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55화 (455/501)

# 455

사모투자 전문회사(PEF) (1)

(455)

심운학 감독이 중국을 들어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자 구건호는 다시 승희 누나 계좌를 어떻게 할까 고심을 했다.

“큰돈이 움직이는 건 아무도 몰래 은밀히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비서 오연수가 사장실 문을 노크했다.

“전화가 왔는데요. BM엔터테인먼트 회장 비서실이랍니다.”

“BM엔터테인먼트? 직접 핸드폰으로 하지 뭐 비서실을 통하고 그래? 바꿔줘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건호 사장님이십니까?”

“그렇소.”

“저희 BM엔터테인먼트의 이현만 회장님 전화입니다.”

잠시 후 50대 후반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구사장님. 이현만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오전에 심운학 감독이 여길 들렸었습니다. 듣자하니 영화촬영은 다 마치고 개봉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보고만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나는 요즘 해외 다니느라고 오늘 알았는데 구사장님 산하의 케미컬 회사가 코스닥 상장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상장은 했어도 아직은 구멍가게 수준입니다. BM엔터테인먼트야 시가총액이 거의 1조원 아닙니까?”

“우리도 매출은 별거 없습니다.”

“BM엔터테인먼트는 요즘 그룹가수들이 빌보드 챠트에 오르는걸 보니 상당하겠던데요? 케이팝 스타들이 많이 BM엔터테인먼트에 포진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저렇게 긁어 모아봐야 매출 2천억 조금 넘습니다.”

“그런가요? 그래도 대단합니다. 이번에 상장한 저희 회사는 1천억도 안됩니다. 내년이나 지나야 1천억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합자사인데요. 뭐.”

“그래도 사장님은 또 알짜배기 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지에이치 모빌 말입니까? 거기도 매출은 별로입니다.”

“거기는 얼마나 합니까?”

“올해 겨우 2천억이 될까 말까 합니다.”

“2천억이요? 어휴, 대단하십니다. 나는 한국 연예계의 대부 역할을 해도 구사장님 나이엔 그렇게 못했습니다.”

“별말씀 다 하십니다.”

“업종이 서로 틀려 자주는 못 만나지만 이렇게 전화라도 안부 전해드립니다. 심운학 감독을 잘 좀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감독이 구사장님께서 많이 도와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하, 도와준 것도 없습니다.”

“아닙니다. 지금 심감독이 하는 일들이 다 구사장님 덕택이 아닙니까?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구건호가 전화를 끝내자 비서 오연수가 주문하지도 않은 중국차를 타가지고 왔다.

“저, 사장님. 방금 전화가 BM엔터테인먼트 회장님 전화입니까?”

“예, 맞아요.”

“어머, 그러세요?”

그러면서 오연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우물쭈물 하였다.

“뭐, 할 말 있어요?”

“아닙니다. 거기 그룹가수 중에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서요.”

구건호는 오연수가 하는 이야기가 별 시답지 않아 답변도 안하고 승희 누나 계좌만 생각했다.

구건호는 강남증권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옛, 사장님. 접니다.”

“내일 점심이나 같이 할까요? 시간 있으세요?”

“아이고, 구사장님 같은 VIP고객이 말씀하시면 약속이 있다고 해도 달려가야지요. 내일 어디로 갈까요?”

“가까운데서 만나죠. 강남증권에서 슬슬 걸어와도 되는 역삼동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로 오세요. 거기 일식집에 만나요. 12시까지 오세요.”

“알겠습니다. 일식당 하나조노로 가겠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니 인천서 엄마와 아빠가 와 계셨다.

“오셨어요?”

“상민이 보러왔다.”

“저녁은 드셨어요?”

“너 언제 올지 몰라 상민이 엄마랑 먼저 먹었어.”

“잘 하셨어요.”

김영은이 과일이 담긴 접시를 거실로 가져오면서 말했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상민이 옷하고 걸음마 보조기랑 에듀볼 사오셨어.”

