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62화 (462/501)

# 462

영화 <몽환앵화> 시사회 (2)

(462)

구건호는 먼저 가겠다고 리스캉 국장에게 말했다.

“호텔로 돌아가려고? 피곤한가?”

“아니, 공항으로 가. 귀국할 일이 있어.”

“그래? 난, 저녁이나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아쉽네.”

“다음에 하자. 영화나 배급이 잘 되도록 힘 좀 써줘라.”

“그렇지 않아도 배급사인 양광픽쳐스 사장한테 이야기는 잘 해 놓았어. 영화도 시사회 때 보니까 잘 만들었더군. 성공할거야.”

“고맙다. 사실은 난 리국장이 없으면 여기 투자도 안 해.”

“하하, 그런가?”

구건호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리국장이 따라 나오려고 했다.

“리국장은 따라 나오지 않아도 돼.”

“그리고 참 귀주성 안당시 부시장으로 있는 내 친구 쟝리시엔에게 전화를 받았었어. 조만간 안당시 터미널 사업 합자사의 조정이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

“무슨 조정?”

“서로 주장하는 것이 틀려 터미널 사업은 합자가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어. 그래서 터미널 사업은 자기들이 그냥 해야 될 것 같다고 하던데?”

“그래? 서로 주장하는 것이 틀리면 그렇게 갈수도 있겠지. 지금 건물 다 올라갔으니까 기성고를 담보로 한 융자가 가능할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관건은 터미널 사업을 못하면 운송 사업은 지속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만 남겠지.”

“구사장, 운송은 남게 할 거야. 현재까지 한방 측에서 터미널 사업 목적으로 300만 달러인가 얼마인가가 들어왔었잖아? 중방에서 그거 빼주기가 어려워. 터미널 공사비용으로 다 들어갔을 테니까.”

“터미널 공사비용 안보내면 운송사업도 못하게 한다던데?”

“하하, 그렇지는 않을 거야. 일단 말은 그렇게 해야겠지. 아마 내 생각엔 금년 한해가 다 가기 전에 동사회는 한번 하자고 할 것 같은데?”

“그럴까?”

“자기들도 이 문제를 이젠 매듭짓고 싶을 거야. 무언가 제의가 있을 법 하니까 기다려 봐.‘

“그래, 알겠다.”

구건호가 리국장과 말하면서 나가는 것을 보고 환러스지 공사 사장 천바오깡과 우옌 감독이 쫓아 나왔다.

“공항으로 가시는 겁니까?”

“예, 공항으로 갑니다. 오늘 시사회 준비하느라 고생들 많았죠?”

“아닙니다. 고생한 것 없습니다. 시사회는 잘 끝난 것 같습니다. 오늘 시사회는 뜻하지 않게 모리 에이꼬가 춤까지 추어 대박입니다. 각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 줄 겁니다.”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오늘 배급사인 양광픽쳐스 사장도 다녀갔는데 성공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리 에이꼬 숙박이나 불편 없도록 편의를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구건호는 이들과 다시 악수를 하고 심감독과 함께 공항으로 갔다.

구건호는 점심을 기내식으로 때우고 인천공항에 내렸다. 스마트폰 로밍한 것을 해제하고 주식 시세를 보았다. 5,600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거래량이 극히 미미하였다. 구건호가 SH 투자 파트너스 손근수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주었다.

[사자 주문 평단가 5,800원으로 올립니다.]

답신이 왔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5,600원대에서 누르며 담고 있습니다.]

“사장님, 저 왔습니다.”

구건호가 바라보니 엄찬호가 앞에서 웃고 있었다.

구건호는 벤트리 승용차에 올라타고 스마트폰을 검색해 보았다. 박종석에게서 온 전화가 있었다. 구건호는 승용차 안에서 박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사장? 한국에 왔지?”

“지금 천안에 도착해서 지에이치 정밀 공장에 들어와 있어.”

“갔던 일은 잘 되었니?”

“여기 만든 시제품 갖자 주었더니 만족해하는 것 같았어. 우리가 납품하는 제품이 미우라 정밀에서 들어오는 가격이면 우리 제품을 쓰겠다고 했어.”

“가격이 될 것 같니?”

