 하면서 신문기사 오려놓았다고 했어.”

“그런걸 뭐 하러 오려놔?”

“아빠도 구서방이 그렇게 많은 회사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다고 하면서 놀라던 것 같던데?”

“놀라긴!”

“실은 나도 오늘 오빠가 그렇게 많은 회사들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어.”

“다 조그만 회사들이야. 지에이치 모빌만 빼고는 다 구멍가게야. 그나마 조금 크다는 디욘 코리아는 팔았어.“

“그렇지 않아도 동창 중에서 디욘 코리아를 언제 파느냐고 묻는 애들이 있었어.”

“그런 전화 오면 모른다고 해. 괜히 주식 샀다가 떨어지면 욕먹어.”

“전에 결혼할 땐 애들이 중소기업 사장하고 결혼한다니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상장회사 사장 사모님이라 이제 내가 부럽데.”

“서울의대 나온 사람들도 그런 천박한 생각들을 하나?”

“사회에 막상 나와 보니 그게 아니란 걸 이제 느끼나봐.”

이날 구건호와 김영은은 아기를 재워놓고 오래간만에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구건호는 W케미컬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돈을 지불하는 날짜인데 돈을 다 못 넣어서 미안합니다. 우선 400억만 지난번에 알려준 통장에 입금했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사흘 안에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산업은행에서 융자 받기로 한 돈이 있고 W케미컬에서 CB발행한 것이 있으니까 잔금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참 회장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지난주에 지에이치 모빌의 경리이사에게 별도의 법인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였었다. 컴퓨터로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통장을 확인해 보았다. 정말 400억이 들어와 있었다.

“W그룹 재벌회사란 놈들이 치사하게 돈을 나누어서 주네. 흠, 그렇지 이놈들이 주식 매입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구건호는 얼른 SH 투자 파트너스 손근수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이세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습니다. 지금 디코 주식이 36,000원대인데 누가 미친 듯이 매입하고 있네요.”

“우리도 사세요.”

“위험합니다. 곧 40,000원대에 들어가는데 너무 고점입니다.”

“지난번에 우리가 52000원에 50만주 매도한 것 있지요?”

“예, 50만주 판 것 있어서 총알은 있습니다.”

“4만원 이하면 무조건 담으세요.”

“알겠습니다.”

다음날 W케미컬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환사채 판돈이 들어와 보냅니다. 1천억 보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통장을 확인해 보았다. 1천억이 들어와 현재 통장 잔액은 1,400억이 되었다.

구건호가 디코 주식을 확인해 보았다. 42,000원을 보이고 있었다.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이 전화를 했다.

“4만원 이하에서 10만주 밖에 못 샀습니다. 이상하게 물량 잠기네요. 흔들어도 안 나오는데요?”

“현재 42,000원이지요? 45,000원이하면 담으세요.”

“회장님 그건 위험합니다. 디코 주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금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습니다. 정치 테마주라고 해도 고점입니다. 지금은 살 때가 아니라 던질 때입니다.”

“그냥 담으세요. 물량도 잠겨있지만 최대한 흔들어서 담으세요.”

“회장님 지시대로 하겠지만 그래도 될까 모르겠네요.”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W케미칼 사장에게서 나머지 금액을 다 보낸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안합니다. 오늘 나머지 금액 다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금액이 얼마인줄 아시죠?”

“알죠. 우리가 지에이치 모빌에서 가지고 있는 디욘 코리아 주식 850만주를 주당 32,000원에 매입하기로 했잖습니까? 그럼 인수가가 2,720억인데 1,400억이 이미 갔으니 나머지 1,320억을 오늘 보내는 겁니다. 내일 아침 10시에 제가 디욘 코리아로 갈 테니 임원들 소집을 부탁합니다.”

“일단 통장 확인하고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통장을 확인했다. 1,320억이 들어왔다. 모두 2,720억의 잔고가 있었다. 구건호가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50만주 확보 다 했습니까?”

“다 했습니다.”

“평단가 얼마입니까?”

“42,000원입니다.”

“그럼 우리가 지금 확보한 물량은 320만주인가요?”

“그렇습니다. 320만주 평단가 25,000원에 샀다가 50만주만 52,000원에 매도하고 50만주를 이번에 다시 잡은 겁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이제부터 화면에서 눈 떼시면 안 됩니다.”

“당연하지요. 저도 지금 주식을 담긴 담았지만 너무 고점에서 산 것이 아닐까 해서 가시방석입니다.”

구건호가 W케미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구회장님이십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통장 확인은 다 했습니다. 지분 양도금액 2,720억이 다 들어왔기 때문에 오늘날자로 W케미컬에서 인수한 것이 되겠습니다.”

“구회장님 마음이 좀 섭섭하겠네요. 키워 논 자식 파는 느낌이 들겠습니다.”

“아깝긴 합니다. 그동안 회사 만들고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넘어간다니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좋은 값에 넘기니 괜찮습니다. 구회장님은 이제 그 돈으로 다른 상장사 얼마든지 M&A할 수 있습니다.”

