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64화 (464/501)

# 464

객운 유한공사 동사회 (2)

(464)

구건호가 GH 식품 유한공사를 방문했다. KFC가 입점한 건물 4층에 있었다. 2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사장실이 따로 없고 사장 책상은 파티션만 되어 있었다. 직원은 몇 명 되었다. 손님 접대용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문재식의 와이프가 생글거리며 인사를 했다. 문재식의 와이프가 얼른 의자를 끌어당기면서 자리를 권했다.

“사무실이 협소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좋습니다.”

구건호가 의자에 앉자 여직원이 이상한 차를 가져왔다.

“중국 소수민족 차입니다. 맛은 괜찮습니다.”

구건호가 한 모금 마셨다. 약간 우리나라 칡 냄새 같은 것이 났다.

문재식의 와이프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을 소개했다.

“제 동생입니다. 여기서 무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건호가 일어나 악수를 해 주었다. 청년은 황송한 듯 인사를 하였다.

“무역 일은 잘 되나요?”

“한국의 제품을 수입하다가 파는 형식입니다. 월 매출 1억 정도 올립니다.”

“그럼 얼마가 남습니까?”

“월 1천만 원 정도 떨어집니다.”

“여기서 보내는 물건도 있습니까?”

“농산물 조금 보냅니다.”

사무실에는 온라인 판매를 하는지 크고 작은 박스들이 많이 싸여 있었다. 구건호가 사무실을 휘둘러보고 다소 답답함을 느꼈다.

“가게들이나 좀 볼까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문재식의 와이프가 먼저 일어섰다. 문재식의 와이프는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이 빠르고 살도 찌지 않았다. 옷도 명품으로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

구건호가 KFC를 보았다. 매장이 넓고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문재식의 와이프가 설명을 했다.

“여기 KFC매장에서 하루 2만 위안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처음에 개업 빨을 좀 받다가 주춤했지만 건너편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생기고 나서 매상이 원래 상태를 회복했습니다. 안당공과대학에서 임대할 때 원래 200평이었는데 옆의 카페와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GH식품 유한공사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어서 관리하긴 편하지요?“

“예, 하루에 몇 번씩 제가 오르락내리락 하며 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다이어트 따로 할 필요가 없겠네요.”

“호호, 그렀습니다. 순영이 아빠도 운동 좀 하라니까 운동 안 해서 요즘 살만 찌고 있어 미워죽겠습니다.”

“하하, 그래요?”

문재식의 와이프는 잽싼 몸놀림으로 옆의 치맥 집으로 안내했다. 구건호는 한국의 호프집 정도로 예상했는데 내부 인테리어도 화려한 카페 식으로 꾸민 맥주 집이었다. 안주는 치킨이 주 메뉴고 보조로 과일이나 육포 같은 것도 있었고 중국답게 오리고기 말린 것도 있었다. 젊은이들이 군데군데 앉아 있었다.

“여기가 안당시에서는 제법 세련된 젊은이들이 오는 카페입니다. 헌데 매출은 7천 위안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KFC와 달라서 포장으로 판매하는 것이 없고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생맥주는 잘 팔리죠?”

“생맥주가 효자 노릇합니다. 호호.”

문재식의 처는 웃을 때마다 손을 입으로 가져가 웃었다. 이제 신사동 빌딩의 북카페에 있던 우울한 모습은 완전히 탈피해 있었다.

“잘 보았습니다.”

“피자집도 한번 보셔야지요.”

“그럴까요?”

피자집도 상당히 넓었다. 한국 피자집과 달리 운동장만 했다. 어린이들이 많이 오는지 뒤쪽에 어린이 놀이기구도 갖다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손님 중에선 어린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이 더러 보였다.

“흠, 아이를 데리고 오는 손님들이 많은 모양이네요.”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통닭튀김과 피자를 좋아합니다. 피자에서도 월 매출 7천 위안 정도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일 매상 250만원은 넘습니다.”

“여기는 야채까지도 셀프로 먹으라고 시설을 해 놓았네요.”

“이것 설치하니까 손님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수씨는 참 대단하십니다. 가게 3군데 다 관리하시고 무역도 하시니 여장부가 따로 없습니다.”