“허허, 그래? 걸음마 보조기는 내가 사준 것 하고 두 대네.”

구건호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엄마 아빠가 있는 거실로 나왔다.

“너 봤으니 이제 가야겠다.”

“주무시고 가세요.”

“아니야. 가야지. 인천이 편해.”

“차 안가지고 오셨죠?”

“지하철 공짜로 타고 왔어. 이야기나 조금 하다가 가지.”

“그러세요. 그럼.”

김영은이 거실 탁자에 견과류와 중국 쌍화차를 내왔다.

“누나 내외는 잘 있지요?”

“잘 있어. 임서방이 요즘 술을 자주 마셔 그게 좀 걱정이야.”

“적당히 마시는 건 좋은데 많이 마시면 안 되겠지요.”

“그 회사의 기사들이 30명이라는데 그 기사들 관혼상제에는 꼭 참석하고 다녀서 그래. 그러다보니까 술 마실 기회가 많은 모양이야.”

“참, 우리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자주오던 승희 누나 있지요?”

“승희? 지금도 가끔 와. 걔도 친구가 우리 건숙이 뿐인 모양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니더니 지금도 붙어 다녀.”

“혼자 되었다면서요?”

“이혼했지. 혼자 된 후로는 건숙이하고 더 잘 붙여 다녀.”

“왜 이혼한 거에요?”

“남자가 돈 못 버니 이혼한 거지. 거기다가 술만 들어가면 행패를 부렸다니 어디 살겠어? 걔도 학교 다닐 땐 예쁘장하고 똑똑했는데 그렇게 되었네.”

“남자가 뭘 했었는데요?”

“직장 다니다 노래방 했어.”

“노래방요?”

“다니던 직장이나 잘 다닐 것이지 괜히 톡 튀어나와서 노래방 하다가 다 털어먹었지. 거기다가 노래방 도우미하고 눈이 맞아서 돌아다니니 어떤 여편네가 좋아하겠어.”

“아들이 하나 있다면서요?”

“아들만 하나 달랑 데리고 몸만 나왔지.”

“법률상으로도 이혼했나요?”

“그건 몰라. 그건 건숙이가 잘 알아.”

“고생하는 것 같은데 좀 도와줘야겠군요.”

“그럴 필요 없어. 없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

구건호는 다음날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강남증권 지점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일식집 하나조노의 방에 마주 앉았다. 맥주를 곁들인 초밥을 먹으면서 지점장이 말했다.

“상장 후 확실히 매출이 많아졌지요?”

“그런 것 같네요.”

“요즘 월 매출이 어느 정도 됩니까?”

“75억 정도 합니다.”

“그럼 내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1천억 돌파하겠는데요?”

“지금 상태라면 그렇게 되겠지요.”

“인도와 중국에 공장 설립한다는 공시가 나왔던데요?”

“인도와 중국에는 원래 공장들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이번에 하나씩 더 만드는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인도 두 군데, 중국 두 군데가 되나요?”

“그렇습니다. 중국은 상해 옆에 있는 소주시에 하나, 북경 근방인 천진에 하나가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도 광동성 지역에 하나를 더 설립할 예정입니다.”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으니 그래야 되겠지요.”

“앞으로 베트남 지역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디욘 코리아는 부채도 없고 이번 상장으로 총알도 빵빵하니 몇 군데 공장은 문제없이 설립하겠는데요? 그럼 해외부분을 합치면 연 매출 2천억도 금방 되겠는데요.”

“하하, 글쎄요.”

“매출 2천억이면 세후 순이익률을 5%만 잡더라도 매년 100억씩 떨어진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 돈 가지고 1년에 회사 하나씩 만들어도 되겠네요. 부럽습니다. 사장님.”

“그게 합자사라 다 내 돈이 되는 게 아니라서 그게 좀 유감입니다.”

“합자사라 그렇긴 하겠네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뭐가요?”

