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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457화 (457/501)

# 457

사모투자 전문회사(PEP) (3)

(457)

비서 오연수가 차를 가져오자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오연수가 나가자 다시 대화가 시작되었다.

전직 강남은행 글로벌 전략팀장 손근수씨가 물었다.

“구사장님, 사모투자 전문회사는 설립 자본금이 30억 이상이라는 것은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요즘 투자자문사도 난립하고 있어 투자자 모집이 쉽지는 않습니다. 자본금은 충분히 조달 가능한지요?”

“30억은 박승희라는 사람이 보내줄 겁니다. 여자 분입니다. 이분이 투자자 돈을 맡아 관리해 왔는데 합법적 사모투자회사를 이용하고 싶어 합니다.”

“아, 그러십니까?”

“단지 이 투자자문사는 내가 요구하는 주식만 취득하지 투자자문사 임직원들 마음대로 모집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손근수씨가 구건호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

“저희들도 월급만 잘 나오면 그게 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법인 등기할 때 필요한 본점소재지를 위해서 강남역 근처에 오피스텔을 한번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월 임대료는 얼마로 하면 되겠습니까?”

“보증금은 1천만원 미만, 월 임대료는 100만원 미만으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투자자문사 상호는 ‘위너스 투자파트너스’로 하시고 다른 업체에서 이 이름을 사용한다면 손선생님이 임의로 바꾸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동일한 등기가 존재하는가 여부는 서울지방 등기소에 인터넷 검색해보겠습니다.”

“설립될 법인의 이사는 손승희라는 사람과 손근수 선생님 두 분으로 해야 되니까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통장사본등도 내일 아주 준비하십시오. 혹시 모르니까 두통씩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꺼내기 힘든 말입니다만 급여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제가 투자 모집행위를 하는 게 아니고 사장님이 지시하는 주식만 매입하는 거라면 월 300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리지요.”

구건호는 손근수씨를 돌려보내고 승희 누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통장 사본을 준비해서 내일 가져올 수 있습니까?”

“내일? 알았어. 오전 중에 가지고 가지.”

저녁때 퇴근 무렵 다녀갔던 강남은행 출신 손근수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들렸던 강남은행에 있었던 손근수입니다.”

“예, 손선생님.”

“집에 가다가 강남역 근방의 오피스텔을 알아보았습니다. 강남역에서 가까운 대우 디오빌 플러스라는 오피스텔인데 적당한 것 같습니다. 책상 3개는 충분히 들어갈 것 같습니다.”

“얼마나 합니까?”

“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90만원입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통장 사본 가져오시면 보내드리죠. 우선 개인 명의로 계약하시고 법인 설립되면 법인명의 전환조건입니다.”

“알겠습니다.”

[빨리도 알아보는군. 놀고 있던 사람이라 빨리 일하고 싶은 모양이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졌다. 아침에 제법 쌀쌀해졌다.

“찬호야 너 잠바 입었구나.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

“예, 그래서 잠바입고 나왔어요.”

“잠바가 근사하다. 얼마 줬니?”

“헤헤, 이거 지난 추석 때 사장님이 주신 백화점 상품권으로 산거에요.”

“그래?”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에 출근하자 말자 디욘 코리아의 주식시세를 보았다. 5,800원에서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5,800원이면.... 총 발행 주식수가 2,600만주니까 시가총액이 1,508억이네.”

구건호는 컴퓨터를 끄고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강남은행에 근무했던 손근수씨가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들을 가져왔다.

“서류들 보시겠습니까?”

서류속에 자기 이력서를 가져와서 구건호가 훑어보았다. 독특하게 증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은행간부 출신이었다.

“나머지 서류는 내가 볼 필요 없습니다. 법인설립에 필요한 서류들이니까 법무사 사무실 갖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돈 보낼 때 필요할지 모르니 통장사본은 복사해서 여기 사무실에 한부 보관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구건호는 경리 홍과장을 불렀다.

