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3
인수설 찌라시 (2)
(483)
W그룹 기획실에서 나온 실사팀의 조사가 끝났다. 디욘 코리아의 상임감사가 구건호에게 전화를 했다.
“실사팀 조사는 다 끝났습니다.”
“별다른 지적 사항은 없었습니까?”
“별다른 지적사항은 없었습니다. 부장 한사람과 과장 한사람이 나왔는데 대충 서류만 조사하고 재고조사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요?”
“조직도하고 인원 명단은 가져갔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내일은 지에이치 모빌의 금년도 실적과 내년 계획을 보고받는 날이었다.
“내일 실적 보고받는 자리에서 인사 계획도 발표해야 되겠군.”
구건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SH 투자 파트너스 손근수 사장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오늘 디욘 코리아 주식이 상한가 친 것 아십니까?”
“그래요?”
“증권시장에 디욘 코리아가 W그룹에 인수된다는 소문이 확 퍼졌는데요? 증권사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흠, 그래요?”
“사장님은 소문 아실 것 아닙니까?”
“소문은 확정된 것 아직 없어요. 지금 우리가 디욘 코리아 주식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320만주 정도 샀습니다. 평단가 25,000원에 샀는데 3만원 넘어가서 중지했습니다. 지금 현재 주가 상한가 쳐서 36,000원입니다.”
“320만주면 공시되었겠네요.”
“그럼요. 공시되었습니다. SH 투자파트너스 320만주가 확보되었고 OA 홀딩스라는 곳에서도 150만주 확보된 것으로 공시되었습니다.”
“OA 홀딩스? 아는 회사입니까?”
“처음 들어보는 회사인데요?”
“혼자만 아세요. W그룹과 인수문제가 있긴 있었어요. 하지만 돈을 받은 건 아니에요.”
“그럼 내일도 상한가 치면 인수 소문에 대한 공시는 해야 되겠네요.”
“공시요구가 있다면 그래야 되겠지요. 그리고 내일도 상한가 치면 매수 잔량보시고 무너지면 다 던지세요.”
“알겠습니다.”
“만일 내일 매수 잔량 쌓이면 모레까지 들고 가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증권사 찌라시는 사장님이 흘리신 겁니까?”
“아니, 난 안했어요. 아직까지 그런 일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럼 W그룹 측에서 흘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글쎄요....”
구건호가 다음날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하였다. 오늘은 금년 실적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가 있는 날이라 임원 모두가 소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대개 실적보고는 12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12월만 추정으로 계산하여 실적보고를 한다.
구건호가 소회의실로 들어가는 도중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 전화를 받았다.
“디욘 코리아는 오늘도 상한가네요. 신문에도 W그룹 인수설 때문에 상한가가 되었다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사자매물이 쌓였습니까?”
“많습니다. 200만주 됩니다.”
“우리도 사자 100만주 허매수 받쳐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소회의실 의자에 앉는데 디욘 코리아 상임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공시요구가 왔는데요? 코스닥 시장본부에서 W그룹 지분인수설 조회 공시요구가 들어왔습니다.”
“답변 시한이 언제까지 입니까?”‘
“내일 12시까지입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지에이치 모빌 임원회의 시작중이니까 회의 끝나고 답변 드리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가운데 앉은 구건호가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송사장과 연구소장, 경리이사, 총무이사, 품질담당 이사의 얼굴이 보였다. 박종석 이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허전하기는 하였다. 실적보고는 경리이사가 담당했다.
“금년도 실적은 S전자그룹과 H그룹의 매출 증대에 힘입어....”
“숫자만 이야기 하세요. 그리고 목소리 좀 크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금년도 매출총액은 1,874억입니다.”
1,874억이란 소리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작년보다 무려 70%가 늘은 매출액이었다. 역시 민주공명당 이진우 대표의 후광이 있었던 것 같았다. S전자의 매출과 H그룹의 매출이 대폭 늘어나 금년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계속하세요.”
매출원가는 1,499억으로 매출총이익은 375억입니다. 일반관리비는 180억이고 영업외 비용은 24억입니다. 따라서 영업이익은 171억이고 영업 이익율은 9%가 되겠습니다.“
“흠.”
“법인세를 반영한 세후 순이익은 133억이며 순이익률은 7%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리이사가 보고한 133억이 쓸 수 있는 돈이었다. 법정적립금을 공제하고 나머지를 부채를 갚든가 주주배당을 하면 되었다.
구건호가 물을 한잔 마시고 말했다.
“지금 발표된 연간 손익자료는 일부 수정이 있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투자자산 회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고개를 들고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디욘 코리아의 지분 매각이 검토되고 있는 중입니다.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는 밖에 나가 입을 열면 안 됩니다. 그것은 지금 디욘 코리아 주가에 민감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송사장이 말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내년도 매출목표는 2,476억으로 금년보다 30% 늘어난 것으로 잡았습니다. 내년도에 개발될 제품은.......”
금년 실적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를 하는데 꼭 1시간 20분이 걸렸다. 구건호는 폐회선언을 하고 회의를 끝냈다.
구건호는 자기 방에 와서 송사장을 따로 불렀다.
“오늘이 12월 10일입니다. 실적 보고도 끝났으니 오늘 아주 임원인사를 결정짓도록 하지요.”
“이야기 듣기로는 디욘 코리아는 내정을 다 하고 15일 발표만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거기는 김전무와 유부장이 승진합니다.”
“예상대로 입니다.”
“그리고 사장은 애덤 캐슬러가 승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잘 되었네요. 우리도 그 사람이 편하지 않습니까?”
“상임감사는 유임시켰고 연구소장은 촉탁 해지를 하였습니다.”
“그것도 예상대로입니다.”