“구사장님이 다 뒤에서 밀어주시니까 제가 하지 어떻게 혼자 할 수 있겠어요. 호호호.”

문재식의 와이프는 이제 웃기도 잘 하였다.

문재식이도 자기 와이프가 자랑스러운지 한마디 하였다.

“이 사람이 여기서 나보다 더 잘나가. GH식품유한공사 사장이라고 여기서 아주 유명인사가 되었어.”

“그래?”

“지난번 홍수 때에는 직접 구호품도 직원들 동원해서 나누어주고 그래서 TV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나왔었어.”

“그랬어?”

“화계로에 있는 KFC와 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여자 총경리가 직원들을 전부 대동하여 구호품을 직접 전달하고 복구에 힘써서 주민들의 찬사를 받는다고 나왔어, 이 사람이 신문에 나온 기사를 한국의 친구들한테 다 보내줬었잖아.”

“그랬나?”

“그래서 선진 우수기업으로 기념패도 시 정부에서 받았어.”

“하하, 그래? 지역주민들과 밀착하고 지역사회에서 평가 받으면 사업상 아주 좋지. 잘했네. 그런 면에선 제수씨가 문사장보다 훨씬 낫네.”

문재식은 자기 와이프를 칭찬하는 말이 듣기 좋은지 계속 미소를 날렸다.

문재식이 말했다.

“저녁식사 하러가지. 여기 한국식당이 생겼어.”

“한국식당이? 한국 사람이 여기 들어와서 식당 차렸나?”

“한국 사람은 아니고 조선족이 와서 해. 한국에 나가서 노가다 뛰어 돈 좀 모은 사람이야.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 해. 부부가 와서 종업원 두고 하는데 제법 식당은 잘 되는 것 같아.”

“그래? 한번 가보자. 제수씨도 같이 가시죠.”

“저는 됐습니다.”

“무슨 소리, 같이 가시죠.”

문재식의 처는 집에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아마 가사 도우미에게 하는 것 같았다.

“이모님? 저에요.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모님 퇴근이 늦어서 미안하네요. 아기가 자고 있다고요? 그럼 이모님 우리 집에서 식사하고 가세요. 거기 베란다에 보면 오리고기 말려놓은 것 있어요.”

구건호는 문재식의 와이프가 중국말로 전화하는 소리를 듣고 감탄했다. 말도 빠를뿐더러 발음이 완전히 중국 사람하고 똑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에이치 산하에 있는 관련인사들 중에서 중국말은 제일 잘 하는 것 같았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제수씨가 중국말이 아주 유창하네. 중국에온지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문재식이 웃으며 말했다.

“전생에 중국여자였던 것 같아.”

“중국어는 제수씨가 제일 잘하고 다음은 중국 여자와 함께 살고있는 김민혁이 잘하고 너하고 나만 못하는 것 같다.”

“네가 잘하지. 난 아직도 잘 못해.”

문재식이 쑥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참, 통역으로 있는 조은화 있지? 걔도 한국식당으로 오라고 할까?”

“그렇게 해. 식당주인하고 같은 조선족이라 좋아할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거기 가자면 굉장히 좋아해.”

구건호와 문재식 부부가 한국식당엘 갔다. 한국식당은 백반이나 불고기 같은 음식 위주가 아니고 주 메뉴는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었다. 상호는 한국 식당인데 밑에 빨강글씨로 ‘개고기 있음’이란 표시를 해놓았다.

“한국 사람은 개고기만 먹는 사람인줄 알겠다.”

구건호가 황당하다는 듯이 문재식에게 말하자 문재식도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터미널에 있는 중국 직원들에게 개고기를 선물 받았던 적이 있었어.”

“개고기를?”

“개를 잡아서 불에 끄슬린 걸 신문지에 싸서 선물이라고 가져왔었어. 집에 가져갔더니 순영이 엄마가 기겁을 하더라고.”

“하하, 놀랬겠구나.”

“그런데 여기 와서 개고기 한번 먹어보고는 잘 먹던데?”