“약간 머리는 아파. 일본 이세하라 기계 구매팀에선 자기들이 요꼬하마 세관에 수입관세를 물어야 한다고 내가 가지고 간 가격에서 4%를 깎으라고 하네. 에이, 씨.”

“그래? 그래도 남는 게 있나?”

“남기야하지만 얼마 안 되니까 속상하지. 이세하라 기계 무역파트에선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베트남 같은데서 들어오는 물품은 관세가 없지만 조금 잘 사는 나라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관세를 먹인데.”

“그런가?”

“그런대 좀 잘사는 대만도 면세라고 하네.”

“대만은 왜?”

“대만한테는 잘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래서 대만 사람들이 일본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흠, 그래? 어쨌든 관세가4%란 말이지?”

“4%는 아니고 비금속은 3.9%인데 계산하기 좋게 4% 잡으라고 하더군.”

“비금속? 지에이치 정밀에서 생산하는 샤프트나 밸브가 어째 비금속이냐?”

“비금속이지.”

“비금속은 금속이 아니란 소리 아냐?”

“아, 그게 아니야. 아닐 비(非)자 쓰는 비금속이 아니고 낮을 비(卑)자 쓰는 비금속을 말해.”

“낮을 비? 노비할 때 쓰는 비자 말이냐?”

“맞아. 낮을 비자 쓰는 비금속은 금속은 금속인데 공기 중에 쉽게 산화하는 금속을 말해. 우리가 쓰는 금속들이 전부 오래되면 공기 중에 녹이 슬잖아. 그게 바로 비금속(卑金屬)이야.”

“흠, 그런가? 어쨌든 4% 또 깎으려면 힘들겠구나.”

“힘들어도 해야지. 뭐. 하지만 일본서도 이세하라 기계에 물건 들어간다면 알아준다고 했어. 이세하라 기계가 상당히 뚫고 들어가기가 어려운 회사라고 했어.”

“이세하라 기계가 회사는 크디?”

“엄청 크던데? 종업원이 3천명도 넘는 것 같았어.”

“그래? 큰 회사구나.”

“거기 참, 구매담당 임원하고 부장이 조만간 지에이치 정밀을 방문하겠다고 했어. 공장 정비도 좀 해야겠어.”

“너 바쁘겠구나.”

“요즘 미치겠어. 이세하라에 들어간 원가도 조정해야지, TS16949 인증도 따야지. 생산 감독도 해야지. 직원들 애로사항도 들어주어야지, 손익도 확인하고 전표 결재도 해야지, 영업도 하러다녀야지, 바빠 죽겠어.”

“흠, 많이 피곤하겠구나.”

“이제 보니 내가 지에이치 모빌에 있었을 때가 꽃피는 봄날이었던 것 같아. 송사장 고충을 알겠어. 난 뒤에서 송사장 험담만 했는데 내가 직접 사장을 해보니 그게 아니야.”

“하하, 그게 다 성장통이다. 잘 견디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어느 땐 사장도 싫고 도망가고 싶어.”

“쓸데없는 소리. 같이 간 서차장 동생은 잘 보고 왔는가 모르겠구나.”

“그 친구는 잘 데리고 갔어. 이세하라 기계의 무역담당 직원하고 금방 친해졌던데? 서로 영어로 통하니까 뭔가 되더라고. 물건 보내는 건 우리 서대리가 이세하라 담당자하고 바로 전화로 연락해도 될 것 같아.”

“무역담당자는 대리 직위 주었나?‘’

“이번에 일본 가면서 사원이라고 할 수 없어서 대리 명함 인쇄해서 주었지. 급여는 아직 사원급여지만 부르기는 대리라고 불러.”

“흠, 그런가?”

“이세하라 기계에서도 우리 명함이 예쁘다고 하던데? 명함 디자인 하나는 미디어의 디자인 팀장이 잘 만든 것 같아.”

“그래, 오늘 일본 갔다 오느라고 많이 피곤하겠구나. 일찍 퇴근하고 푹 쉬어라.”

“고마워 형.”

구건호가 전화를 끊고 픽 웃었다.

[박종석이가 사장 되더니 똥, 오줌 못 가리는 모양이네. 걱정마라. 한 1년 지나면 된다.]

박종석이 다시 전화를 했다.

“빠트린 것이 있어.”

“뭔데?”

