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59화 (459/501)

# 459

이세하라(伊勢原) 기계 (1)

(459)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했다. 엄찬호가 말했다.

“사장님, 요즘 고속도로 나온 지가 오래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구나.”

“코스모스가 아직도 피어있네요.”

“휴게소에 들려 소변 좀 보고 갈까?”

“말하는 사이에 기흥 휴게소 지났네요. 다음 안성 휴게소에서 쉬시죠.”

“그렇게 해라.”

구건호는 안성 휴게소에서 소변을 본 다음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사장님? 출근하셨습니까?”

“예, 출근했는데 할 일이 없네요.”

“강남증권에 법인명의 계좌 개설했지요?”

“예, 했습니다.”

“오늘부터 디욘 코리아 주식이 5,500원 이하면 매집하세요. 5,500원 이상 올라가면 눌러서 사도됩니다.”

“알겠습니다.”

“총알 아끼지 말고 다 사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 종료 후 4시 넘어서 저한테 평단가와 매집 수량만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직산 공장에 도착하였다. 경비원이 차단기를 열지 않고 뛰어나와 물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고급 승용차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는 않았다. 경례를 붙이며 뒷좌석에 탄 구건호의 얼굴을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구건호가 보니 새로 들어온 경비원 같았다. 못 보던 얼굴이었다. 엄찬호가 소리를 꽥 질렀다.

“여보세요! 이 회사 사장님도 몰라요?”

“예?”

“이 회사 사장님이란 말이에요!”

경비원이 얼른 수첩을 꺼내더니 차량번호를 대조해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례를 붙였다.“

“죄, 죄송합니다.”

차단기가 얼른 올라갔다.

“개자식 사장님 얼굴도 모르네!”

“놔둬라. 새로 들어온 모양이다. 우리가 최근에 여기 자주 안와서 그런 모양이다.”

구건호가 생산 현장을 들렸다.

생산1부와 생산 2부의 부장이 모두 뛰어나와 구건호에게 크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였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별일 없지요?”

“예, 별일 없습니다.”

“요즘 어디 회사가 제일 많이 나가나요?“

“역시 A전자입니다. 하지만 얼마 있으면 역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H그룹 물량이 많이 늘어나 거의 따라오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구건호는 생산부장들을 대동하고 생산라인을 걸어갔다. 직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제품을 찍고 생산된 제품은 검사실로 넘어갔다.

구건호가 생산부장들과 함께 검사실로 들어서자 검사실에 있던 담당계장이 일어나 황급히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요즘 불량률이 어때요?”

“부적합률 0.1%입니다.”

“평상시 내가 불량률 목표는 얼마라고 했지요?”

“제로입니다.”

구건호가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담당계장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열심히 하세요.”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생산부장들도 미소를 지어주었다.

구건호는 조립라인과 공무팀 현장까지 둘러보고 사장실로 올라왔다. 오늘 2공장은 들리지 않았다.

송사장이 사장실을 들어왔다.

“요즘 바쁜 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었네요.”

“지난주에 H그룹 협력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었습니다. 거기서 H그룹의 최사장이 또 구사장님 잘 계시냐는 안부 인사를 했습니다.”

“최사장님이요?”

“예. 협력사 여러 사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흠, 그래요? 언제 그분 만나면 나도 안부를 전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매출이 월 160억을 넘어가고 있지요?”

“지난달 162억을 했습니다.”

“현금 유보액이 100억이 넘어가겠네요.”

“10월말 현재 105억입니다.”

“노조도 요즘 잠잠하지요?”

“조용합니다. 급여 잘나오고 상여금 잘 나오고 복리후생이 좋으니까 조용합니다.”

“다행이네요.”

“노조는 회사보다도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쁩니다.”

“자기들끼리 왜 싸워요?”

“서로 노조위원장 하려고 해서 그렇습니다. 노조위원장하면 데스크에서 근무하고 노동현장에 서 힘든 일 안해도 되잖습니까?”

“지에이치 정밀에서 트윈 스크류 10대 값은 다 받았습니까?”

