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56화 (456/501)

# 456

사모투자 전문회사(PEF) (2)

(456)

구건호는 남아있는 맥주를 강남증권 지점장의 컵에 따라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은밀히 디욘 코리아의 지분을 늘리고 싶습니다. 총알은 있습니다.”

“지분이야 얼마든지 늘릴 수가 있겠지요. 구사장님이 직접 장내 매수를 하거나 아니면 상장할 때 공모주를 사들였던 기관과 접촉하여 주식을 양도받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구사장님이 사들이면 디욘 측에서 좋아하겠습니까?”

“그래서 지점장님과 의논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사모투자 전문회사 (Private Equity Fund)를 이용하시는 게 어떨지요?”

“사모투자 전문회사요?”

“네, 사모펀드요.”

“걔네들이 자기들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나를 위해서 일을 하지는 않겠지요. 내가 얼마에 그들이 내 주식을 사는지도 모르고 나중에 우리에게 팔 때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나는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사모투자 전문회사를 이용하면 지배하기가 어렵다 그 말씀 아닌가요?”

“그렇죠.”

“걔들이 꼭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정 의심스러우면 아예 사모펀드 회사를 설립하세요. 가장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이사로 하면 될 것 아닙니까?”

“회사 이름이 말 그대로 사모 펀드니까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잖습니까?”

“가장 많이 투자하는 사람은 구사장님 사람으로 앉혀놓고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 위해 조금씩 끼워넣기 하면 될 겁니다. 무늬만 사모펀드고 구사장님이 뒤에서 조정하는 것이지요.”

“흠,”

“사모펀드 설립 조건은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투자자는 제가 끼워놓겠습니다.”

“어떻게요?”

“동호회 애들 들어오라고 하지요. 투자는 하지 말고 이름이나 빌려달라고 하면 됩니다. 용돈 좀 주면 됩니다.”

“정말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누구입니까? 강남증권 지점장 아닙니까?”

“흠. 사모펀드라.”

“그런데 사모펀드라도 설립등기는 해야 합니다. 설립 후 2주 이내에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도 해야 합니다.”

“자본금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물론이지요. 투자회사인데. 법에는 30억 이상으로 되어있습니다.”

“30억이라.... 사무실도 얻어야겠네요.”

“오피스텔 하나 얻으면 됩니다. 책상 하나 갖다놓고 사장이나 앉혀 놓으면 되겠지요. 이 사모펀드는 오로지 디욘 코리아만 투자하는데 목적이 있으니까 직원도 필요한건 아니잖습니까? 말 그대로 투자자를 끌어들여 여러 군데 투자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더군다나 목적 달성을 하면 해산해야할 처지니까 그렇게 하면 됩니다.”

“흠, 오피스텔이라....”

“원래 사모펀드는 특정 소수 투자자로부터 비공개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모아서 증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니까 그렇게 출발하면 됩니다.”

“흠.”

“오피스텔은 1천만원 보증금에 월 임대료 100만원 안주어도 이 근처 널린 게 오피스텔입니다. 사장도 제가 믿을 만한 사람 추천해 드리지요. 강남은행 글로벌 자산 전략팀장을 하다가 지난번에 구조조정으로 나온 사람인데 지금 놀고 있습니다. 구사장님이 오라고 하면 고맙습니다 하고 얼른 달려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연구 좀 해보고 답을 드리지요.”

“지금 보아하니 디욘 코리아의 주식이 조정기인 것 같습니다. 조정기 때 하시는 게 좋습니다. 주식은 오르면 내려오고 내려가면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지 않습니까? 나중에 많이 오르면 사자 주문 내기도 힘듭니다.”

“그러긴 하겠네요.”

“물론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서 구사장님이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매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몇 천만 원 투자하는 일반 개미들이야 상관없지만 수백만주를 사들여야하는 구사장님이 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날마다 책상 모니터를 보면서 조금씩 사들여야 하는데 사장님 같은 강남 큰손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말에 구건호가 조금 뜨끔하였다.

“사람 시키세요. 그게 좋습니다.”

“흠.”

“개인 차명계좌 빌려서 많은 돈으로 주식 매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평상시는 아무 문제없어도 일 터지면 나중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인건비 조금 더 쓰고 세금 조금 더 내는 방향으로 하시면 완벽한 작품이 됩니다.”

“그럼 사모펀드를 설립하면 내가 투자하는 방식이 되어야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모르겠네요.”

“좀 찝찝하다고 생각되시면 믿을만한 사람 통장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투자하는 방식을 하시든가 그건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수일 내로 연락드리지요.”

“오늘 식대는 제가 내겠습니다.”

“아니, 내가 내지요. 호텔이라 식대가 꽤 많을 텐데.”

“저 법인카드 가지고 나왔습니다. VIP고객을 접대하는건 데 이러시면 제가 VIP고객을 소홀히 한 것이 됩니다.”

“하하, 그래요? 그럼 지점장님이 계산하세요.”

“고맙습니다. 돈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10월말이 되었다.

액면 분할로 한때 상한가까지 치솟았던 디욘 코리아의 주가가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6천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었다.

“공모가 5,240원까지 내려가진 않았네.(공모가는 26,200원이었으나 5:1 액분하여 5,240원이 되었음).”

구건호는 컴퓨터를 닫았다. 승희 누나에게 전화를 할까 했는데 박종석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형이야? 나 지금 인천공항 가는 길이야.”

“인천공항?”

“응, 오늘이 인도 출장 가는 날이야. 인도에 나가있는 디욘 코리아의 이종근 부장이 기계장비 도착했다고 해서 가는 거야.”

“혼자 가니?”