이세하라 기계의 구매담당 임원을 만날 때 거기 이세하라 사장도 잠깐 들어와 인사를 하고 나갔었어. 거기 사장이 구매담당 임원에게 이런 지시를 하데.“

“무슨 지시?”

“한국의 지에이치 정밀을 방문하게 되면 구건호 사장을 만나고 오라고 했어.”

“나를? 이세하라 기계 사장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아마 미우라 정밀 사장이이야기 했을 거야.”

“거기 이세하라 사장은 몇 살 정도 되었나?”

“70대였던 것 같았어. 얼굴에 검버섯도 있던데? 오너 사장이란 이야기를 들었어.”

“흠, 그래?”

“사카다 이쿠조 선생하고 잘 아는 공장장도 60은 넘은 것 같았어.”

“참 이쿠조 선생은 건강하지?”

“건강해 보였어. 형 만나면 안부 전해달라고 했어.”

“그래? 이쿠조 선생이 우릴 도와주려고 많이 애쓰는 것 같구나.”

“이쿠조 선생한테도 내가 도자기 화병 하나 선물했어. 굉장히 좋아하던데?”

“그래? 그건 참 잘했다.”

구건호가 탄 벤트리 승용차가 신사동의 빌딩에 도착했다 구건호가 시계를 보았다.

“찬호야,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그냥 집에 가자.”

“알겠습니다.”

집으로 가고 있는데 SH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이 문자를 보내왔다.

[금일 평단가 5,620원, 34,800주 매입, 누적 214,000주.]

구건호가 답장을 보냈다.

[수고 하셨습니다.]

구건호는 토요일 일요일은 집에서 쉬었다. 상민이와 함께 놀았다. 이제 9개월째 들어가는 상민이는 방바닥에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엄마 아빠소리도 냈다. 아무거나 잡아 다니려고 하고 입에 가져가기도 하였다.

구건호는 아기와 함께 이불속 놀이도 하고 침대 밑에 들어가 숨는 놀이도 하고 그랬다.

일요일엔 양평 이모님이 오셨다.

“하이고, 이놈이 벌써 이렇게 컸네. 이리와, 한번 안아보자.”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낯가림을 하는 것 같았다. 김영은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낯가림이 심해요. 엄마 아빠하고 도우미 아줌마만 팔 벌리면 들어오지 다른 사람은 외면해요.”

구건호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 우리 상민이가 작은 외할머니를 못 알아보는 모양이네요.”

이모가 발끈했다.

“작은 외할머니? 어머나! 내가 벌써 할미 소리를 듣네!”

김영은도 웃으며 말했다.

“작은 외할머니 맞잖아요.”

아휴, 맞긴 맞는데 어째 이상하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처녀 소리 들었는데.“

“이모님은 지금도 처녀잖아요.”

“시끄럽다. 먹을 거나 있으면 가져와봐라.”

이 말에 구건호도 하하 하고 웃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직산과 아산을 내려가지 않고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사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경제 신문을 보고 있는데 강이사가 웃으며 들어왔다.

“지난번에 오셨던 분들은 뭐하는 분들입니까?”

“누구 말입니까?”

“여자 분하고 남자분 말입니다. 여자 분은 전에 우리가 고시텔 할 때 화재보험을 하러다녔던 분 같던데요. 남자 분은 누구인지 통 모르겠어요.”

“아, 그거요? 투자회사 하면서 일 좀 시킬 것이 있어서 부른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도 강이사님처럼 은행원 출신이에요.”

“그래요? 어디 은행이랍니까?”

“강남은행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강이사가 나가고 나자 중국의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운학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날 가졌던 시사회가 각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모리 에이꼬 사진도 아주 예쁘게 나왔습니다. 일본의 여신이라고 표현들 했는데요?”

“하하 여신이요?”

“한국 배우 리에가 와서 드라마 촬영할 때보다도 더 크게 기사를 다루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중국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하면서도 개인적으론 또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 자동차나 가전제품, 배우들은 좋아합니다. 겉으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해도 길거리에 도요다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습니까?”

“그러긴 하지요.”

“사장님 한가하실 때 중국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보세요. 동영상도 떴습니다.”

“무슨 동영상요?”

“시사회 때 모리 에이꼬가 일본 춤 잠깐 추는 게 떴습니다.”

“그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