“M&A할 기업은 많지요. 문제는 디욘 코리아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구회장님은 비즈니스 안목이 있으신 분이니까 잘 하실 겁니다.”

“그럼 내일 10시에 오실거지요? 임원들을 소집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법인 지분양도 공시는 오늘 장이 끝나는 대로 해주세요.”

“오늘이요?”

“그렇습니다. 5시쯤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개자식들! 오늘 시간외에서 상한가 만들려는 모양이네.]

구건호는 애덤 캐슬러에게 지에이치 개발에서 가지고 있는 주식 850만주를 오늘부로 W케미컬에 양도했음을 정식으로 통보했다. 그리고 김부사장에게는 문자로 통보를 해주었다.

구건호는 상임감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오늘부로 지에이치 지분 850만주 전부를 W케미컬에 양도했습니다. 오늘 오후 5시에 법인 지분 양도 공시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하면 안되겠습니까?”

“중요사건은 올빼미 공시가 좋습니다. 장중 공시하면 시끄럽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W케미컬 사장이 내일 10시에 온다고 하니까 임원들에게 알려주세요.”

“내일 10시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6시쯤 퇴근하려고 일어서는데 SH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장님. 디코 주식이 시간외에서 상한가인데요? 혹시 회장님 아시는 것이 있어요?”

“내일 상한가 나오면 320만주 다 던지세요.”

“모두 다요?”

“내일 마지막 불꽃놀이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상한가 무너지지 않게 띄우면서 던지세요.”

“알겠습니다.”

다음날 구건호는 디욘 코리아에 출근하는 승용차 안에서 SH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어제 공시가 떠서 그런지 오늘아침 시간외에서부터 사자 주문 들어옵니다.”

“320만주 전량 매도하세요.”

“공시 내용으로 보아서는 내일도 강세일 것 같은데요?”

“오늘 다 푸세요. 320만주 다 풀려면 오늘 푸는 게 좋아요. 내일 뜨는 건 먹을 사람 먹게 놔둬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아침 9시 30분경 디욘 코리아에 도착하였다. 구건호는 회사도 다 팔고 오늘 주식도 상한가를 쳐서 마음에 여유가 있었지만 디욘 코리아 임원들의 얼굴은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새로운 주인이 온다니까 긴장된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니 구건호의 마음도 아팠다.

[미안하네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김부사장이 구건호에게 말했다.

“사장님실에서 W케미컬 사장님을 기다리는 것 보다는 우리가 현관에 나가서 기다리는 것이 예의 아닌가 생각합니다.”

“흠.”

“회장님하고 애덤 캐슬러 사장님은 여기 계시고 우리들은 나가 있겠습니다.”

“그럼 나도 내려가지요.”

구건호와 임원들이 모두 현관 입구에서 도열했다. 애덤 캐슬러도 어리둥절해 있다가 통역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내려가겠다고 하면서 현관으로 내려왔다.

정확이 10시 정각이 되자 검정색 고급 승용차 2대가 나란히 디욘 코리아 공장 마당으로 들어왔다. 총무과 직원들이 잽싸게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운전기사 2명 빼고 모두 6명이나 왔다.

[W케미컬 사장 혼자 오는 줄 알았더니 6명이나 왔네?]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W케미컬 사장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모두 현관에서 기다리셨네. 어이구, 이거 미안합니다.”

구건호가 임원들을 한사람씩 소개했다.

“미국인 사장 애덤 캐슬러입니다.”

“하우드유두, 반갑습니다. W캐미컬 사장입니다.”

“이 분은 회사를 총괄하고 있는 김부사장입니다.”

“아, 부사장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구건호는 이런 식으로 상임감사와 윤상무, 그리고 유희열 이사를 소개했다.

W케미컬 사장도 같이 온 사람들을 소개했다. 상무 2사람과 부장3사람이었다. 부장들은 경리와 영업, 생산으로 실무 파악을 위해서 온 것 같았다.

“자 2층으로 올라가시죠.”

구건호는 이들을 전부 소회의실로 안내했다. 디욘 측과 W케미컬 측이 정상회의 하는 것처럼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구건호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디욘 코리아 임원들의 하는 일과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구건호가 일어섰다.

“내가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나는 이제 일어서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회사를 위해 애쓰신 것은 제가 오래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W케미컬 사장님은 훌륭한 경영마인드와 인격을 갖추신 분입니다. 잘 모시고 더욱 발전하는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

구건호가 이렇게 말하자 디욘코리아 임원들의 모습이 숙연해졌다. 구건호가 임원들 한 사람 한 사람씩 악수를 하였다. 악수를 다 마치자 W케미컬 사장이 말했다.

“구회장님을 이렇게 보내시면 예의가 아닙니다. 상견례는 끝났으니까 10분간 쉬고 회의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구회장님을 모시고 부서장들하고도 인사를 하도록 모셔주었으면 합니다.”

“제가 총무담당을 하니까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윤상무가 구건호를 따라 나왔다. 구건호가 현장에 내려가 부서장들 하고도 인사를 했다. 공무팀장으로 있는 안차장은 구건호의 손을 잡고 펑펑 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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