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65화 (4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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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운 유한공사 동사회 (3)

(465)

회의장에서 중방측 대표인 옌룬셩의 목소리는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우리가 외국과 합작을 한 이유는 선진 터미널 건설과 운송에 대한 앞선 관리기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느 하나 이루어진 것은 없고 한방측은 출자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리의 애로가 막심합니다.”

“계속하십시오.”

“터미널 부지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고 팔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당시 정부에서는 이미 이 터미널 부지를 합자사가 건설과 운영하는데 비준을 한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방측은 양도 가능한 전량토지로만 바꾸어 달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려는 뜻인지, 아니면 이걸 담보로 대출이라도 받겠다는 겁니까?”

“한방의 전량토지 주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대출 여부는 나중 일이고 전량토지로 해야 우리가 출자금을 넣습니다.”

“한방은 중국의 법률이나 제도에 대하여 너무 무지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중국이나 한국의 법이나 제도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관례에 따라 말하는 겁니다.”

“어디 국제법에 중국의 토지를 전량토지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까?”

“법 이전에 상식입니다. 자기 소유의 토지가 되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구건호와 옌룬성의 목소리가 점점커지고 분위기가 험악했다. 다른 사람들은 옌룬성과 구건호의 눈치만 보았다.

“우리는 합자를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나는 터미널은 중방 측에서 짓도록 하고 터미널 완공과 동시에 합자사에 설치한 안당시의 장도기차 객참의 건설 소조(小組: 팀)는 해체합니다. 아울러 동시에 시 정부에 합자사의 철수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철수요? 좋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그동안 투자했던 300만 달러는 바로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합니다.”

“한방이 합자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그 돈은 못 돌려줍니다. 한방은 합자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닙니까.”

“이보세요, 한방이 무슨 규정을 어겼다는 거요? 중방이 어겼지. 나는 여기에 2차 출자금을 보낼까 하다가 중방의 태도에 의심이 가서 그 돈으로 이곳에 아파트를 5채나 샀습니다. 이래도 내가 합자 의지가 없단 이야기 입니까?”

서로 고성이 오고가자 중방 측 부사장인 창춘이 휴회를 요청했다.

“서로 두 분이 다소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회의는 10분 후에 다시 속개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좋아요, 그럽시다.”

중방측은 밖으로 나가 따로 자기들끼리 무슨 의논들을 하는 것 같았다. 회의장 안에 남아있던 한방측도 별로 할 말이 없어 그대로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만 끼고 앉아 있었다. 통역 조은화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합자사가 철수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요?”

“개자식들, 우리가 합자사 아니면 밥 못 먹나?”

구건호의 이 말에 조은화가 더욱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조은화가 밖으로 나가자 장춘 부사장이 조은화를 불렀다.

“어이, 한방 측에서 뭐라고 그래?”

“우리가 합자사 아니면 밥 못 먹나 하면서 왕빠딴(王八蛋: 개새끼) 하던데요?”

이 말에 장춘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옌룬셩 사장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옌룬셩 사장은 현재 1만명 종업원이 있는 안당시 장도기차 집단의 사장이다. 산하에 여객 운수회사와 터미널, 화물 운송회사, 주유소 등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버스 터미널이나 버스 회사는 통상 국영으로 운영되므로 옌룬셩 사장은 공무원 출신이었다. 하지만 옌룬셩은 안당시 공로운수 처장을 오래한 사람이라 운수행정의 베테랑이기도 하였다.

회의가 다시 속개되었다.

옌룬셩이 조용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존경하는 구사장님. 나는 구사장님이 여러 기업을 가지고 있고 최근엔 산하기업중 하나를 상장시키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구사장은 진보적 기업인입니다. 2차 출자금을 보내줄 수 있는지요?”

“누차 말했지만 국가가 다른 나라끼리의 합자에는 합자의 기본정신을 지키는 데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철수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옆에서 창춘 부사장이 말했다.

“합자사에는 이미 100명이 넘는 종업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합자사의 철수를 원치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터미널은 한방이 포기하더라도 여객 운송부분은 계속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옌룬셩이 팔짱을 끼고 생각하는 척 했다.

“흠, 터미널은 포기하고 운송은 존속한다?”

옌룬셩이 팔짱을 풀며 구건호를 쳐다보고 말했다.

“어떻소? 구사장. 방금 중방 부총경리인 창춘의 제의를 말이요. 터미널은 포기하고 300만 달러를 찾아가지 않는 대신 버스 운송 합자사는 존속하는 방안 말이요.”

“그건.... 옌사장의 주장이 아니고 100여명의 종업원들의 희망사항이라면 나도 전향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100여명의 종업원들의 생각이라는 말은 옌룬셩이나 구건호의 입장에서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둘은 머릿속으로 이익만을 계산해 보았다. 두 사람 다 팔짱을 끼고 아주 오랫동안 고민하는 척 했다.

구건호와 옌룬성이 팔짱만 끼고 눈을 감고 있자 나머지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런 모습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구건호가 팔짱을 풀며 눈을 떴다.

“운송합자는 그러면 20년인가요?”

“합자사가 1년 되었으니 19년 남았습니다.”

“선로패(線路牌: 노선권)는 몇 대를 내줄 수 있습니까?”

“20대입니다. 이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시 교통국에서 하는 것이므로 나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1차 출자금 300만 달러를 찾아가지 않는 대신 터미널은 포기하고 버스사업 20대는 19년간 운행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20대가지고 이익이 안 난다면 난 300만 달러를 날리는 겁니다.”