“아니야. 인도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우리 계장하고 같이 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하사관 출신으로 공무일 하고 있는 사람 말이야.”

“흠, 한번 들은 것 같다. 그럼 잘 다녀와라.”

구건호는 승희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구건호입니다.”

“어머, 구사장.”

“지금 바쁘십니까?”

“아니, 안 바빠.”

“지금 어디계십니까?”

“구로동이야. 보험계약자가 있어서 만나고 지금 부천으로 가려던 참이야.”

“지금 사시는 곳이 부천인가요?”

“부천이야. 인천 살다가 이사했어.”

“할 이야기가 있는데 어디서 만날까요?”

“내가 신사동 빌딩으로 가지. 큰 사업하는 사장이 움직이면 되나?”

한 시간 정도 기다리자 승희 누나가 신사동 빌딩으로 왔다. 비타500 음료수 박스를 들고 왔다.

“뭐, 이런 걸 사오십니까?”

“보험도 들어주고 그랬는데 빈손으로 올수 있나?”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에게 용정차를 가져오게 했다.

“중국차입니다. 후후 불어가면서 마시면 됩니다.”

“어머, 이 귀한 차를 왜 나에게.”

“승희 누나 증권계좌로는 제가 몇 번 주식투자를 했습니다.”

“손해는 안 보았나?”

“손해 보지는 않고 약간 벌었습니다.”

“호호, 벌었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승희 누나 계좌에는 돈이 꽤 들어있습니다. 거긴 내 돈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몇 사람의 투자자가 함께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많다면 몇 억 들었나?”

“정확한 것은 저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가?”

“그런데 개인적으로 승희 누나 계좌를 빌려서 하는 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이번에 사모투자 회사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사모투자? 말은 들어보았는데 그게 정확히 뭐하는 건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서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아, 그러니까 내 계좌는 그만 이용하고 사모펀드 회사를 이용하겠다는 이야기군. 그게 좋겠는데?”

“그렇게 되면 승희 누나 계좌에 있는 돈은 모두 사모펀드 계좌로 이체 시켜야 됩니다. 액수가 커서 온라인으로는 안 되고 증권사를 직접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인가?”

“오늘은 아니고요. 내가 사모펀드 회사를 만들고 오피스텔을 하나 얻으면 말씀 드리죠. 거기 사장은 은행간부 출신이 와서 앉습니다. 사모펀드는 목적 달성을 하면 해산해야 되기 때문에 길게는 가지 않습니다. 1년 정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네.”

“운영할 기간 동안 누님을 사모투자 전문회사의 임원으로 하겠습니다. 비상근입니다. 약간의 급여는 드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급여를? 난 그런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그래서누님은 비상근입니다. 회사는 나오지 않고 돈만 보내면 됩니다.”

“흠, 그런가? 나한테 나중에 세금고지서 같은 것 날아오는 건 아니겠지?”

“이와 관련된 각종 세금이나 공과금은 내가 낸다는 각서를 써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하지, 뭐.”

“강남에 오피스텔 얻으니까 책상하나는 갖다 놓으라고 할게요. 보험 모집하러 다니시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차라도 한잔 마시려면 들려도 됩니다.”

“그래?”

이 말에 승희 누나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 사모투자 전문회사 설립과 관련한 서류가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사무실은 얻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구건호는 일어서서 책상 서랍을 열고 봉투에 100만원을 담았다.

“지난번 주식투자로 이익실현을 했기 때문에 약간의 사례를 드립니다. 이거 100만원인데 아이 옷이라도 하나 사 주세요.”

“100만원? 미안하게 뭘 이런걸. 안 쓰는 계좌 잠깐 빌려준 것뿐인데.”

승희 누나는 그러면서 완강히 거절하지 않고 돈 봉투를 슬그머니 핸드백에 담았다. 돈이 많이 궁하긴 한 사람 같았다.

“어제 밤 꿈에 내가 산에 가서 도토리를 잔뜩 따가지고 오는 꿈을 꾸었는데 돈 생기려고 그랬던 모양이네. 호호. 그럼 연락할 것이 있으면 연락해줘.”

“고맙습니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친구 동생이라 그냥 해줘도 되는데 미안하게 돈까지 받았으니 내가 더 미안하지.”

구건호는 승희 누나가 사장실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한번 크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는 강남증권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에 말씀했던 강남은행글로벌 자산 전략 팀장을 했다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 지금 어디 살고 있습니까?”

“천호동 삽니다. 제가 사장님 계신 신사동 빌딩으로 가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오라고 하세요. 내가 내일이나 모레는 직산이나 아산에 갈수가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연락하지요. 지금 제가 그 친구한테 가라고하면 아마 총알같이 달려갈 겁니다.”

오후 3시가 지나서 호리호리하고 도수 높은 안경을 낀 50대가 구건호를 찾아왔다.

“강남증권 지점장이 소개해서 왔습니다.”

“강남은행에 계셨던 분인가요?”

“그렇습니다.”

“의자에 않으시죠. 나는 구건호라고 합니다.”

구건호가 명함을 주었다. 3개회사 대표이사 이름이 적혀있는 명함이었다.

“저는 지금 명함이 없고 옛날 강남증권 글로벌 자산 전략팀장 할 때의 명함입니다. 손근수라고 합니다. 사장님에 대해선 강남증권 지점장으로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글로벌 자산이면 해외자산 투자도 많이 해보셨겠네요.”

“조금 해보았습니다.”

“아직 일하실 연세인 것 같은데 벌써 그만두셨습니까?”

“은행도 구조조정을 많이 합니다. 50대 중반이 넘으면 퇴물 취급을 받습니다.”

“아까운 인력 손실이네요.”

“사장님께서는 사모투자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맞는지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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