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80화 (480/501)

# 480

빅딜 (2)

(480)

12월 5일이 되었다.

디욘 코리아의 김전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광동성은 다녀왔습니다. 공장은 그런대로 쓸만 했습니다. 이형우 전무가 구두 계약한 것을 아주 본 계약 하고 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법인 설립도 끝냈습니다. 이형우 전무가 거기 상주할 대표는 아니지만 임시로 현지 사장은 이형우 전무로 했습니다.”

“그거야 나중에 사람 보내면 그때 교체해도 되겠지요.”

“그리고 지난달 해외공장 월간 집계표가 나왔습니다. 인도 노이다 지역과 중국 천진지역의 손익이 나왔습니다.”

“그래요? 매출이 좀 발생했습니까?”

“아주 4군데 해외공장 지난달 실적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인도 첸나이 지역은 3억, 노이다 지역은 4억입니다. 노이다 지역은 첸나이보다 늦게 생겼지만 이종근 부장이 수입 판매하던 실적이 그대로 들어가서 4억입니다.”

“흠, 그래요?”

“중국 쑤저우 지역이 4억, 천진이 2억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럼 4군데 모두 얼마나 되지요?”

“13억입니다.”

“전부 합쳐 연간 매출로 따지면 156억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국내 판매 분과 합쳐서 아직 1천억은 안되겠네요.”

“내년엔 1천억이 넘을 겁니다.”

“그래야 되겠지요.”

“광동성 공장을 계약함에 따라서 지에이치 정밀에 생산기계 4대를 발주한 상태입니다. 어제 지에이치 정밀에 들렸는데 이미 다 만들어 놓았더군요. 공장 잔금 치루면 바로 선적해 달라고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뜻밖에도 시애틀의 디욘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라이먼델 디욘 본사의 안젤리나 레인입니다.”

“오, 안젤리나 레인 여사. 오래간만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통역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얼른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오연수 대신 정지영 대리가 들어와 보고를 한다.

“오연수씨 방금 화장실에 갔는데요.”

“화장실? 에그, 하필이면 이럴 때 화장실을 가? 미국서 전화 왔으니 빨리 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안젤리나 레인에게 연신 미안하다 소리만 했다.

“아이엠 쏘리, 쟈스트 모멘트.”

“오케이.”

한참 후에 비서 오연수가 뛰어왔다.

“라이먼델 디욘 본사의 안젤리나 레인이에요. 전화 받아 봐요.”

오연수가 한참 전화를 받더니 고개를 구건호 쪽에 돌리고 말했다.

“지금 근무하고 계신 애덤 캐슬러가 어떠냐고 묻는데요? 업무능력과 리더쉽, 대인관계 등을 묻네요. A,B,C로 평가해 달라고 합니다.”

“올 A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A전자 그룹의 박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에 디욘 코리아 지분 매각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습니까?”

“1,700억엔 지분 양도 못합니다. 더구나 그 회사는 부채도 없고 현금 보유액도 많습니다.”

“지분 인수 희망자를 만나면 현금보유에 대하여 어필을 해야 되겠군요. 내일 지분 인수 희망자를 만나보시겠습니까?”

“내일요?”

“혹시 회사 자료가 있는가요?”

“있습니다.”

“그럼 법인 등기부하고 회사 자료 준비하시고 내일 오후 2시에 을지로에 있는 W그룹 비서실로 오세요.“

“W그룹요?”

“그렇습니다.”

구건호는 디욘 코리아의 상임감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구건호입니다. 우리가 지난번 상장하면서 기관 투자가들에게 나누어줄 투자설명회(IR) 자료를 만들어 놓은 것 있지요?”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놓은 것 말입니까? 있습니다.”

“그거 회사 소개 부분만 변동된 숫자 고쳐서 바로 지금 저한테 보내주시겠습니까? 아니, 여기 지에이치 개발의 경리부 홍과장에게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경리 홍과장을 불렀다.

“조금 있으면 디욘 코리아 상임감사로부터 회사 자료가 올 거예요. 출력해서 5부만 만들어줘요.”