“그래? 그럼 오늘 개고기 먹자. 여기는 보신탕이라고 안하나?”

“여기는 보신탕이라고 안 해. 그냥 꺼로우(狗肉: 개고기)야.”

구건호가 문재식의 안내로 홀에 들어섰다. 홀은 50평 정도 돼 보였다.

“구사장님 오래간만 이야요.”

언제 왔는지 조은화가 생글거리며 앞에 나타났다.

“오, 조은화씨, 잘 있었어요?”

구건호는 조은화와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내일 동사회가 열려서 조은화씨가 또 고생하겠네?”

“우리들 일이야요. 그런데 구사장님은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하하, 그래요? 조은화씨도 좋아졌네요.”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일 많이 했었습니다.”

“오, 사장님이시군요.”

“이쪽에 한국 식당이 없다고 해서 차렸습니다.”

“오, 그러세요? 장사는 잘 되세요?”

“그럭저럭 하고 있습니다. 문사장님이 가끔 오셔서 밀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여기는 개고기 위주인 모양이네요.”

“처음에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했는데 사람들이 잘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개고기를 취급하니까 손님이 좀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 보다는 중국사람 위주여야 하니까요.”

“그럼, 나도 오늘 개고기 한번 먹어봅시다.”

“우리 집 개고기 수육하고 개고기 탕은 그래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럼 이내 준비하겠습니다.”

식당엔 마침 손님이 없었다. 구건호와 문재식 부부, 조은화, 그리고 아우디 승용차 기사 등 5명이 둘러앉아 개고기 탕과 수육을 먹었다. 맛은 그런대로 좋았다. 옆에 있던 조은화와 문재식의 와이프도 엄청 잘 먹었다. 아우디 승용차 기사도 잘 먹었다.

“하오츠(맛있다).“

승용차 기사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하오츠’ 소리를 연발하였다.

다음날이 되었다.

안당시 터미널과 가까운 홍풍반점(紅楓飯店)이라는 호텔 회의실에서 동사회가 열렸다.

안당시 장도기차 유한공사의 총경리 옌룬셩과 합자사 부사장인 창춘이 와 있었다.

“여, 구사장.”

“옌사장! 오래간만이요. 창부사장도 오래간만이요.”

일단은 서로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중방측 자리에 판공실주임과 경리부장 얼굴이 보여 구건호는 이들에게도 악수를 해주었다.

회의실 오른쪽에 중방측 사장, 부사장과 경리부장이 앉았고 왼쪽에는 한방 측에서 온 구건호와 문재식 그리고 조은화가 앉았다. 판공실 주임은 사회를 보기 때문에 따로 앉았다.

판공실 주임이 일어나 유창한 표준말로 회의 개시 선언을 하였다.

“안탕 지에이치 커윈 요시엔꽁스 똥스후이 캐후이! (안당 지에이치 객운 유한공사의 동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먼저 합자사의 금년도 실적에 대한 보고가 있겠습니다. 보고는 합자사의 총경리 문재식 선생께서 해 주시겠습니다.”

문재식이 일어나 호치키스로 철한 페이퍼를 회의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 합자사는 보유대수 총 9대로 현재 운행노선은 어디 어디이며 반차회수(班車回數: 운행횟수)는 얼마이며.....”

문재식이 한국말로 보고를 하면 또 조은화가 통역을 하였다. 이렇게 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중국말을 알고 있는 구건호는 따분해서 통역을 하지 말고 그대로 넘어가자고 했으면 좋겠는데 합자회사라 그럴 수도 없었다.

“됐어요. 그건 알겠고 수입 이야기만 하세요.”

구건호가 이렇게 말하자 문재식이 수입금액과 운송원가만 말하였다. 이렇게 말하는데도 1시간이나 걸렸다. 10분 쉬고 11시가 넘어 다시 회의가 속개되었다.

판공실 주임이 회의 속개를 알렸다.

“계속 회의 진행하겠습니다. 다음은 내년도 사업보고가 있겠습니다. 먼저 터미널 건설 부분에 대하여 중방측 총경리 옌룬셩 선생의 발언이 있겠습니다.”

옌룬셩이 작심하고 터미널 사업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