“이분 통장 사본을 복사해서 한부 사무실에 갖고 있어요.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아예 주민등록등본도 필요할지 모르니 복사해 줘요. 이력서도 함께 보관하시고요.”

“알겠습니다.”

홍과장이 손근수씨의 통장사본과 주민등록 등본을 갖고 나갔다.

“위너스 투자 파트너스라는 이름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 이름으로 등기는 안 됩니다. 그래서 윈윈 투자 파트너스로 했는데 그것도 이름이 등기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SH 투자 파트너스로 하세요.”

“예? SH 투자 파트너스요? SH가 무슨 뜻입니까?”

“돈을 제일 많이 투자할 아줌마가 조금 있으면 옵니다. 그 아줌마 이름이 박승희이니까 승희라는 이름 이니셜 따서 그냥 SH로 하세요.”

“아, 그럼 박승희라는 분이 자본금 전액을 투자하고 사장님은 투자 안하시는 겁니까?”

이 말에 구건호는 빙긋이 웃었다. 손근수씨는 아차 하는 생각이 났다. 강남증권 지점장이 말했던 것이 기억나기 때문이었다.

[큰손들에게 함부로 투자액 같은 예민한 질문은 하지마라. 자금 출처도 묻지 마라. 그 사람들은 별 이야기 안 해도 우리보다는 두수 세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들이야. 말실수 않도록 해라.]

[구사장이 얼마나 큰손이냐고? 그 말부터 실수하는 거다. 알려고 하지마라. 단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큰손인줄만 알아라.]

강남은행 출신 손근수씨도 VIP고객을 많이 상대해 보았었다. 강남에 사는 수백억의 자산가들인 VIP고객을 여러 번 보았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구건호는 아무리 보아도 큰손 같지가 않았다. 그냥 대기업의 과장이나 부장 정도로만 보였다. 나이도 그렇고 옷차림새도 그랬다.

[하지만 구사장은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빌딩의 오너다. 더구나 코스닥 기업의 오너이지 않은가 명함에는 3개의 회사들이 있는데 거기는 어떤 회사들인가?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젊은 나이에 그런 회사를 소유하게 되었을까?]

손근수씨는 복잡한 심정으로 앉아있는데 홍과장이 복사한 통장사본과 주민등록등본 원본을 가져왔다.

[역시 용의주도하군. 내 통장사본을 복사하는 척 하고 주민등록 등본도 복사해 버리는군. 말만 잘 들으면 밥먹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기도 하네.]

손근수씨가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투자 전문회사 이름은 SH투자 파트너스로 하겠습니다. 이 이름은 누가 쓰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박승희씨가 곧 올 겁니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서를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얻으려고 하는 오피스텔은 지금 공실입니까?”

“공실입니다. 계약만 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 계약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리시기 지루하시면 옥상에 북카페에 가셔서 기다리셔도 됩니다. 박승희라는 분이 오면 내가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옥상에 북카페가 있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거기서 차 한 잔 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 있자 승희 누나가 왔다.

“아휴, 늦어서 미안해.”

“서류는 가지고 오셨죠?”

“응, 가지고 왔어.”

구건호는 경리 홍과장을 불러 승희 누나의 통장사본과 주민등록 등본을 복사하게 하였다.

“투자펀드사 이름은 승희 누나 이름 이니셜을 따서 ‘SH투자 파트너스’로 했습니다.”

“어머, 그래? 나중에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언제든지 이름을 빼달라고 하면 해 드리겠습니다.”

“호호, 그런 뜻은 아니야. 구사장이 하는 일인데 무슨 일 있겠어?”

“지금 법인을 설립할 사람이 와 있습니다. 옥상 북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그 사장을 하겠다는 사람 말인가?”

“그렇습니다. 전직 강남은행 글로벌 투자 전략팀장이었던 사람입니다.”

