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5
대선 주자의 동생 (4)
(475)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도 신문 내용을 보았다. 신문내용은 대선주자 이진우 대표의 친동생이 디욘 코리아의 전무이사로 근무한다는 내용이었다. 손근수 사장은 신문을 내던지고 의자를 뒤로 젖히며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도 디욘 코리아는 상한가를 쳤군. 마치 보성파워텍을 보는 것과 같네. 전력산업 기자재를 생산하는 보성파워텍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이 근무한다고 해서 얼마나 올라갔었는가? 반총장 동생은 그때 아마 보성파워텍의 부사장이었지? 반기문 총장은 대선에 나올까 말까 하면서 사람들 약만 올리고 간만 볼 때였어.]
[반기문의 고향 충주에 있는 보성 파워텍은 매출 1천억도 안 되는 회사였는데 얼마까지 올라갔었더라? 내 노트에 당시 거래하던 기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아 500원짜리 주식이 15,000원까지 갔었어. 그렇다면 디욘 코리아는 2천 원짜리 주식이니까 6만원은 가야되지 않겠는가? 에이, 그렇게는 안 되겠지.]
손근수 사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계속 상승하고 있는 디욘 코리아의 주식 거래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구건호는 아산의 디욘 코리아로 출근하는 도중 지에이치 모빌의 송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자들이 저희 공장에 와서 구사장님을 찾네요.”
“아마 디욘 코리아 때문에 그럴 겁니다. 전부 디욘 코리아로 보내세요. 내가 오늘 디욘 코리아에서 오전 11시에 기자들 면담하기로 했습니다. 전부 경제지 기자들일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송사장은 송사장대로 구건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디욘 코리아를 정치주로 만들기 위해서 이형우 전무라는 사람을 영입한 것 같군. 구건호 사장은 혹시 사적으로 디욘 코리아 주식을 사놓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 명의로 혹시 10만주 정도 사놓지 않았을까?]
송사장은 디욘 코리아 주식이 5,600원대에 놀 때 구건호가 이미 300만주나 사놓은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안다면 기절초풍을 했을 것이다.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에 오자 사람들이 줄줄이 구건호 방으로 와서 인사를 하였다. 역시 구건호가 와야 큰일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상임감사가 들어와서 말했다.
“기자들 몇 명이 왔는데 사장님이 11시에 회의실로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몇 명이나 왔습니까?”
“6명인 것 같은데요? 모두 서울서 내려온 경제지 기자들인 것 같습니다.”
“지에이치 모빌로 몰려간 기자들도 있는 모양이네요. 그 사람들까지 오면 내가 회의실로 가지요. 비서 이선혜에게 이야기해서 다과라도 갖다 주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11시가 되어 회의실로 갔다. 애덤 캐슬러와 상임감사, 그리고 윤상무를 대동하고 들어갔다. 기자들은 모두 9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와 있었다. 경제지 기자와 경제잡지 기자들이었다.
“제가 디욘코리아 사장 구건호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로 서울서 여기까지 오신 것 같네요.”
어떤 기자는 구건호 앞에 녹음기도 갖다놓고 또 어떤 기자는 사진을 찍는 기자도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디욘 코리아의 주식이 최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유를 알고 계신지요?”
“글쎄요.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보시다시피 회사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무 변화가 없는데 그렇게 오르네요. 기자님들이 혹시 그 사유를 알고 계십니까?”
“민주 공명당의 이진우 대표와는 어떤 사이입니까? 사장님이 결혼할 때 주례를 서신 분이 이진우 대표님이라고 하셨는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내가 서울대 정책대학원에 다닐 때 그 분이 학생회장이었고 내가 총무였던 인연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각자 하는 일이 달라서 만난 적은 없습니다.”
“이진우 대표님 친 동생 되시는 분이 이 회사의 전무이사로 근무하시는 게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해외담당 전무이사로 있습니다. 지금 중국 광동성에 나가 있으므로 여기에 없습니다.”
“이진우 대표의 동생 되시는 분은 어떤 경로로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까?”
“그 분은 미국서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해외시장 개척에 적임자였습니다. 그래서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진우 대표가 평 의원시절에 들어왔습니다. 이진우 대표의 어떤 취업부탁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필요해서 채용한 것입니다.”
“광동성에는 왜 가있는 겁니까? 혹시 중국 정부와 정치적 이유가 있어서 간 것은 아닙니까?”
“정치적 이유라니요? 공장 후보지를 알아보러 갔습니다.”
“공장 후보요?”
“우리 회사는 세계적 기업인 미국의 라이먼델 디욘사의 아시아 전역에 대한 판매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인도의 첸나이 지역과 노이다 지역에 공장이 있고 중국의 강소성 소주시와 천진에 공장이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광동성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공장을 세울 계획입니다. 이 업무를 이진우 대표의 동생 되시는 이형우 전무이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디욘 코리아의 주식 분포가 어떻게 되어있습니까?”
“그것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면 다 나와 있지 않습니까? 나와 미국의 디욘사가 각각 34.6%씩 가지고 있습니다.”
“이진우 대표나 그 가족, 또는 이진우 대표의 처가인 A전자그룹이 보유한 주식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구사장님은 디욘 코리아를 지에이치 모빌을 통하여 출자를 하셨습니다. 지에이치 모빌도 작년에 매출 1천억이 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1천억이 넘는 회사를 어떻게 세울 수 있었습니까? 혹시 이진우 대표나 A전자의 도움이나 지원은 없습니까?”
