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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484화 (484/501)

# 484

인수설 찌라시 (3)

(484)

구건호가 생선구이집으로 왔다. 박종석 사장이 먼저 도착하여 앉아 있었다. 박종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야, 여기.”

“뭐, 시켰냐?”

“아니, 형 오면 시키려고 했어.”

박종석 사장이 구건호에게 메뉴판을 주었다. 구건호가 고등어구이, 참치구이 등을 시켰다.

“박사장, 나 디욘 코리아 지분 팔기로 한 것 알고 있지?”

“뭐라고?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야?”

“디욘 코리아 파는 것 하고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

“우리가 거기에 기계장비 팔잖아.”

“그거야 상관없지. 누가 인수하더라도 지에이치 정밀하고 거래하겠지. 그리고 거긴 박사장하고 친한 김전무도 있고, 아니 참 김전무가 부사장이 되니까 김부사장이라고 불러야겠군.”

“김전무가 부사장 되었어?”

“12월 15일자 발령이라 발령통보는 아직 안 깠어. 박사장만 알고 있어.”

“흠, 그래?”

“김전무가 부사장이 되고, 유희열 부장이 이사가 됐어. 연구소장은 그만두시기로 했고 나머지는 다 유임이야.”

“사장은?”

“15일 디욘 본사에서 발령을 낸다고 했는데 아마 애덤 캐슬러가 승진해서 그대로 있을 것 같아.”

“그럼 모빌도 인사발표가 12월 15일인가?”

“모빌도 같은 날짜야. 모빌은 연구소장이 상무에서 전무가 되고 생산1부장 정찬대가 이사가 되었어.”

“인사는 모두 될 사람들이 되었네.”

“그리고 12월 15일자로 모빌은 전부 송사장 체제로 움직이기로 했어. 나는 이번에 사장에서 물러나.”

“뭐라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회장을 하기로 했어. 디욘도 법인 명의전환 하기 까지는 이사회 회장이야.”

“회장이라고?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 나도 사장이고 형도 사장이면 말이 돼?”

“회장이 좋으냐?”

“그럼! 지에이치 그룹의 당연한 회장이 되어야지. 형이 회장한다고 하니까 내가 다 시원하네. 이제부터 말을 올려줄게.”

“지랄하고 앉았네.”

“아냐, 그렇게 해야 돼. 이제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야 돼. 회장님 맥주 한잔 하시겠습니까?”

“아냐, 나 디욘 코리아 가봐야 돼.”

“형이 손 뗀다고 하면 김전무, 아니 김부사장도 많이 섭섭해 했겠는데.”

“인수받는 회사가 W그룹이니까 괜찮아. 재벌회사라 판매망이 좋으니까 디욘 코리아가 상당히 발전할 거야.”

“오, W그룹인가? 인수자는 빵빵한데서 했네.”

“종업원들한테는 더 나을지도 몰라.”

“하긴, 김전무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 물파산업의 상무이사였는데 W그릅계열사의 부사장이 되었으니 출세는 했네.”

“박사장. 디욘 판 것에 대해서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박사장 거래하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 기계는 아무나 제작하는 것이 아니잖아.”

“디욘은 광동성에 보낼 것은 선적했어. 설치는 우리 공장장이 가서 설치해 주기로 했으니까 바로 시험 가동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거기 사장 이형우라는 사람이 공장 경력자가 아닌데 잘 할 수 있을까?”

“공장관리자는 충원해 주겠지.”

“디욘은 금년도 메출 많이 올라갔지?”

“845억 했어.”

“845억? 어휴, 대단하네. 그럼 모빌은?”

“모빌은 1,874억 했어.”

“1,874억? 와, 대단하다. 그럼 얼마 이익금이 생기는 거야?”

“세후 순 이익이 133억이다.”

“와. 그럼 배당도 가능하잖아?”

“지금 빚을 갚을까, 아니면 법정유보금 남겨놓고 100억 정도 배당을 할까 생각중이야.”

“거긴 송사장도 지분이 좀 있다며?”

“있어. 3%야. 송사장도 배당을 받는다면 3억 받아갈 수 있어.”

“3억? 와, 대단하네.”

“지에이치 정밀도 그렇게 키워봐라. 지에이치 정밀은 박사장 지분이 20%니까 디욘처럼 성적을 올린다면 20억 받아갈 수 있다.”

“와, 20억? 그런데 나는 모빌 이익금도 안 되는 매출을 올리니 언제 그렇게 되나?”

“영업담당자 한명 채용해라. 그리고 디욘 코리아 김부사장한테 앞으로 한건 영업해 주면 커미션 주는 방법도 생각해 봐.”

“커미션? 흠, 이제 남의 손에 넘어가니 그렇게 해볼까? 좋은 생각인데?”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에 들렸다.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에게 대추차가 아닌 커피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커피를 마시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구건호는 사내 전화로 상임감사를 찾았다.

“혹시 공시 답변 하셨습니까?”

“잠깐 계셔보십시오. 주담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아까 공시하라고 지시했는데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안했으면 내일 11시경쯤 공시하라고 하세요. 답변시한이 내일 12시라고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상임감사가 직접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왔다.

“아직 공시를 안했답니다. 내일 11시쯤 올리라고 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상임감사가 사장 방을 나가자 구건호가 희미한 웃음을 웃었다.

[이렇게 해야 오늘 상한가가 무너지지 않지.]

구건호가 남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김부사장이 들어왔다.

“오, 김부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저, 그런데 이번에 사장님이 부사장을 시켜주셔서 고맙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섭섭합니다.”

“뭐가요?”

“갑자기 그렇게 지분 양도를 하시니까 섭섭합니다.”

