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85화 (485/501)

# 485

구건호 회장 취임 (1)

(485)

구건호가 자기 이메일을 검색해 보았다.

W케미컬 사장이 보내준 약정서가 있었다. W케미컬에서 디욘 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종업원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약정서였다.

“디욘 코리아의 김부사장과 상임감사에게 보내줘야겠군.”

구건호는 약정서를 김부사장과 상임감사에게 전달해 주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건호도 약간 우려스러웠다. W케미컬에서는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사람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꾸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원 한두 명을 더 늘려 자기들 사람으로 보낼 가능성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구건호가 저녁에 퇴근하여 집에 갔더니 김영은이 내다보지도 않고 들어 누워 있었다.

“어디 아파?”

“어제 상민이가 자주 깨어서 잠을 못 잔데다가 오늘 금요일이라 환자들이 밀려서 좀 늦게까지 일했더니 그래. 서울대 병원에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개인병원은 조금만 일해도 피곤하네.”

“서울대 병원에 있을 때는 아이가 없을 때였지. 차는 가지고 다니지?”

“가끔 두고 다녀. 거기 주차장이 좁아서 요즈음은 아예 지하철 타고 다녀.”

“지하철?”

“응, 도곡역에서 교대역까지 갔다가 거기서 2호선타고 가면 돼.”

“병원이 지하철 역 근방은 아니지?”

“1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1키로?”

“오늘은 미안하지만 저녁은 오빠가 차려서 먹을래? 아줌마가 찌개는 끓여 놓고 나갔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쉬어. 방안 온도 좀 높여줄까?”

“아니, 괜찮아.”

구건호가 김영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이런! 열도 있잖아? 약 사올까?”

“약은 먹었어.”

구건호가 찌개를 끓이고 냉장고 안에 있는 나물 같은걸 꺼내서 저녁을 먹었다.

구건호가 혼자 먹는 게 미안한지 김영은이 비실거리며 주방으로 왔다.

“왜? 더 누워있지 않고.”

“오빠 밥 먹는 소리 들리는걸 보니까 나도 한 숟갈 떠먹고 자려고.”

김영은은 그러면서 자기 밥을 반공기만 푸고 계란 후라이를 두 개 부쳤다.

“아침에 갈 때 지하철 사람 많지?”

“사람? 장난 아니게 미어터져. 어느 땐 잘 내리지도 못할 때도 있어.”

“올 때도 그런가?”

“올 때는 조금 덜하지만 오늘처럼 일이 있어 조금 늦으면 사람 많아. 퇴근시간이 가까우면 원래 그래.”

김영은이 계란 후라이 하나를 구건호에게 주었다. 구건호가 계란을 먹으며 말했다.

“우리 방배동으로 이사 갈까?”

“방배동? 내가 고생 좀 하는 게 낫지 이사까지야...”

“거긴 단독 주택으로 이사 갈까?”

“단독주택? 요즘 서울에 단독 주택이 있나? 우리 결혼 전에 갔었던 성북동 길상사 있는데 가면 모를까.”

“서래마을 알지?”

“서래마을? 알지. 거기 내 동창이 하나 살았었어. 참, 거긴 반포에서 방배동쪽으로 가다보면 단독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성 같은 집도 있었어. 그런덴 재벌이 살겠지.”

“재벌이 살았던 동네 맞아.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집도 거기였었어.”

“그런가? 대우 김우중 회장님은 아직도 거기 사시나?”

“대우 김우중 회장은 망해서 거기 안살아. 이제 보니까 기억나네. 오래전 신문에 김우중 회장 방배동 단독 주택은 경매로 넘어갔었다는 기사를 보았어.”

“오빠는 별 델 다 관심을 갖네.”

“재벌 되는 게 내 인생 목표였으니까.”

이 말에 김영은이 픽하고 웃었다.

“꿈은 야무지네.”

“꿈을 꾸었기 때문에 오늘날 작은 기업이라도 하고 있잖아.”