“다 받았습니다. 박종석 사장한테 5대 값만 받고 나머지 5대 값은 천천히 받으려고 했는데 돈 다 보냈더라고요. 정밀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되도 잘 나가는 모양입니다.”

“디욘 코리아에서 기계 제작한 돈 받아서 그럴 겁니다.”

“박종석 사장이 지금 나가서 많이 배우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영업, 재무, 품질, 인사관리 등 각 방면에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작은 회사니까 송사장님이 뒤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저도 어려운 일 있으면 송사장님과 상의하라고 말 해 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정밀을 들렸다. 공장입구에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품질 제일, 지에이치 정밀]

[닦고, 조이고, 기름칠]

구건호가 빙긋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져서 복잡해진 것 같았다. 현장을 둘러볼까 하다가 여기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바로 사장실로 갔다.

“오셨습니까?”

얼굴을 아는 경리직원이 와서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박사장 어디 갔습니까?”

“은행에 가셨습니다. 곧 오실 겁니다.”

“여기는 은행을 사장이 직접 다닙니까?”

“신규 개설이라 그렇습니다. 거래처에서 하나은행으로 B2B가 들어오는 것이 있어서 가셨습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우리가 거래가 없었습니다.”

“흠.”

“신규거래 틀 땐 대표이사가 신분증 가지고 가는 게 빠릅니다. 제가 가면 대표이사 위임장도 가져가야하고 대표이사 신분증도 가져가야하고 복잡해서 직접 가셨습니다.”

[박종석이가 별짓 다 해보네. 그렇게 해야 많이 배우지.]

구건호가 박종석이 사용하는 사장실에 앉아있는데 경리 여직원이 아닌 못 보던 여직원이 차를 가지고 왔다. 나이도 20대고 공장직원 치고는 다소 세련된 여자였다.

[비서를 새로 채용했나? 이 자식 벌써부터 비서를 채용한 것 아닌가?]

구건호가 차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박종석이 왔다.

“어, 형. 미안해. 은행에 좀 갔다 왔어.”

“하나은행이라며?”

“새로 뚫은 거래처인데 하나은행 거래하나봐. 거래 액수도 얼마 안 되는데 꼭 B2B로 보내주어 할 수없이 새로 계좌를 만들었네. 제기럴.”

“직원들이 많이 늘은 모양인데?”

“아참, 인사 안했지? 일본 기술자 3사람 들어왔어. 미우라 정밀의 공장장을 했던 야나기 마사토시, 그리고 60대 초반 두 사람이야.”

“그럼 기계도 다 왔겠네.”

“아직 못 봤나? 현장에 다 설치했어. 가볼까?”

“아니, 조금 있다가 가자. 그리고 비서도 채용한 모양이던데?”

“비서? 비서 채용 안했는데?”

“아까 젊은 여자가 차를 가져왔어.”

“아아, 양미란씨. 그 사람 비서가 아니고 일본어 통역이야.”

“일본어 통역?”

“일본사람 3사람 들어왔는데 통역이 있어야지. 서차장 동생 무역하던 친구가 들어왔는데 이 친구는 영어는 잘하는데 일본어가 약해. 일본에 보따리 장사는 해본 모양인데 유창하지는 않아. 그래서 일본어 통역 겸 총무 일을 볼 사람을 뽑았어. 워크넷 광고내고 뽑은 사람이야.”

“흠, 그래? 그럼 직원이 모두 몇 명이냐?”

“원래 12명이었는데 한명 인도로 가고 11명에서 이번에 많이 늘어 23명이야.”

“23명? 그렇게나 많이 늘었어?”

“일본사람 3명하고 일본사람 보조할 6명 기술자를 뽑았어. 이세하라 기계에 물건 납품하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일본인들이 그랬어. 어차피 기술을 습득해야 되기 때문에 일본인 기술자 한 명당 2사람씩 붙여주었어.”

“그런가?”

“그것만 해도 9명 아니야? 거기다가 서차장 동생하고 일본어 통역하고 식당아줌마하고 뽑으니까 12명이 늘어나 먼저 있던 11명하고 합치니까 23명이 되었지.”

“흠, 그렇게 되는구나.”