“섭섭할 것 없습니다.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아직은 내가 돈을 받은건 아니니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W그룹이 인수한다면 종업원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가 있습니다.”

“밑에 종업원들이야 그렇겠지만 저는 더 위험하지 않을까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계약 조항에 종업원들은 손 하나 까닥 못하도록 하는 것을 집어넣었습니다.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재벌사라고 갑질이나 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지난주에 W그룹 회장하고 사장을 만났었는데 사람들 다 괜찮았습니다.”

W그룹 회장도 만났습니까? 종업원들 쪼인트도 깐다는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

“에이, 그건 옛날이야기지 지금은 늙어서 그렇게 못할 겁니다. 요즘은 또 그랬다가는 받아버리는 세상 아닙니까?”

“그러긴 하지만.....”

김부사장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W그룹의 W케미컬은 전국에 지점망이 있습니다. 해외에도 있고요. 디욘의 영업은 거기 판매망을 이용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김부사장님 급여도 파격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또 2년 후 미국인 사장이 물러난다면 사장 자리는 김부사장님에게 떨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김부사장이 듣기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박종석이나 잘 봐주세요?”

“박종석 사장요? 박사장이 왜요?”

“기계만 고치던 사람이라 영업력이 약합니다. 옆에서 영업 좀 많이 도와주세요. 아니면 영업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추천을 하시던가.”

“추천요? 한 사람 있긴 있습니다.”

“누군데요?”

“우리가 거래하는 오신테크라는 성형업체가 있습니다. 거기 과장 하나가 쓸 만한 친구가 있습니다. 박사장보다 나이도 한두 살 어린 것 같으니 딱 좋습니다.”

“잘 다니고 있는 사람 오라고 하면 올까요?”

“그 친구 제가 가기만 하면 어디 좋은데 있으면 심어달라고 조릅니다. 거기 있는 부장하고 갈등이 심한 모양입니다.”

“무슨 갈등이 그렇게 심합니까?”

“부장보다 똑똑하니까 부장이 기회만 있으면 갈구는 모양입니다. 부장이 거기 사장 처남이라 함부로 못하는 처지거든요.”

“그럼 은밀히 박사장을 만나게 해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모빌은 인사발표 언제 합니까?”

“여기하고 같이 15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임원은 두 사람 승진합니다.”

“두 사람이요?”

“연구소장이 상무이사 급인데 전무이사급으로 하고 생산1부장이 이사 승진합니다.”

“흠, 될 사람들 된 것 같네요. 생산1부장은 처음 입사할 때 코 흘리던 친구가 거기도 이제 50이 되었으니 시켜줄만 하지요.”

“나이어린 박종석이가 상사라 스트레스가 좀 있었겠네요.”

“박종석 사장이 거기 처음 들어왔을 때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가 저한테 와서 회사 그만두겠다고 하소연 했었습니다.”

“그랬던가요?”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잘 어울리더라고요. 박종석사장이 기술도 좋고 또 형이라고 불러주고 잘 하잖습니까? 또 박사장 눈 봐요. 주먹깨나 쓰게 생겼으니까 누가 함부로 안하잖습니까?”

“그런 사람이 지금은 사장이 되어 고달픈 모양입니다.”

“하하, 그러겠지요.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도 모빌 인사 발표 때 회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모빌은 송사장 단독체제로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아이고, 잘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에이치 산하의 사장들이 다 불편해 했습니다. 중국에 가 있는 김민혁 사장도 그렇고, 문재식 사장도 그러고 다 그랬습니다. 그건 아주 잘 하신 것 같습니다.”

금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였다. 18층 사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부터 켜고 주식 거래창을 띄웠다.

“상한가는 못되었어도 주가가 5만원 언저리에서 노네. 11시 공시한다고 하니까 그때까지는 5만원은 버티어 주겠는데?”

오늘은 조회요구 공시에 대한 답변 공시를 하는 날이라 사자와 팔자가 서로 눈치작전을 펴는 것 같았다. 마침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접니다. 손근수입니다. 오늘 아침 디코 거래창 보셨습니까?”

“디코요?”

“요즘 소액 투자자 개미들이 디욘 코리아를 디코라고 부릅니다.”

“허, 그래요?”

“디코가 오늘은 많이 올랐지만 거래량 줄면서 눈치 보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일부 정리하세요. 11시에까지만 정리하세요.”

“알겠습니다.”

오전 11시가 되어 디코 주식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은 종가 마이너스 5%를 유지했다. W그룹 인수설에 들어왔다가 검토만 하고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공시되어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구건호가 점심시간이 되어 돈가스를 먹고 올라왔더니 SH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사장이 전화를 했다.

“오늘 평단가 52,000원 부근에서 50만주 매도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지금 주가가 얼마나 하나요?”

“46,000원 합니다.”

“앞으로 매일 4만원 이하면 재 매입하세요. 마지막 불꽃놀이가 있으니까요.”

“저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량 매물이 안 나온걸 보니 무언가 기대감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건호가 손근수 사장 전화를 끝내고 화장실을 갔다 오는데 강이사가 컴퓨터를 보면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얼 보고 감탄해요? 야동이라도 보십니까?”

“하하, 아닙니다. 방배동 단독주택이 90억에 경매 나온 물건이 있어서요.”

“방배동에 단독주택이 있어요? 방배동은 아파트만 있는 동네 아니에요?”

“국립중앙도서관 뒤 서래마을이라는 곳 안쪽에 있는 단독주택입니다. 경매가가 하도 높아서 감탄했습니다.”

“몇 평인데 그래요?”

“대지가 300평에 건평이 80평입니다. 정원이 좋은 것 같은데요?”

“신건입니까?”

“한번 유찰되어 72억이네요.”

“흠. 그래요? 집이 비싸니 임자 만나기는 쉽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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