“호호, 그런가?”

“웃는걸 보니 몸이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웃어서 그런 게 아니라 밥 한술 떠먹어서 그래. 그래도 머리는 지근거리고 아파.”

“우리 방배동 단독으로 이사 갈까?”

“지방이면 몰라도 서울 단독은 비싸. 강북에 있는 조그만 단독은 몰라도 성북동이나 강남에 있는 단독은 비싸.”

“비싸야 얼마나 비싸겠어.”

“마당이 있는 집이 좋긴 좋겠지. 꽃나무도 심고 애완견이라도 기르면 우리 상민이 정서교육에도 좋겠지. 아파트는 삭막하잖아?”

“마당에 여러 가지 꽃나무도 심고 과일 나무도 심자. 마당에 잔디도 심고.”

“그런 집이 있나?”

아기가 우는 소리가 나자 김영은이 밥을 먹다말고 뛰어갔다.

“엄마, 여기 있다.”

구건호는 김영은의 몸살이 병원에서의 노동이나 지하철에서 시달리는 것 보다는 아기 때문에 밤잠을 설쳐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독으로 옮길까? 서래마을은 연예인들도 많이 산다는데. 송중기, 한효주, 고현정, 최민수가 모두 서래마을에 산다는데 단독으로 옮길까? 단독 300평이면 나중에 빌라를 지어도 수십 채 나올 것 같은데? 재테크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직산이나 아산을 내려가지 않았다.

디욘 코리아 주식은 W그룹이 인수한다는 소리가 쑥 들어가자 실망매물이 나와 3%정도 빠져있는 상태였다. 화요일에도 디욘 코리아 주식은 보합세를 유지하더니 슬금슬금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봉차트에 마이너스를 알리는 파란 캔들이 켜졌다.

[흘러내리겠지. 그러다가 매각대금 다 들어오고 W그룹에서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뜨면 상한가 치겠지.]

[이 정보는 나만 입 닫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텐데, W그룹 측에서 시장에 정보를 흘릴 수도 있겠지? 이미 많은 주식을 매집해 놓았다면 말이야.]

12월 14일이 되었다. 디욘 코리아의 김 부사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디욘 본사에서 팩스가 왔네요. 애덤 캐슬러를 사장으로 파견한다는 내용입니다.”

“오, 그래요? 애덤 캐슬러에게 축하한다고 말하세요. 아니, 내가 직접 전화하지요.”

“그럼 지난번에 회장님께 받아 논 인사발령 품의서는 오늘 발표하겠습니다. 임원 말고 중간관리자들 인사도 같이 발표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디욘 코리아가 아직 지분 매각된 것이 아니라서 회장님은 12월 15일자로 사장에서 면직되어 회장 취임한다고 발표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세요.”

구건호는 애덤 캐슬러가 좋아서 하하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미국 놈들은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모양이야. 좋으면 그냥 좋아서 난리지. 인도 첸나이 지역에 나가있는 브랜든 버크는 이제 애덤 캐슬러 부하가 되었네? 전에 브랜든 버크가 본사 부사장 할 때는 애덤 캐슬러가 얼굴도 못 들더니 이젠 거꾸로 되었네?”

생각지도 않게 지에이치 모빌의 연구소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회장님이십니까? 저, 지에이치 모빌의 연구소장입니다.”

“오, 소장님. 웬일이십니까?”

“오늘 인사발표 나온걸 보았습니다. 이번에 상무이사에서 전무이사로 승진발령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될 분이 된 거지요.”

“오늘 여기 오셨으면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안 오신다고 하셔서 우선 전화로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도 발표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에이치 모빌의 총무이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총무이사 최준영입니다.”

“흠, 웬일이세요?”

“회장님이 대표이사에서 회장님으로 취임했다는 것은 지에이치 산하 각사에 통보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글쎄....”