“빵빵한 회사 지에이치 모빌이 있지 않습니까? 거긴 왜 상장을 안 하십니까? 거긴 구사장님이 대주주 아닙니까?”

“글쎄요.”

“여기 오기 전에 지에이치 모빌의 재무제표를 보았습니다. 부채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그까짓 거야 상장하면 한 큐에 갚아버리지 않습니까. 아니면 부채는 그대로 두고 다른데 투자해도 되고요. 얼마나 좋습니까? 상장 안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 회사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상장 안하고 조용히 가도 좋은 것 아닙니까?”

“그거야 뭐, 사장님 취향이시니까 제가 뭐라고 할 성질은 아니지만 아까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중에 마음 변하면 할 수도 있겠지요.”

“거기는 매출이 1천억 넘지요?”

“올해 2천억을 바라봅니다.”

“와, 얼마나 좋은 회사입니까? 말이 좋아서 2천억이지 지금 연 매출 100억만 되도 큰 소리 치는 회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100억만 되도 사장 위에 회장도 있고 고급 외제차 타고 다니면서 온갖 갑질을 다 하는 회장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놈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요.”

“저는 사장님이 강남 큰손이라 그냥 사채놀이나 부동산과 증권만 하시는 분 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기업을 운영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은 무슨...”

“저희 증권사가 종합금융사인 강남은행 계열사 아닙니까? 언제 한번 강남은행 은행장님과 제가 자리 한번 마련해 보겠습니다.”

“은행장님 하고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가 강남은행에 돈 빌려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하긴 그러네요. 그래도 큰 프로젝트를 하시려면 금융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혹시 나중에 그런 일이 생길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마지막 남은 생선회를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고 맥주까지 마시고 말했다.

“실은 말입니다. 내가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예, 말씀 하십시오.”

“원래 디욘사와 나는 합자사 만들 때 50대 50이었습니다.”

“합자사니까 당연히 그랬겠지요.”

“그런데 기업공개 과정을 거치면서 공모주에 할애를 하다보니까 현재 내 주식은 총 2,600만주 중에서 900만주 밖에 안 됩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디욘 측도 900만주이겠지요.”

“합자를 할 때 서로 주식은 양도 가능하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디욘사가 어떤 회사에 주식을 전량 팔고 디욘 코리아 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관과 우호적 협력을 한다면 나는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라이먼델 디욘사는 최초에 45억을 투자했습니다. 그것도 낡은 기계로 현물 투자를 했습니다.”

“상장으로 엄청 튀었겠네요. 액분해서 공모가 기준하면 주가는 한 주당 5,240원입니다. 디욘이 900만주를 가지고 있다면 471억 6천만 원이 되네요. 디욘은 마음먹으면 45억 투자하고 471억 먹고 빠져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흠, 471억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이라면 눈독을 드릴 수는 있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만약에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이피 모건이나 골드만 삭스, 모건 스텐리 같은데서 디욘 코리아 주식을 400만주 정도 사 놓았다가 471억을 받고 디욘 지분을 인수한다면 나는 경영권을 잃습니다.”

“그렇겠네요. 400만주라고 해 보았자 210억 정도인데 그 정도 사놓고 471억에 디욘 지분을 인수하면 680억 정도 되네요. 부채도 없는 매출 1천 억짜리 회사이면서 매년 세후 이익이 5% 이상 나온다면 눈독 들일만 하네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680억 투자하고 800억이나 900억에 M&A를 희망하는 다른 케미컬사에 넘기는 겁니다.”

“케미컬 회사들에게 융자해 줄테니 인수하라고 하면 달려들겠지요. 예를 들면 900억에 산 케미컬 회사에게 400억만 받고 500억은 글로벌 은행에서 얼마든지 융자해 줄 수 있으니까요.”

“내가 걱정하는 것이 그겁니다.”

“그럼 라이먼델 디욘사가 471억 받고 먹튀 하는 것이고 글로벌 은행들은 200억 정도 먹게 되네요. 그러고 보니 디욘 코리아가 좋은 먹잇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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