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8
사모투자 전문회사(PEF)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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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는 승희 누나가 가져온 주민등록 등본과 인감증명서를 손근수씨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법인 수속 밟으세요. 조금 전에 박승희씨가 손사장님 계좌로 1,500만원을 보냈습니다. 오피스텔 계약하고 사무실 집기 사세요.”
“벌써 보내셨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일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인 등기 마치고 법인계좌 개설하면 법인통장 사본을 아까 들어왔던 여기 경리담당 홍과장에게 보내주세요. 홍과장이 세무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 세무사입니까?”
“그리고 사모투자 전문회사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하는 것도 빠트리면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구건호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리고 두 분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전직 강남은행 글로벌 투자 전략팀장이었던 손근수씨와 보험 모집원이었던 박승희씨가 귀를 쫑긋 세우고 구건호의 말을 기다렸다.
“SH 투자 파트너스는 법인이 설립되면 투자권유를 할 수 있고 증권이나 부동산, 채권 등에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사업을 하는 것은 안합니다. 이 방법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에 투자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잘못하면 감옥에도 갑니다. 그런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두 분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임의로 증권이나 채권을 사들인다면 저는 그날로 SH 투자파트너스를 해산합니다.”
구건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주식은 상대의 패를 알 수 없는 게임입니다. 감에 의존하거나 정확하지도 않은 챠트를 이용해서 함부로 투자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주식투자는 현금을 질러놓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검싸움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다 돈을 벌기 위해 주식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 구건호의 말에 동의하였다. 특히 구건호의 ‘주식은 상대의 패를 알 수 없다.’라는 말에 크게 동의 하였다. 이 말은 일찍이 청담동 이회장이 구건호에게 했던 말이었다.
“사모투자 전문회사인 SH 투자 파트너스의 대표 발기인은 박승희씨지만 대표이사는 손근수 사장님입니다. 법인계좌가 만들어지면 박승희씨는 바로 법인계좌에 30억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건호가 두 사람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두 사람 역시 구건호가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하자 자기들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중국 귀주성 안당시에 나가있는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방 측에서 우리에게 최후 통첩식 공문이 왔네.”
“무슨 공문인데?”
“터미널 공사비 출자금을 다음달 15일까지 집어넣지 않으면 합자사는 해산하고 한방은 철수하라는 공문이야.”
“그래?”
“번역을 해서 내가 팩스로 보내줄게. 팩스는 잘 안 나올지 모르니까 이메일로도 보내줄게.”
“알았다. 보내봐라.”
조금 있다가 팩스와 이메일로 중방의 공문이 들어왔다. 한글 번역본과 함께 왔다. 합자 파트너인 안당시 객운 유한공사 총경리 옌룬셩의 명의로 보낸 공문이었다. 커다란 별모양의 중국 법인의 도장까지 찍힌 공문이었다.
[존경하는 한국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의 동사장 구건호 선생에게:
귀사와 당사는 안당시 터미널 사업과 여객 운송 사업을 위하여 상호 합자계약을 체결하고 합자사를 세운바 있습니다.
하지만 귀사는 합자 조건에 따른 터미널 공사비용을 차일피일 미루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공사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습니다.
합자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야 하는데 국제관례를 깨트리는 이러한 행위는 귀사의 합자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귀사에게 오는 11월 15일까지 출자금을 합자사로 송금하실 것을 독촉합니다. 만일 이번에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부득이 합자를 철회하도록 하겠습니다.
- 안당시 객운 유한공사 총경리 옌룬셩(嚴潤生) -
구건호가 바로 답장을 썼다.
[존경하는 안당시 객운 유한공사 총경리 옌룬셩 선생에게:
귀사의 문건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우리가 터미널 공사비용을 보내지 않은 것은 귀사의 약속 불이행에 따른 것이며 우리의 책임으로 볼 수 없습니다.
터미널의 토지는 반드시 양도 가능한 전량토지(轉諒土地)이어야 하며 시(市) 토지국의 비준만 가지고는 출자금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합자의 약속을 깨트리는 행위는 우리가 아닌 귀사의 귀책사유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법률적 분쟁까지 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납득할 만한 귀사의 조치를 기대합니다.
- 한국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동사장 구건호 -
구건호가 마지막에 집어넣은 법률적 분쟁까지 가지 않기를 원한다는 대목은 수틀리면 국제 소송까지 갈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보여준 것이었다.
구건호는 문재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사장? 지금 바로 답장을 메일로 보냈어. 내일이나 모레쯤 중방에 보내줘라.”
“알았어. 내가 확인해 볼게.”
“KFC는 잘 되지?”
“개업 빨 지나니까 조금 빠지네. 대신 치맥 쪽에서 매출이 조금 올라가서 하루 7천 위안 정도 올라가고 있어.”
“다 합쳐 얼마나 되냐?”
“KFC하고 치맥하고 피자까지 다 합쳐서 하루 매상이 3만 위안 정도 돼. 한국 돈으로 500만원 정도야.”
“개업 빨 지나니까 조금 빠졌구나. 그래도 그 정도면 이윤 남기는 데는 별 지장이 없겠다.”
“헤헤, 조금 남기는 해. 대신 아파트는 많이 올라갔어.”
“얼마나 올라갔는데?”
“추석 지나고 많이 올랐는데 지금도 올라가네. 신문에 연일 부동산 올라간다고 난리야.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니까 똑똑한 한 채를 갖자고 하면서 전부 화계화원으로 몰려들어. 지금 호가가 2억 2천만원 정도 해.”
“거기 우리가 살 때 얼마 주었지?”
“한 채당 1억 6천 주었지. 역시 큰돈 버는 건 부동산이나 주식인 모양이야.”