“경비도 한명 뽑아야 되겠는데 인건비가 너무 나가는 것 같아 보안업체에서 하는 시건 장치나 할까 생각중이야.”

“흠.”

“무역서류는 일본어가 아니고 영어라 서차장 동생이 하고 있는데 지금 ISO14001과 TS16949를 서차장 동생이 겸직하고 있어 걔도 요즘 야근 많이 해.”

“흠, 그래?”

“일이 좀 많아지면 품질담당 직원도 사실 한 명이 더 필요하긴 한데 인건비 무서워서 못하겠어.”

박종석의 입에서 인건비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구건호는 빙긋이 웃었다.

박종석이 일어나더니 사장실 문을 열고 사무실 쪽에 큰 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이리 와 봐요.”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와 조금 전에 구건호에게 차를 가져온 여직원이 들어왔다.

“우리 회사 대주주인 구건호 사장님이에요. 인사들 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둘이 합창하듯이 서서 허리 굽혀 인사했다. 남자와 여자가 모두 인물이 훤해 사무실이 밝아보였다.

“이 사람은 무역과 품질을 담당하고 여직원은 일본어 통역과 총무 일을 봅니다.”

박종석은 두 사람이 있어서 구건호에게 존대 말을 하였다.

구건호가 일어서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신청했다.

“두 사람 다 인물도 훤하고 일들도 잘하게 생겼네요. 회사가 아직 초창기지만 열심히 하세요. 직산에 있는 지에이치 모빌처럼 커질 겁니다.”

이들은 또 황송한 듯 구건호의 손을 잡은 채로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옆에서 박종석이 또 말했다.

“구사장님은 직산에 있는 지에이치 모빌의 대표이사이시고 아산에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인 디욘 코리아의 대표이사 이십니다.”

구건호는 뒷짐을 진채 인자한 웃음만 날려주었다.

“현장에 가보자.”

구건호가 박종석의 안내를 받으며 현장으로 내려가자 통역 양미란도 다이어리를 갖고 따라왔다.

현장엔 미우라 정밀에서 보았던 기계들이 쫙 깔려 있었다.

“기계장비 리스트에 들어있던 30가지들이 모두 들어와 있어. 운송도중 2대가 일부 훼손되었는데 여기서 다 고쳤어.”

일을 하고 잇던 미우라 정밀 야나기 마사토시가 구건호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였다.

“구사장님 오셨습니까?”

“수고하십니다.”

구건호가 웃으며 마사토시 공장장과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마사토시 공장장이 옆에 있던 일본인 기술자 2명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한국에 오셔서 불편한건 없었습니까?”

“박종석 사장님이 잘해주어 불편한건 없습니다.”

옆에서 박종석이 말했다.

“이분들 3명은 아파트 한 채를 아예 얻어서 3분이 같이 쓰라고 했어.”

“그랬나?”

“여기서 멀지않은 아파트야. 걸어서 가도 돼. 공단 길 건너에 있는 백석동 벽산 불루밍 아파트야.”

“그래? 잘 했다.”

“30평짜리 아파트라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60만원 주기로 하고 얻었어.”

구건호는 새로 들어온 기술자 6명도 소개했다.

“우리 회사 대주이신 구건호 사장님이십니다. 인사하세요.”

6명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그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말했다.

“밖에 벤트리 승용차가 서있어 누가 오셨나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구건호는 이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해주었다.

구건호가 박종석 사장에게 물었다.

“이세하라 기계에 들어가는 물건은 생산하고 있나?”

“아직 안했어. 기계 세팅한지가 얼마 안 되어서 지금은 시제품만 뽑아내고 있어.”

“흠, 그래?”

“어제 미우라 정밀 사장이었던 미우라 소이치 사장의 전화가 왔었어. 날보고 이세하라 기계에 인사를 한번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여기 공장장하고 같이 가려고 해.”

“그래야 하겠지.”

“그래서 미디어에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코스프레 잡지 편집 원고 넘겨주고 가자고 하더군. 내일이나 모레쯤 끝난다고 했어. 여기도 통역 양미란씨가 있지만 여자라서 같이 가기가 좀 그렇잖아?”

“수출입을 담당하는 서차장 동생도 같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럴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