“지에이치 모빌은 법정관리 회사였던 물파산업이란 회사를 내가 부채를 안고 인수해 키운 회사입니다. 주로 H그룹 거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투자자를 위해서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디욘 코리아는 디욘이라는 세계적 브랜드에 힘입어 해마다 매출 30%가 증가하고 있는 건실한 기업입니다. 해외공장을 넓혀가고 있어 내년에는 매출 1천억을 넘어갈 겁니다. 또 부채도 없는 회사입니다. 건실한 회사인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정치 테마주가 되어 움직이는 것은 황당할 뿐입니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교란시키는 일부 세력에 동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회사는 이진우 대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입니다.”
다음날 구건호가 말한 내용이 각 경제신문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디욘 코리아의 구건호 대표이사는 어제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 공명당 이진우 대표의 친동생이 이 회사에 전무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을 시인했다. 이진우 대표의 친동생 이형우씨는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으로 이 회사의 해외시장 개척을 맡고 있으며 현재는 중국 광동성에 생산 공장을 세우기 위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디욘 코리아의 구건호 대표이사는 최근 디욘 코리아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진우 대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 황당하다고 하였다.]
신문기사가 나가자 디욘 코리아는 더욱 강한 사자 세력이 들어왔다. 기사 내용이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
“이진우 대표의 친동생이 전무이사로 근무하는 걸 시인했다.”
“이진우 동생이 광동성에 간 것은 중국 정부와 어떤 밀약을 맺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별의 별 추측성이 소문이 난무하면서 디욘 코리아 주가는 연 이틀 상한가를 맞았다. 주가가 36,000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드디어 디욘 코리아 주식은 코스닥 시장 본부로부터 경고처분을 받고 주식 거래가 정지되었다.
경고가 풀리자 디욘 코리아 주가는 또 상한가를 쳤다. 주가가 너무 심하게 올라가자 구건호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군.”
주식시장은 이성을 잃고 있었다. 구건호가 SH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던지세요.”
“알겠습니다.”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한꺼번에 다 던지세요.”
사실 SH투자 파트너스에서 가지고 있는 300만주는 보름 이상 걸려서 매집을 한 것이다. 팔 때도 서서히 팔아야 하는데 워낙 사자 세력이 들어오니까 이틀 만에 300만주가 모두 팔렸다. 그래도 상한가는 아니지만 주식은 3%~7%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오르고 있었다.
오후에 손근수 사장이 구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 던졌습니다. 이틀 만에 다 던졌으니 사자 세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래도 300만주 쏟아내니까 상한가 행진은 멈추었습니다.”
“팔자 평단가 얼마입니까?”
“45,600원입니다.”
“평가액 얼마입니까?”
“1,368억 원입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쉬셔도 좋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이제 자기 돈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았다.
[SH투자 파트너스는 법인이기 때문에 법인세를 내야한다. 168억 투자해서 1,368억 벌었으니 법인세 빼고 배당 소득세 빼면 얼마나 내 손에 쥘까? 그래도 1천억은 못 쥐겠는데?]
[내 손에 900억이 남는다고 가정하면 지금 강남증권에 있는 내돈 1,600억과 합치면 2,500억이 되나? 1조원의 길이 멀기는 멀군. 그러나 밑돈 2,500억이면 1조까지는 가속도가 붙어 접근할 수 있다. 힘내자.]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주식 때문에 점심도 못 먹었었다. 점심은 아마 손근수 사장도 못 먹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내가 디욘 코리아의 애덤 캐슬러를 부를 테니 통역 좀 해 줘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애덤 캐슬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헬로우? 애덤 캐슬러?”
“오우, 보스, 안녕하세요?”
애덤 캐슬러가 익살맞게 한국어로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가 오연수를 바꾸어 주었다.
“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고 지금 서울에 올라오라고 하세요.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만나자고 하세요.”
오연수가 구건호가 말한 대로 그대로 통역을 하였다. 오연수가 스마트폰을 손으로 막으면서 물었다.
“무슨 급한 일이냐고 하는데요?”
“만나서 이야기 하겠다고 하세요. 지금 내가 오연수씨 하고 서울역으로 가겠다고 하세요. 서울역 안에 있는 파스꾸찌 커피숍으로 오라고 하세요.”
오연수가 그대로 통역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연수씨는 그럼 나하고 서울역에 갈 채비하세요. 엄찬호한테 차 대기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와 오연수가 서울역 커피숍에서 30분 정도 기다리자 애덤 캐슬러가 왔다.
“하이, 보스.”
애덤 캐슬러는 벙긋벙긋 웃으며 오른손을 번쩍 들고 왔는데 구건호가 하도 심각하게 앉아있으니까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며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오느라고 숨이 찰 텐데 차라도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 합시다.”
셋은 홍차를 시켜 마셨다. 홍차를 마시며 구건호가 이야기 했다.
“디욘 코리아 주식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최근에 경고처분을 당한 사실을 알죠?”
“알고 있습니다. 상임감사에게도 듣고 통역 채명준에게도 들었습니다.”
“투자 주의가 아닌 투자 경고를 한국 증권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로부터 먹었습니다. 주식 거래가 10일간 매매 정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보고 받은바 있습니다.”
“매매정지가 풀리니까 또 상한가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주춤했지만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현재 주가가 46,000원 합니다.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사태의 심각성을 본사에 보고한바 있습니다.”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흐르면 기업에 좋을 것이 없습니다. 정부당국의 사찰이나 세무조사 등도 각오해야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지요?”
애덤 캐슬러가 긴장된 얼굴로 구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