“알겠습니다.”

다음날 구건호가 출근을 했더니 사장실 책상위에 디욘 코리아 회사자료 5부가 얌전히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회사 등기부등본도 함께 놓였었다. 홍과장이 준비해서 올려놓은 것이다. 구건호가 자료를 보았다.

“칼라로 큰 글씨로 되어있으니 보기에 괜찮네.”

구건호는 점심을 먹고 와서 커피까지 마신 후 양치질을 하고 대봉투에 회사 자료와 법인 등기부를 담았다. 그리고 을지로에 있는 W그룹으로 출발했다.

구건호는 가는 도중 벤트리 승용차 차안에서 W기업을 생각해 보았다. 거기 회장은 건방지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부하직원도 말을 안 들으면 뺨을 치거나 쪼인트를 까는 것으로 유명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덜하지만 젊었을 땐 그 유세가 하늘을 찔렀던 사람이다.

[킥킥, W그룹은 김민혁이 두 번이나 시험 봐서 떨어진 곳 아닌가? 김민혁이는 인서울 대학을 나와서 W그룹 응시라도 했지만 나는 지잡대 중퇴에 사이버대학 출신이라 감히 원서도 못 냈었지.]

[그런데 오늘은 W그룹에서 누가 나올까? 비서실장이 나올까? 거기 비서실장은 사장 급인가? 상무 급인가? 아, 참. W그룹은 W케미컬이 있으니 케미컬 사장이 나오겠네. W케미컬도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인데 사장이 직접 나올까?]

구건호는 W그룹 빌딩을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로비에 지하철 역사 같은 승차권을 찍는 검표대 같은 것을 설치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목에 건 아이디카드를 대고 문이 열리면 들어갔다.

“참,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네.”

구건호가 머뭇거리자 경비원이 와서 말했다.

“방문하시는 분은 방문증을 받아 가시면 됩니다.”

구건호는 방문객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방문증을 받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비서실에 들어갔다. 비서실도 넓고 예쁜 여직원들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구건호를 보고 여직원이 벌떡 일어났다.

“어디서 오셨는지요?”

“나, 지에이치 모빌의 사장이요.”

비서가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정중히 인사를 했다.

“혹시 구건호 사장님이십니까? 비서실장입니다.”

비서실장이 명함을 주어 구건호도 일어나 명함을 주었다. 사장 급은 아니고 상무 급 정도로 보였다.

작은 방에서 기다리자 바로 A전자그룹의 박사장이 왔고 흰머리가 많이 난 50대 중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여, 구사장 왔습니까? 이 분은 W그룹 W케미컬 사장입니다.”

구건호가 일어나 정중히 인사하고 명함을 주었다.

W케미컬 사장이 말했다.

“회사 자료는 가지고 오셨어요?”

“가지고 왔습니다.”

구건호가 법인 등기부등본과 회사자료를 주었다. 케미컬 사장이 꼼꼼히 서류를 보았다.

“올해 추정매출이 845억 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직전 회계연도 보다 엄청 늘었네요.”

“음식점으로 치면 개업 빨인 모양입니다.”

“개업 빨요?”

두 사장은 함께 웃었다.

“부채가 없고 현금자산이 많네요.”

“그렇습니다.”

“지분 양도를 한다면 얼마를 받고 싶습니까?

“박사장님께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현재 지에이치 모빌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850만주입니다. 현재 주당 2만원하기 때문에 1,700억과 현금자산 556억과 2년 연속 영업이익금 남은 것 약 150억을 합치면 2,400억이 넘습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원합니다.”

“흠.”

“내년엔 해외부분의 매출도 들어오고 매출 볼륨이 높아집니다. 10년 이내에 투자액을 뽑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제 요구가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입니다.”

“흠.”

케미컬 사장이 일어나 문을 열고 비서실장을 불렀다.

“회장님 지금 자리에 계시죠?”

“계십니다.”