“5채 샀으니까 그럼 현재 3억 번건가?”
“그런 셈이지. 5채 살 때 3억 3천 융자받고 융자금은 월세로 카버하고 있으니까 성공했지. 내년 봄에 월세 좀 올릴까 생각중이야. 그럼 이자내고도 많이 떨어져.”
“흠, 그래?”
“그럼 임대료에서 돈 나오고 가만히 있어도 계속 집값 올라가니까 구사장은 돈 벌었어. 축하한다.”
“그때 아주 100채를 사 놓을걸 잘못했다. 한국엔 임대업자들이 수백 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잖아. 광주에 있는 60대는 2,300채 갖고 있다고 신문에 나왔더라.”
“우와, 2,300채? 우리 아버진 평생 집이 없었는데 대한민국은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네.”
구건호는 자기도 중국에 가서 아파트를 갭 투자로 2천 채 사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다.
[에이, 한국서도 벌려놓은 게 많은데 그만두지.]
11월 초순이 되었다.
강남역 옆에 있는 대우 디오빌 오피스텔에 있는 손근수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입니다. 법인설립 다 마쳤고 금융감독위원회 신고도 다 마쳤습니다. 사업자등록증도 나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법인계좌로 박승희씨가 30억을 보내준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강남증권에 법인 명의로 증권계좌 개설하세요. 내가 점심시간에 거길 들리죠.”
“그럼 6층 6XX호 실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박종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이야? 나 인도에서 돌아왔어.”
“그래? 수고했다.”
“인도에 같이 간 우리 직원 상주시켜놓고 왔어. 지에이치 정밀은 퇴사하고 디욘 코리아에 입사하는 식으로 했어.”
“잘 했다. 그럼 정밀에서는 또 사람 모집해야겠구나.”
“벌써 모집광고 냈어. 한명 충원이 아니고 몇 명 더 뽑을 거야. 미우라 정밀 기계 들어오니까 사람 더 필요해. 아, 그리고 무역담당자는 지금 와서 일하기 시작했어.”
“서차장 동생이라는 사람 말이냐?”
“맞아. 똑똑하고 일 잘하던데?”
“그래?”
“그리고 중국은 우리 공장장 보냈어. 중국은 한국 파견자를 받지 않고 중국인을 쓰겠다고 해서 우리 공장장이 지금 교육시키고 있는 모양이야.”
“중국인이 잘 할까?”
“소주시 공장에 있었던 친구야. 공장장 말로는 일 하는것 보니까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럼 잘 됐다.”
“형, 여기 안와?”
“내일쯤 갈게.”
구건호가 점심시간에 강남역에 있는 대우 디오빌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오피스텔에는 뜻밖에도 강남증권 지점장이 와 있었다.
“하하, 구사장님. 사모투자 전문회사 설립을 축하합니다.”
“축하해주러 오신 모양이네. 난초화분도 가져 오셨네요?”
손님맞이용 원형테이블에 축 발전이란 리본이 달려있는 난초 화분이 놓여있었다.
사무실에는 책상 3개가 들어와 있고 컴퓨터도 설치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주식투자를 위해서 모니터도 큼직한 것을 갖다 놓았다. 책장과 옷걸이도 갖다 놓았다.
“사장님, 모집행위는 따로 안한다고 하셨죠?”
“투자자들한테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그건 안합니다.”
“그럼 손근수씨가 편하겠는데요?”
구건호가 지점장을 보고 말했다.
“VIP왔으니 점심 살 겁니까?”
“아이고, 기회만 주신다면 얼마든지 사겠습니다. 나가시죠.”
“지난번에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내가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내가 사지요. 참 손사장님, 법인 계좌로 30억 들어왔다고 했지요? 손사장님이 SH 투자 파트너스 법인 카드로 점심사세요.”
“알겠습니다.”
강남증권 지점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럼 오늘은 제가 얻어먹네요? 하하.“
세 사람은 오피스텔을 나와 낙지 연포탕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구건호가 말했다.
“법인 명의로 강남증권 계좌는 만들었습니까?”
“만들었습니다.”
“손사장님도 주식거래는 많이 해보셨죠?”
“해 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지점장이 웃으며 말했다.
“손사장은 데이트레이딩 많이 해보았습니다. 동호회 회원도 하고 그랬는데 총알이 적다보니 돈은 못 벌었습니다. 하하.”
“흠, 그래요?”
“구사장님, 디욘 코리아는 많이 빠졌던데요? 오늘 보니까 5,600원 언저리에서 놀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 될 겁니다.”
“혹시 동호회 만들 의사는 없습니까? 한 50명 정도 만들면 작은 세력은 됩니다. 구사장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구사장님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아도 손사장이 다 관리하면 될 것 아닙니까?”
“안 하겠습니다. 동호회 회원도 돈을 벌게 해줘야 동호회가 유지되지 못 벌면 흩어지지 않습니까?”
“흩어지더라도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얼굴만 바뀌지 인원은 줄지 않습니다.”
“동호회는 안 만듭니다. 저는 안정성 있는 장기 채권이나 주식을 투자하도록 할 겁니다.”
“그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개미 투자자 수백 명이 수십 명 동호회를 못 이기고, 동호회 수십 명이 큰손 한명을 못이기는 곳이 주식시장 아닙니까? 그래서 증권가에 작천성불여학일성(雀千聲不如鶴一聲)이란 말이 있잖습니까?”
“작천성불여학일성요?”
“천 마리의 참새가 짖어대도 한 마리의 학이 한번 크게 우는 것 보다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천명의 개미 투자자가 왕왕대도 한사람의 큰손이 울면 전부 지리멸렬한다는 말입니다. 하하.”
“흠, 재미있는 표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