“강남은행 간부 출신이면 믿을 만하지.”

구건호는 직감적으로 승희 누나는 너무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의심이 많은 사람으로 비추어졌다.

“지금 그 사람이 오늘 강남역 근방에 오피스텔을 얻습니다. 오피스텔을 얻으면 그 사람하고 승희 누나가 투자펀드사의 이사가 됩니다. 상근은 그 사람이 하고 누나는 비상근입니다.”

“그이야기는 지난번 들은 것 같아.”

“상근하는 그 사람의 급여는 월 300만원이지만 승희 누나는 비상근이라 약간의 급여만 나갑니다.”

급여 이야기가 나오자 승희 누나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승희 누나의 급여는 15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승희 누나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보험 모집원으로 다니면서 실적이 저조해 한 달 평균 100만원 밖에 벌지를 못하는데 근무도 안하고 150만원을 준다니 이게 웬 횡재인가 했다.

“어머나, 그렇게 많이?”

구건호가 승희 누나 증권계좌 카드를 주면서 말했다.

“지금 승희 누나 계좌에 161억 원의 돈이 들어있습니다.”

“백 뭐라고?”

“161억 원입니다.”

“세상에! 161억 원이라니!”

“물론 다 제 돈은 아닙니다. 지난번에 내가 증권투자를 위해서 여러 사람들한테 의뢰받은 돈들입니다. 그런 줄만 아시고 이건 누구한테도 이야기 하면 안 됩니다.”

“161억 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내가 이렇게 몸이 떨리네.”

“아니, 그런데 내 돈도 아니고 남의 돈 가지고 왜 떨립니까?”

“나도 모르겠어. 그런 돈은 처음 들어보아서 그래.”

구건호는 홍과장을 다시 불렀다.

“아까 손근수라는 사람 통장 복사했지요? 통장 계좌번호 좀 메모해 줘요. 돈을 얼마 입금할 일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홍과장이 손근수씨 통장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들고 왔다.

“지금 이 계좌 번호로 1,500만원만 부쳐주세요. 누나 카드 드릴 테니 옆 건물 아래층에 있는 은행 ATM기에서 부쳐주면 될 겁니다. 오피스텔 얻고 컴퓨터 같은걸 사야하니까요.”

“알겠어.”

“앞으로 큰 돈 송금할 일이 있으면 여기로 오셔야 합니다. 큰돈은 ATM기에서 송금이 안 되고 직접 증권사에 가셔야 하니까요.”

“알겠네.”

“ATM기에서 1,500만원 보내는 것도 한도 초과 걸릴 수 있으니 한도 초과 걸리면 나누어서 보내셔야 합니다.”

“알겠어.”

승희 누나는 구건호가 준 카드를 가지고 나가다 말고 다시 급하게 들어왔다.

“내 가방!”

가방을 잊고 나가다가 다시 들어온 모양이었다. 승희 누나는 오늘 상당히 흥분되어 있는 것 같았다. 통장에 161억원이 들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기도 했고, 비상근이지만 월급을 150만원씩 준다니까 상당히 흥분되어 있는 것 같았다.

구건호가 승희 누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얼마 후 승희 누나가 돌아왔다. 1,500만원 송금한 영수증과 카드를 가지고 왔다.

“승희 누나 카드는 제가 잠시 보관하겠습니다.”

구건호가 옥상 북카페에 가있는 전직 은행원 손근수씨를 전화로 불렀다.

“박승희씨가 오셨습니다. 내려오시죠.”

“알겠습니다.”

손근씨가 내려왔다.

“두 분 인사하시죠. 앞으로 SH 투자 파트너스의 이사가 될 분들입니다.”

“손근수입니다.”

“박승희입니다.”

전직 은행원 손근수씨는 박승희를 보고 실망을 하였다.

[돈이 있는 여자로 보았는데 아닌 것 같군. 단순히 구사장 심부름을 하는 여자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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