케미컬 사장이 구건호와 박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회장님 계시다니 갑시다. 자료 챙기세요.”

구건호와 A전자 박사장이 케미컬 사장 뒤를 따라갔다. 구건호가 처음으로 재벌 회장 방을 들어간 것이다.

회장실은 고급양탄자가 깔린 넓고도 넓은 방이었다. 뒤에 장식장 위에는 커다란 도자기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회장은 자기 책상에 앉지 않고 회의용 테이블 중앙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케미컬 사장과 A전자그룹 박사장이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회장은 신문을 탁자위로 내려놓고 돋보기를 내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오, A전자그룹 박사장 아니요? A전자 회장님은 안녕하시지요?”

“예, 잘 계십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디욘코리아 사장과 함께 왔습니다.”

회장은 돋보기 넘어로 힐긋 구건호를 보았다. 구건호는 회장이 이지노팩 회장과 똑같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것 같은 인상을 하고 있었으며 아주 다혈질적으로 생겨 보였다. 정말 젊었을 때는 아무나 발로 차고 그랬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앞에 의자에 앉으시오.”

케미컬 사장이 구건호를 소개했다.

“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 사장입니다. 라이먼델 디욘사와 합자를 한 회사의 대주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구건호가 허리를 크게 굽혀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흠, 젊은 분이시네. 앉읍시다.”

세 사람이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회장은 테이블 위에 있는 스피커 스위치를 누르고 말했다.

“여기 차 좀 4잔 가져와.”

스피커에서 사람 소리가 나왔다.

“알겠습니다.”

영화배우처럼 생긴 여비서가 차를 4잔 가져왔다.

케미컬 사장이 구건호가 준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회장에게 주면서 말했다.

“금년도 예상 매출이 845억이랍니다. 해외부문 매출은 여기에 안 들어간 겁니다.”

“흠.”

“부채는 하나도 없고 현금자산이 꽤 있습니다.”

“부채가 없어? 특이한 회사군.”

“주식 분포는 라이먼델 디욘사와 여기 구사장이 32.7%씩 갖고 있고 나머지는 소액주주입니다.”

“그럼 양도하겠다는 것이 32.7%인가요?”

“그렇습니다.”

“합자사면 디욘사와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야하는데?”

박사장이 대신 대답했다.

“합자할 때 처음부터 각자의 지분 양도 가능하다고 계약을 했답니다.”

“흠, 그래요?”

다시 케미컬 사장이 자료를 보면서 설명을 했다.

“발행주식 2,600만주 중에서 구사장이 가지고 있는 것은 850만주입니다. 현재 주가는 2만원에서 횡보하고 있으므로 1,700억이 됩니다. B/S(대차대조표)에 나와 있는 자산 총액은 현금자산, 부동산 자산, 재고품과 재공품을 포함하여 1,200억입니다.”

“흠. 지금 구사장이 요구하는 액수는 얼마요?”

구건호가 회장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케미컬 사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시가총액 1,700억과 자산총액 1,200억은 다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기업의 미래가치와 우리가 라이먼델 디욘사로 부터 획득한 아시아 전역에 대한 판매권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회장은 구건의 말에 귀를 기우렸다.

“만약에 W케미컬에서 디욘 코리아를 인수한다면 현재 시가 1,700억에 현금자산 약 700억과 미래의 가치를 따져 주당 35,000원은 받기를 희망합니다.”

회장은 돋보기를 쓴 채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 있는 전자계산기를 집어 들었다.“

“보유주식이 얼마라고 했지요?”

“850만주입니다.”

“850만주에 주당 35,000원이라...”

회장은 돋보기를 쓴채 직접 전자계산기를 두드렸다. 구건호가 먼저 말했다.

“2,975억입니다.”

회장은 계산기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말했다.

“2,975억? 아무리 미래가치와 아시아 판매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너무 과해. 자산 1,200에 매출 1천억도 안 되는 회사에 3천억 정도를 투자하는 건 무리지 않은가? 안 그래요? 케미컬 사장.”

“저도 주당 35,000원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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