“아무래도 사람들이 호칭에 실수하면 안 되니까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제목은 회장 취임 통보로 하겠습니다. 내용은 제가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불러보세요.”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 코리아의 이사회에서는 20XX년 12월 15일자로 구건호 대표이사를 회장으로 선출하였기에 통보해 드립니다. 따라서 호칭 변경에 착오 없기 바랍니다. 발신 지에이치 모빌 대표이사 송장환.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수신처는 지에이치 개발, 지에이치 정밀, 지에이치 미디어,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지에이치 소주 기차배건 유한공사, 지에이치 안당 객운 유한공사로 하겠습니다. 디욘 코리아도 참고로 보내겠습니다.”

“그러세요.”

“발송공문은 전부 이메일로 보내고 팩스로도 보내겠습니다. 주요 협력사에도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신문을 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나고 강이사가 웃으며 들어왔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공문이 벌써 왔어요?”

“예, 조금 전에 팩스 들어왔습니다. 사실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공문은 정대리한테 주었습니다. 직원들 공람하라고 했습니다.”

“회장 된다고 해서 내 지분이 달라진 건 아니지요. 젊은 나이에 회장한다고 욕하지나 않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젊은 나이에 회장하는 재벌 2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조금 있으니까 아래층의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편집부장 피천영씨와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하고 같이 구건호 방엘 왓다.

“회장님 취임을 축하합니다.”

“아니, 내가 회장 되었다고 해서 월급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무슨 축하입니까?”

“아닙니다. 그동안 사장님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습니다. 우리도 회장님이라고 부르기가 더 편합니다.”

“오셨으니 차나 한잔씩 하고 가세요.”

구건호가 비서 오연수에게 홍차를 주문했다.

차를 마시면서 마쯔이 요시타카 선생이 말했다.

“아까 지에이치 모빌에서 온 공문을 보았는데 수신처에 보니까 회사가 참 많던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그 많은 회사들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허허, 그래요? 오신 김에 지에이치 그룹 카다로그나 하나 만들어 줄 것을 부탁드릴까요?”

신정숙 사장이 재빨리 말을 받는다.

“그럼 좋지요. 저도 그런 것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평소에 들었었습니다. 사진은 여기계신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찍고 문장 작성과 편집은 피천영 편집부장님이 하시고 디자인은 우리 오민숙 팀장이 맡아서 하면 멋진 카다로그가 나올 겁니다.”

“흠.”

“카다로그 나오면 제가 아는 영문 번역사들에게 맡겨 영어로 된 카다로그도 만들겠습니다. 각사 사장님들이 사업하실 때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회사소개도 카다로그를 들고 가면 큰 회사인줄 아는데 파워포인트로 된 프린트물을 비닐 커버에 넣어 제출하면 엉성하고 작은 회사로 보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카다로그 제작비용도 우리가 각사에서 N분하여 받으면 됩니다.”

“그럼 한번 만들어보세요. 지금 12월 중순이니까 새해에 만들면 되겠네요. 디욘 코리아는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니까 거기는 제외하세요.”

“아, 거기를 파십니까? 상장까지 한 회사인데요?”

“정치테마주가 되어서 시끄러운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추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아깝네요. 상장회사라. 거기 매출도 많지요?”

“금년에 845억 했습니다.”

“헉! 845억!”

세 사람은 동시에 놀랐다. 출판사와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왜 놀라세요? 지에이치 모빌은 더 많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얼마인데요?”

“지에이치 모빌은 금년도에 1,874억 매출을 올렸습니다.”

“헉! 1,874억!”

신정숙 사장이 놀라고 있는 요시타카 선생과 피천영 편집부장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 보세요. 내가 그랬잖아요. 구 회장님한테는 지에이치 미디어의 매출은 껌 값밖에 안 된다고 했잖습니까?”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별소리 다 하십니다. 미디어는 적은 인원으로 그렇게 매출을 올려 저는 미디어 직원들이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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