“여기는 지난번 송사장님하고 이야기 했던 대로 생산1부장을 이사로 하고 연구소장을 전무로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디욘 코리아는 내가 12월 15일자로 이사회 회장으로 가기로 되어있습니다. 지분 매각이 되면 그것도 의미가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도 오늘 확정지은 것을 서류만 만들어 놓았다가 15일자로 발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총무이사 들어오라고 할까요?”
“그리고 여기도 이번 인사에 내가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옛? 물러나요?”
“이제 회장으로 가겠습니다. 이번 인사에 나도 사장 면직, 회장 취임으로 같이 발령을 내주세요.”
“그, 그것은.“
“내가 여기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편하고 또 이제는 송사장님 단독 체제로 가야지요.”
“제가 혼자서는 두려움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에이치 산하의 모든 사장들이 구사장님은 이제 회장으로 가시는 게 좋다고들 이야기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오너이신 분이 다른 사장들하고 똑같이 사장을 하니까 사장이란 호칭을 부르기도 민망스럽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내 방은 송사장님이 쓰시든가 회의실로 쓰던가 하세요.”
“사장님, 아니 회장님이 오시면 앉을 만한 자리는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내가 오면 소회의실도 있고 또 송사장님 방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방이 있으면 오히려 내가 자주 오게 되어 못씁니다.”
“그럼 자주 안 오시겠습니까?”
“송사장님 계신데 자주 올 필요 없겠지요. 이제 손익보고나 받겠습니다.”
“그렇다면 신사동 빌딩에 기획실을 두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차차 생각해보지요. 총무이사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총무이사가 다이어리를 들고 왔다.
“메모하세요. 임원인사 발표입니다. 옆에 계신 송사장님과 협의된 내용입니다.”
총무이사가 얼른 메모 준비를 했다.
“먼저 승진자입니다. 연구소장 방길훈은 상무이사에서 전무이사로 승진합니다.”
“예.”
“다음 생산 1부장 정찬대는 생산이사로 발령합니다.”
“예.”
“사장 구건호는 면직입니다.”
“네?”
“사장은 이제 송사장님 단독 체제로 갑니다.”
“네....”
그리고 구건호는 회장 취임입니다. 회장발령도 같이 묶어서 발표하세요. 서류는 지금 만들어서 가져오시고 발령일자는 모두 12월 15일자입니다.“
“알겠습니다.”
송사장과 총무이사가 나가자 구건호는 경리이사를 불렀다.
“지난번에 내가 만들어 놓으라고 하던 통장과 OTP 가져오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경리이사가 들어왔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앞으로 이 통장으로 디욘 코리아 주식 매각 대금이 들어옵니다. 들어오게 되면 금액을 알려드리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경리이사에게 물었다.
“돈이 들어오면 처음에 출자했던 45억과 건물 출자비는 투자회수로 처리하시고 나머지 금액은 투자 이익으로 하면 되겠지요?”
“그렇게 하면 됩니다.”
“주식 양도세가 많이 나오겠지요?”
“보유기간이 짧으면 많이 나옵니다. 30%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양도세 내고 또 나머지는 법인세 부과 대상이 되겠네요.”
“특별이익으로 기표되면 영업이익이 달라지니까 법인세 해당됩니다.”
“양도세와 법인세로 뜯겨 나가면 남는 것도 별로이겠네요.”
“호호, 제도가 그런걸요. 하지만 많이 받으면 많이 남겠지요.”
“흠,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총무이사가 임원인사발령 품의서를 들고 왔다. 송사장 싸인을 받은 것을 들고 왔다.
“금방 만들었네요?”
“헤헤, 금방 만들었습니다.”
“15일자 발령이니까 13일이나 14일 발령 내세요. 문서로 만들어 각 부서에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쓰던 방은 송사장이 쓴다면 쓰라고 하세요.”
“회장님은 이제 여기 안 오십니까?”
“가끔 오지요. 물론 지금 보다는 덜 오겠지요. 왜? 내가 자주 오는 게 부담스러워요?”
“아, 아니 그게 아닙니다.”
“대리에서 부장까지 승진대상자 심사는 다 끝났나요?”
“다 끝났습니다. 최종 마무리만 남았습니다. 임원인사 발령하고 그 다음날 발령통보 하기로 했습니다.”
“대상자가 몇 명입니까?”
“25명입니다.”
“제2공장에 있는 차장으로 있는 사람도 들어가 있습니까?”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생산부만 경사 난 것 같습니다. 이사에서부터 대리까지 생산 쪽에서 승진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허허, 그래요?”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 상임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W그룹 지분 인수설 조회 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잠깐, 메모 좀 하겠습니다.”
“당사는 W그룹과 한국 측 지분 전부를 매각 검토한 사실이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적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구체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할 예정입니다. 본 공시는 12월 1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의 조회 요구에 대한 답변입니다.”
“적었습니다.”
“공시책임자 대표이사 구건호.”
“적었습니다.”
“이상입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정밀의 박종석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밥이나 먹자.”
“형, 여기 안와?”
“가면 뭘 하냐? 일만 방해하지. 때가 되었으니까 밥은 먹어야 하잖아? 오늘 모빌의 실적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가 있는 날이라 회의 주재했더니 배고프다. 너 밥 좀 사라.”
“그럼 지난번에 갔던 생선구이 집으로 와.”
생선구이 집으로 가는 도중 구건호는 W케미컬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W그룹 지분 인수설 조회 공시요구가 떴는데 어떻게 답변하실 겁니까? 답변 시한이 내일까지인데.”
“아직 돈 받은 것도 아니라서 검토사실은 있으나 확정된 건 없다고 발표할겁니다.”
“흠, 잘 하셨습니다. 인수대금은 15일 날짜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