“중국은 선로패를 함부로 내주지 않습니다. 수요 예측을 하고 내 줍니다. 그래야 일정한 수준의 인민들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항공이나 고속버스를 재벌이 독점하지만 중국은 인민들 고용이 우선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흠.”

“지금은 문재식 사장이 맡고 있는 운송 합자사가 9대뿐이라 이익을 크게 못 내고 있지만 내년에 20대가 맞추어 진다면 300명 종업원을 고용 하더라도 세후 6~7%의 이익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흠.”

“여기는 매표 수수료를 반영한 금액입니다.”

“매표 수수료요?”

“합자사가 터미널을 포기하기 때문에 터미널을 운영하는 우리에게 매표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세후 6~7%의 이익은 이 부분을 운송원가에 반영한 수치라는 것입니다.”

구건호는 한참을 또 눈을 감고 생각하는 척 했다.

구건호가 눈을 뜨며 말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나도 그게 좋겠소. 터미널 부분에 대하여 아쉬운 감이 많지만 실은 나도 합자사 해체는 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도 아쉽소. 당장 철수하고 싶지만 종업원들이 원한다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앞으로 운송 합자사가 20대가 채워질 수 있도록 옌사장이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안도의 빛이 돌았다. 합자사가 거대한 터미널을 운영할 줄 알았는데 버스만 운행하는 작은 회사로 쪼그라들어 아쉽지만 해체의 위험은 넘겼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판공실 주임과 경리부장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옌룬셩 사장이 판공실 주임을 불렀다.

“지금 한방의 구사장과 내가 협의한 내용을 정리해서 회의기요(會議紀要: 회의의 중요사항을기록한 것)를 작성해서 가져와요. 노트북 가져왔지요?”

“네, 가져왔습니다. 곧 작성하겠습니다.”

부사장 장춘이 말했다.

“그럼 회의기요를 작성하는 동안 잠시 쉬겠습니다.”

구건호와 옌룬성이 서로 일어나 악수를 하며 마주보고 씩 웃었다. 서로 이것을 원했던 사람들 같았다. 구건호는 옌룬성의 번들번들한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터미널 건물 다 올라갔으니 기성고만 가지고 은행 융자가 가능하지? 일단은 합자를 끌어들여 건물을 짓는다고 당 중앙위에 보고도 하고 생색은 다 내었으니 점수는 땄을 거다. 부시장과 교통국장은 고과점수 올라갈 테고 너는 장도기차 집단 총경리 자리는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구나. 축하한다.]

엔룬셩은 옌룬셩대로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속으로 말했다.

[젊은 놈이 영악스럽네. 터미널이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고 자금 회수기간이 길다는 건 너도 알지? 운송사업이야 은행금리보다 훨씬 나으니까 이것만 가지고 가고 싶지? 뭐? 종업들이 원하니까 전향적으로 생각한다고? 웃기네. 너나 나나 언제 종업원 생각했냐? 이익만 밝혔지? 이자 또박 또박 나오는데 잘 투자했으니 축하한다.]

20분 정도 지나 다시 모였다.

구건호와 옌룬성이 회의기요에 서로 서명을 하였다. 그리고 악수를 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장춘이 말했다.

“회의가 길어져 점심 식사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식당은 호텔 건너편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있습니다. ‘자운찬청’이라는 식당입니다.”

자운찬청 식당은 의외로 크고 호화스러웠다.

밖에 정원이 보이는 특실로 안내되었다. 20명도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원형테이블이 있었다. 옌룬셩이 구건호를 상석에 앉혔다. 구건호 옆에는 옌사장이 앉아야 되는데 자리 두 개를 비워두고 떨어져 앉았다.

“옆으로 앉으시지 떨어져 앉으면 되겠습니까? 이리 와 앉으세요. 내가 그렇게 싫습니까?”

“하하, 그게 아니고 부시장과 교통국장이 온다고 해서요.”

“부시장과 교통국장이?”

뜨거운 차가 나오고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귀주산 바이주가 나오고 본 음식이 나올 무렵 쟝리시엔(張立憲) 부시장과 후쇼우이(胡守義) 교통국장이 왔다.

“여, 구사장,”

“오, 쟝부시장, 그리고 후국장.”

구건호와 부시장, 교통국장이 서로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부시장과 교통국장은 문재식과도 악수를 하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부시장과 교통국장이 자리에 앉자 옌룬셩이 회의 내용을 보고했다. 두 사람은 흠, 흠, 소리만 내며 듣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옌사장이 서명한 회의기요를 보여주었다. 회의기요를 한참 보고난 후 부시장이 서류를 교통국장에게 넘기며 말했다.

“커의(可以: 됐어).”

부시장이 모든 잔을 자기 앞으로 모으더니 하얀 바이주를 따랐다. 그리고 잔을 나누어 주었다.

“오늘 회의하시느라 수고들 많았습니다. 합자사가 터미널 사업도 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옌사장이 독자적으로 터미널을 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또 한방 측 대표인 구사장께서는 합자사 종업원들을 위해서 합자사 해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결말은 100% 만족은 못하지만 그래도 양측이 수긍할 만 하다는 선에서 잘 끝난 것 같습니다. 회의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건배한번 합창합시다. 건배!”

“건배!”

부시장은 또 잔마다 술을 따랐다.

“다음 잔은 존속하기로 한 운송 합자사를 위한 건배입니다. 내가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교통국장과 옌사장은 합자사 선로패 확보에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합자사를 위하여 건배!”

“건배!”

구건호가 약간 놀란 눈으로 부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다른 데로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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